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와 통제

[강부장 개조 프로젝트] “내일부터는 매일 중간보고 올려!”

28호 (2009년 3월 Issue 1)

시스템 종료’로 들어가 ‘확인’ 클릭.
 
컴퓨터가 완전히 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는 유부단 대리. ‘아직 퇴근 시간도 아니고 잠시 외부 손님을 만나러 가는데 컴퓨터는 왜 끄지?’ 옆 자리에 앉은 일만해 주임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유 대리는 얼마 전부터 점심식사를 위해 사무실을 나설 때는 물론 잠깐 커피를 마시러 자리를 비울 때나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잊지 않고 컴퓨터 전원을 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그러는 것이라면 마땅히 칭찬할 만하지만 사실 그 속사정은 좀 복잡하다.
 
지난달 초였다. 점심식사를 마친 유 대리는 자리로 돌아왔을 때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창이 식사 전과 달라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저 착각이려니 생각하고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이후에도 책상 위에 놓인 소지품의 위치가 조금씩 바뀐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중 식사 후 평소보다 조금 일찍 사무실에 들어온 그의 눈에 자기 자리에 앉아있는 강 부장의 모습이 들어왔다. 화들짝 놀란 유 대리가 몰래 숨어서 지켜보니 강 부장은 그의 컴퓨터에서 문서를 이것저것 열어보는 것은 물론 수첩까지 뒤지는 것이었다.
 
유 대리의 가슴은 다듬이질하는 것처럼 콩닥콩닥 뛰었다. ‘대체, 부장님이 내 컴퓨터를 왜 보시는 거지? 그럼, 그동안 내가 없을 때마다 저렇게…?’ 그날 이후로 유 대리는 잠깐 자리를 비울 때도 컴퓨터 전원을 끄는 버릇이 생겼다. 비밀번호를 설정해 놓은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날 이후 또 다른 방향으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강 부장이 유 대리를 사사건건 호출하는 것이었다.
 
이봐, 유 대리. 신제품 매출 보고서는 어떻게 됐어?”
지금 하고 있습니다.”
가져와 봐.”
네? 아직 3일이나 남아서 완료를 안 했는데요.”
그러니까 그동안 한 걸 보여 달란 말이야. 얼마나 됐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진척 사항을 보고하라고!”
그… 그걸, 왜?”
나중에 엉뚱한 보고서를 갖고 오면 나만 골치 아프니까 하는 말이야. 내일부터는 하루에 한 번씩 중간보고를 하도록!”
“!”
 
가뜩이나 소심한 유 대리의 뒤로 들리는 강 부장 목소리가 그를 더욱 위축시켰다.
 
믿을 만한 구석이 있어야 내가 맘을 놓지. 어디서 저런 꼴통이 우리 부서에 와서 하나하나 체크를 하게 하느냔 말이야. 쳇, 뭐 대단한 게 있다고 컴퓨터는 잠가놓고 다닌담?”
 
자리로 돌아온 유 대리의 풀죽은 모습이 안쓰러운지 일만해 주임이 그를 휴게실로 데려갔다. 쓴 커피와 함께 쏟아내는 유 대리의 한탄을 싫은 내색 없이 들어주는 일 주임.
 
에이 선배, 기분 푸세요. 부장님 저러는 거 한두 번 보나요? 예전에는 매일매일 시간대별 업무 보고서를 쓰라고 했다면서요. 일일이 토를 달면서 뭐라고 하고…. 그에 비하면 지금은 양반이죠. 선배한테만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대충 맞춰주면서 사는 게 편하죠, 뭐.”
 
일 주임은 유 대리의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아서 덩달아 좋은 기분으로 자리로 돌아왔다. 잠시 후 강 부장이 일 주임을 조용히 불렀다.
 
그래, 일 주임이 보기엔 내가 지금은 좀 양반이 된 것 같아? 그래도 사람 되려면 멀었다고 생각해? 회사 생활 편하게 하니까 좋아?”
 
헉! 저 말은 어떻게 들었지? 저 인간은 사람이야, 귀신이야?’
 
스토리 김연희 작가 samesamesam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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