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큰 규모의 조직에서는 사람들이 부정행위를 더 쉽게 용인하는 경향이 있으며, 은행 역시 부정행위에 취약한 조직으로 밝혀졌다. 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은 스스로를 비인격적인 인간이라 평가하며 더 큰 부정에 빠지기 쉽다. 여러 개의 자아가 통합되지 못하거나 심리적으로 고갈된 상태에도 비윤리적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직원들의 부정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선 안 된다. 회사는 개인의 윤리 의식 함양을 돕는 윤리적 실험실이 돼야 한다. 면접, 프로젝트 리뷰 등의 과정에 윤리 관련 질문을 포함하는 등 기업 문화 전반에 윤리를 통합해야 한다.
2022년 상반기 오스템임플란트, 우리은행 등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횡령 사건들이 연이어 보도되며 온 나라가 큰 충격에 빠졌다. 수억 원대 이상의 횡령 금액뿐만 아니라 회사가 이들의 범행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점도 사람들의 큰 공분을 샀다. 우리은행 횡령 사건의 경우, 한 직원이 약 8년 동안 상급자의 직인을 몰래 쓰거나 암호 기기를 도용하는 등 온갖 부정한 수법으로 8차례에 걸쳐 약 700억 원을 횡령했고, 심지어 1년 가까이 무단결근을 했지만 회사는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10년 넘게 그에게 같은 업무를 맡겼다.
이 사건을 조사한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고에 대해 은행의 내부 통제가 작동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지만 주원인으로는 ‘개인의 일탈’을 꼽았다. 개인이 마음먹고 저지르는 비윤리적 행위는 막기 어렵다. 올해 초 발생한 새마을금고 횡령 사건의 경우 상급자가 함께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금, 회계 등을 관리하는 담당자들은 관련 프로세스와 정책을 잘 알고 있어 내부 통제망을 교묘히 피해 부정을 저지를 수 있다.
그렇다고 이번 대규모 횡령 사건들을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들은 분노에 휩싸였으며 무엇보다도 개별 기업을 넘어 시장 전체의 신뢰 문제에 직결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직원 개인의 일탈을 막을 수 있는 조직 차원의 해법이 필요하다.
마리암 코우차키(Maryam Kouchaki)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는 “직원들의 윤리 교육은 가정과 학교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회사가 직원들의 윤리적 실험실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조직의 도덕적 의사결정 전문가로서 HBR에 ‘윤리적인 회사 만들기’ ‘윤리적 커리어 쌓기’ 등 윤리적 조직 문화에 관한 다수의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DBR가 코우차키 교수에게 직원들이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회사를 만드는 방법을 물었다.
최근 한국에서는 사기업, 금융기관, 공공기관 등다양한 조직에서 비윤리적 횡령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횡령 사건에 특히 취약한 조직이 있나?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88명의 사람을 5명 또는 25명씩 한 방에 배정하고 10개의 워드 점블(word jum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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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풀도록 했다. 7번째 문제는 풀 수 없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순서대로 풀어야 하며 맞출 때마다 1달러가 보상으로 주어졌다. 상위 20%에 들면 10달러가 추가로 주어졌다. 참가자들은 그들이 몇 개의 문제를 풀었는지 연구진에게 보고했고, 푼 문제에 대한 정답은 알릴 필요가 없었다. 5명 방에서 7번째 문제를 풀었다고 보고한 참가자는 27%였지만 25명 그룹에서는 54%였다. 이후 온라인에서 187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유사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타났다.
원인을 밝히기 위해 온라인으로 296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100명, 또는 10명 그룹에 배정됐고 ‘그룹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부정행위를 저지를 것이라 생각하는지’ ‘부정행위가 얼마나 규범에 어긋나는지’ 등에 답했다. 연구 결과, 100명 그룹에서는 평균 36.95명이, 10명 그룹에서는 평균 4.55명이 부정행위를 저지를 것이라 응답했다. 비율로 보면 100명 그룹보다 10명 그룹이 더 높았다. 그러나 100명 그룹의 사람이 10명 그룹의 사람들보다 부정행위가 규범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즉, 부정행위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실험을 토대로 진행한 통계 분석에서도 예상되는 부정행위자의 비율보다 그 수가 많아질수록 부정행위가 규범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정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분의 1보다 100분의 7을 더 크게 생각하는 비율 편향(ratio bias)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앞선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부정행위가 용인되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한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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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동해 실제 부정행위를 저지를 비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