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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한국의 바이오 투자 및 엑시트

바이오 투자는 안 보이는 것을 믿게 하는 것
기술성 평가의 핵심은 기술 아닌 차별화

신정섭 | 324호 (2021년 0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4년 이후 바이오는 IT를 제치고 벤처 업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받는 업종이 됐다. 하지만 바이오 투자 유치 및 상장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다음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 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 해야 한다. 산업 특성상 자산 대부분이 눈에 안 보이는 ‘무형자산’의 형태로 돼 있기 때문에 신뢰가 기업 존재 가치의 전제가 된다는 어려움이 있다. 둘째, 기술성 평가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다. 기술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시장의 동종 제품들과 차별화가 가능할지, 경쟁사 대비 비교 우위는 있을지, 중도에서 개발이 멈출 위험은 없는지 등을 증명할 근거들을 차근차근 쌓아가야 한다. 셋째, 상장이 최종 목표인지, 목표를 위한 과정인지를 알아야 한다. 과정일 뿐이라면 공모가 등 중간 성적표에 집착하기보다는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넷째, 의사소통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어려운 바이오 기술 용어나 외국어, 약자 등이 아닌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바이오가 약진하고 있다. 2014년 이후 바이오는 IT를 제치고 벤처 투자 업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받는 업종이 됐으며 현재까지 투자 규모로 전 업종을 통틀어 1위를 지키고 있다. 상장 현황을 봐도 다른 업종과 확연히 구분된다. 지난 5년 새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톱 10에 바이오 기업 2곳이 새롭게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 톱 10에서 바이오 기업 비중이 50%에서 70%로 증가했다.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 중에서도 바이오의 비중이 4분의 1에 달한다. 지난해 상장한 SK바이오팜의 공모 금액이 9000억 원에 이른 것도 바이오가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기대를 모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상적으로 코스닥에 상장하는 바이오 기업들의 공모 규모는 최근 3년간 300억 원을 웃돌고 있으며 상장 시 기업 가치도 평균 2000억 원을 넘어섰다.

바이오 기업의 특징 중 하나는 타 업종 대비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점이다. 평균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이 90이 넘어 다른 업종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 물론 제약 바이오 기업의 절반 정도가 흑자를 내지 못하고 흑자 기업들도 당기순이익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수익비율이 정확한 기업 가치를 반영한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 기업이 높은 미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2020년 한국거래소에서 발표한 KRX BBIG K-뉴딜지수를 구성하는 미래 성장주도 산업 Battery(2차 전지), Bio(바이오), IT(정보통신, 인터넷), Game(게임) 중에서도 바이오에 대한 성장 기대감은 매우 높은 편이다.

국내 바이오 투자와 엑시트 환경의 이해

현재 벤처캐피털의 바이오 투자는 여전히 활기차다. 2010년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출자한 바이오 펀드 3개가 모두 우수한 성과를 내면서 국내 바이오 투자 흐름을 주도해 왔다. 2005년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바이오 펀드를 만들어 운용한 KDB캐피털의 경우 진단 기업인 지노믹트리에 투자해 42배의 수익을 냈고, KB인베스트먼트 역시 지난 10년간 투자한 십여 개의 바이오 기업을 통해 각각 10배 이상의 투자 수익을 거뒀다. 한국투자파트너스의 경우 신약 개발 기업인 유바이오로직스 투자 수익률이 IRR 기준 84%에 이르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메디포스트, 마크로젠 등 바이오 투자 성과를 바탕으로 이름에 걸맞게 벤처캐피털 업계의 선두로 도약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LSK인베스트먼트와 같이 바이오에만 투자하는 전문 벤처캐피털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2005년에는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바이오 투자 심사역 역시 2015년 이후 급격히 늘어나 현재는 100여 명에 달하며 업계 곳곳에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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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수익보다 전략적 시너지를 중시하는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 SI)의 참여도 늘어났다. 2000년 초 250억 원 넘게 초기 바이오 벤처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바이오 투자의 원조 격인 SK는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을 통해 뇌전증 치료제를 끝까지 개발해 FDA 허가를 받고 미국 시장 등에 출시하는 등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2018년부터는 한국, 미국, 중국, 프랑스 벤처 기업 8개 사에 전략적 투자를 하고, 스핀오프를 통해 혈액 제제 전문 기업인 SK플라즈마, 백신 전문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으며, 아일랜드 소재 CMO(의약품위탁생산) 업체를 인수한 SK팜테코를 통해서는 연관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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