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취객선비 3인방 변색 잔 세트, 케이스티파이 국립중앙박물관 컬렉션…. 언제부턴가 국립박물관 굿즈가 품절 대란과 오픈런을 일으킬 정도로 ‘세상 힙한’ 상품이 됐다. 국립박물관 상품 ‘뮷즈’가 힙트래디션의 대표 주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MZ세대의 취향 소비를 제대로 저격했기 때문이다. 뮷즈는 천년 유물을 현대적 감각으로 디자인했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과 높은 품질까지 갖췄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유산의 가치 또한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실력 있는 작가, 공방, 브랜드와의 협업에 적극적인 점도 뮷즈의 주요한 성공 요인이다.
2분 만에 솔드 아웃된 ‘김홍도 술잔’
조선 선비가 그려진 술잔에 차가운 물을 따르자 선비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불그레한 얼굴을 하고 꾸벅꾸벅 졸거나 행랑아범의 부축을 받으며 비틀거리는 모습이 요즘 술자리 풍경과 다르지 않아 웃음이 난다. 국립박물관 상품 ‘뮷즈(MU:DS)’ 중 최근 가장 인기를 누리고 있는 ‘취객선비 3인방 변색 잔 세트’다. 이 상품은 평양 대동강 변에서 열린 잔치를 그린 김홍도의 ‘평안감사향연도’ 속 취객 선비를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선비의 얼굴에 온도에 반응하는 시온 안료를 발라 18도 이하의 찬 음료를 따르면 변색된다.
이 재미난 술잔에 2030세대가 열광하고 있다. 2023년 12월 출시해 한 달 만에 1100세트 넘게 팔렸다. 이후에도 상품이 입고되자마자 품절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매달 첫 번째 월요일에 온라인 예약 판매를 하는데 지난 6월부터 판매 수량을 2000개에서 5000개로 늘렸음에도 2분 만에 완판됐다. 이 술잔을 구하러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오프라인 원정’을 나서는 사람들도 생기자 뮷즈의 인스타그램 계정11https://www. instagram.com/muds _museumgoods
닫기은 ‘대란템 구하기 눈치작전’을 포스팅했다. 박물관에 소량씩 입고되는 요일과 메인 상품관 말고 상설전시관 내 상품관에서는 소진 속도가 다소 늦다는 정보를 공개한 것이다. 단, 높은 수요를 감안해 구매 수량은 1인당 2세트로 제한했다.
MZ세대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는 ‘힙트래디션(hip+tradition)’이다. 이는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즐기는 현상을 가리키는 신조어로 전통시장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약과나 개성주악 같은 전통 과자를 디저트로 즐기는 것이 그 예다.
힙트래디션의 대표 주자를 꼽자면 단연 뮷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사장 정용석, 이하 재단)22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2004년 국립중앙박물관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으로 설립됐으며 2011년 국립박물관문화재단으로 재출범했다.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을 포함해 전국 16개 국립박물관 브랜드 가치 창출을 선도하는 문화서비스 전문 기관으로 역할하고 있다. 주요 사업으로는 공연예술사업(극장 용, 박물관문화향연), 박물관상품사업, 편의서비스사업, 전시운영/협력사업(특별전시), 출판사업 등이 있다.
닫기이 기획·생산 및 판매하는 뮷즈는 취객선비 변색 잔 외에도 고려청자 휴대전화 케이스, 자개소반 무선충전기,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금동대향로 미니어처, 롱롱타임플라워 등 우리 문화유산을 모티브로 한 상품을 연속 히트시키며 MZ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뮷즈의 2023년 매출을 분석한 결과 뮷즈 구매자는 20대 13%, 30대 49%, 40대 16%, 50대 12%로, 2030세대 비중이 62%에 달한다. SNS에는 반가사유상 토우를 책장에 올려 둔 사진이나 취객선비 잔에 술을 따르는 영상 등 뮷즈 상품 구매를 인증하는 콘텐츠가 왕성하게 올라온다. 국내의 그 어떤 박물관, 미술관 상품도 일으킨 적 없는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