븐 코비, 짐 콜린스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경영학자들은 전혀 다른 인물을 추천한다. 경영학자가 인정하는 대표적인 구루 가운데 한 명이 제임스 마치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다. 그는 학술 논문만 썼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학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진정한 고수다.
마치 교수는 경영학 전 분야에 응용되고 있는 중요한 개념을 만들었다. 바로 ‘이용(exploitation)’과 ‘탐색(exploration)’이다. ‘이용’은 기업이 기존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생산 효율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하는 것 같은 활동을 의미한다. ‘탐색’은 새로운 도전이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혁신적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뜻한다.
두 활동 모두 기업에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만 단점도 적지 않다. ‘이용’에 치중하는 기업은 단기적 성과를 높일 수 있다. 문제는 소비자 기호가 변하고 대체재도 출현할 수 있다는 것. 현재 자원을 ‘이용’하기만 하는 기업은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이처럼 환경이 급변할 때에는 ‘탐색’이 위력을 발휘한다.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 기업은 그만큼 적응도 잘한다. 그러나 ‘탐색’은 본질적으로 위험하다. 따라서 ‘탐색’ 활동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기업은 도산할 수도 있다. 마치 교수는 ‘이용’과 ‘탐색’ 활동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헬싱키공대 연구팀은 경영학 대가의 이런 통찰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전략경영 분야의 최고 저널인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최신호(2009년 30: 221∼231)에 실렸다.
연구팀은 279개 미국 대기업의 15년치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마치 교수의 통찰이 옳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용’이나 ‘탐색’ 가운데 하나의 비중이 너무 높은 기업보다는 두 활동을 균형적으로 수행한 기업이 훨씬 좋은 성과를 냈다. 최고 성과를 가져온 최적 비율은 ‘이용’을 10으로 가정했을 때 ‘탐색’이 7 정도 수준인 때였다. 또 음식료나 정유처럼 환경 변화가 심하지 않은 업종보다는 IT산업처럼 외부 환경이 급변하는 업종에서 ‘이용’과 ‘탐색’ 활동의 균형을 찾은 기업의 성과가 훨씬 높았다.
이 연구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탐색’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연구팀은 조사 대상 기업의 80%가 ‘탐색’ 활동 비율이 최적 수준 이하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탐색’ 활동이 지나치게 많아서 문제인 기업은 극소수였으며, 대부분은 안정만 추구했다는 얘기다.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많은 기업이 보수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자는 항상 미래를 내다보고 있어야 한다. 불과 1, 2년만 지나도 지금의 어려운 상황이 아득히 먼 과거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기업의 본질적 활동인 ‘이용’과 ‘탐색’의 공존과 균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