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크리스텐센, 스티븐 카우프만, 윌리 샤이
우리는 성과가 좋은 회사의 많은 관리자들이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데도 불구하고 왜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는지 이유를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 우리는 앞서 출간한 책과 글에서 여러 범인들을 찾아냈었다. 여기에는 회사에 크게 기여한 고객들에게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것(그럼으로써 요구를 별로 하지 않는 고객들에게 리스크를 안기는 것)과 고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등이 포함된다. 이번에 우리는 ‘세 가지 재무 분석 도구의 잘못된 활용’에 대해 혁신의 성공을 저해하는 공범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싶다. 우리는 이 혐의자들의 유죄를 강력히 주장한다.
●현금흐름할인(discounted cash flow, DCF)과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 NPV) 방식으로 투자기회를 평가하는 것은 관리자들이 혁신투자를 동반한 사업의 실제 수입과 편익을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미래 투자를 평가할 때 고정비용과 매몰비용(sunk cost)을 감안하는 방식은 도전자들에게 불공평한 편익을 주고 (도전자의) 공격에 대한 대응을 시도하는 중견 기업들에게 족쇄를 채운다.
●주당 순이익(earnings per share, EPS)을 주가와 주주 가치 창조의 주된 동인으로 강조하면서 다른 지표들을 배제하면 장기적으로 수익을 가져다주는 투자에 자원 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서둘러 덧붙이자면, 이것들이 나쁜 도구나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투자를 평가할 때 이 도구들은 혁신을 저해하는 편견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미래 가치에 대해 훨씬 날카로운 눈을 갖고 혁신을 지원하는 다른 대안을 추천하고자 한다. 우리는 전문지식이 깊은 다른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고무를 받아 잘못 쓰인 재무분석 도구가 어떻게 혁신 역량을 파괴하는지를 조사 분석해 보기를 바란다.
DCF …NPV …잘못쓰면 독
오도되고 오용되는 재무분석 도구 중 첫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혁신적 아이디어의 순현재가치를 계산하는 현금흐름할인법(DCF)이다.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기본 가정이 깔려있다. 합리적인 투자자의 경우 오늘 1달러를 갖는 것이나 지금부터 몇 년 뒤에 1달러에 추가적인 이자나 수익을 보태서 돈을 받는 것을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가정이다. 이런 운영 원리 하에서는 미래의 어느 해에 받는 돈을 (1 + r)n으로 나누어 투자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완벽하게 타당하다.(여기서 r 는 할인율 -원금을 투자하여 얻는 연간 수익률- 이고 n 은 그 투자로 그 수익을 얻는 햇수다.)
이런 할인 계산법에 논리적 결함이 없을지라도, 재무 분석가들은 보통 ‘반 혁신적 편견(anti-innovation bias)’을 만들어내는 두 가지 잘못을 저지른다. 첫째 잘못은 혁신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회사의 현재 건강상태가 미래에도 무한정 지속되리라고 믿는 것이다. 박스기사 ‘DCF의 덫(The DCF Trap)’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가치를 계산할 때 많은 기업들은 투자를 독립적인 것으로 여기고 혁신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를 투자하지 않았을 때의 현금흐름과 비교한다. 그러나 경쟁자가 와해성 혁신을 유발하는 투자를 지속할 경우 해당 기업은 가격 하락 압박, 기술 변화, 시장점유율 상실, 매출 쇠퇴, 주가 하락을 경험하게 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에일린 러든(Eileen Rudden)이 지적했듯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시나리오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현금흐름 전망은 ‘현상 유지’가 아니라 ‘실적의 비선형적인 (급격한) 하락’이다.
어떤 투자 프로젝트가 현재보다 우리를 더 나아지게 할지 여부를 측정해서 미래 가치를 계산해 이를 다시 현재가치로 평가하는 것은 대단히 마음이 끌리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객관적인 사정이 악화될 경우에는 특정 프로젝트에 투자를 한 후 현재보다 우리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만약 이 특정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사정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혁신투자에 따른 현금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투자를 하지 않았을 때 회사의 재정상태가 어느 정도나 악화될지 예측하기는 훨씬 더 어렵다. 그러나 이 분석은 반드시 해야만 한다. 훌륭한 경제학자들은 “당신은 어떤가?(How are you?)”라는 물음에 답을 주기 위해 공부를 했다는 점을 기억하라. 이 질문은 “무엇에 비해 상대적으로?(Relative to what?)”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물음이다.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가장 현실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와 비교해서 혁신의 가치를 추정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미래 경쟁력이나 재정 상태가 악화되는 것일 수도 있다.
두 번째 잘못은 추정 자체의 오류와 관련된 것이다. 미래의 현금흐름, 특히 와해성 혁신을 유발하는 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현금흐름은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먼 미래’의 수치들은 완전한 어림짐작일 수 있다. 알 수 없는 것들에 대처하기 위해 분석가들은 흔히 3년에서 5년 동안의 연도별 수치 흐름을 추정한 다음 불쑥 잔여 가치(termiral value·예측기간 이후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를 계산해 이후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물론 먼 미래의 연도별 추정치가 잔여 가치처럼 너무나도 부정확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잔여 가치를 산출하기 위해 분석가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추정을 한 마지막 해에 발생하는 현금을 (r - g) -할인율(r)에서 현재부터의 현금흐름의 추정증가율(g)을 뺀 수치- 로 나눈다. 그런 다음에 그 단순한 수치를 다시 현재 가치로 할인한다. 우리의 경험에 비춰보면 대개의 경우 맨 마지막에 추정된 가치가 어떤 프로젝트의 총 NPV의 절반 이상을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