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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일카 니에멜라 알토대 총장 & 티모 코르케마키 알토대 경영대 학장

“기술과 예술도 알아야 경영하는 시대
지속가능성이 경영 활동의 중심 돼야”

이규열 | 360호 (2023년 0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모든 게 동시다발적으로 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한 분야만 깊게 파는 전략은 더 이상 주효하지 않다. 경영은 물론 기술과 예술 및 디자인까지 이해해야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첨단 기술 기반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한편, 지속가능성은 특정 부서, 프로그램만에 의존해서 개선할 수 없다. 모든 경영 활동에서 지속가능성이 긴밀하게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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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게 아니다. 지속가능성은 모든 경영 활동에 긴밀하게 결부돼야 한다.”

핀란드 알토대(Aalto University)의 일카 니에멜라(Ilkka Niemelä) 총장은 지속가능성의 개선이 하나의 트렌드로 여겨지는 현상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알토대는 2010년 교육 융합과 혁신을 국정 목표로 삼은 핀란드 정부의 주도하에 2010년 헬싱키공과대, 헬싱키경제대, 헬싱키예술디자인대 등 핀란드의 명문대 3곳이 합쳐져 탄생했다. 이를 반영해 기술-경영-디자인 교육을 결합한 IDBM(International Design Business Management)은 알토대의 주요 과정 중 하나다. 2022년 환경성과지수(EPI) 3위 국가인 핀란드의 주요 대학답게 모든 프로그램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슈를 반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알토대는 2022년 세계대학랭킹시스템(WURI)이 발표한 ‘세계혁신대학 순위’ 7위에 올랐고, 2021년에는 세계대학학술순위(ARWU) 25위에 오른 바 있다. 한국에는 1995년부터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University)과 공동 운영하는 ‘알토대 Executive MBA(EMBA)’로도 알려졌다. 2021년 파이낸셜타임스 세계 100대 Executive MBA에도 선정됐으며 주말 수업만으로 3학기 만에 학위를 이수할 수 있어 직장인 사이에 인기다.

지난 10월, 니에멜라 총장은 알토대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과의 28년간의 협업을 기념해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 수여하는 명예경영학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DBR가 니에멜라 총장과 그와 함께 방한한 티모 코르케마키(Timo Korkeamäki) 경영대 학장을 만나 학문 간 융합을 통한 경영 혁신과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한 인사이트를 들었다. 니에멜라 총장은 2018년 N5T 의장, 헬싱키 메트로폴리탄 스마트 앤드 클린 재단 감독위원회 부회장, 2020년 핀란드 산업 EK연맹 위원을 역임했으며 2017년부터 알토대 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르케마키 학장은 재무 분야 석학으로 2000년부터 알토대 경영대 학장을 맡고 있다.

경영자들이 기술과 예술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카 니에멜라(일) 경영과 더불어 이 세 가지가 혁신을 이끄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경영대학원 관계자들과 최근 경영 환경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눌 때 손꼽히는 주제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인공지능(AI), 애널리틱스, 머신러닝 등 기술에 관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디자인적 사고와 창의성 등 디자인과 예술이 다루는 것들이다. 시장의 판을 뒤엎는 게임 체인저들을 교육하려는 알토대가 이런 흐름을 먼저 읽은 셈이다. 과거에는 기술이 압도적이든, 디자인이 수려하든 어떤 한 분야에만 정통해도 시장을 이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경영 환경은 경제, 사회, 심지어 자연까지 모든 게 동시다발적으로 빠르게 변한다. 소비자들의 요구 역시 까다로워지고 있다. 예쁘면서도 기능이 뛰어난 제품이나 서비스를 요구한다. 경영자들이 전략이나 재무에 대해서만 논의할 수 있다면 기업을 이끌 수 없다. 기술이 세상의 중심이 되고 있는 만큼 과학자, 기술자들과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소비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예술가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경영 활동에 대한 새로운 의사결정이 시장과 소비자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을지를 파악하는 디자인적 사고도 필수다.

티모 코르케마키(티) 학계에서도 사일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학문에서든 경영에서든 한 가지 좁은 분야에만 집중하는 전략은 15년 내에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창조는 다양성에서 꽃핀다. 다양성이 증대될수록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 모두가 향상된다. 알토대에서는 여러 분야의 전공생들이 모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예술학도, 경영학도, 공학도가 한 팀을 이루는데 첫 모임부터 충돌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각자가 가진 관점도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합의를 이루는 방법과 협업의 태도를 배운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 직장 생활에서도 꼭 필요한 소통 역량을 미리 학습하는 것이다.

혹자는 알토대가 그저 3개 학교를 물리적으로 합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실제 기업 현장에 적용되기도 한다. 알토대가 위치한 에스포 지역은 수도인 헬싱키의 위성도시로서 유럽의 실리콘밸리라고도 불린다. 알토대 캠퍼스 주변에는 1000개 이상의 첨단 기술 기업이 있고, 이들 중 매년 약 100개의 스타트업이 알토대의 활동을 통해 탄생한다. 이외에도 2500개 이상의 기업과 공동 연구 등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기업과는 어떤 협업을 하는지 사례로
설명해달라.

ABB와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ABB는 기기 및 설비 회사로 전력, 자동화기술, 로봇공학 등을 다루는 다국적 기업이다. ABB는 GE, 지멘스와 함께 세계 3대 엔지니어링 회사로 꼽히기도 한다. 알토대와 ABB의 협력은 130년 이상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매년 약 40여 개의 논문이 집필되고 10여 명의 석박사 졸업생들이 배출된다. 최근에는 ABB에서 해운 사업을 운영하는 ABB 마린 앤드 포트(ABB Marine & Ports)와 선박의 자율주행 솔루션, 연료 전지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 솔루션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항해를 지원한다. 선박의 전기화는 유럽에 닥친 에너지 위기와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요구에 부합한다. ABB의 선박용 전기 추진기 아지포드(Azipod®)는 지난 30년간 25개 선박에 700개가량 공급됐고, 이로써 약 100만 t 이상의 연료가 절감됐다. 알토대의 제품 개발 시설에서도 아지포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알토대 학생들이 ABB로 취직해 중역을 맡기도 한다. 기업은 선도적인 연구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고 학교는 현장에서 요구하는 연구 주제를 선점할 수 있다.

학문 간 융합 외에 알토대가 주목하고 있는
이슈는 무엇인가?

경영대에서는 꾸준히 지속가능성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30여 전부터 지속가능성을 연구해온 연구진이 있을 정도로 알토대가 지속가능성 분야의 선두 주자라고 자부한다. 지속가능성은 모든 사업과 관련된 문제다. 화학 기업과 함께 지속가능한 물질을 연구하기도 하고, 순환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연구를 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북유럽 국가들이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해주길 바라는 듯하다. 지속가능성을 갖추기 위해선 특정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일부 영역에 일시적으로 적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알토대 역시 지속가능성을 앞세운 일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모든 프로그램에 지속가능성을 통합하고 있다. 하나의 코스에서만 지속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공학 과정이든 디자인 과정이든 모든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논의하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알토대는 이 같은 설계를 통해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갖춘 지속가능성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기업이 비즈니스를 이끌어 가는 것도 다르지 않아야 한다. 많은 기업에서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이름을 붙인 하나의 팀이 그 기업의 모든 지속가능성 문제를 떠맡고 있다. 과연 경영 활동 전 범위에 걸쳐 도사리고 있는 위험들이 심층적으로 점검되고 있을지 의문스럽다. 자신이 맡은 사업과 업무를 가장 잘 아는 담당자들이 그 영역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ESG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난 2년간 대형 헤지펀드나 은행들이 ESG를 필두로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구와 인류가 마주한 여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지속가능성은 오래 전부터 연구되고 주장돼 왔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담론만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웠다. 결국 돈이 움직여야 기업도 움직인다. 지속가능성이 자금 조달과 결부되니 지난 2년간 기업들은 기업 내부는 물론 공급망에 얽힌 기업들의 지속가능성까지 신경쓰기 시작했다. ESG 덕에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빠른 속도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ESG에 대해서는 많은 기업이 그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보고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ESG는 기업에 부담스러운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지속가능성과 마찬가지로 ESG 역시 모든 경영 활동에 통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토대는 프로그램에 유엔이 발표한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반영한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지침이나 지표를 활용하길 권한다.

2023년,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끌어
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투자자들이 점차 장기적인 계획에 관심이 느는 듯하다. 특히 유럽에서는 전쟁, 에너지 부족 등 다양한 위기가 터지면서 시장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변화의 급물살 속에서도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지를 고민한다. 소비자들 역시 세상의 미래를 고민하며 소비한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급진적인 변화는 기회를 몰고 온다는 것이다. 에너지 위기가 국가 안보까지 위협하는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시장은 에너지와 관련한 획기적인 솔루션을 가진 기업들을 찾기 시작했다. 내년에도 에너지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이어지는 만큼 이들 기업이 빠르게 시장의 주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팬데믹 이후 지난 3년간 전 세계가 얻은 교훈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예상치 못한 위기에도 견고하게 사업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기후변화를 이야기하지 않는 산업은 없다. 기업으로서 계속 생존하고 싶다면 이 문제를 결코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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