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사로잡은 공급망 혁신

44호 (2009년 11월 Issue 1)

험난한 경제 상황에 지친 경영진이여. 그간 혁신 우선 순위에서 늘 밀려났던 부분으로 눈을 돌려보심이 어떨까? 특히 공급망 개혁은 경제가 호황을 누리던 시절에도 비용 절감의 등쌀에 밀려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공급망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혁신을 꾀한 기업들은 수익, 이윤, 시장점유율에서 큰 이득을 봤다. 경쟁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불황 타개에 목을 매는 시기라면 공급망 혁신은 즉각 효과를 발휘한다. 업계의 경쟁 판도를 단숨에 뒤집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혁신의 조건은 돈이 아니라 경영진의 노력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단말기 제조업체 크리켓을 보자. 월 단위 선불제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로 1999년 설립된 크리켓은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1대 1 통신(ad hoc) 공급망이 그 성장세를 쫓아가지 못했다. 2008년 중반, 크리켓은 월마트, 달러제너럴 등으로 서비스 공급망을 전면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는 부즈 앤 컴퍼니의 계열사인 카첸바흐 파트너스의 컨설턴트들과 함께 크리켓 서비스를 전면 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우리는 크리켓 공급망의 문제점을 어렵지 않게 찾았다. 예측 및 보강 시스템 결여, 데이터 통합관리 미숙, 수동 프로세스를 대체할 소프트웨어 및 정보추출 시스템 도입 필요성 등이 대표적인 문제였다. 당시 상명하달식이었던 크리켓의 고객수요 예측 시스템은 실제 수요와 무려 30∼40%의 차이를 보였다. 그 결과 서비스 공급 불균형, 소매점 재고 부족이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휴대전화 공급업체와의 계약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오직 상품을 제 날짜에 대리점에 인도했는지 여부만 확인했다. 운송비, 수리비에 대한 관리가 전혀 없었다.
 
우리는 핵심 경영진으로 구성된 CFT(cross-functional team)를 구성하고, 수요 예측을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재고 소진 문제를 해결하고 수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이 시스템을 마련하자 월별 수요 예측 정확성은 80%까지 상승했고 수익도 즉각 개선됐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공급망 재정비는 물론 공급망의 영향을 받는 크리켓 내 모든 부서를 대폭 바꾸기로 했다.
 
공급망 혁신 중 발견한 역() 운송 문제
최대 혁신 사안은 소비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조사 결과, 상품 교체나 수리를 위해 고객이 휴대전화를 반송하는 이른바 ‘역 운송’의 숨은 비용이 어마어마했다. 문제의 핵심은 인센티브 지급 기준에 있었다. 영업 사원은 고객만족도를 높여야 인센티브를 받는다. 때문에 그들은 고객이 품질 보증기간이 지난 단말기의 수리를 요청하더라도 안 된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래서 고객에게 수리를 해주겠노라 약속하고, 수리기간 동안 무료로 새 휴대전화를 빌려준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고스란히 크리켓이 떠안고 있었다. 만일 이때 대대적인 혁신 없이 몇 가지 기준만을 내세운 해법을 제시한다면 비용 절감은 꾀할지 몰라도 고객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우리가 제시한 해결책은 ‘재구매 프로그램’이었다. 즉 고객들이 영업점에 와서 고장 난 휴대전화를 반납하거나, 경쟁사의 휴대전화를 반납하면서 크리켓의 새 휴대전화를 살 때, 30∼50달러나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이다.
 
크리켓 고객은 싼 값에 새 휴대전화를 살 수 있다는 현실에 매우 만족했고 반납률도 크게 늘었다. 결과적으로 신규 가입자 수도 증가했다. 필라델피아 지역의 영업점은 재구매 프로그램 도입 후, 일일 평균 10명이던 신규 가입자 수가 15명으로 늘었다. 즉 이 간단한 혁신이 고객 관리 업무의 중심을 비용 절감에서 수익 창출로 옮긴 셈이다. 재구매 프로그램을 비롯한 몇 가지 혁신 방안을 통해 크리켓의 연간 사업 수익도 크게 늘었다.
 
 
필요에 의한 혁신을 단행하라
사실 크리켓을 혁신으로 이끈 열쇠는 대단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우리가 공급망 혁신을 위해 도입했던 접근법은 운영 시스템을 바꾸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도입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얼마나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혁신을 도모하느냐다. 우리는 ‘혁신을 위한 혁신’이 아니라 ‘필요에 의한 혁신’을 꾀했다. 이러한 혁신이 기업의 전반적인 비전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토론은 물론, 공급망 혁신이 고객 서비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영업사원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판매하는 데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그에 따른 수익 증진을 도모할 수 있는가 등을 놓고 혁신 계획을 모색했다.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에 대해서는 여러 혁신 방안이 등장했고, 이를 어떻게 도입할지를 결정할 때 프로젝트 리더가 다시 한 번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다. 마땅한 아이디어가 없을 때는 그 즉시 혁신 방안에만 초점을 맞춘 브레인스토밍 시간을 가졌다.
 
공급망 혁신의 첫걸음은 CFT 포럼 개최였다. 공급망, 생산, 상품개발, 판매, 마케팅 등 크리켓의 모든 부서장들이 이른바 화이트 룸에 모였다. 이들은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자는 의미로 선택된 화이트 룸에 모여 수요 예측과 앞으로의 계획을 놓고 회의를 벌였다. 이 자리에 외부 공급업체도 참석했다. CFT의 제안 사항은 공급망 혁신 계획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현재 크리켓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각 시스템에 대한 제안 사항도 내놓았다. 책임 소재를 밝히기보다는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하고 즉각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누군가를 탓하는 대신 해결책을 모색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신뢰도 쌓았다.
 
CFT 운영의 효율성이 입증되면서 임원진은 ‘화이트 룸’ 포럼을 정례화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이 모임은 매주 개최된다. 시간에 쫓기는 임원진으로서는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사업 운영의 예측성과 전망을 명확히 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모임에 필요한 시간 투자에 비해 훨씬 큰 가치를 지닌다.
 
CFT는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새로운 방안을 도입할 때는 실행에 앞서 모든 사례와 절차를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다 점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크리켓에서는 이처럼 완벽을 추구하는 일만이 능사가 아니다. 모든 자료에서 투자수익 증대를 급선무를 꼽고 있는 상황에서 완벽에만 매달린다면 혁신 방안 도입은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다. 실제 실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교훈도 놓치고 만다.
 
많은 기업들이 공급망 관리 혁신을 부차적인 혁신, 시급한 현안을 먼저 해결한 후 손을 대야 할 일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크리켓은 숨어 있는 필요 없는 비용 지출을 찾아내고 이를 적극 해결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새로운 수익 구조까지 창출했다.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이처럼 빠른 성장세를 보인 기업은 흔치 않다. 공급망 재정비 혁신을 단행하는 기업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충분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키스 버클리는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크리켓 커뮤니케이션스 물류공급망 관리 사업본부 본부장이다. 조지 애플링은 부즈 앤 컴퍼니의 파트너로 하이테크 기업과 이동통신 기업의 컨설팅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컨설팅 회사 부즈 앨런 해밀턴이 펴내는 경영 전문 계간지 에 실린 키스 버클리와 조지 애플링의 글 ‘Debugging the Supply Chai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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