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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가상과 현실 연결, 메타버스 세계관 전략

친구 맺고, 쇼핑하고, 땅도 구입
현실에서 못다한 꿈 이뤄지는 ‘네버랜드’

이정민 | 329호 (2021년 0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메타버스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인물뿐 아니라 인물을 둘러싼 시공간, 상황, 사상을 모두 아우르는 규칙, 즉 세계관이 필요하다. 유저들은 메타버스 속에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해석하며 자연스럽게 몰입한다. 또한 메타버스 세계는 비대면의 느슨한 취향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협업이 이뤄지도록 설계돼야 하며 현실 세계의 제약을 탈피하는 해방감을 선사하면서도 현실 세계와의 경계가 사라진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켜야 한다. MZ세대의 숨겨진 욕망에 주목한다면 다가올 신기술의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메타버스’ 접속 전략

지금 대한민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회사 중 하나는 단연 ‘김갑생할머니김’이다. 시가총액 500조 원, 코스피 1위 기업인 김갑생할머니김은 그동안 APEC 정상회담, G20 정상회의 등 국내외 주요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최근에는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사전 행사로 기획된 프레젠테이션에서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실에 근무하는 재벌 3세 경영인 이호창 본부장이 기업의 ESG 전략을 공개하면서 주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본부장은 그동안 스타트업 전문 유튜브 채널 ‘EO스튜디오’, 재테크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에서도 앞다투어 인터뷰를 요청받았다. 유튜브에는 김갑생할머니김과 이 본부장의 경영 철학뿐만 아니라 사생활까지 분석한 영상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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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말 유튜브에 공개된 김갑생할머니김 하반기 공개 채용 계획 영상은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 수 40만 회를 넘어섰다. 김갑생할머니김은 취준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회사 중 하나이기 때문에 공개 채용 전부터 입사와 관련된 많은 문의와 관련 에피소드가 올라왔다. 그러나 GGSAT의 난도가 높고, 경기 하락으로 최근 공채가 줄어든 만큼 경쟁률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취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적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서야 김갑생할머니김을 초록 검색창에 찾아봤다면 당신은 대한민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커다란 트렌드의 흐름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MZ세대의 대부분이 알고 있는 김갑생할머니김의 이호창 본부장은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다. 유머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중 하나인 김갑생TV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김갑생TV의 독자들은 이호창 본부장을 실존하는 인물로 간주한다.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는 바로 김갑생할머니김과 이 본부장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확실하고 진정성 있는 세계관 정립,
메타버스 안착의 첫걸음

메타버스는 ‘초월하는’이란 의미의 메타(meta)라는 단어와 우주 세상을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조합한 신조어로 가상의 세계를 의미한다. 보통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적, 경제적 활동이 통용되는 3차원 가상공간’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하게 합의된 정의는 없다. 어느 모임에서 메타버스는 관련 업계 사람들이 ‘만들어 낸’ 트렌드라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다. 확실히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과열된 면이 없진 않다. 반대로 메타버스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너무 비판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평면적인 인터넷 세상이 입체적인 메타버스의 세상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는 예측은 결코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욱 빠르게 확산 중이다.

메타버스 세상은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메타버스 세상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즉 세계관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온라인상에서 통용되는 또 다른 나를 의미하는 ‘부캐’는 한 개인의 특성에 집중돼 표현된다. 반면 세계관은 인물뿐 아니라 그 인물을 둘러싼 시공간과 그 주변인까지 하나의 독자적인 사회를 구성하는 상황과 사상을 모두 다룬다. 이 세계관이 있어야 가상공간에서 전개되는 스토리가 탄탄해지고, 이를 접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캐릭터와 그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이러한 세계관은 마치 우리가 해리포터의 소설 속 마법 세계에 빠져드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이 세계관은 플랫폼이 작동하는 하나의 규칙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에서는 사채업자인 ‘너굴’에게 돈을 빌려 게임을 시작한다. 이용자는 이 돈을 자본 삼아 무밭을 가꾸거나 과일을 심고, 돈나무를 키워서 돈을 갚을 수 있다. 어스2에서는 지구와 동일한 크기인 가상 지구에서 타일(10㎡를 의미하는 단위)당 0.1달러에 팔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시세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고 있다. 이렇게 메타버스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 자체가 일종의 세계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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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만 세계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존재하는 모든 캐릭터에는 나름의 캐릭터와 세계관이 필요하다. 김갑생할머니김의 이호창 본부장은 정말 세상 어디에선가 존재할 것 같은 재벌 3세의 캐릭터와 그가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세상을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 실제 김갑생할머니김의 신년사 영상은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영상을 패러디해 제작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원전인 신세계 영상의 조회 수를 김갑생TV 영상이 일명 ‘하드캐리’1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갑생TV에 올라오는 콘텐츠 중 마치 실제 몰래카메라인 것처럼 촬영된 ‘직캠’2 영상과 뉴스를 빙자한 콘텐츠 전달 방식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게 한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세계관은 메타버스 유저들과의 접점을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메타버스의 핵심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성공적으로 세계관이 구축됐을 때 유저들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해석하면서 자연스럽게 콘텐츠에 노출되고, 몰입한다. 세계관이 디테일하게 설계됐을 경우 초기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꾸준한 콘텐츠 생성을 통해 유저와의 접점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SM엔터테인먼트의 8인조 걸그룹 에스파다. 에스파는 4명의 인간 멤버와 4명의 아바타가 실제와 가상을 넘나들며 서로 교감하고 성장하는 콘셉트의 그룹이다. 데뷔 초반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그러나 1집과 2집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세계관을 풀어내고, 최근 발표한 신곡 ‘넥스트 레벨’에서는 가상 세상에 존재하는 아바타인 아이(ae)와 이어지기 위해 블랙 맘바(에스파의 가상 세계에서 세상을 위협하는 존재)를 찾으러 광야(에스파 멤버들이 향하는 목적지이자 아바타 ‘아이에스파’가 사는 세계라고 추측됨)로 떠나는 여정을 일관되게 담아내면서 점점 에스파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팬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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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의 세계관을 이해한 사람들은 스노우(snow) 카메라 어플에서 ‘ae(가상 아바타) 연락처 저장하기’와 같이 자신의 ‘ae’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친구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메타버스상에서는 에스파의 세계관에 입각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치 현실 세계의 친구를 만나는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를 하나씩 알아가듯 가상의 세상에서도 이런 유대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무턱대고 특정 플랫폼에 매장을 오픈하거나 제품을 판매하는 식의 명확한 세계관 없이 단순하게 진행되는 메타버스 기획은 일회성 이벤트나 마케팅 정도에 그치기가 쉽다. 이 정도의 아이디어로는 메타버스 세상에 정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느슨한 취향 공동체를 만나러 방문하는
메타버스 세상, 다양한 협업이 성장의 핵심

또 하나의 세상인 메타버스에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은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를 한꺼번에 만들겠다고 하는 것만큼이나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메타버스 플랫폼뿐만 아니라 플랫폼 내의 하나의 공간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도 협업은 필수적인 요소다. 팬데믹 기간 동안 UC버클리 학생들이 마인크래프트에 오픈한 공간 UC 블로클리(Blockeley)는 메타버스가 유저의 협업을 통해 얼마나 현실과의 접점을 가져갈 수 있는지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수업이 중단되고, 일생에 한 번 있는 졸업식까지 취소될 위기에 놓이자 졸업을 앞둔 버클리의 4학년 학생인 비욘 루스틱(Biorn Lustic)은 온라인상에서 친한 친구들을 초청해 온라인 졸업식을 열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가상공간 안에 평소라면 늘상 졸업식이 거행됐던 메모리얼 스타디움을 짓기 시작했다. 2020년 3월15일, 이렇게 한 명이 시작한 프로젝트는 UC버클리의 120여 개 건물과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들을 만드는 프로젝트로 확산됐고 무려 500여 명의 협력자가 가세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실제 졸업식 날인 5월16일에는 1000여 명이 블로클리 마인크래프트 서버에 접속해 졸업식에 참석했고, 1만5000여 명이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이 광경을 참관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진 이 이벤트는 학교 행정 당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IT 기업과 유명 연예인까지 가세해 이틀간의 온라인 콘서트까지 포함된 거대 프로젝트로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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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사실은 500여 명이 넘는 UC버클리 학생이 자발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구글폼(google form)부터 나사에서 제공하는 지형도까지 다양한 기술이 복합적으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실제 현실 세상에선 얼굴조차 보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대부분의 기성세대에게 있어 친구는 학연, 지연, 혹은 직장 동료와 같은 실제 삶에서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뭔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업을 해야 한다면 한두 번쯤은 대면 만남을 통해 서로 이미 잘 알고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성세대들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친구를 맺고 소통을 한다지만 온라인상에서 만남이 현실 세계와 같은 ‘찐친’으로 발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반면 MZ세대, 특히 Z세대의 친구 맺기는 다소 다른 면이 존재한다. 2020년 대학내일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Z세대 5명 중 1명은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도 친구라고 생각한다. 대략 20% 내외의 비율이 높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문항에 대한 다른 세대의 응답률이 10% 남짓한 것이 비해서는 확연하게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페이스북에서 친구의 친구를 타고 소통을 해 왔던 MZ세대들은 온라인에서 소통을 이어가는 사람들과도 오프라인 친구와 같은 연대감을 느끼게 된다.

MZ세대의 이러한 친구 맺기는 다양한 메타버스상의 연결과 연대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현실 세계에서 무슨 일을 하는 누구인지는 잘 몰라도, 메타버스상에서 나와 취향과 감성이 비슷하다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친구를 맺고 함께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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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틱톡과 제페토에서 만나볼 수 있는 ‘크루(Crew)’ 개념이다. 틱톡은 다른 플랫폼들과 달리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면서 유저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틱톡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듀엣 기능은 하나의 영상 안에서 화면을 분할해 이미 제작된 영상과 컬래버레이션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느슨한 연대’를 지원하는 셈이다. 틱톡 크루는 비슷한 취향과 감성을 갖고 있는 틱톡커들을 말하는데 이들은 서로 연대해 더 많은 추천과 조회 수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제페토 역시 친구와 함께 사진 찍기 기능을 통해서 서로 다른 역할에 맞게 꾸민 아바타끼리 만나 뮤직비디오를 찍거나 드라마를 촬영할 수 있다. 이러한 취향 기반의 느슨한 연대를 구축하게 도와주는 것이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메타버스가 제공하는 이 느슨한 취향의 연대는 부담감 없이 친구를 사귀고 메타버스 세상에 꾸준히 방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마치 기성세대가 동네 놀이터에 나가 친구를 사귀던 것처럼 요즘 세대들은 메타버스에서 친구를 만난다. 틱톡은 사용자 간의 인터랙션을 만들어내는 듀엣기능이나 미션으로 유명하다. 듀엣 기능은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와 내가 새롭게 만든 콘텐츠를 연결하여 새로운 영상을 제작하는 기능인데, 이렇게 유저 간의 협업을 만들어내고, 또 경쟁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틱톡의 미션들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미션도 있지만 여러 명의 사람이 함께 해야하는 미션들이 있어 다른 틱톡커와의 협업이 중요하다. 틱톡커들은 더 많은 인지도를 쌓고, 좋아요를 얻기 위해 자신의 스타일과 비슷한 크루원들을 모집하거나 혹은 좋아하는 틱톡커에 댓글을 달거나 홍보를 해주면서 서로 관심을 표명하고 상부상조한다. 게임에서 미션 달성을 위해 모르는 사람과 팀을 맺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유저들과 인게이지먼트(좋아요, 댓글, 추천 등)를 높여 더 많이 노출되기를 원하는 틱톡커들에게 틱톡 크루의 취향뿐만 아니라 ‘인성’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된다. 틱톡 크루의 픽업 기준에 ‘인성’이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함께 활동하면서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괜찮은 녀석’이라고 칭할 수 있는 친구를 사귀었던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유저 수익 창출 지원을 통해
현실의 못다 이룬 꿈 이루도록 해줘야

메타버스가 지속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다양한 유저가 직간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각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양면 혹은 다면 시장 구조를 가져야 한다. 대부분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사용자가 직접 게임이나 아이템을 만들어 팔 수 있도록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에 유저를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자연스러운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전문가나 유명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같은 취향의 사용자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내 다른 사용자들에게 판매를 하는 과정에서 실제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MZ세대는 베이비붐세대 부모로부터 조기 경제 교육을 받고, 당근마켓으로 거래를 하고, 토스를 사용해 스스로의 용돈으로 다양한 경제 활동에 참여해왔다.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찍부터 경제 관념에 눈을 뜬 MZ세대에게 자신의 활동이 직접적인 수익 창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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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유저 특성을 반영해 제페토는 착용 가능한 의상 등 다양한 아이템을 직접 제작, 판매까지 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플랫폼 ‘제페토스튜디오’를 제페토 내에 오픈했다. 제페토스튜디오에선 오픈 한 달 만에 8억 원 이상의 거래가 이뤄졌으며 참여한 크리에이터 숫자만 6만 명이 넘는다. 한 달에 3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크리에이터까지 등장하면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하단 사실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수익 모델은 더 많은 크리에이터가 메타버스에 참여하도록 만들고, 더 많은 콘텐츠는 더 많은 유저를 불러 모으게 된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로블록스 역시 이용자 수가 증가해 로블록스 플랫폼 내 게임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가 더 많이 참여하게 됐다. 역으로 더 많은 게임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제작자가 참여하면 이용자 수도 더 빠르게 늘어나게 된다. 물론 최근 미국 와이어드지는 로블록스의 제작자가 오픈 개발 프로그램을 활용해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돈을 버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고 보도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제작자는 부푼 꿈을 안고 로블록스의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은 MZ세대가 메타버스를 매력적인 자신들의 플랫폼이라고 믿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가 된다. MZ세대가 메타버스 세상에 빠져드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현실 생활이 팍팍하다는 사실도 한몫을 하고 있다. 과거 베이비붐 세대가 누렸던 경제적 풍요를 갖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과 현실에서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 값 폭등, 노동 가치의 하락 등을 보면서 현실에서와 달리 자신들이 경쟁 우위에 있다고 생각되는 메타버스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 모습이 다양한 플랫폼에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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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지구가 될 가능성이 높은 화성 탐사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우주여행까지 현실화되고 있는 2021년, MZ세대는 디지털 세계에서도 제2의 지구를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스2는 가상의 지구를 실제 부동산처럼 사고파는 가상 부동산 거래 게임으로 최근 국내 MZ세대의 참여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이미 인기 있는 도시들은 ‘솔드아웃’된 상태이고 사람들은 커뮤니티에 모여 이름도 생소한 도시들의 발전 가능성을 믿고 함께 투자하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투자한 땅에서 나오는 광물을 팔아 소소하게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용자들은 앞으로는 이곳에 가상 건물을 지어 도시를 건설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그 안에서 가상화폐를 통해 실물경제와 연결된 경제 활동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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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운영하는 어스2 관련 카페에 들어가 보면 META GATE, TALSA, E-서울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 그룹이 있는데 그 팀 안에도 현실 지구 속의 부동산 개발사와 똑같이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들이 모여 가상 도시를 기획하고 있다. 이들은 도시를 건설할 수 있을 만한 크기의 부지를 일괄 매입해 주거지역, 상업지역 등을 계획하고, 향후 자신들이 개발하려고 하는 가상 도시의 비전을 담은 영상과 홈페이지를 만들고, 유튜브 채널과 단톡방을 통해 다른 유저들과 소통하면서 미래 도시를 홍보한다. 현실 속 부동산 투자 행태와 똑같은 일이 그 안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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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플랫폼으로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 현실 플랫폼인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도 있다. 디센트럴랜드의 참여자들은 메타버스상의 토지를 구매하고, 그 토지 위에 건물을 지을 수 있으며, 투표 참여를 통해 디센트럴랜드 운영에도 참여할 수 있다. 언젠가는 디센트럴랜드 내의 건물을 임대하거나 광고를 할 수도 있고, 또 상점을 열 수도 있을 것으로 유저들은 믿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디센트럴랜드나 어스2와 같은 가상화폐 투자가 자칫 잘못하면 투기 혹은 사기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투자에 나선 MZ세대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현실에서는 서른이 넘어도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처지지만 가상이라도 자신 소유의 땅이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이미 부자가 된 것 같은 마음에 신이 난다. 또 미래에 이 공간에 자신만의 마을 혹은 건물을 짓고, 또 메타버스 세상의 또 다른 친구 혹은 사용자들과의 만남을 연결해가고, 이 가운데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에 설레기도 한다.

현실 지구에서는 샤넬 매장 오픈을 앞두고 오픈런을 하기도 귀찮고, 또 막상 매장에 입성했더라도 엄청난 가격표에 마음 상해 돌아와야 한다. 그러나 메타버스상에서 소소하게 지불하고 구매할 수 있는 명품들은 일상의 작은 사치가 되고 현실 세상의 우울함을 날려버릴 수 있는 탈출구가 된다. 메타버스 세상은 즉, 현실 세계에서 MZ세대가 못다 이룬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세상이다.

온•오프라인의 경계 없는
일상 믹스버스(Mix-Verse)

인터넷에 이어 미래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생각되는 메타버스는 텍스트 기반의 2D 세상을 3D 가상공간으로 옮겨 놓은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세계를 비물질적인 세상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따라서 꼭 가상의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홈트레이닝 업체 펠로톤이나 아마존의 인공지능 플랫폼 알렉사(Alexa),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 등 다양한 서비스가 사실은 메타버스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메타버스는 어떤 경험을 유저에게 제공하느냐의 이슈이지, 그것이 꼭 가상의 공간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특성은 메타버스와 현실 세계가 경계 없이 연결돼 메타버스 세상을 더 현실같이 만들기도 하고, 또 현실의 상황들이 메타버스 속에 존재하는 ‘믹스버스(mix-verse, 가상과 현실이 서로 섞여 새로운 세계관을 구성하는)’로 제안되면서 유저와의 접점을 더욱 강화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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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힙합 스트리트 문화 잡지인 콤플렉스(Complex) 또한 매년 페스티벌을 개최해왔는데 2020년 12월에는 오프라인 페스티벌을 콤플렉스랜드(ComplexLand)라는 가상의 공간, 즉 게임 속에서 개최했다. 온라인 페스티벌에서는 기존의 오프라인 행사와 마찬가지로 아디다스, 베르사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가 브랜드별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나게 꾸며진 부스에서 제품을 구경하고 구매하면 바로 배송도 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LA와 뉴욕에서 접속하는 참가자들을 위해서는 지역 레스토랑과 연결해 실제 음식을 집으로 배달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즉 메타버스상에서 활동하는 나의 아바타가 선택한 서비스와 제품을 현실 세상의 내가 실제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온•오프라인에서의 경계 없는 경험을 제안했다.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던 2020년 행사에 이어 2021년에는 더 많은 브랜드가 참여하고,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는 ‘콤플렉스랜드 2.0’이 운영되기도 했다.

한편 온라인상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됐던 김갑생할머니김은 2021년 5월 이커머스 11번가에서 프리미엄 재래 김, 아보카도 김, 히말라야 핑크솔트 김 등 세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이 실물 상품들은 오픈 3시간 만에 ‘완판’됐다. 나아가 김갑생할머니김은 2021년 8월 경기 화성시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 팝업 매장을 운영했는데 이호창 본부장이 직접 현장에 나와 소비자들에게 김을 전달하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가상 세계에 존재했던 캐릭터들이 현실 세계에 등장하고, 또 현실 세계의 브랜드가 메타버스상에서 활동을 하면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엮는 ‘믹스버스’ 활동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 가상은 서로의 경험을 강화하면서 유저들의 몰입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에선 가상과 현실의 공간적 차이를 강조하기보다는 오히려 서로 다른 두 공간에서 얼마나 일체화된 경험을 제안하는가가 MZ세대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이런 MZ세대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메타버스에 어떻게 입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앞서 선행 조건부터 고려해야 한다. 즉,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에서 일치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깊게 고민해야 한다.

메타버스, MZ세대의 숨겨진 욕망에 주목

지금의 메타버스 현상은 마치 20세기 말 인터넷 세상이 펼쳐지기 직전의 분위기와 매우 비슷하다. 그때에도 혹자는 인터넷 세상은 그리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오간 지 불과 30년 만에 우리는 인터넷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 속에 도래했다. 메타버스란 현상도 마찬가지다.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일상에서 깊숙이 들어와 있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욱 빠르게 확산 중이다. 그런데도 중장년층 이상 가운데 상당수는 메타버스 관련 플랫폼을 사용해 보기는커녕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경우가 상당수다. 마치 피터 팬에 나오는 네버랜드처럼 성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상이 돼 버린 것이다. 이런 메타버스에 MZ세대들이 반응하고 열광하는 이유를 파악하는 것은 그래서,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의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정민 트랜드랩506 대표 mindy@trendlab506.com
필자는 1999년 국내 최초 온라인 트렌드 정보 사이트 firstviewkorea.com을 운영하면서 패션, 뷰티 등 소비재 분야의 트렌드 예측 서비스를 제공했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과 사회문화 현상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미래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한섬, 아모레퍼시픽, 롯데백화점, SPC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컨설팅을 진행하는 트렌드랩506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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