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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으로 다시 읽는 역사

“이 나라는 내 것”… 국민 배신의 세월

최중경 | 370호 (2023년 0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역사는 사건의 연속이다. 서로 떨어진 수많은 사건을 하나로 묶어내는 맥락을 이해해야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분석할 수 있다. 임오군란에서 시작해 을사늑약으로 끝나는 일본의 조선 병탄 과정도 마찬가지다. 치밀한 계획과 실행의 연속이다. 톈진조약을 빌미로 청일전쟁을 일으켜 청나라의 조선 종주권을 지웠고, 서구 열강을 자신의 편으로 돌린 후 러일전쟁을 벌여 경쟁자인 러시아를 제쳤다. 반면 조선 왕실과 지배층은 실책을 거듭했다. 내부의 분란이 생길 때마다 자기 세력의 안위만 따져 청나라, 일본, 러시아를 차례로 끌어들였다. 국제 정세엔 어두웠고, 침탈의 빌미만 내줬다. 을사늑약은 마지막 요식행위였을 뿐 여기에 도장을 찍은 자들만 매국노가 아니다. 늑약으로 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간 조선의 지배층 모두에 나라를 잃은 책임이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억지 미화가 아닌 통렬한 반성의 대상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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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는 임오군란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는 청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나면서 조선에 대한 청나라의 종주권은 사라졌다. 일본은 청나라를 격파함으로써 동아시아의 맹주가 됐고 국제사회에 군사 강국으로 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청일전쟁 이후 조선은 사실상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아직 커다란 과제 하나가 남아 있었다. 한반도에 관심이 있는 러시아를 물리치는 것이었다. 러시아는 일본이 청일전쟁 배상금으로 요동반도를 할양받으려 하자 프랑스와 독일을 끌어들여 위협을 가하고 포기하게 만든 적(소위 3국 간섭)이 있었다. 일본으로선 조선을 온전히 차지하기 위해 러시아는 반드시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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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중경choijk1956@hanmail.net

    한미협회장

    최중경 한미협회장은 33년간 고위 관료와 외교관을 지냈고 동국대 석좌교수, 고려대 석좌교수, 미국 헤리티지재단 방문연구원, 한국공인회계사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미 협력을 증진하는 민간단체인 한미협회 회장과 자선단체 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NGO인 한국가이드스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저서로는 『청개구리 성공신화』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 『역사가 당신을 강하게 만든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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