주위를 둘러보라. 만약 당신이 땅을 딛고 서 있다면 누군가의 부동산 한가운데 있는 셈이다. 부동산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다. 대부분의 회계 장부에서 부동산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덩치 큰 자산이다. 부동산이 지척에 널려 있으니, 이에 대해 무관심하기 쉽다. 하지만 부동산을 관리하는 일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고객, 직원, 투자자, 규제자, 이웃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본고는 부동산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기업의 이사 및 경영진 등에 도움을 주는 부동산 경영의 철칙을 설명하고자 한다.
기업 부동산은 단순한 필요를 뛰어넘는 전략적 자원이다. 그런데도 고위 경영진은 부동산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게 현실이다. 많은 조직들은 부동산을 현장 대응이나 후방 지원 인력의 업무쯤으로만 여기며, 포괄적 전략 문제보다 개별 프로젝트나 거래에 초점을 맞춘다. 입지 선정과 배치는 개별 사업 단위에서 결정되며, 단기 수요를 고려한 관행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도 한다. 입지 선택에서 본사와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고객과 직원들의 선호는 뒷전으로 밀린다. 다음 5가지 원칙은 부동산 전문가보다 이들 전문가들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들이 꼭 알아둬야 할 부동산 경영의 원칙들이다. 특히, 고위 관리자들이 이해해야 할 이슈를 고찰한다.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라
부동산 자산의 포트폴리오는 보유하고 있는 개별 부동산의 단순 총합보다 더 큰 가치를 지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진이 자사의 부동산 현황을 큰 틀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고차원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시각을 내부 직원과 시스템의 관심사에 초점이 맞춰진 개별 입지 단위 분석으로 얻을 수는 없다. 경영진이 기업의 ‘족적(footprint)’을 한눈에 알아챌 수 있는 ‘스냅 샷’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디에 주요 시설과 토지가 있으며 각 건물의 유형과 이용 현황은 어떤지, 현재 상태는 어떠하며 임대 조건과 운영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부동산 자산에 따른 재무 위험이나 환경 위험 요소는 없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경영진은 기업 전략에 따라 자사의 부동산 보유 상황이 어떻게 달라지며, 어떤 경로를 따라가는지에 대한 동태적인 흐름도 머릿속에 넣고 있어야 한다. 도표, 지도, 사진 등으로 구성된 ‘스냅 샷’과 이미 존재하거나 잠재적인 수요로 구성된 탄탄한 시나리오의 ‘영화’를 비교 분석하면 놓치고 있는 허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곳에서 너무 많은 공간을 갖고 있는 반면 다른 곳에서는 터무니없이 작은 공간을 갖고 있다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입지 선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런 분석을 통해 어떤 부동산의 임대 계약의 만료 기간이 다가오는지 알 수 있다. 관련 부동산의 양과 비용이 얼마나 되며, 임대 만료 지역과 순서 등에 따라 미래의 행동이 어떻게 얽히고 방해를 받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통찰력을 갖춘 리더는 입지 단위 분석으로 얻을 수 없는 포트폴리오 관점의 사업 기회를 십분 활용할 수 있다. 가령, 도심지에 있을 이유가 없는 사무실을 비용이 저렴한 외곽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다. 물론 반드시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건 아니다. 또한 중복되는 시설물은 매각하거나 재임대할 수 있으며, 필요하면 사무실을 아예 비우는 방법도 있다.
포트폴리오 접근 방법은 인수 합병이나 사업 철수 등의 중요한 투자 의사 결정 과정에서 특히 중요하다. 조직이 보유한 부동산을 합리화하는 작업, 즉 공간과 시설물(공급)을 전략 운영상의 요구(수요)에 맞추는 일은 인력 구조의 합리화만큼 중요하다. 물리적, 재정적, 운영적인 측면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매각, 폐쇄, 재배치 등의 기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광고 및 홍보회사인 WPP그룹은 J 월터 톰슨을 사들인 뒤에 이 회사가 보유한 일본 도쿄의 빌딩을 신속하게 매각해 1억 달러의 이익을 거뒀다. 사업을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부동산이 가장 값지고 눈에 띄는 자산이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파산할 당시, 이 회사가 보유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뉴욕 월스트리트의 본사 사옥이었다.
경영진은 포트폴리오 분석을 통해 부동산의 장기적인 비용과 용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약 50년 정도의 내용 연수 기간에 시설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전체 비용이 빌딩의 건축비나 리노베이션 비용의 몇 배가 될 수도 있다. 포트폴리오의 관점으로 본다면 빌딩 유지비용 산정과 빌딩 재임대와 매각 시기 등을 계획하기가 수월해진다. 총체적 관점에서 빌딩의 수명 주기를 이해하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훼손하는 개별 프로젝트 관점의 행위를 예측하고 차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사업부가 회사 소유의 건물과 가까운 지역에 빈 사무실을 갖고 있는데, 다른 B사업부는 이를 모르고 사업 확장과 개편을 위해 추가로 다른 사무실을 추가로 임대할 수 있다. 실무진은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는데, 임원이 많은 비용을 들여 본사 건물 개조를 추진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주의할 점: 그림자 포트폴리오(shadow portfolio)를 조심하라 아웃소싱으로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때 아웃소싱 직원들이 입주한 시설물에 대한 간접 책임이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아웃소싱 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자사의 직원은 아니지만 근무 환경과 입지는 이들의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작업장의 보건과 안전 기준이 충족되지 않으면 이해관계자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시민단체의 표적이 되거나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씨티그룹, 나이키 등 상당 부분의 사업을 아웃소싱하는 기업들은 직접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만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당한 규모의 ‘그림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