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Trend in South East Asia

기존 농장의 40배 효과… 기적을 수확하다

313호 (2021년 0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15년 창업한 아치센은 싱가포르 농업이 고질적으로 안고 있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농업 테크 스타트업이다. 실내 수직 농업 기업으로는 가장 앞선 기술과 전통적인 농장의 약 40배에 달하는 높은 생산량을 자랑한다. 근거리 재배 솔루션으로 현재 싱가포르 내에 연간 100톤 정도의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토지와 노동력이 비싼 도시 국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에 집중했다. 둘째, 사업 초기부터 전용 R&D 시설을 갖추고 최적화한 제어 시스템을 개발해 실내 채소 재배 효율을 극대화했다. 셋째, 선주문 제작 방식으로 비용을 낮추고, 무농약 채소 태그라인으로 브랜딩을 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차별화했다.



싱가포르 식량 자급률 10% 미만,
식량 안보 위기 주요 정부 과제로

싱가포르는 2020년 3월 식료품과 생필품 사재기 현상을 겪었다. 이런 해프닝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식료품을 상당수 수입하는 인접국 말레이시아의 봉쇄 조치로 인한 불안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2018년 기준 1인당 GDP 6만5000달러로 부국이지만 한 가지 큰 약점이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품 90% 이상을 수입한다는 점이다. 현재 싱가포르는 채소 소비량의 13%, 생선 9%, 달걀 24%만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현지에서 소비되는 식품의 90%를 수입해 식품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

사실 식재료 사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 침체 기간, 싱가포르의 수입 식품 가격이 급등했고, 사재기 같은 공황적 행동이 발생했다. 이후 싱가포르 정부는 국가의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수입 식품에 크게 의존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은 채 수입 채널만 다각화하는 대응 방안을 세웠다. 이번에도 싱가포르에 계란을 주로 공급해온 말레이시아가 봉쇄되자 대체 공급처로 근접 국가인 태국부터 멀리 덴마크까지 11개 국가로 확장, 계란 긴급 확보에 나섰다.

이런 위험을 인지하고 있는 싱가포르 정부는 2019년 3월 2030년까지 국내 생산을 통한 식품 공급을 현재 10%에서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10년이 채 남지 않은 현재,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주요 식량인 잎채소와 생선, 달걀 3가지를 자급 품목으로 우선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싱가포르 내 식품 생산의 한계점으로는 숙련된 노동자의 부족과 높은 토지 가격을 꼽았다.

정부의 투자도 꽤나 적극적이다. 자국 생산 식품을 늘리기 위해 식품 관련 연구개발에 1억4400만 싱가포르달러(약 1200억 원), 농업 회사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도입 지원에 6300만 싱가포르 달러를(약 530억 원)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 식품안전과 동물 위생 규제를 통합해 관리하던 싱가포르 농식품수의청(AVA)의 개편을 통해 2019년 4월1일부로 식품 안전 및 보안 감독기관인 싱가포르 식품청(SFA)을 신설했다. 싱가포르 식품청은 2020년 4월 국내 농업생산자의 생산 가속화를 위해 3000만 싱가포르 달러를(약 250억 원) 지원하는 30×30 Express Grant를 발표했으며 현재 제품 포장 겉면에 ‘싱가포르산 농산물’임을 표기하는 제도를 통해 자국 생산 식품 소비를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 식품청은 싱가포르 식품 공급의 주요 위험 요인을 아래와 같이 구분하고 있다.

1. 수입국의 식품 관련 질병과 문제로 식품 공급량 부족
2.수입국의 수출 제한으로 식품 공급 중단
3.인접국과의 정치적 변화로 인한 공급 차질

가장 큰 문제는 싱가포르 국토 면적은 서울시의 약 1.2배 크기 정도인데 이 중 농업용 부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라는 것. 이런 배경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도시 농업이다. 싱가포르의 토지 부족을 해소하고 전통적 농업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한계를 극복한 도시 농장이 싱가포르의 주거 및 상업 지역 곳곳에 설립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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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적합한 수직농업 제안한
스타트업 ‘아치센’

싱가포르의 농업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잠재돼 있다. 물과 토양의 부족, 한정된 국토로 인해 토지 비용이 높은 것은 물론 농업 전문 인력도 모자라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수직 농업, 수경 재배, 실내 농장 등의 기술을 활용한 농업 테크 회사들이 도심 속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2015년 창업한 아치센(Archisen)이 바로 이러한 농업 테크 기업이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에서 실내 수직 농업으로서 가장 앞선 기술과 높은 생산량을 자랑한다. 근거리 재배 솔루션 개발과 운영을 통해 현재 싱가포르 내에 연간 100톤 정도의 신선한 채소를 공급한다. 싱가포르의 대형 마트들과 온라인 신선 식품 플랫폼인 레드마트(Redmart), 푸드판다(Food Panda) 등을 통해 판매한다.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로도 납품을 하고 있다.

아치센은 기존 농장보다 40배 높은 수확량을 거두고 있어 싱가포르에서 가장 높은 수확량을 자랑한다.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무려 50여 가지의 고품질 채소를 생산한다. 이 회사의 전략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다.

1. 현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

아치센 공동 창업자인 빈센트(Vincent)는 싱가포르국립대에서 기계공학 학위를, 스븐(Sven)은 난양 이공대학 NTU에서 생물 과학 학위를 받았다. 이들은 2012년부터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의 농장의 스마트 농업 인프라에 필요한 각종 센서 등을 개발, 야외 농장의 수확량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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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존 농업의 더딘 발전 속도에 한계를 느꼈다. 또한 싱가포르 농산물의 90%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의존도를 과감하게 낮추기 위한 솔루션을 만들어보고 싶은 도전 의식도 커졌다. 그래서 이들은 2015 년부터 아치센을 설립하고 싱가포르의 농업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싱가포르 같은 도시 국가의 토지와 노동력은 일반적으로 매우 비싸기 때문에 실내에서 채소나 곡물을 재배하는 수직 농장이 유일한 해답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또한 높은 마진의 작물에만 집중하는 것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인구가 자주 구매하는 50종의 작물에 집중해 현지화한 비즈니스 전략을 펼쳤다.

아치센은 싱가포르 정부의 2030년까지 식품 국내 생산 30%를 달성하겠다는 ‘30 by 30’ 전략 계획의 주요 업체로서 적극적인 투자와 생산 확대를 통해 2022년까지 싱가포르 내 채소 공급의 5% 이상을 담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싱가포르 내에서 소비되는 채소가 연간 10만 톤 정도 되는데 아치센에서는 연간 최소 5000톤 이상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아치센은 비슷한 니즈를 가지고 있는 아시아 다른 국가들에서 실내 버티컬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많은 고객에게 가장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채소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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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농장 최적화로 생산성 극대화

아치센은 실내 채소 재배 농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작물 수확량을 최적화하는 데 주력한다. 6년 전 사업 초기부터 전용 연구개발(R&D)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작물 레서피 데이터베이스 확보부터 각 작물의 성장 단계(발아, 생장, 과실 단계)에 맞는 조명의 세기와 방사율 조정, 습도, 온도 등을 각종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해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전력 효율성이 좋고, 방사 발열이 낮으며, 수명이 긴 LED 광원을 사용해 비용을 낮췄다. 아치센에서 연구 개발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화한 제어 시스템을 개발해 실내 채소 재배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인근 기존 농가에서 재배해서 수입해 들어오는 채소들과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다. 향후 재배와 수확에 활용할 로봇 또한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면적당 생산성을 3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인건비 또한 5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전통 농장 대비 비용 절감

아치센은 싱가포르 인근 국가에서 국경을 넘어오는 기존 농가 제품들과 달리 싱가포르 국내에서 선주문 제작 방식으로 생산한다. 운송, 보관, 재고 관리, 작물 손실 등의 비용을 현저히 낮출 수 있었다. 또한 기존 농가들이 유기농 채소라고 판매하는 제품들까지 유기농 전용 농약을 사용하는 등 사실상 농약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아치센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무농약 채소(pesticide-free vegetables) 태그라인을 통한 브랜딩도 인기가 높다.

물론 아치센과 함께 농업 테크 산업에서 경쟁하고 있는 다른 스타트업들도 많다. 창업한 지 8년 된 서스테니르(Sustenir)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 국부 펀드인 타마섹의 투자도 받았지만 케일 한 가지 작물만 생산에 성공했으며 이제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이렇듯 싱가포르는 현재 국가가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를 혁신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선정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이 덕에 자국의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인재들이 스타트업으로 몰리고 있다. 농업 테크, 푸드 테크는 싱가포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만큼 한국의 기업과 인재들도 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권혁태 파인벤처스파트너스 대표 hyuktae.k@gmail.com
필자는 캐나다 퀸즈대학교 경영학과 (Queen’s University in Canada)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 일본과 싱가포르 오피스에서 일했다. 이후 싱가포르 금융 통화청 (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 에 등록된 금융 투자회사인 (Registered Fund Management Company)인 파인벤처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스타트업이 있는 동남아, 미국, 중국, 한국 회사들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며 글로벌 진출을 돕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4호 세계관의 세계 2021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