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개방형 혁신, ‘빅블러’ 시대의 생존 전략

324호 (2021년 07월 Issue 1)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의 일상화는 전방위적인 디지털 전환을 불러왔다. 그리고 디지털 전환이 불러올 파급 효과 중 하나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다. 빅블러 (Big Blur)는 '생산자-소비자, 소기업-대기업, 온오프라인, 제품 서비스간 경계융화를 중심으로 산업/업종간 경계가 급속하게 사라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2013년 『당신이 알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조용호 저)』에서 최초로 제시되었다. 일례로 전화 기능만 있던 휴대폰에 카메라와 음악 재생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디지털카메라나 MP3플레이어와의 경계가 무너졌다. 이후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PC와의 경계도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이런 업종 간의 영역 붕괴가 코로나로 가속화됐다. 이제 극장의 경쟁자는 또 다른 극장이 아니라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기업이다. 마트는 지역 내 다른 마트와 경쟁하기보다 인터넷 쇼핑 업체와 경쟁한다. 코로나로 사용자가 늘어난 각종 O2O 서비스도 여기에 해당한다.

‘빅블러’ 현상의 핵심은 업(業)의 확장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타벅스와 아마존이 있다. 스타벅스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사이렌 오더’ 이용자 수는 미국에서만 2000만 명이 넘어서고 충전 금액 역시 20억 달러(약 2조2700억 원)로 추산한다. 만약 스타벅스가 모바일 결제 가능 매장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핀테크 기술을 도입한다면 기존의 신용카드 회사나 금융, 유통업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온라인 서점으로 사업을 시작한 아마존은 지금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이자 클라우드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금융업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상이한 업종 기업 간의 합종연횡이 필요하다. 네이버는 지난해 콘텐츠와 물류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CJ그룹과 6000억 원 상당의 지분 맞교환을 추진했다. 올 3월에는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이마트, 신세계와 2500억 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체결했다. 카카오페이는 금융 서비스 확대를 위해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했고 최근에는 손해보험 인가를 받아 연내 출범 예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대리운전에 더해 퀵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며 금호익스프레스와 셔틀 서비스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게임의 룰이 바뀌는 빅블러 시대의 생존 전략은 다름 아닌 개방형 혁신이다. 개방형 혁신은 기업 내부의 혁신을 외부에서 사업화하거나 기업 외부의 혁신을 내부에서 사업화하는 것을 말한다. 개방형 혁신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은 기존 고객의 니즈 충족에 집중하므로 산업 경계에서 출현하는 혁신 기회를 포착하고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방형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경영자는 항상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협업 기회를 모색해야 하며 파트너와 상생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직적으로는 구성원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발현될 수 있는 사내 벤처 제도와 외부 혁신 생태계와 협력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수단인 CVC 구축이 시급하다. 이미 주요 대기업은 사내 벤처와 CVC를 모두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혼자서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면 외부의 전문 액셀러레이터나 VC와 협업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부에서는 유사 중소•중견기업끼리 모여 공동으로 개방형 혁신을 추진하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경쟁 방식이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자원과 역량 확보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다양한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지가 경쟁 우위의 원천이다.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빅블러 시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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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필자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 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 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가치경영의 실천 전략』이 있으며 현재 DBR 객원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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