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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주주 환원’보다 중요한 건 ‘장기 생존’

신현한 | 426호 (2025년 10월 Issue 1)

최근 한국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와 사모펀드, 소액주주 운동의 결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을 ‘사내 유보금’이라 비판하며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비핵심 자산 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당한 목소리처럼 들리지만 지나치게 단기 성과에 집중할 경우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산업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이런 흐름을 이미 겪었다. 당시 GE, GM, US스틸, 인터내셔널 하베스터 같은 미국 제조업의 대표 기업들은 점점 금융시장의 압력에 굴복하게 됐다. 행동주의 펀드와 기관투자가들은 주가를 높이라는 요구를 쏟아냈고 전문경영인들은 성과급과 재계약에 따라 움직이며 공장보다는 배당, 연구개발보다는 자산 매각에 집중했다. 미국의 간판 전자기업이었던 RCA와 제니스(Zenith)는 기술 경쟁력을 잃고 외국 자본에 매각됐으며 미국 내 생산기지는 점차 사라졌다. 캐터필러는 경쟁력 있는 사업부를 분할 매각하며 몸집을 줄였고, 웨스팅하우스는 원자력과 전력 시스템이라는 미래 핵심 기술을 포기한 채 방송사업으로 전환하다 결국 해체됐다. 1980년대 후반 이후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피츠버그 같은 도시는 실업과 도시 공동화로 몰락했고 이 지역은 ‘러스트 벨트(Rust Belt)’로 불리며 쇠락의 상징이 됐다.

기업이 현금을 쌓아두고 자사주를 보유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불확실한 글로벌 공급망, 고금리와 고환율, 미중 기술 패권 경쟁, 탄소중립 규제 등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은 언제든 투자할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공장 하나를 짓고 인재를 확보하며 신사업을 키우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환원만을 앞세우는 것은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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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현한

    신현한hhanshin@gmail.com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석사(MBA, 재무 분야) 및 경영학박사(재무 분야) 학위를 받았다. 미국 오리건대 조교수,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주립대 부교수, 뉴욕주립대 조교수를 거쳐 2002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에서 재무관리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성과평가위원, 국민연금 실무평가위원, 한국자산관리공사 국유채권관리위원,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저서로는 『미국 제조업은 왜 망했나』 『파이낸셜 스토리텔링』 『9일 동안 배우는 기업 가치평가』 『Value UP』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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