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에게 먹이를 줘라, 살고 싶으면…”

44호 (2009년 11월 Issue 1)

‘상어의 법칙(shark rule)’. 기자 출신 컨설턴트인 윌리엄 홀스타인은 2008년 하버드 비즈니스 출판부에서 낸 <언론 관리>라는 책에서 “당신이 상어에게 먹이를 주지 않으면, 당신이 상어의 먹이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상어’는 언론을 뜻한다. 이는 기업의 위기관리에 매우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준다.
 
위기 상황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기업들
특정 기업을 둘러싸고 부정적 이슈가 제기될 때 해당 기업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는 그다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2006년 학생들이 집단으로 식중독에 걸린 ‘급식 사고’가 발생했을 때 CJ푸드시스템은 무려 5일 동안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요즘 각종 현안이 잇달아 터지고 있는 효성은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아 주주들까지 궁금해하고 있다. 그나마 10월 13일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 참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니 앞으로 전개 상황을 두고 볼 일이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기업들에겐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첫째, 침묵이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위기관리를 법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할 때 이런 뜻하지 않은 잘못을 범한다. 일반적으로 법적 보호를 위해서는 말을 잘못해서 문제를 만들기보다는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낫다고들 생각한다. 변호사는 당연히 고객을 법적인 측면에서 보호하기 위해 자문한다. 하지만 법적 보호(legal protection)가 전체 보호(total protection)를 의미하진 않는다. 기업은 위기관리를 할 때 법적 보호와 명성 보호(reputation protection)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명성 보호는 쉽게 말해서 부정적 여론을 최소화하는 작업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변호사와 위기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의 의견을 모두 참고해 의사 결정을 내린다. 둘째,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은 보통 언론에 대응했다가 자신들의 의도와는 영 딴판으로 기사가 실린 경험이 있다. 특히 최고경영자(CEO)가 언론 혐오증을 갖고 있으면 실무진에서 대응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은 언론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대응이 충분히 세련됐는지,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보의 진공을 채우려는 언론
상어의 법칙을 좀 더 큰 맥락에서 살펴보자. 기업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특정 사건이 벌어지면 ‘정보의 진공(information vacuum)’ 현상이 발생한다. 위기 사건은 갑자기 발생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특성이 있다. 갑작스러운 사건이므로 이 사건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진다.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는 재빨리 정보의 진공 현상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적극적인 취재를 통해 진공 상태인 정보를 채우는 일이 이들의 역할이다. 이때 기업은 선택을 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여 언론이 정보를 채우는 데 협조하든지, 아니면 소극적 자세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이 침묵한다고 해서 언론이 취재를 포기하거나 기사를 안 쓰진 않는다는 점이다. 당사자인 기업이 침묵하면 언론은 기사 작성 시 제삼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즉 업계 관계자나 관련 정부 부처 공무원, 관련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기사에 반영한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자신에게 벌어진 사안에 대해 초기에 프레임(frame)을 만들 기회를 놓치고 만다.
 
이런 이유로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특정 기업의 위기 이슈가 공론화될 것이 명확하거나 이미 공론화된 상황에서는 침묵을 권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에 대응하지 않는 것으로는 기업이 얻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지, ‘대응할까, 말까’를 놓고 고민하진 않는다.
 
물론 예외적으로 소극적 대응이 필요할 때도 있다. 여기서 소극적 대응이란 언론이 먼저 기업에 문의를 하고서 기업이 반응하는 것을 뜻한다. 소극적 대응을 하는 첫 번째 경우는 특정 이슈가 아직 공론화되지 않았고, 언론 등을 통해 공론화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는 때다. 다만 이때 공론화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희망’에 배팅해서는 안 된다. 항상 최악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이때도 언론의 문의에 대비해 입장 정리 등의 준비를 철저히 해둘 필요가 있다. 둘째는 특정 회사 한곳이 아닌 업계 자체가 위기 이슈에 공동으로 휘말렸을 때이다. 이때 개별적으로 대응하다가는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타사의 대응을 모니터링하면서 업계의 공동 대응책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셋째는 글로벌 기업의 특정 이슈가 해외 언론에서는 다뤄졌으나 국내에서는 별 연관성이 없어 크게 다뤄지지 않았을 때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소극적 대응을 선택할 수 있다.
 
점점 짧아지는 ‘골든아워’
그렇다면 위기 상황에서 언론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6하 원칙에 따라 자신들의 입장을 빠른 시간 안에 정리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이 흔히 궁금해하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①What: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가? ②When: 사건은 언제 발생했는가? 기업은 사건을 언제 인지했는가? ③Where: 사건은 어디에서 발생했는가? ④Who: 이 사건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 사건으로 영향받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⑤How: 기업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보상할) 것인가? ⑥Why: 왜 이 사건이 발생했는가?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보통 What, When, Where에 대한 사항들을 빠른 시간 안에 정리하여 언론에 발표하려고 노력한다. 책임자나 피해자(Who), 극복책 및 보상책(How), 사고 원인(Why) 보다는 What, When, Where에 대한 정보 확인이 비교적 빨리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정리하는 대로 언론에 먼저 알리겠다는 협조 의사를 밝히고, 최대한 빨리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응급 의학에는 ‘골든아워(golden hour)’라는 용어가 있다. 부상자가 생겼을 때 초기 60분 동안의 조치가 부상자의 생명 보호에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용어를 처음으로 적극 활용한 사람은 의사인 애덤스 카울리 박사로 알려져 있다. 미국 매릴랜드대 병원에서 응급 의학의 토대를 닦은 그는 “삶과 죽음 사이에 골든아워가 있다”는 말로 의학에서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기업의 위기관리에도 골든아워가 똑같이 적용된다. 기업의 위기 대응 능력을 평가하는 한 가지 방법은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자신들이 파악한 사실과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서 내놓는가이다. 그만큼 위기 상황에서 초기 대응은 중요하다. 사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이제 언론과 소비자들은 위기 상황에 대해 시간이 아닌 분 단위로 해석을 내놓는다. 기업의 위기관리에서 골든아워는 더욱 짧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