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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go CVC 포스코의 벤처 플랫폼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스텍 인재와 협업, 최신 실험실 활용
‘또 하나의 퍼시픽 밸리’ 키우는 창업의 요람

배미정 | 349호 (2022년 07월 Issue 2)
편집자주

지난해 말 국내 지주회사의 CVC 설립이 허용됨에 따라 대기업•스타트업 간 협력 및 창업, 생태계 관련 투자 시장이 크게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에 DBR는 국내 주요 기업의 CVC를 자세히 분석하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Article at a Glance

2022년 7월 개관 1주년을 맞이한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은 지방이 수도권보다 벤처 창업에 불리하다는 편견을 깨고 기술 창업의 요람으로 성장하고 있다. 체인지업 그라운드의 특징은 1) 입지적으로 강력한 산학연 협력 인프라를 제공하고 2) 초기 기업부터 글로벌 진출을 목적으로 포스코 그룹사의 네트워크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며 3) 벤처 펀드와 연계해 성장 단계별로 스케일업에 필요한 자금을 수혈하면서 4) 정부와 지자체 네트워크를 활용해 IR와 사업화 실증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필두로 한 벤처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그룹의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포스텍(POSTECH•포항공대)의 우수한 인재들과 협업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의 최신 장비와 실험실을 활용해 연구하고, 포스코의 지원을 받아 사업화 기회까지 얻을 수 있으니 수도권이 부러울 게 없죠.”

2022년 7월, 포항시 남구 포스텍 캠퍼스에 위치한 창업 공간인 ‘체인지업 그라운드(CHANGeUP GROUND) 포항’에서 만난 입주 기업 관계자들이 전한 얘기다. 2021년 오픈한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은 지상 7층, 지하 1층, 연면적 2만8000㎡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벤처 창업 공간으로 현재 87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개관 1주년을 맞이한 이곳은 인재 영입과 자원 확보 등에 있어서 지방이 수도권보다 불리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기술 창업의 요람으로 성장하고 있다. 개관 당시 입주 기업 68개의 기업 가치는 4672억 원이었는데 1년이 지난 2022년 6월 말 기준 입주 기업은 87개, 기업 가치는 1조177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들 기업이 고용한 인원도 596명에서 801명으로 1년 새 205명이 늘었다. 현재 입주율은 90%로 매달 신규 입주 기업을 모집해 선발하고 있는데 경쟁률이 약 5대1에 달한다.

체인지업 그라운드는 포스코 그룹(이하 포스코)이 미래 ‘제2의 포스코’로 발전할 신사업을 발굴, 육성하기 위해 약 830억 원을 투자해 만든 창업 인큐베이팅 센터이다. 체인지업 그라운드는 여느 기업이나 학교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만든 공간처럼 하드웨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포스텍 캠퍼스 내 교수와 학생 창업을 독려할 뿐 아니라 창업 이후에도 R&D, 투자 연계, 판로 개척 등 전방위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를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벤처기업별로 성장 단계와 세부적인 니즈에 따라 벤처 투자사, 포스코 그룹사, 정부와 지자체 등의 협업 파트너를 매칭해주는 벤처 플랫폼의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를 활용해 그룹의 신사업 발굴 및 육성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뿐 아니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기업 시민’1 의 포스코 경영 이념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DBR가 포스코의 벤처 밸리 업무를 총괄하는 김근환 미래기술연구원 상무와 체인지업 그라운드 입주 기업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포스코의 벤처 플랫폼 전략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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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포항’인가?

포스코가 ‘포항’을 벤처 밸리의 거점 지역으로 선정한 가장 큰 이유는 벤처 생태계의 핵심 동력이 일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학연 협력에서 나온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스탠퍼드대의 우수한 인력과 연구 인프라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했듯 포항 또한 포스텍과 RIST 등의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특히 신물질, 신약, 거대한 데이터 센터를 필요로 하는 AI 연구 등에서 포스텍은 스타트업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포스텍의 연구실들은 체인지업 그라운드의 입주사들이 기술적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중요한 조언자이자 파트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처음에 포항이라는 입지 때문에 아무래도 수도권에 비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구와 비즈니스 모델 설계에 필요한 최적의 인프라가 어디에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선도형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핵심은 기술과 아이디어의 결합이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제로 구현해낼 수 있는지 여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원천 기술도 상용 가능한지를 테스트하지 못해 비즈니스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도 많다. 국내 스타트업이 소프트웨어, 상거래 등 특정 업종에 편중된 이유 중 하나도 기술 혹은 제품의 사업성을 실증할 수 있는 고도 설비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포스코가 포스텍과 각종 연구 기관이 입지한 포항에 체인지업 그라운드의 거점을 두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런 판단은 적중했다. 인프라가 갖춰지니 인재들이 따라왔다. 지난 1년간 12개 기업이 아예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 있던 본사를 체인지업 그라운드로 이전했다. 일례로 첨단 나노 소재 관련 업체인 그래핀스퀘어는 원래 경기도 수원시가 본사였지만 2021년 포스텍 내 첨단 기술사업화 센터로 본사를 이전했다. 수도권에서 이주하는 전문 인력도 늘고 있다. 대형 제약회사에서 9년 근무한 임채현 셀렉신 부장은 학교 선배인 이준영 대표를 따라 체인지업 그라운드에 본사를 둔 셀렉신에 올해 합류했다. 셀렉신은 면역 항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로 2020년 포스코기술투자 등으로부터 시리즈A와 브리지 라운드로 약 230억 원의 투자를 받고 올해 33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는 등 창업 4년이 채 안 돼 총 600억 원의 누적 투자 금액을 달성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임 부장은 “포스텍 교수진의 기술 자문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고 동물실험실 등 고가의 바이오 연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등 연구 인프라가 우수하기에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스케일업(Scale-Up)하는 과정에 동참하고자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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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스타트업은 포항과 서울에 동시에 사무소를 두고 R&D는 포항에서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자금 확보 및 마케팅 부문은 서울에서 주력하는 식으로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산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에 앞서 2020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체인지업 그라운드 서울’을 열었다. 퍼즐데이터 등 3개 기업은 포항과 서울의 체인지업 그라운드에 동시에 입주해 있다.

포스코의 벤처 밸리 업무를 총괄하는 김근환 상무는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필두로 한 포스코의 벤처 플랫폼은 강력한 산학연 협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다른 대기업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며 “캠퍼스에서 젊고 열정적인 인력을 꾸준히 유치하고 이들의 신사업 창출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떡잎’ 기술을 글로벌 벤처로

바이오앱은 담뱃잎 기반의 식물세포 단백질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돼지 열병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 벤처이다. 포스텍 연구실에서 출발한 바이오앱이 오늘날 글로벌 벤처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포스코의 전방위적인 지원이 있었다. 포스텍 교수 출신인 손은주 대표가 2011년 창업한 바이오앱은 2012년 포스코의 벤처기업 발굴 프로그램인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IMP, Idea Market Place)를 통해 선발돼 초기 투자를 받으면서 R&D에 집중할 수 있었다. 또 RIST의 지원으로 담뱃잎 재배 시설과 실험 설비를 구축함으로써 백신 양산의 인프라를 마련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바이오앱이 러시아, 스페인 등 해외 연구 기관들과 함께 임상 실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또한 백신의 해외 수출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바이오앱이 캐나다와 백신 수출 관련 협약을 맺는 데 기여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바이오앱과의 협력을 계기로 향후 바이오테크 기업의 글로벌 진출과 사업 확장을 지원하는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체인지업 그라운드의 가장 큰 특징은 처음부터 입주 기업의 유니콘 기업 및 글로벌 증시 상장 등 글로벌 벤처로의 도약을 목표로 체계적인 지원을 한다는 점이다. 연구실에서 출발해 글로벌 벤처로 도약하는 데 성공한 바이오앱의 성장 스토리는 초기 될성부를 ‘떡잎’ 기술에 대한 신속한 투자와 지원이 벤처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기존 기업의 신사업 발굴과 육성에까지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체인지업 그라운드는 입주 기업의 대부분이 창업 7년 이내인 초기 창업 기업이지만 이들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사업 방향을 정하고 이를 위해 R&D에 치열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포스코가 글로벌 시장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타트업의 사업 환경이 과거와 달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진출은 스타트업 생존의 필수 요건이 됐다. 그런데 아무리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도 회사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글로벌 비즈니스로 스케일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은 입주 기업의 글로벌 도약을 위해 창업 보육, 판로 지원, 투자 연계, 네트워크의 4가지 분야를 지원하는, 일명 ‘스타트업 서포트 프로그램(Startup Support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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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보육 부문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2011년 포스코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시작한 벤처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도입 10주년을 맞이한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IMP)’이다. IMP는 벤처 창업 희망자와 창업 초기 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이들이 투자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거나 직접 투자하는 프로그램이다. IMP는 포스코뿐 아니라 엔젤투자자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스타트업들을 발굴해 투자할 수 있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기준 총 22회의 IMP를 통해 포스코가 선발한 기업은 411개사로 이 중 132개 기업에 215억 원을 직접 투자했다. IMP 출신의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네오펙트’는 2018년 코스닥에 상장해 시가총액 약 600억 원의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그 외에도 바이오앱 등 IMP 출신 다수의 벤처기업이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체인지업 그라운드는 포스코 직원과 포스텍 연구실이 협력하는 연계 창업 모델도 실험하고 있다. 원천 기술은 갖고 있지만 직접 창업을 원하지는 않는 교수를 대상으로 R&D 아이템을 접수한 뒤 포스코 그룹사 임직원에게 개시해 해당 아이템을 사내 벤처로 발전시킬 CEO 창업자를 모집한다. 그리고 포스코 직원 출신 CEO와 포스텍 출신 교수 CTO를 매칭해 사내 벤처를 창업하도록 인큐베이팅하는 것이다. 그동안 시간적 여력이 없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도 사업화 시도를 못했던 교수들은 포스코에서 검증된 인력과 손잡고 창업에 도전할 수 있으며 포스코 임직원들도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사내 벤처에 도전할 수 있다.

체인지업 그라운드의 또 다른 강점은 초기 투자와 보육에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이 실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도록 포스코 그룹사를 매칭해 판로 개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제철소 내 안전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협동 로봇 도입의 필요성이 커지는 등 새로운 니즈가 발생했을 때 그와 관련된 스타트업을 연결해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식이다. 기존에 중소기업과 진행해온 동반 성장 프로젝트인 성과공유제(Benefit Sharing)를 스타트업 버전으로 확대한 것이다. 스타트업은 포스코 그룹사와의 협력을 통해 포스코에서 더 나아가 포스코의 고객사 1700여 곳까지 미래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스타트업의 해외 판로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노상철 포스텍 환경공학과 연구교수가 첨단 친환경 신소재인 나노셀룰로오스 소재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2017년 창업한 에이엔폴리도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협력해 미국 법인 설립 등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노상철 에이엔폴리 대표는 “무명의 스타트업인데도 불구하고 포스코의 평판에 힘입어 해외 업체와의 미팅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그동안 포스텍과 포스코 등의 투자를 기반으로 공격적으로 개발해온 상용화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R&D 시장에 진출해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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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밸리와 벤처 펀드의 시너지

기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만큼의 큰 꿈을 꾸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에 필요한 자금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포스코는 스타트업들이 빠른 스케일업을 실행할 수 있도록 투자 유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포스코의 신성장 사업 발굴과 연계하기 위해 다양한 벤처 펀드에 출자하고 있다.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필두로 한 벤처 밸리가 포스코의 산학연 인프라를 기반으로 사내외 벤처기업의 창업과 보육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면 벤처 펀드는 벤처 밸리의 입주 기업뿐 아니라 국내외 유망 벤처기업을 투자 대상이나 신사업 후보군으로 발굴해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역할을 한다. 포스코는 벤처 밸리의 창업 육성 기업과 벤처 펀드의 투자 기업 풀의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우수 벤처를 지속 발굴하고 필요한 경우 신속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벤처 밸리는 200여 개, 벤처 펀드는 600여 개의 벤처기업 풀을 관리하고 있다.

포스코 벤처 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벤처기업의 성장 단계별 특성에 맞게 다양한 성격의 펀드를 조성해 운영한다는 점이다. 성장 단계별로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해 다음 단계로의 빠른 성장을 지원할 뿐 아니라 우수한 기업은 후속 투자를 통해 포스코의 신사업으로 신속하게 육성하기 위해서다. 벤처 펀드 투자 기업의 포트폴리오는 크게 유망 분야와 도메인 분야로 나뉘는데 유망 분야는 IT, 소재, 바이오 등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 도메인 분야는 현재 포스코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한 산업 분야로 2차전지, 소재 등이 해당된다. 유망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로는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씨앗 펀드’와 ‘성장 펀드’로 구분하는데 씨앗 펀드는 대학 연구실 등이 보유한 우수한 기술을 기반으로 갓 창업한 기업들에 시드 투자를 하며, 성장 펀드는 기업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초기 검증되고 빠른 성장 단계에 진입한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도메인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로는 CVC 펀드와 전략 펀드가 있는데 CVC 펀드는 포스코 그룹의 자금만으로 ‘포스코 기술투자’가 운용하는 펀드로 도메인 내 우수 벤처기업에 투자하며, ‘전략 펀드’는 포스코 신사업 전략에 부합하고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한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포스코는 8000억 원의 재원을 기반으로 매년 국내외 벤처 투자 시장의 변화와 그룹 신사업 전략 방향에 발맞춰 펀드 전략을 유연하게 펼칠 예정이다. 김근환 상무는 “국내외 우수 운용사를 활용해 수익성 확보 및 투자 손실 리스크를 최소화한 결과, 높은 내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벤처 펀드가 장기적으로 지속 운용될 수 있도록 회수된 자금은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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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자체 네트워크의 힘

최근 경북 포항시는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2022 스마트시티 챌린지 본사업’ 공모에 최우수 대상 지역으로 선정돼 국비 100억 원을 확보했다. 국토부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은 지방 정부와 민간 기업, 대학 등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해 교통, 에너지, 안전 등 다양한 분야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이다. 예비 사업에서 대구, 춘천, 충북, 포항 등 4곳이 경쟁을 벌인 끝에 포항이 최종 본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번 성과는 특히 포스코가 뉴로센스, 앤씨앤, 폴라리스3D 등 벤처기업을 포함한 9개 기업과 컨소시엄을 맺고 참여해 얻어낸 결과라 더욱 의미가 컸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지자체와 효과적으로 협업해 얻어낸 모두에게 윈윈(win-win)인 성과였다. 지난 1년간 포스코 벤처 컨소시엄은 도로 노면 감지 시스템, 수요응답형 교통 서비스 등 교통 분야 및 안전 분야 4대 서비스를 실증했는데 그 실적과 향후 2년간의 본 사업 기획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김 상무는 “벤처기업이 각종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우수한 기술을 실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포스코 벤처 플랫폼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벤처 플랫폼에 올라탄 벤처는 중기부 벤처 지원 사업, 강소 특구 육성 사업, 전국 창조센터 및 포항 테크노파크 등 다양한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얻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경상북도, 포항시 등 포스코에 우호적인 지자체들은 체인지업 그라운드 관련 벤처에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에너지 공유 플랫폼 기업인 에이치에너지는 2021년 포스코, 포스텍, 경상북도 등과 ‘도민 주도형 그린뉴딜 플랫폼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시민이 공유 옥상 발전소 건설 등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생산에 투자하는 ‘경북우리집RE100’ 플랫폼을 운영했다. 경상북도가 공유 태양광 구축 관련 인허가 등 행정을 지원하는 가운데 에이치에너지와 포스코가 도민 주도형 공유 태양광과 그린뉴딜 플랫폼을 구축하고, 포스텍은 전략 데이터 수집, 공유, 공동 연구를 하는 등의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과거에 없던 새로운 포맷의 시장이었는데도 불구하고 20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플랫폼에 참여했다.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는 “이 밖에도 포스코와 함께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인 ‘넥스트라이즈2021’에 참가하는 등 다양한 정부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에너지 공유 플랫폼이라는 신사업 모델의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퍼시픽 밸리를 향해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이란 새로운 공간이 생긴 이후 가장 큰 변화로 노상철 에이엔폴리 대표는 “포스텍 캠퍼스 내에서 창업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많은 교수가 실험실 창업, 겸직 창업 등을 우호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대기업만 선호하던 학생들도 창업을 중요한 선택지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의 분위기는 포스코뿐 아니라 지역 전체로도 확산되고 있다. 체인지업 그라운드의 2층 로비층은 개방된 공간으로 이벤트홀과 갤러리 등이 자리 잡고 있는데 입주사뿐 아니라 혁신의 영감을 얻고 싶은 포항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투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지자체 등의 행사를 위한 대관 요청도 많은데 현재 이벤트홀을 대관하려면 4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다.

서울과 수도권에 대한 경제와 문화 집중도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포스코가 포항과 서울, 더 나아가 그 네트워크를 글로벌로까지 연결해 벤처기업을 육성하려는 시도는 이전에 없던 산학연 협력의 실험적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포스코는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만들면서 ‘또 하나의 퍼시픽 밸리’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글로벌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스타트업이 유니콘, 데카콘을 넘어 주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인지가 그 지역과 미래를 바꿔 놓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경쟁 가능한 수준의 뉴비즈니스 밸리를 건설함으로써 중국을 비롯한 타 지역의 스타트업 열풍과 초격차를 벌리며 성공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연구와 창업의 공통점은 모두 세계 ‘최초’이자 ‘최고’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포스코가 ‘오늘의 연구가 내일의 산업이 된다는’ 산학연 협력 모델을 바탕으로 구축한 벤처 생태계가 포스코의 지속가능한 신사업 발굴 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포항=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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