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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연구회 × DBR 공동 기획 - 미국 회사법 관점에서 본 ESG 경영

ESG경영과 진화하는 주주중심주의

신현탁 | 330호 (2021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ESG에 대한 오해를 미국 회사법의 관점에서 풀어 본다.

1. ESG 경영은 기업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일까? 그렇지 않다.
미국 경영계에서 규제 강화를 모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2. ESG 경영으로 주주 중심주의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대체됐다?
ESG 경영에도 주주 중심주의 관점이 유지된다는 것이 미국 법학계의 일반적인 관점이다.

3. ESG 전략으로 손실이 커져도 괜찮다?
ESG 전략이 주주와 이해관계자, 시장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경영진이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경영진은 ESG 전략을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주주 후생 극대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주
이 글은 필자의 논문 ‘미국 회사제도와 자율규제 - ESG 경영이념에 대한 법적 분석’ 『상사법연구』 제40권 제2호(한국상사법학회, 2021.08)를 요약•수정한 것입니다.

편집자주
경영학, 법학, 경제학, 정치학 전공 교수 및 연구원들로 구성된 ESG연구회가 ESG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유합니다. ESG연구회는 2013년 여름부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격월간 세미나를 지속하며 ESG의 개념과 한국 기업 환경에서의 함의를 고민하고 토론해왔습니다. DBR와 ESG연구회가 공동으로 기획해 연재하는 기사를 통해 ESG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혜를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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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SR와 PBC, 그리고 ESG

국내 중소기업을 포함해 많은 기업이 ESG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은 ESG 경영을 ‘이미지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상장사의 경우 ESG 정보 관련 공시 도입이 의무화되면 상대적으로 경쟁사들에 비해 기업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한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ESG 경영은 기업 이익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지는 불필요한 규제로 비춰질 수 있다. 또 경영자는 ESG가 경영 효율성을 반감시켜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우려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세간의 우려는 ESG의 의미를 오해하는 데서 비롯한다. ESG 경영 이전에도 기업은 여러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왔다. 일례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의 이익과 무관하게 사회적 가치를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CSR를 추구하는 기업은 매출액의 2% 수준에서 회사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마케팅 비용으로 CSR 활동에 투자했다. 그런데 현재 글로벌 회사들은 매출액의 2% 수준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큰 규모의 자금을 ESG 경영에 투자하며 심지어 회사의 명운을 걸고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 목적 자체를 재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단순히 이미지 개선을 목적으로 ESG 경영을 한다면 주객전도가 아닐 수 없다.

기업이 아예 공익을 추구하는 회사(PBC, Public Benefit Corporation) 형태로 사회적 이익을 위해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 PBC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취지를 회사 정관에 규정하는 것이다. 2010년대 들어 미국 여러 주와 유럽 국가들이 새롭게 PBC 제도를 도입하면서 PBC 회사는 공익적 가치 추구, 사회문제 해결 및 이해관계자 보호를 위해 전략적 CSR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규모로 투자와 지출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PBC 경영 방식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법적 보장을 받음으로써 경영진의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를 해소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처럼 사회적 가치를 위한 경영을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PBC 방식이 이미 존재하는데 ESG 경영을 하는 것만으로 회사의 이미지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면 왜 지금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이 CSR나 PBC 방식이 아닌 ESG 경영을 굳이 실천하겠다는 것일까? 법적으로 보면 ESG 경영은 경영진이 신인 의무(fiduciary duty)1 위반에 따른 책임을 부담할 위험이 존재한다. 즉 이미지 개선을 좀 해보겠다고 무턱대고 ESG 경영을 시도하다가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함으로써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글에서는 특히 ESG가 전개된 배경과 법적 한계에 대한 미국의 논의를 검토함으로써 미국 기업들이 ESG 경영을 왜 하려는 것인지, 그리고 경영진의 법적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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