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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

“불면증 시달리며 잠의 소중함 깨달아
숙면 온도 조절 AI 기술로 시장 진화”

이규열 | 398호 (2024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생산성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포지셔닝과 D2C 방식을 앞세워 매트리스를 판매하는 스타트업 ‘삼분의일’은 경쟁의 심화와 유통 플랫폼의 확대로 슬립 테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수면 측정을 넘어 온도 조절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을 적용한 ‘슬립큐브’는 하루를 압축적으로 살고자 하는 바이오해커와 체온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갱년기 여성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수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면 장애의 징후가 발견될 경우 파트너십을 맺은 병원에 연계하거나 양압기 등 기기를 렌털해주는 등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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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우리 귓가를 윙윙 맴돌며 거슬리게 하는 모기 외에 우리 잠을 방해하는 또 다른 불청객이 있다. 바로 열대야다.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쉽사리 잠을 청하지 못해 다음 날을 망친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매 순간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리더라면 여름철 열대야로 인한 수면 부족은 더더욱 치명적이다.

여름이 아니어도 높은 체온 때문에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다. 체온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하는 갱년기 인구다. 매일 밤 잠드는 게 어려운 이들은 정상적인 일상을 영위하기 어려워 하며 엄청난 고통을 호소한다.

이처럼 수면은 우리의 생산성뿐만 아니라 일상 전반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슬립 테크 기업 ‘삼분의일’을 창업한 전주훈 대표 또한 과로에 시달리며 제대로 잘 수 없는 괴로움을 겪다가 직접 수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분의일은 D2C(Direct to Consumer, 소비자직접판매)1 방식으로 선보인 매트리스를 통해 제품 출시 1년 만에 1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소수의 대기업이 꽉 잡고 있던 매트리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2023년에는 사용자의 수면을 측정하고 숙면을 위한 최적의 온도를 조절해주는 AI를 탑재한 ‘슬립큐브’를 선보였다. 생체리듬(circadian rhythm)을 기반으로 적정 온도를 맞춰주는 방식인데 실제 수면에 드는 시간을 20%, 깊은 수면 중 깨는 횟수를 40% 줄여준다. 숙면을 통한 양질의 의사결정에 관심이 많은 비즈니스 리더와 잠 못 이루는 갱년기 인구가 슬립큐브의 핵심 고객이다.

전 대표는 “전 세계에서 D2C를 앞세운 매트리스 기업의 혁신 사례가 보고됐지만 치열한 경쟁과 플랫폼의 확대로 D2C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며 “어떤 플랫폼에서도 고객의 수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측정을 넘어 실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이 슬립 테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DBR이 전 대표에게 스타트업이 데이터를 통해 플랫폼에 대응하고 슬립테크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수면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수면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연쇄 창업 이후 얻은 불면증 때문이었다.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2009년 입사한 종합상사에서 육류 수출입 업무를 담당하면서 “사업하면 잘하겠다”는 협력사 사장님들의 말을 수차례 들었다. 이후 육류 업체들도 많이 알게 됐고 진지하게 창업을 고민하다 2011년 처음 식당을 창업했다. 장사가 잘되자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였는데 실패했다. 2014년에는 가사 도우미 중개 플랫폼 ‘홈클’을 창업했다. 청소 도우미를 연결해주는 사업이었는데 수요는 많았지만 도우미 공급에 차질을 겪었다. 매출보다 도우미를 모집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구조였으니 지속가능한 사업이 아니었다. 결국 사업을 접으며 빚을 떠안게 됐고 이때 처음 불면증에 시달리게 됐다.

이후 컨설턴트로 활동했는데 프로젝트가 몰리면서 반년 가까이 거의 잠을 못 자고 일만 했다. 이때 처음으로 ‘사람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수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슬립 테크 솔루션에 앞서 매트리스 기업으로 이름을 알렸는데.

수면 시장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는데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매트리스 시장에서 신흥 주자들이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제시하고 있었다. 국내 매트리스 제조 판매 기업 ‘지누스’는 2014년 아마존에 진출해 아마존 매트리스 시장에서 30%가량의 점유율로 1위 업체에 올라섰다. 이를 통해 ‘아마존 매트리스’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다. 같은 해 미국 매트리스 기업 ‘캐스퍼’가 창업했다. 캐스퍼는 D2C의 모범 사례로 꼽히며 2019년 유니콘 기업으로 우뚝 섰다.

슬립 테크에 뛰어든 창업가들과도 네트워크를 쌓게 됐다. 당시 수면 데이터 측정과 센서 기발 기술 기업 ‘바이텔스’를 운영하고 있었고 지금은 삼분의일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박찬용 CRO(Chief Research Officer, 최고연구개발책임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면 시장의 미래가 슬립 테크에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2

다만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매트리스가 먼저일까, 슬립 테크 솔루션이 먼저일까. 매트리스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이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었기에 한국에서도 기존 시장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제품 기반 창업이 기술 창업보다 빠르게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무엇보다 매트리스는 사람들이 잠을 청할 때 온몸이 닿는 제품인 만큼 센서를 기반으로 하는 슬립 테크 솔루션에서 일종의 인프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2017년 ‘하루 삼분의 일, 완벽한 수면 시간을 제공한다’는 미션을 갖고 삼분의일을 창업했다.


매트리스 시장에서 어떻게 차별화를 꾀했나.

매트리스를 판다고 했을 때 정말로 주변의 모든 똑똑한 사람들이 “미쳤다” “절대 안 된다”고 만류했다.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소수의 대기업이 주축인 한국 매트리스 시장에 스타트업이 낄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주변 모두가 반대하니 오히려 확신이 섰다. 분명 누구도 보려 하지 않은 빈틈이 있을 것 같았다.

첫 번째 빈틈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던 나 자신의 경험에서 찾을 수 있었다. 기존 매트리스 시장에는 주로 혼수, 입주 등 주거에 초점을 맞춘 포근하고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브랜딩이 일반적이었다. 삼분의일이 설정한 페르소나는 판교의 30대 후반 남성 엔지니어였다. 이들은 말도 안 되는 가격의 키보드, 의자 등을 구매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직접 이들을 인터뷰해 보니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고가의 제품에라도 투자하고자 하는 의향이 강했다.

이에 생산성에 초점을 맞춘 수면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설정하고 브랜딩에 나섰다. 예컨대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강남의 공유 오피스에 일종의 쇼룸을 설치했다. 4인실의 작은 업무 공간에 매트리스를 넣고 낮잠이 필요한 사람들이 예약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 빈틈은 제품 유형에서 발견했다. 국내 대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은 주로 스프링 매트리스였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스프링 매트리스 특유의 꺼짐 현상을 보완하며 충격 흡수가 뛰어나고 몸의 균형을 효과적으로 잡아주는 메모리폼 매트리스가 확산되고 있었다. 국내에 마땅한 메모리폼 매트리스 회사가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 메모리폼을 주력으로 내세웠고 온돌 문화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단단한 매트리스를 함께 개발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비교적 일찍이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선보인 덕택인지 2022년 메모리폼 매트리스의 주재료인 폴리우레탄 원료 생산 분야의 글로벌 1위 기업 다우케미칼과 메모리폼 제품을 공동 개발했다. 다우케미칼이 삼분의일의 인터넷 광고를 보고 혁신 파트너로 삼분의일을 선택했다고 한다. 다우케미칼이 생산하는 폴리우레탄 메로리폼 소재를 독점적으로 공급받았으며 제품 개발이 완료돼 현재 판매되고 있다. 경도와 밀도를 정밀하게 조정해 몸에 압력이 전달되는 지점인 압점을 최대한 제거했다.

세 번째 빈틈은 유통 구조에 있었다. 당시에는 백화점, 가구단지 또는 브랜드의 쇼룸을 방문해 매트리스를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또한 매트리스 브랜드들은 매스미디어를 통한 브랜딩에 주력했다. 매트리스 하면 즉각 떠오르는 광고 카피, CM송들이 있지 않은가. 이러한 모델은 스타트업이 절대로 따라 할 수 없다. 입점 수수료, 임대료, 광고 비용 등에 막대한 예산을 쏟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삼분의일은 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D2C 모델을 따랐다. 당시는 페이스북이 SNS를 주도했던 시대였다. SNS를 통해 고객에게 직접 광고를 노출시키며 고객이 해당 광고를 몇 번 봤는지, 제품이 언제 필요한지, 왜 필요한지, 함께 고려한 브랜드가 무엇인지 등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었다. 온라인에서 확보한 잠재 고객이 오프라인 체험관을 예약하면 미리 얻은 고객 정보에 부합하는 세그먼트의 제품을 추천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광고 효율이 매우 좋았다. 제품 정가의 4~14%의 광고비로 고객을 체험관으로 유도했는데 한때 75%의 구매 전환율을 보였다. 평당 매출로만 따지만 스타벅스 이상인 셈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O2O(Online to Offline) 전략을 성공적으로 견인한 것이다.

대기업처럼 전국 곳곳에 체험관을 둘 수는 없었지만 오프라인 고객을 중심으로 홈페이지에 1000개가량의 리뷰가 쌓이자 온라인을 통한 판매도 탄력을 받았다. 7t짜리 기기가 매트리스를 눌러 높이 1m, 가로와 세로 45㎝ 박스에 압축 포장해 매트리스를 직접 배송하는 다른 기업과는 달리 택배로 배송할 수 있게 했다. 물류비는 10분의 1가량이 절감됐고 고객들 또한 배송 기사와의 일정을 조율할 필요 없이 하루 이틀 내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었다.

이처럼 D2C 모델로 승부수를 띄운 덕분에 높은 광고 효율과 저렴한 물류비를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원래 의도한 생산성을 강조하는 고급화 브랜딩과는 달리 ‘가성비 매트리스’로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사실 삼분의일보다 저렴한 가격의 매트리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기성 매트리스 브랜드에 비해서는 가격적인 이점이 있다고 인식하는 듯하다. 하루 중 3분의 1, 8시간의 수면을 뜻하는 회사 이름도 기존 매트리스 가격의 3분의 1이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원래 취지와는 다르지만 긍정적인 고객들의 반응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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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없는 시장에 진출한 만큼 초기에 어려움도 컸을 것 같다.

OEM 공장을 뚫는 데 애를 먹었다. 업계에서 제조를 잘한다고 알려진 공장은 대부분 대기업의 1차 벤더들이다. 이미 공장 내에서 소화해야 할 물량이 있기에 수익성이 불투명한 초기 업체를 받아 줄 이유가 없다. 공장 측에서는 생산 조건으로 대량의 MOQ(Minimal Order Quantity, 최소주문수량)를 요구했다. 첫발을 떼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MOQ를 설정하는 위험부담을 떠안을 수 없었다.

돌파구는 설비 투자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매트리스 압축 설비를 둔 공장이 없었다. 해외에서는 매트리스의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며 택배 배송을 하는 업체가 늘어나 많은 공장에서 갖추고 있던 설비였다. 이 설비를 설치해주는 대신 MOQ 없이 제품을 공급받는 조건으로 거래를 틀 수 있었다.

약 4억 원을 투자해야 하는 조건이라 정말로 고민이 많았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막대한 거금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니 정말 이것이 시장을 돌파할 수 있는 핵심일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당시에는 VC로부터 투자도 받기 전이라 부담은 더욱 막중했다. 결국 ‘지르자’라는 마음으로 개인 대출을 받아 설비를 들였다. 초기에는 삼분의일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이후 다른 브랜드에서도 사용하게 될 경우 공장에서 매입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MOQ를 맺을 수도 있었겠지만 설비를 들인 것은 D2C 모델 실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전략적 투자였다. 실제로 압축된 매트리스가 부풀어 오르는 영상이 SNS에서 바이럴이 되며 온라인에서 삼분의일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었다. 아울러 대기업과 협력하는 공장과 거래를 맺은 덕분에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최고 품질의 소재 또한 우리 제품에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D2C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 같지 않는 듯하다.

처음 제품을 선보인 2017년 7월 이후 1년 만에 매출 100억 원을 기록하고 이후 4년 만에 누적 매출액 400억 원을 달성했다. 직접 매출이 일어나니 팬데믹 이후 스타트업 시장에 한파가 몰아쳤을 때도 버틸 힘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D2C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D2C의 장점이자 단점은 낮은 진입장벽이다. 자체 온라인 채널에서의 판매를 주력으로 하기에 기존 유통 채널에 입점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OEM이 보편화되면서 자체 생산 라인을 갖출 필요도 없게 됐다. 그러다 보니 어떤 제품이 잘 팔린다 하면 경쟁자들이 우후죽순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분의일이 들여온 매트리스 압축 설비 또한 결국 공장에서 매입해갔다. 비용을 회수한 셈이니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압축 매트리스로 배송하는 업체가 늘어나 삼분의일 입장에서는 ‘엣지’ 포인트 하나를 잃는 셈이다. 물론 해외에서는 이전부터 널리 사용된 방식인 만큼 어느 정도 정해진 수순이었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이미 많이 몰려 있는 기존 유통 채널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모델이기에 자체적으로 트래픽을 일으켜야 하는 것은 D2C의 숙명이다. 그렇기에 SNS 마케팅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구매 주기가 짧은 제품이라면 마케팅을 통해 확보한 고객의 재구매를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구매 주기가 매우 긴 매트리스의 경우 매 순간 새로운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해야 하는 셈이다.

원체 마케팅에 많이 투자해야 하는데 경쟁자까지 늘어났으니 SNS나 자사 몰을 통한 광고 효율이 이전과 같지 않다. 창업 초기에 비해 5배가량 좋지 않은 상황이다. 온라인 광고 집행 단가가 올라간 것도 부담감을 가중시켰다.

비단 삼분의일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캐스퍼 역시 성공 신화가 알려진 이후 200여 개 유사 브랜드가 시장에 난입했고, 캐스퍼가 공개한 IPO 자료에 따르면 매트리스 하나가 팔릴 때마다 349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게 캐스퍼는 창업 6년 만인 2020년 상장에 성공했으나 1년 만에 상장폐지를 당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아울러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 막대한 트래픽이 쏠리게 된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요즘 들어서는 기존 유통 채널에서 독특한 포지셔닝을 잡는 게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삼분의일도 다른 유통 채널로 진출할 계획인가?

국내 대형 가전제품 전문점 입점을 준비하고 있다. 이 채널이 사람들의 웰니스를 돕는 제품군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삼분의일의 매트리스와 슬립 테크 솔루션 입점을 논의하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자사 몰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사 몰에 쌓인 고객 리뷰들 하나하나가 귀중한 자산이다. 자사 몰은 브랜딩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트래픽이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진출하는 게 유리하지 않나.

미국에서는 아마존을 통해 판매되는 매트리스 시장에도 경쟁이 과열됐다. 특히 아마존이 PB 브랜드인 아마존 베이직, 아마존 리벳 등을 통해서 매트리스를 직접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무엇보다 아마존을 통해 제품을 판매할 경우 확인할 수 있는 고객 데이터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보통은 아마존이 판매자 대신 아마존 물류망을 직접 이용해 제품을 저장, 포장, 배송, 고객 서비스 반품까지 처리해주는 FBA(Fulfillment by Amazon)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게 된다. 이 경우 물류 관리 부담이 적을뿐더러 아마존의 물류를 통해 빠르게 배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판매 과정을 아마존이 대행하는 만큼 판매자가 고객에 대해 알 수 있는 데이터는 극히 제한된다. 사실 고객 데이터를 충실히 얻기 어려운 것은 다른 매장에 입점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창업 초기부터 슬립 테크로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던 삼분의일에 기술의 기반이 되는 고객 데이터는 더더욱 필수적이다.


채널을 확장하는 가운데서도 고객 데이터를 얻는 게 핵심이겠다.

맞다. 그런데 사실 고객 데이터, 특히 슬립 테크에 꼭 필요한 수면 데이터를 측정하고 얻는 것 또한 슬립 테크의 한 영역이다. 본격적으로 슬립 테크 기업으로서 재도약을 꾀할 때가 온 것이다. 실제로 작년인 2023년 6월 삼분의일은 스마트 매트리스 ‘슬립큐브’를 공식 출시했다.


슬립큐브는 어떻게 개발됐나.

우선 글로벌 슬립 테크 기업들 중 500억 원 이상의 펀딩을 받은 회사들을 조사해서 살펴보니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 하나는 수면을 정교하게 측정해주는 ‘데이터형’ 슬립 테크 회사였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이 시장은 매력도가 떨어졌다. 삼성, 애플 등 굴지의 글로벌 테크 기업이 이미 스마트워치 등을 통해 시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울러 수면 측정 자체에 초점을 맞춘 제품은 사용자 입장에서도 한계가 분명했다. 수면이 고민인데 측정 이후의 단계가 없기 때문이다. 수면을 측정하기 위해 착용한 기기 자체가 수면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솔루션형’ 슬립 테크 기업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삼분의일 또한 무조건 이 시장을 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솔루션에도 두 가지 방향성이 있었다. 하나는 ‘신용재형’ 솔루션이었다. 말 그대로 솔루션의 효과를 신용해야 하는 제품과 서비스이다. 예컨대 믿을 만한 연구를 통해 개발됐다는 뇌파, 음파 등을 활용한 솔루션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경험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과학적으로는 검증됐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효과성에 대한 의문스러운 구석이 남기 마련이다.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한 비용이 든다.

삼분의일은 ‘경험재형’ 솔루션에 주목했다. 온도, 소리 등 말 그대로 사용자들이 솔루션 자체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솔루션으로 사용자 경험 자체로 고객에게 효과를 설득할 수 있다.

특히 온도에 집중하기로 했다. 솔루션을 통해 수면이 개선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의 수, 실제 수면 개선 효과를 함께 고민했을 때 다른 변수보다 온도가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험재로 포지셔닝했지만 학문적 근거도 충실히 살폈다. 실제로 온도, 빛 등에 영향을 받는 인간의 생체리듬에 따라 온도를 조절할 경우 숙면에 취한다는 사실이 수차례의 임상 연구 결과를 통해 일관적으로 증명됐다. 네덜란드 연구진에 따르면 수면 환경 온도를 조절할 경우 잠에 드는 시간은 20% 줄어들고 깊은 잠의 비율은 15% 증가했다. 아울러 온도 조절을 솔루션으로 삼을 경우 여름철에 사용할 때 더 더위를 느낀다는 메모리폼 매트리스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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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매트리스에 수면을 측정하는 센서를 달고 온도 조절 장치를 넣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어떤 채널에서 판매해도 매트리스 자체에 센서가 깔려 있다면 수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온도 조절을 통한 솔루션이 있다면 다른 수면 측정 기기 대신 삼분의일의 스마트 매트리스를 구입할 유인이 생긴다고 봤다.

2020년부터 차차 온도 조절 기능을 갖춘 매트리스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다음 해 6월에는 양산 준비를 마쳤다. 이후 2023년 1월 수면 데이터 기술 회사 바이텔스를 인수하면서 수면 측정 센서 기술을 갖추게 됐고, 그해 6월 ‘슬립큐브’를 출시했다.


주로 어떤 고객들이 슬립큐브에 관심을 갖는가.

삼분의일이 처음 설정한 페르소나처럼 일상을 압축적으로 살고자 하는 ‘바이오 해킹(Bio Hacking)’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바이오 해킹은 마치 컴퓨터를 해킹하듯 자신의 몸을 면밀히 분석하고 변화를 주며, 더 높은 생산성이나 건강 등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조종하는 것이다. 이들은 운동이나 음식은 물론 수면에도 관심이 많다.

의외의 고객을 발견하기도 했다. 50~60대 갱년기 여성들의 주문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갱년기에 이르면 열이 확 오르는 등 체온을 조절하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이들이 잠에 들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고통 지수를 확인해보니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에 앱을 설치하거나 업데이트하기 어려워하는 고객들을 직접 응대하느라 고생하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 또한 더욱 직관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


슬립큐브는 어떻게 숙면을 돕는가?

사용자가 별도의 기기를 장착하거나 조작할 필요 없이 그냥 누우면 된다. 그러면 처음 14일 동안은 매트리스의 센서가 사용자의 호흡, 뒤척임, 체온, 방 온도 등을 정교하게 측정해 수면에 핵심적인 생체 데이터인 수면 단계와 수면 시간을 모니터링한다.

숙면을 돕는 온도 조절 솔루션은 기본적으로 원리는 생체 리듬에 따른다. 잠이 드는 과정에서는 체온보다 약 0.3도 몸을 시원하게 해주고, 잠에 들면 체온보다 1도 낮은 온도로 맞춰 깊은 잠에 빠지게 도와준다. 기상 전에는 온도를 0.5도 더 높여 개운하게 일어나게 해준다.

여기에 AI가 센서를 통해 측정한 사용자의 수면 데이터를 학습해 개인화된 수면 알고리즘을 생성하고, 잠들고 일어나기까지 전 수면 과정에 걸쳐 최적의 수면 온도를 찾아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전용 앱에 수면 스케줄과 수면 경험에 대한 정성적 평가를 입력할 경우 더욱 정교한 분석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사용자의 수면 데이터를 통해 수면의 질을 정량화한 리포트 또한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체 조사 결과 슬립큐브 사용자들은 잠드는 시간이 20%, 깊은 수면 중 깨는 횟수가 40% 줄었다.


수면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이 더 있을 것 같다.

호흡을 기반으로 수면을 측정하기에 수면무호흡증 의심 여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폭넓은 가치사슬을 고민하고 있다. 예컨대 AI가 수면무호흡증의 징후를 발견하면 이를 사용자에게 알리고 삼분의일과 파트너십을 맺은 병원, 의사들과 연결해주는 식이다. 필요하다면 환자들이 호흡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양압기를 렌털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서비스에 동의한 고객을 대상으로 클로즈 베타를 진행하고 있으며 삼분의일의 호흡 데이터와 실제 수면무호흡증 데이터를 매핑하는 과정을 고도화하고 있다. 향후에는 수면과 관련이 깊은 대장암, 알츠하이머 등의 질병 또한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수면 데이터는 개인의 건강 정보이다.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우선 아직까지는 고객들이 수면 데이터에 대해 민감하게 여기는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슬립큐브의 경우 잠을 자지 못해 괴로워하는 고객들이 많이 찾기에 솔루션을 위해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크게 거부감을 갖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데이터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고 있으며 수집된 수면 데이터 또한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끔 코딩 과정을 거친다.


최근 새로운 버전의 슬립큐브를 선보였는데….

처음 선보인 제품은 매트리스와 센서, 온도 조절 기능이 일체화된 제품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직 매트리스를 바꿀 때가 되지 않은 고객들은 제품을 구매하기 망설였다. 가격이 높게 설정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에 더욱 많은 사람의 숙면을 도울 수 있도록 매트리스 커버 형태의 제품을 새로 개발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매트리스에 씌우기만 하면 온도 관리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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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매트리스라도 전기매트나 온수매트 등을 깔게 되면 매트리스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매트리스를 만드는 회사인 만큼 매트리스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메모리폼에 쓰이는 소재를 넣었다. 기존에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매트리스를 사용했다면 오히려 이번 슬립큐브 제품을 깔았을 때 더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고객들을 인터뷰하다 보니 수면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이 수면의 시작과 끝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끄러운 소리에 표정이 일그러지며 불쾌한 기분으로 잠에서 깬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기상 방법은 잔잔한 움직임을 주는 것이다. 신제품에는 기상 시간에 몸을 살살 흔들어깨워주는 기능이 추가됐는데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슬립큐브를 찾는 기업 고객도 있나.

얼마 전 대표적인 e스포츠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LOL) 팀과 미팅을 가졌다. 회장이 미국인인데 팀원들의 웰니스(wellness)가 경기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 일찍이 웰니스에 관심을 가진 해외 국가의 프로스포츠 구단에서는 선수들의 수면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매일 선수들이 자신의 수면 패턴을 기록하고 정해진 시간에 취침하거나 기상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거나 연봉 계약에 타격을 입기도 한다.

LOL 팀이 핵심적으로 고려한 것은 해외에서도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국내에서 슬립큐브를 통해 양질의 수면 패턴을 만들었는데 막상 경기가 있는 해외에서 슬립큐브를 이용할 수 없으면 오히려 잠을 청하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했다. 실제로 NFL(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의 구단은 호텔과 계약을 맺어 온도 조절 및 수면 측정이 가능한 침대를 준비한다고 한다. 다행히 커버 형식의 제품이 개발된 상태라 이동 케이스 제작을 고려하고 있다.


수면을 주제로 한 커뮤니티도 있다고 들었다.

삼분의일이 설정한 핵심 페르소나의 인물들을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변에 바이오 해킹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이들을 우선 인터뷰하고 이후 인터뷰 대상을 추천받았다. 고학력, 고소득의 기업 대표, 변호사, 대기업 임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후에는 인터뷰이들과 수면에 대한 통찰을 나누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최고의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일상의 모든 순간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인풋 대비 아웃풋이 명확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고 좋은 결과가 담보되지 않는다. 중요한 순간의 결정적인 의사결정 한번이 막대한 성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들에게 수면은 양질의 의사결정을 위한 토대인데 막상 편하게 잠드는 일에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한 인터뷰이는 “돈을 얻는 대신 잠을 뺏겼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의사결정에 대한 부담감으로 쉽사리 잠에 청하기 어렵다고 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수면에 대한 중요성을 더더욱 깨달았다. 동시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찾았다. 고객들의 하루 3분의 1의 수면을 도와 나머지 3분의 2의 순간에 최고의 의사결정과 생산성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동시에 어떤 고객들이 슬립 테크에 관심을 보이는지를 확인하며 슬립 테크 시장에 더 큰 확신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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