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수많은 의사결정의 오류들을 목격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세계 기후 협약 무시, 다르푸르 사태 외면 등은 모두 역사책에 분별없는 결정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투자나 신용디폴트스왑(CDS)을 이용한 위험 분산 결정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런 관행은 그간 수많은 기업에 널리 퍼져 있었지만 개별 기업도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한때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던 대기업 테네코는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잘못된 결정을 내린 탓에 지금은 단 하나의 자동차 부품 회사를 거느리는 처지로 전락했다. GM 또한 신규 모델 출시를 결정하면서 끔찍한 실수들을 저질렀다. 타임워너는 자회사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는 대신 AOL과 야후의 지분을 사들여 위기를 자초했다.
이렇게 의사결정에 문제가 생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많은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단지 개인의 문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여기서 개인이란 고위 경영진을 뜻할 때가 많다. 즉, 의사결정의 바탕이 되는 과정, 정보, 논리 등이 마치 블랙박스의 내용물처럼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은 채 개개인에게 전적으로 맡겨지는 일이 벌어진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둘째, 다른 비즈니스 과정과 달리 의사결정은 조직 내에서 체계적인 분석의 대상이 될 때가 극히 드물다. 오직 극소수의 조직들만이 일단 내려진 결정을 재설계하는 과정을 거칠 뿐이다. 하지만 다른 과정을 개선시킬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존재하듯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유용한 통찰력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가령, 학자들은 이미 50여 년 전부터 ‘집단 사고(groupthink)’를 동의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수단으로 정의해왔다. 가톨릭 교회는 16세기 무렵 성인 추대 결정을 내릴 때 이에 의도적으로 반대하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을 지명해 반대 주장을 펼치도록 했다. 하지만 오늘날 이에 상응하는 제도를 공식적으로 두고 있는 조직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최근 출간된 인기 있는 경영 서적을 통해 의사결정과 관련된 대안을 확인해보자.(▶DBR TIP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도서를 엄선한 목록’ 참조)
DBR TIP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도서를 엄선한 목록
블링크(Blink):말콤 글래드웰이 집필한 이 책은 직관적 의사결정을 중요시한다.
대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제임스 서로위키는 이 책에서 ‘결정을 내릴 때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탁월한 결정의 비밀(How We Decide):조나 레러가 집필한 이 책은 의사결정과 관련된 정신 생물학과 합리성의 한계를 다룬다.
상식 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댄 애리얼리가 집필한 이 책에는 행동 경제학 및 행동 경제학과 의사결정의 관련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넛지(Nudge):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미 정계에서 행동 중심 정책에 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분석적이고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관한 2권의 책
분석학 경쟁(Competing on Analytics):토머스 H 대븐포트, 장 G 해리스
슈퍼 크런처(Super Crunchers):이언 에어즈
|
기업 관리자들이 이런 책을 읽어보고 있는 건 틀림없지만 실제 조언을 수용하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 의사결정 개선에 도움을 주는 조언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즉, 이제 의사결정이 개인적 영역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왔다는 뜻이다. 조직은 자사의 관리자들이 한층 우수한 의사결정 과정을 채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의사결정 과정이 개선된다고 반드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건 분명하다.
의사결정 개선을 위한 큰 틀
의사결정에 초점을 맞추라는 말이 관리자들의 정신적 사고 과정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어떤 정보를 공급해야 할지, 의사결정 과정에서 필요한 핵심 역할에 관한 검토 등이 필요하다. 현명한 조직은 기술, 정보, 조직 구조, 방법, 관련 인력 등 다각적인 방식으로 사내의 의사결정 문제에 개입한다. 특히 다음의 4단계를 거쳐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한다.
확인 관리자들은 먼저 의사결정이 필요한 문제들을 열거하고 어떤 결정이 가장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가령 ‘전략 실행이 필요한 10가지 중요한 결정’ ‘재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행해야 할 10가지 중요한 결정’ 등의 목록을 만들 수 있다. ‘어떤 기업을 인수할 때 어떻게 필요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까?’처럼 매우 전략적이고 흔하지 않은 의사결정이 있는 반면 ‘손해배상 청구액을 얼마나 지불해야 할까?’와 같이 영업 일선에서 빈번하게 직면하는 의사결정도 있다. 먼저 우선순위를 결정하지 않으면 모든 결정을 동등하게 취급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정작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충분한 관심을 쏟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사 당면한 주요 의사결정 사항을 확인한 후에는 각 결정과 관련된 요소를 구체적으로 평가해봐야 한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이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 의사결정을 위해 어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가? 과거 이런 종류의 결정을 얼마나 잘 내려왔는가? 이런 조사를 통해 각 조직은 의사결정을 논의하기 위한 공통 언어를 구축할 수 있다. 동시에 어떤 결정에 개선이 필요하고 어떤 과정이 의사결정의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지 이해할 수 있다.
개입 의사결정 목록을 작성하고 각 결정과 관련된 요소들을 살펴본 후에는 의사결정을 위해 조직에서 활용해야 할 역할, 과정, 시스템, 행동 등을 설계할 수 있다. 효과적 의사결정 개입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모든 개선 방법을 고려하고 의사결정 과정의 모든 측면을 살펴보는 것이다. 흔히 간과되는 의사결정의 실행 문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제도화 모든 조직은 관리자들에게 ‘의사결정 방법 결정’에 도움을 주는 도구 및 지원을 꾸준히 제공해야 한다. 에어 프로덕츠 앤 케미컬의 관리자들은 결정을 내릴 때 한 사람의 관리자가 단독으로 결정을 내리는 방법, 다른 구성원들과 상의를 거친 후 단독으로 결정을 내리는 방법, 여러 사람이 모여 다수결로 결정을 내리는 방법, 구성원 모두가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리는 방법 중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지 훈련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누가 의사결정을 내릴 책임을 맡을지, 누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지, 누구의 의견을 묻거나 누구로부터 정보를 구해야 할지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