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털터리 반 고흐, 갑부 피카소

23호 (2008년 12월 Issue 2)

빈센트 반 고흐와 파블로 피카소는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은 각각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화풍을 가졌다. ‘별이 빛나는 밤’이나 ‘세 사람의 악사’를 생각해 보라. 두 예술가는 유명해졌으며, 그들의 작품은 수 억 달러에 팔렸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반 고흐가 빈털터리로 세상을 떠난 반면에 피카소는 7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부동산을 남겼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에모리 의대의 정신의학 및 행동과학 교수인 그레고리 번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반 고흐는 외톨이였던 반면에 카리스마를 지닌 피카소는 다양한 사회집단의 활동적인 멤버였기 때문이라는 것. 사회 네트워크 과학의 전문 용어로 표현하면 반 고흐는 독립적인 ‘노드(node)’여서 연결이 별로 없었다. 반면에 피카소는 다양한 사회적 계층으로 확장되는 광대한 네트워크에 포함된 ‘허브(hub)’였던 것이다.
 
번스는 새 저서인 ‘우상파괴자: 신경과학자가 알려 주는 다르게 생각하는 법’에서 두 예술가의 큰 차이를 논한다. 그에 따르면 반 고흐의 예술 세계와 세상 사이의 주요 연결점은 그의 형이었지만 이 연결은 그의 생활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킬 만큼의 돈을 벌어 주지 못했다. 반면에 피카소는 수많은 연결을 통해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피카소의 광범위한 사회 네트워크는 예술가, 작가, 정치가 등을 포함했다. 이는 몇 사람만 건너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이와 관련해 기업은 ‘어떻게 하면 재능 있는 외톨이들을 네트워크에 연결해 그들의 창조성을 이용할 것인가’하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당신이 거느리고 있는 혁신적인 천재들을 반 고흐가 아닌 피카소 같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번스는 또 다른 창의적인 천재였던 에드윈 하워드 암스트롱의 교훈도 제시한다. 암스트롱은 FM 라디오를 발명했다. 그러나 그는 생전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판매할 사회적인 네트워킹 기술이 부족했다. 그는 AT&T와 RCA,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와의 특허 분쟁 후 1954년에 자살했다. 암스트롱이 숨진 지 수년 뒤에야 FM 라디오가 고품질 음악방송 송출에 AM보다 기술적으로 우월한 대안임을 인정받아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
 
사회적 네트워킹 이슈는 오늘날의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환경에서 더욱 중요하다. 이런 환경에서 외부 원천으로부터 아이디어와 기술을 찾아 이를 상업화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더욱 늘고 있다. 또 기업이 상업화할 계획이 없던 내부 혁신까지 판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실제로 IBM, P&G, 모토로라와 같은 포천 500대 기업들이 지적 자산의 상업적 거래를 위한 오픈마켓에 참여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지적 자산 전략 전문가인 데이비드 클라인은 2003년 봄 MIT슬론 매니지먼트 리뷰에 기고한 아티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을 공유하는 방법’에서 특허 라이선싱 산업이 연 매출 1000억 달러에 이르는 고성장 산업이 됐다고 주장했다. IBM 한 회사가 기술 라이선싱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2000년에만 17억 달러였다. 클라인은 “이런 매출의 98%가 수익이며, 이는 2000년 IBM 연간 순이익의 약 20%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기술 라이선싱의 효과는 직접적인 금전적 이익보다 더 광범위하다. 적절한 기업과의 효과적인 네트워킹을 포함한 전략적인 라이선싱은 초기 단계의 미성숙한 독점 기술을 산업 표준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발명가인 암스트롱이 탁월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상업화에 실패한 FM 기술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 준다. 확실히 IBM 같은 기업은 그들의 기술적 혁신을 외부 세상에 보여 주기 위한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조직에서 이런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클라인은 많은 기업이 수백만 달러의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는 미사용 특허를 깔고 앉아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실제로 이런 주제의 책을 공동 저술하기도 했다. 책의 제목은 ‘다락방의 렘브란트: 특허의 숨겨진 가치를 찾는 법’(하버드대 경영대학 출판국, 1999)이다. 이 책은 개방형 혁신의 새로운 세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모든 조직에 강력하고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그러나 되짚어 생각하면 클라인의 저서에 더 적절한 제목은 ‘다락방의 반 고흐(Van Gogh in the Attic)’가 아니었을까.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가을호의 ‘Why Picasso Outearned van Gogh’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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