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압사 등 대한민국에 재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재난은 그 충격으로 주목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들추어내기도 한다. 무고한 희생이 있었다면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연구해야 한다. 재난은 충분히 대응해도 그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한 ‘준비의 역설’에 빠지지 말고 재난 예방에 힘쓰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큰 피해가 있을지를 따져봐야 한다. 조직의 리더들은 사고 지휘 체계(ICS)를 익히고 보안 담당자들과 수시로 직접 소통해야 한다.
7월 15일 충청 지역에 어마어마한 폭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천교의 제방이 무너졌다. 인근 지하도에 급격히 물이 들어찼다. 지나던 차들은 빠져나갈 새도 없이 물과 함께 어둠 속에 갇혔다. 7월 18일 기준 14명이 사망했고, 9명이 다쳤으며, 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3년 전인 2020년 충북도는 행정안전부에 이 지하차도는 침수 위험이 없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오송 지하도 침수 사건이 발생하기 약 1달 반 전인 5월 31일에는 새벽부터 경계경보가 울려 서울 시민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이유와 대처 방법이 빠진 경계경보는 실효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고,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의 엇갈린 재난 문자는 혼란을 가중했다. 작년 10월 발생한 이태원 사고의 여파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여전히 재난 대응에 속수무책인 모습들이다.
재난이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발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자연재해만이 아니라 전염병, 테러, 사이버 공격도 시기를 모를 뿐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재난은 절대 잠들지 않는다. 그런데 재난이 닥쳤을 때 우리는 왜 여전히 대응에 서툴고 더듬거리는 걸까.
하버드케네디스쿨의 줄리엣 카이엠 교수는 “위기 자체는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대신 “피해를 최소화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차관보를 지냈고 매사추세츠 주지사 국토안보보좌관, 법무부 장관 법률 고문 등을 역임하는 등 미국 국가 안보, 재난 대응, 위험 관리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최근에는 신간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를 출간하며 재난 대응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했다. 카이엠 교수로부터 상시화된 재난에 개인, 기업,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들었다.
류종기esilience@korea.ac.kr
EY한영 상무
필자는 기업 리스크와 리질리언스, 지속가능 경영 분야에서 24년간 컨설팅을 했다. IBM 리질리언스 서비스 리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기업리스크자문본부 디렉터를 역임하고,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겸임교수로 기후재난, 탄소중립, ESG를 연구, 강의했다. 현재 EY한영에서 지속가능금융(ESG)과 리스크 관리, 책무구조도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으며 서강대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에서 겸임교수로 전략적 ESG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