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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마이크로소프트의 정밀농업 솔루션 ‘애저 팜비트(Azure FarmBeats)’

다양한 분야 전문가 손잡고 솔루션 개발
MS의 혁신 씨앗 ‘팜비트’서 열매 맺는다

이방실 | 306호 (2020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마이크로소프트의 정밀농업 솔루션 ‘애저 팜비트(Azure FarmBeats)’의 기술 혁신

1. TV 잔여 주파수(TV White Spaces, TVWS) 활용해 과도한 네트워크 연결 비용 해결
: 농업 관련 데이터 수집을 위해 필요한 인터넷 연결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TVWS 라우터가 장착된 사물인터넷(IoT) 기반 기지국을 농장에 세워 토양 센서, 스마트폰 등 농장 내 모든 디바이스를 연결

2. 머신러닝 알고리즘 기반 항공 이미지 분석 기술 도입해 토양 센서 사용 최소화
: 데이터 분석에 드론이나 스마트폰을 부착한 풍선으로 하늘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병행 사용함으로써 최소한의 토양 센서만 설치

3. 사물인터넷(IoT) 엣지 컴퓨팅 기술로 농가의 열악한 브로드밴드 극복
: 농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할 필요 없이 농가 PC에서 직접 분석, 열악한 인터넷 속도로 인한 데이터 처리의 어려움 해결



지난 7월15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미국의 한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는 소식을 세상에 전했다. MS의 협업 툴인 팀즈(Teams)를 통해 상대방 회사 CEO와 화상으로 만난 그는 양사 파트너십의 의의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했고, 이는 곧바로 CNN 등 주요 언론 매체에 소개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도대체 어떤 기업과의 제휴였기에 거대 기술 기업(tech giant)의 최고 수장이 언론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며 홍보를 자처했던 걸까. 심지어 나델라는 상대측 CEO와의 대화 영상을 자신의 링크트인(LinkedIn)에도 공유했을 정도로 이번 전략적 제휴에 각별한 신경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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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MS와 손을 맞잡은 회사는 연 매출 규모만 140억 달러(약 16조 원)에 달하는 미국의 대형 농업협동조합 랜드오레이크스(Land O’Lakes)였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의 선택치고는 선뜻 연결이 되지 않는 조합이지만 랜드오레이크스가 어떤 회사인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랜드오레이크스는 일반인들에겐 버터, 휘핑크림, 생크림, 치즈 등 유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사업 영역은 단순 농산물 유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농부들이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는 어그테크(AgTech, 농업 기술) 솔루션을 개발해 농식품 산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주체들에 제공한다. 랜드오레이크스 입장에선 자사 솔루션의 역량을 배가하기 위해서라도 MS의 손을 잡을 유인이 분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MS는 왜 농업 분야에 관심을 갖는 걸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기존 윈도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클라우드 중심으로 과감하게 전환한 MS의 최근 행보와 인공지능(AI)을 통해 MS가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핵심엔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AI를 활용하는 MS의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 혹은 precision farming) 솔루션 ‘애저 팜비트(Azure FarmBeats)’가 있다. 랜드오레이크스가 다른 클라우드 사업자를 제치고 굳이 MS를 파트너로 선택한 결정적 이유도 애저 팜비트와의 연계를 통해 자사 솔루션과의 시너지 창출을 원했기 때문이다.

팜비트는 ‘기술이 선한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MS의 믿음하에 지난 2015년 출발한 프로젝트다. ‘농장(farm)의 맥박(beats)’이라는 이름1 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 현재 인류가 직면해 있는 여러 문제 중 농업 관련 문제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해결하는 데 초점을 뒀다. 2015년 1월 MS 산하 연구조직인 마이크로소프트리서치(Microsoft Research, MSR)에서 시작한 팜비트 연구 프로젝트는 2018년 11월부터 본격적인 제품화 프로세스에 들어갔고, 이후 1년 만에 MS의 클라우드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애저 팜비트)로 공식 출시(2019년 11월)됐다.

팜비트 프로젝트는 실제 제품화되기 훨씬 전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기존 정밀농업 솔루션의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고비용 이슈를 상당 부분 해결한 덕택이다. 농장에 설치하는 센서 네트워킹 솔루션 비용(2017년 기준)을 놓고 따져볼 때, 기존 제품 가격은 대체로 센서당 최소 1000달러가 넘어갔는데 팜비트는 이를 약 200달러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거둔 쾌거였다. 랜드오레이크스 같은 대형 농업협동조합은 물론 펩시코(Pepsi Co.) 같은 식품 대기업, 미국 농무부(USDA),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등 정부 기관들까지 애저 팜비트의 고객으로 속속 합류하고 있는 이유다. 기술 기업인 MS가 어떻게 이렇게 단기간 농업이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이뤄내며 농식품 산업 생태계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DBR가 분석했다.

생소한 ‘농업’ 분야에 눈 돌린 기술 기업 MS

애저 팜비트는 현재 MS에서 애저 글로벌(Azure Global) 수석 과학자(Chief Scientist)로 일하고 있는 란비르 찬드라 박사가 MSR에서 근무할 당시 시작한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찬드라 박사는 인도의 명문대이자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의 모교이기도 한 인도공과대 카라그푸르 캠퍼스를 나와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학위(컴퓨터공학)를 받았다. 2005년 졸업과 동시에 MSR 연구원으로 합류한 그는 “내가 하는 연구가 실제 사람들의 삶 속에서 제품으로 사용되는 걸 보고 싶어 학계로 가는 대신 MS를 택했다”고 말했다.

학력으로 보나 직장 경력으로 보나, 찬드라 박사는 농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길을 걸어왔다. 실제로 팜비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까지 그가 연구했던 주제는 무선통신 기술, 배터리 등이었다. 그런 그가 생소하기 이를 데 없는 농업 시스템 개발에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인도에서 나고 자란 찬드라 박사는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방학만 되면 인도 내에서도 극빈 지역으로 손꼽히는 비하르주(Bihar State)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가서 농사일을 도와야 했다”며 “화장실도 없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지냈던 경험은 결코 즐겁지 않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개도국의 농업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생각이 늘 마음속에 있었다”고 말했다.

타이밍도 좋았다. IoT,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등 다양한 ICT를 활용하는 팜비트 프로젝트는 2014년 MS의 3대 CEO로 취임한 나델라의 전사적 사업 개편 방향과도 잘 맞는 연구 주제였다. 주지하다시피 나델라는 일찌감치 클라우드와 AI를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게다가 농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지속될 ‘만년 산업’이다. 아무리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시대라지만 스마트폰 없이는 살아도 밥 안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급격한 기술 진보로 인해 산업계 지형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불확실성 역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도 변함없이 존재할 산업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주목할 만하다. MS 경영진이 2014년 말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농업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찬드라 박사가 제안한 팜비트 프로젝트를 승인하게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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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비트 프로젝트는 연구 시작 초기부터 MS 구성원들은 물론 최고경영진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우선 찬드라 박사는 사내 혁신 문화 확산을 위한 프로그램인 마이크로소프트 거라지(Microsoft Garage) 해커톤에 다른 연구자들과 팀을 이뤄 참가했다. 팜비트 연구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2015년의 일이었다. 이들은 이틀간의 해커톤 기간 동안 팜비트 프로토타입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고, 이후 실제 농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낸 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 마이크로소프트 거라지 명예의 벽(Wall of Fame)에 이름을 올렸다. 나델라 역시 ‘2017년 한 해 동안 자신에게 영감을 준 10개 프로젝트’ 중 하나로 팜비트를 꼽아 자신의 링크트인에 소개했으며 MS에서 정책 프로그램 및 법률문제를 총괄하는 브래드 스미스 사장도 2017년 12월 ‘지구환경 AI(AI for Earth)’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해당 프로그램의 취지와 지향점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MS의 프로젝트 중 하나가 팜비트라고 밝혔다. (DBR mini box I ‘MS의 ‘지구환경 AI’ 프로그램’ 참고.)


DBR mini box I : MS의 ‘지구환경 AI’ 프로그램

“지구 살리는 연구라면…”
플랫폼 개방하고 기술자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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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는 지난 2017년 각종 환경 문제로 병들어가고 있는 지구를 AI 기술로 되살린다는 야심 찬 목표 아래 ‘지구환경 AI(AI for Earth)’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AI를 통한 지구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향후 5년간 총 5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구체적으로 △농업 △수자원 △생물 다양성 △기후변화 등 4개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이나 비정부 조직(NGO), 스타트업, 기타 연구 그룹이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선별, 프로젝트 범위와 특성에 따라 개당 5000∼1만5000달러에 상응하는 애저 플랫폼 사용권을 주고, AI와 관련한 각종 기술 자문과 교육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다.

지금까지 MS는 전 세계 81개국에 걸쳐 508개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외부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이 거의 대부분이지만 MS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연구 프로젝트라고 무조건 배제하진 않는다. 팜비트 프로젝트도 내부 연구 과제였지만 지구환경 AI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았다. 마치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등대처럼 MS가 추구하는 지구환경 AI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시범 프로젝트(lighthouse project)로 인정받은 덕택이다.

지구환경 AI 프로그램을 MS가 일종의 사회공헌 차원에서 진행하는 단순 일회성 지원 사업 정도로만 이해한다면 큰 오산이다. 연구실 단계에 있는 프로젝트를 클라우드 플랫폼 수준에서 제공할 수 있는 상용화된 서비스로까지 발전시키는 게 프로그램의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MS는 지구환경 AI 프로그램의 1차 지원 대상 중 전도유망한 프로젝트를 따로 선별, 좀 더 많은 투자 지원과 함께 MS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접목해 해당 AI 솔루션을 상품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MS 애저에 탑재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반드시 자사 플랫폼이 아니어도 좋다는 게 MS의 입장이다. 어떤 클라우드 플랫폼에서든 환경 문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 상용화 사례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기업이 자사 전략에 맞는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게 될 것이고, 그게 바로 AI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며 더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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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에서 해마다 진행되는 연구가 하나둘이 아닐 텐데 팜비트가 이처럼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프로젝트 초기부터 미국과 인도 현지 농장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수행하며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분석해 농장주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통찰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2015년 찬드라 박사가 연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팜비트의 실험 농장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미국 워싱턴주 소재 댄싱크로농장(Dancing Crow Farm, 춤추는 까마귀 농장)이 대표적 예다. 시애틀 동쪽으로 약 40㎞ 정도 떨어진 카네이션의 스노퀄미강 인근에 약 2만 ㎡(6100여 평) 규모로 자리 잡고 있는 농장으로, 빌 게이츠 MS 창업자까지 방문해 게이츠노트(GatesNotes, 빌 게이츠의 블로그)에 소개된 곳이기도 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시애틀은 겨울에 비가 많이 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댄싱크로농장주는 겨울마다 홍수로 인한 작물 침수 피해로 골치를 앓곤 했다. 농장이 자리 잡은 곳이 범람하면 물에 잠기는 강가 평지였기 때문이다. 이 농장의 경우 유기농 채소를 재배해 식당이나 식품 유통업체에 납품하곤 했는데 한번 홍수가 나서 범람하면 어떤 농작물이 침수됐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길이 없어 모두 다 폐기 처분하다 보니 손해가 막심했다. 하지만 팜비트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토양과 작물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홍수가 일어도 물에 잠기지 않아 여전히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채소를 선별해 낼 수 있게 돼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뿐 아니다. 작물을 재배하고 토양을 관리하는 데 있어 전체적인 물 사용량은 30%, 석회질 비료 사용량은 44%나 줄일 수 있게 됐다.

2018년 파일럿 테스트 농가로 선정된 워싱턴주 소재 대형 농장인 넬슨농장(Nelson Farm, 약 3197만 ㎡, 967만 평)의 경우는 더 놀랍다. 팜비트 도입으로 고가의 화학약품(살충제, 제초제 등) 사용량을 무려 90%가량 줄일 수 있게 돼 전체 비용을 15% 정도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한다. 팜비트의 온도 예측 서비스 덕에 냉해에 사전 대처함으로써 손실 위험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이처럼 팜비트는 실제 제품화되기 전부터 농장 관리자에게 토양 습도와 온도, pH 수준 등 농사짓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사람(농부)의 주관적 감이 아니라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정밀농업을 구현해내는 데 성공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실제 제품화에 성공했다. 찬드라 박사는 “보통 장기 연구 프로젝트가 제품 출시로까지 이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7년 정도로 잡는데 팜비트는 이 기간을 2년이나 단축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찬드라 박사를 위시한 MSR 연구자들은 어떻게 이렇게 단시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걸까? 이를 이해하려면 벌써 역사가 40여 년은 되는 정밀농업이 그동안 왜 확산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이유부터 따져봐야 한다.

정밀농업 확산 막는 걸림돌 파악

미국을 중심으로 1980년대부터 발전돼 온 데이터 기반 정밀농업은 작물의 생육 특성과 재배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정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최소한의 투입 자원으로 생산량 극대화를 꾀하는 농업 전략이다. 동일 농가에서 운영하는 농경지라도 각각의 위치마다 작물 생육 특성이 다른 만큼 농경지를 관리하고 농자재를 투입하는 방식도 위치별로 달라져야 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정밀농업에선 작물의 건강이나 영양 상태는 물론 토양의 습도와 온도, 일조량 등 작물 재배와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 물과 비료 등의 자원을 꼭 필요한 곳에 적정량만 투입해 파종과 수확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개념적으로만 생각하면 전 세계 식량 수급 문제를 당장에라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마법의 솔루션이자 농업의 미래다. 경작 가능한 농지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고, 기후변화로 인한 토양 유실이나 살충제 및 화학비료 과다 사용에 따른 환경 파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 네덜란드, 일본 등 몇몇 선진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나라, 특히 개도국 농업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정밀농업은 매우 초보적이고 미미한 수준이다. 그 역사가 40년이 다 돼 가는데도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첫 단추를 채우는 일에서부터 막히니 쉽게 확산될 리가 없었다.

찬드라 박사는 바로 여기서 기회를 발견했다. 데이터 수집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면, 그래서 데이터 기반 농업으로 농사의 패러다임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면, 현대 농업이 직면하고 있는 범지구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봤다. 그리고 ICT를 활용한 정밀농업 확산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부터 파고들었다. 이는 크게 △과도한 네트워크 연결 비용 △센서(자원) 활용의 제약 △열악한 브로드밴드 세 가지로 압축됐다.

1. 과도한 네트워크 연결 비용

정밀농업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땅에 센서를 꽂든지, 노지에 카메라를 설치하든지, 농장 곳곳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농장 전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모든 디바이스가 인터넷에 연결(connectivity)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걸 농장 환경에서 구현하기란 쉽지 않다.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야 곳곳에 기지국이 있으니 무선 네트워크에 쉽게 연결될 수 있지만 인적이 드문 시골 농장에서 도시와 같은 수준의 기지국이 있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당연히 네트워크 연결의 문제가 클 수밖에 없다. 호당 평균 농지 면적이 수십만 평에 달하는 미국 같은 곳은 더더욱 그렇다. 그나마 사람이 사는 농가는 비록 열악한 전송 속도로나마 인터넷에 연결돼 있긴 하다. 하지만 농장과 농가는 대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집에 있는 와이파이를 끌어다 쓰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기존 정밀농업 솔루션들은 대부분 별도의 무선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위성을 활용하는 방식을 택해 사업을 수행하고 있었고, 이는 당연히 데이터 수집에 들어가는 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팜비트 연구진에 따르면 2016년 미국에서 열린 농업 관련 박람회에서 농업 전문 기업들이 출품한 센서 가격은 대략 5개 묶음에 8000달러에 달했다. 물론 센서 자체 가격만 따지면 그리 비싸지 않다. 하지만 센서만 덜렁 구입해선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자(농부)에게 전달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고가의 네트워킹 솔루션을 함께 갖춰야 하다 보니 전체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정밀농업을 확산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는 아무것도 없는 농장 한복판에서도 모든 장비를 저렴하게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 연결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2. 센서(자원) 활용의 제약

기본적으로 농업은 기후와 토양 등 자연환경 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심지어 같은 농경지 안에 동일 종자를 뿌려도 노지 위치에 따라 생장과 발육이 달라진다. 따라서 정밀농업에선 토양 센서(soil sensor)를 땅에 꽂거나 드론(drone, 무인 항공기)을 하늘에 띄워 촬영한 이미지를 가지고 땅속 수분 함량이나 온도, pH 등 작물 재배와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다. 그래야 물과 비료를 꼭 필요한 곳에 적정량 투입할 수 있고 작황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토양 센서나 드론 모두 무작정 쓰기엔 현실적 제약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토양 센서의 경우 정교한 데이터 수집을 위해선 대략 10m 간격으로 촘촘히 센서를 꽂아야 하는데 이 방식은 농지 규모에 따라 금전적 비용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땅에 센서가 너무 많으면 관리도 힘들 뿐 아니라 걸리적거려서 트랙터 한 번 지나가기도 힘들다. 심지어 시중에 나와 있는 토양 센서의 경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양은 매우 적어 효과성도 떨어졌다.

대당 1000달러 이하면 구입할 수 있는 드론이 대체 옵션으로 대두되긴 했지만 이 역시 완벽하진 않았다. 배터리 수명이 가장 큰 문제였다. 농장 전체를 커버하려면 몇 차례 왕복을 해야 하는데 한 번의 배터리 충전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센서를 최대한 비용 효과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3. 열악한 브로드밴드

농장에서의 인터넷 연결 문제를 해결하고 데이터 수집도 무사히 마쳤다면 의사결정에 필요한 분석 정보(analytics)를 얻기 위해 이 데이터를 어디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수집한 데이터 모두를 실시간으로 클라우드 플랫폼에 전송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농가의 열악한 인터넷 속도를 고려할 때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었다. 한 번 드론을 띄워 15분만 촬영을 해도 4GB 수준의 고용량 데이터가 나오기 때문이다. 심지어 농장에선 홍수가 나거나 폭우가 쏟아지면 인터넷을 포함한 모든 통신 연결이 끊겨버리는 경우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이렇게 불안정한 인터넷 네트워크로 어떻게 그 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농부들에게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할 것인가가 또 다른 도전 과제였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 극복

문제점을 파악한 찬드라 박사는 MSR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하나하나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처음엔 그의 근무지인 미국 MSR 레드먼드(Redmond) 랩에서 프로젝트를 주도했지만 1년 뒤부터는 인도 MSR 벵갈루루(Bengaluru) 연구진과도 힘을 합쳤다. 이들은 가장 먼저 제일 근본적인 문제, 즉 농장 내 통신 네트워크 연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법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찬드라 박사가 MSR에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연구해왔던 주제인 ‘TV 잔여 주파수(TV White Spaces, TVWS)’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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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VWS 활용해 고비용 문제 해결

TVWS란 TV 방송용으로 할당된 주파수 대역 중 이용하지 않고 있는 유휴 대역을 말한다. 방송 사업자 간 주파수 간섭을 막기 위해 일부러 비워 둔 보호 대역이나 지역별로 사용되지 않는, 쉽게 말해 ‘안 쓰고 남아도는 TV 채널’이다. 과거 아날로그 TV 시절에 채널을 돌리는 중간중간에나 TV 정규 방송이 모두 끝난 후 ‘지지직’거리는 잡음(white noise)과 함께 나타나는 화면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도시에선 수십 개 방송 채널이 존재하지만 시골에선 방송되는 채널 가짓수가 그리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에 따라선 사용하는 채널보다 사용하지 않는 채널이 더 많기도 하다. 이는 그만큼 유휴 자원이 많다는 뜻이다. 심지어 TVWS는 비면허 대역이라 주파수 할당 대가나 전파 사용료 등의 비용 부담도 없다. 초단파(VHF)와 극초단파(UHF)를 사용하기 때문에 멀리까지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원래 TV 채널로 쓰려고 했던 주파수다 보니 드론으로 촬영한 고용량 데이터 전송에도 무리가 없다.

일찌감치 TVWS의 가치에 대해 주목해 왔던 찬드라 박사는 ICT 기반의 정밀농업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도 이를 활용하기로 했다. 농가에서 사용하는 인터넷을 TVWS 링크를 활용해 농장에 설치한 팜비트의 IoT 기지국(태양광 에너지로 작동)으로 연결하면, 기지국에 장착된 TVWS 라우터가 무선 인터넷 공유기처럼 작동해 각종 센서를 포함한 농장 내 모든 디바이스(예: 농부의 스마트폰)와 연결되는 구조였다. 이렇게 시스템을 설계하자 센서 비용도 자연스레 낮출 수 있었다. 기존에 센서마다 장착해야 했던 데이터 로거(data logger)가 필요 없어지게 됐고,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로라(LoRa) 같은 저전력 광역 통신 기술(LPWA)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찬드라 박사는 이처럼 TVWS라는 유휴 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기존 정밀농업 솔루션의 가장 큰 문제였던 과도한 네트워크 연결 비용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2.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항공 이미지 분석해 토양 센서 사용 최소화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센서만 사용하고도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까의 문제였다. TVWS 사용으로 토양 센서 솔루션 도입 비용을 기존 제품보다 낮추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팜비트 연구진은 데이터 수집을 위해 토양 센서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건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토양 센서는 대략 200m 간격에 하나씩 최대한 듬성듬성 설치하되 드론을 통해 공중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을 도입하기로 했다. AI의 힘을 빌리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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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연구진은 드론이 촬영한 항공 이미지를 파노라마처럼 구성하고, 여기에 토양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더해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정밀지도(precision map, 토양의 수분 함량이나 지중 온도, pH 수준, 혹은 작물의 건강 상태나 해충 침입 여부 등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보여주는 지도)를 만들어내는 접근을 취했다. 이 역시 채널 대역폭이 넓어 고용량 데이터 전송에 무리가 없는 TVWS를 사용하기로 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찬드라 박사에 따르면 토양 센서 데이터만 사용하거나 드론 촬영 이미지만 사용하는 솔루션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두 가지 모두를 사용해 분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팜비트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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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론을 활용하는 방법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드론 구입 비용은 선진국에선 그리 큰 투자가 아니지만 소득 수준이 낮은 개도국에선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항공 관련 규제가 존재한다는 것도 걸림돌이었다. 가령, 인도에서 드론을 띄우려면 국방부 허가를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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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연구진은 드론을 사용하지 않고도 항공 이미지를 수집할 수 있는 옵션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연구진은 헬륨 가스 풍선에 배터리팩과 스마트폰을 매달아 공중에서 촬영하는 ‘묘책’을 생각해냈다. 마치 계류식(繫留式) 기구처럼 풍선에 줄을 매달아 땅에 고정시켜 놓고 60∼70m 상공에서 알아서 촬영하게 할 수도 있고, 아예 사람이 헬륨 풍선에 달린 줄을 잡고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에 매달아 놓고 농장을 돌아다니며 찍을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인도처럼 인건비가 싼 나라나 작은 농장을 운영하는 곳에선 충분히 가능하고 현실적인 옵션이었다.

3. IoT 엣지 컴퓨팅 기술로 농가 PC에서 직접 데이터 분석

마지막으로, 팜비트 연구진은 농가 PC를 IoT 엣지 컴퓨팅 디바이스로 활용함으로써 농가의 열악한 인터넷 전송 속도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을 취했다. 결국 필요한 건 수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는 게 아니라 해당 데이터를 농부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의미 있게 ‘분석’하는 일이라는 점에 집중한 결과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MS의 애저 IoT 엣지(Azure IoT Edge) 서비스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고도 농가 PC에서 애널리틱스 서비스(예: 정밀지도 작성)를 실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대부분 농가가 PC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농부들이 모든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받아보길 원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에 착안한 접근이었다. 가령, 온도나 관수(irrigation) 관련 정보는 실시간으로 제공받기 원하지만 어떤 종자를 뿌리는 게 좋을지 같은 제안은 시차가 좀 있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서비스였다. 따라서 좀 더 시간을 갖고 제공해도 될 정보는 데이터를 압축적으로 요약해 클라우드로 전송하고, 실시간 니즈가 있는 내용은 바로바로 처리해 제공했다. 특히 폭우나 폭설 등 기후변화로 인한 갑작스런 통신 단절 위험에도 끊김 없는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인터넷 연결이 끊어진 상태에서도 작동하도록 했다.

연구 프로젝트 시작 5년 만에 상용화 서비스 성공

MS의 브래드 스미스 사장이 지난 2017년 ‘지구환경 AI’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자사의 AI 지향점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시범 프로젝트로 언급한 건 팜비트 외에도 두 개가 더 있었다. 감염병 발생 징조의 사전 예측을 목적으로 하는 ‘마이크로소프트 프리모니션(Microsoft Premonition)’과 토지피복도(土地被覆圖) 작성 기술인 ‘랜드커버매핑(Land Cover Mapping)’ 프로젝트다. 이 셋 중 지금까지 실제 제품화로 이어진 프로젝트는 팜비트가 유일하다. MSR 소속 책임 연구원(Principal Researcher)으로 팜비트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던 찬드라 박사가 2018년 11월 애저 글로벌 수석 과학자로 자리를 옮긴 이유도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던 팜비트 프로젝트를 실제 상용화 서비스로 출시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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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제품 출시를 위해 MS는 그간 정밀농업 분야 센서 전문 업체인 데이비스 인스트루먼트(Davis Instruments)와 페슬 인스트루먼트(Pessl Instruments), 드론 업체인 센스플라이(SenseFly)와 DJI 등 여러 업체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시스템을 개발해왔다. MS는 정밀농업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는 농업 시스템을 만드는 업체이지 직접 센서나 드론을 만들어 파는 게 아니니만큼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업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MS는 DTN처럼 날씨를 비롯한 농업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해주는 업체들과도 협력하며 팜비트 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9년 11월 애저 마켓플레이스(Azure Marketplace)에 공개된 애저 팜비트는 현재 랜드오레이크스를 비롯해 펩시코, USDA, CSIRO 등 다양한 주체를 애저의 고객(B2B)으로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MS가 이들을 대하는 태도다. MS는 이들을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함께 시장을 만들어갈 ‘파트너’로 본다. 즉, 농식품 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있는 농업 관련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교환•거래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협력자로 보는 것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를 한데 모아 분석할 수 있는 기본 플랫폼을 제시하는 건 MS가 잘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지만, 실제로 그 플랫폼 위에서 최종 사용자(농부)가 사용할 수 있는 궁극적인 솔루션을 개발하는 건 파트너 고객사들이 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령, 작년 10월 MS와 파트너십을 맺은 USDA는 메릴랜드주 벨츠빌에 있는 국립농업연구센터(Beltsville Agricultural Research Center, BARC)의 농장(약 2800만 ㎡, 856만 평)에 팜비트를 적용, 피복작물(cover crop) 관리에 특화된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현재 BARC는 토양 센서와 드론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트랙터에도 센서를 장착하고 인공위성까지 활용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있다. 지난 7월 MS와의 전략적 제휴를 발표한 랜드오레이크스의 경우엔 ‘윈필드 유나이티드 R7®(WinField United - R7®)’ ‘트루테라™ 인사이트 엔진(Truterra™ Insights Engine)’ 등 자사의 다양한 솔루션을 MS의 클라우드로 끌어모으고 애저 팜비트와 연계해 어그테크 연계 플랫폼(connected AgTech platform)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기업인 MS는 이처럼 민관을 막론하고 다양한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전반적인 농식품 산업 생태계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비단 농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애저 클라우드를 통해 MS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즉, 농업, 금융, 유통,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domain knowledge)을 갖춘 업계 리더들과 힘을 합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애저 위에 탑재하고, 이들이 하나의 통합된 아키텍처 위에 새로운 솔루션들을 개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 이는 2년 전 애저 글로벌로 자리를 옮긴 찬드라 박사에게 주어진 미션이 팜비트를 실제 제품화화는 것 외에 여러 산업 분야를 아울러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하라는 것이었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MS는 이 같은 접근을 통해 개별 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은 물론 산업 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혁신 기회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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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점 및 도전 과제

인도 출신 엔지니어인 찬드라 박사가 주도한 팜비트는 MSR 레드먼드와 벵갈루루 랩 두 곳의 연구진이 머리를 맞대 내놓은 결과물이다. 농가 호당 경지면적이 방대하고 전 세계 정밀농업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과 농민 대부분이 영세 소작농으로 농업 관련 인프라가 열악한 ‘인도’ 두 나라의 연구진이 힘을 합쳤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MS가 애초부터 최첨단 정밀농업 기술을 소득 수준이 낮은 개도국 영세 농가에도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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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팜비트 연구진은 정밀농업 확산을 막는 걸림돌을 극복하는 데 있어 개도국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로테크(low-tech)’를 적극 활용했다. 환경, 의료, 보건, 교육 등 기본적인 삶의 질과 관련된 사회 문제는 소득 수준이 낮고 각종 인프라가 취약한 개도국일수록 그 심각성이 더하다. 이 경우 아무리 첨단 기술을 적용한다 해도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같은 문제를 놓고도 선진국과 피라미드의 저변(Base of Pyramid, BoP) 시장에서의 접근이 달라야 하는 이유다. 팜비트 연구진이 프로젝트 초기 인도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하면서 직면한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연구진은 첨단 AI 기술인 머신러닝과 풍선을 활용하는 로테크를 적절히 결합해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는 하이테크와 로테크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의 유익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할 수 있다.

다양한 주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차근차근 프로젝트를 진척시켜왔던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사회 문제는 기본적으로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단일 기업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MS는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센서 업체, 드론 회사, 농업연구소 등 민관을 막론하고 다양한 주체와 협력하며 시스템을 고도화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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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과제도 분명 있다. 찬드라 박사는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 최소 1000달러를 훌쩍 넘기는 센서 네트워킹 솔루션 가격을 궁극적으로 100달러 이하, 즉 두 자릿수 숫자로까지 떨어뜨리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TVWS라는 유휴 자원과 드론이라는 대체 센서 자원 및 머신러닝 기술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기존 정밀농업 솔루션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고비용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해 대략 200달러 수준으로까지 비용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연구 프로젝트 단계에 머물러 있던 팜비트를 애저 팜비트라는 실제 제품으로 출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찬드라 박사도 지적하듯 현재 서비스는 최소 4만 ㎡(약 1만2000평) 이상 농지를 갖고 있는 중소 규모 이상의 농가에 적합한 수준으로, 소규모 자작농이나 개도국의 영세 농가들에는 여전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MSR에선 아예 특별한 센서 장비 없이 토양 관련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개도국 환경을 고려해 드론 활용을 고집하지 않고 풍선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발상을 전환했던 때처럼 결국 필요한 건 하드웨어가 아닌 ‘데이터’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센서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적 해결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무선 칩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이 현실화되면 새로 장비를 구입할 필요 없이 대부분 사람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엄청난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DBR mini box Ⅱ ‘란비르 찬드라 MS 애저 글로벌 수석 과학자 인터뷰’ 참고.)


DBR mini box II : 란비르 찬드라 MS 애저 글로벌 수석 과학자 인터뷰
“인간의 지식을 대체(replace)하는 게 아닌, 증가(augment)시키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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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R는 IT 업계에서도 실용적인 연구에 집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MSR의 미션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컴퓨터 과학의 진보에 기여하고, 둘째, 연구 결과물은 무엇이든 제품으로 출시하며, 셋째, MS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MSR 소속 연구자들이 해마다 엄청난 양의 학술 논문을 발표하고, 그 결과물이 단순 발명이나 특허 출원에서 그치지 않고 제품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미래에 중요해질 연구 분야가 무엇일지를 파악해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유다.

나만 해도 지금까지 100편이 넘는 학술 논문을 발표했고, 박사 과정 학생들의 학위논문 심사에도 여럿 관여하며 학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동시에 나는 내 연구가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많은 에너지를 쏟아왔다. 단적인 예로 팜비트 전에 내가 수행했던 연구 주제는 배터리였는데 해당 연구 결과물은 윈도와 비주얼 스튜디오(Visual Studio, MS의 통합 개발 환경)에 반영됐다. 지연 시간이 짧은 고품질 무선통신 기술(low latency wireless) 연구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대가 팔린 비디오 게임기 엑스박스 원(XBOX One)의 무선 컨트롤러 프로토콜에 적용됐다. 마지막으로, MS의 미래를 위한 장기 프로젝트는 5년 주기로 새로운 토픽을 찾아 수행해 왔다. 2005년 입사 당시엔 TVWS를 연구 주제로 택했고, 2010년엔 배터리 연구에 착수했으며, 2015년 팜비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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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R가 지향하는 연구 혁신의 전체 맥락 속에서 팜비트 프로젝트를 평가해 달라.

팜비트의 경우 ‘흥미롭긴 하지만 다소 비현실적인(blue-sky)’ 혁신 연구 성격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불과 5년 만에 제품화에 성공했고, 이제는 애저 팜비트를 사용하는 고객들로부터 얻는 피드백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정교화시켜 나가는 과정에 있다. 팜비트 사업을 주관하는 공식 부서도 2년 전 애저 글로벌로 넘어왔다. MSR에서 연구 프로젝트로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구체적인 임무(mission-focused)’가 정해진 셈이다.

팜비트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목표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그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실제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기존 정밀농업 솔루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최소 4만 ㎡(약 1만2000평) 이상 농경지를 가진 중대형 규모의 농장에서 도입하기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비용을 낮췄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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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졌던 궁극적 목표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빈곤의 늪에서 허덕이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Sub-Saharan Africa) 지역의 영세 농민들도 제한 없이 쓸 수 있게 만들려면 솔루션 가격을 최소한 100달러 밑으로 낮춰야 한다고 보는데 아직 그 수준에 미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MSR에서 팜비트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고, 나 역시 MSR의 파트너 연구원(Partner Researcher)을 겸직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신호를 활용해 토양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 중이다. 이미 2년 전 관련 연구를 발표했고, 지난해에는 컴퓨터 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대회(The 25th Annual International Conference on Mobile Computing and Networking)에서도 발표해 상을 받았다. 해당 기술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값비싼 토양 센서를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농가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연구와 제품화 노력은 계속 같이 갈 수밖에 없고, 그래야 한다.

팜비트를 통해 MS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어림짐작(guesswork)으로 농사짓는 관행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 기반(data-driven)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여기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절대 농부를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반을 어림짐작이 아닌 IoT와 AI,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로 바꾸자는 것이다.

팜비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많은 농부를 만나봤는데 그들 모두 놀라운 전문가들이었다. 특히 농부들 가운데에는 대를 이어 농사짓는 경우가 많아서 대대로 물려받은 자신의 농장(땅)에 대해선 최고의 전문가들이었다. 어떤 농부는 손으로 토양을 만져보고, 또 어떤 농부는 흙을 맛보는 등 제각각 방법은 달랐지만 그들 모두 자신만의 방법으로 토양 상태가 어떤지를 귀신같이 알아맞혔다.

팜비트를 통해 우리가 하고자 하는 건 이처럼 훌륭한 농부들의 지식에 더해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으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지식의 잠재력을 증폭시키려는 것, 다시 말해, 인간의 지식을 ‘대체(replace)’하려는 게 아니라 ‘증가(augment)’시키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기술 비용을 낮추는 일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저렴한(affordable) 정밀농업 솔루션을 만들어야 최소한의 물과 비료, 살충제를 사용하고도 생산성은 높여 농가에 더 많은 수익을 얻게 해 주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한(sustainable) 농업을 구현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스마트폰 와이파이 신호를 활용하는 연구가 중요한 이유다. 빌 게이츠가 자신의 블로그인 게이츠노트에도 언급할 만큼.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분명 우리는 우리가 목표하는 바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다.


편집자주
본 인터뷰는 마이크로소프트 협업 허브 플랫폼인 팀즈(Teams)를 통해 진행됐습니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왜, 무엇을, 어떻게, 누가’에 대해 확실한 답을 찾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 팜비트(Azure FarmBeats)’ 사례에는 급속한 환경 변화 속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있는 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전략, 경영, 혁신 이슈가 농축돼 있다. 애저 팜비트는 아직 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고 진행 중인 사업이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도 충분히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사업의 성공 요인을 기업의 혁신 전략과 기업가정신의 관점에서 찾아보면 이 사업은 무엇보다 MS의 사명(mission) 및 전략과의 연계성이 높아 전사적 지원과 외부의 협력을 잘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에서 정밀농업 확산이 왜 어려운지에 대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이를 첨단 IT 역량과 유휴 자원, 로테크를 결합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창의적인 혁신 과정도 주효했다. 또한 기술 기업인 MS가 조직 내 부서 간 협력(MSR 레드먼드와 벵갈루루 랩)뿐 아니라 조직 외부의 분야별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여러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문제에 효과적으로 접근했다. 마지막으로, 사내 기업가(corporate entrepreneur)라고 할 수 있는 란비르 찬드라 박사의 기업가정신과 역량이 뒷받침됐기에 이러한 성공이 가능했다. 성공 요인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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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MS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많은 역량과 자원을 가진 ‘기업’이 인류와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기여해야 하고, 이러한 문제 해결 노력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및 사업 전략과도 연계돼 경제적•사회적 가치 창출과 지속 성장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사명감과 전략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MS의 노력은 ‘지구환경 AI’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최근 선도 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업의 사명은 이익 창출을 넘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성공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애저 팜비트 사업은 이러한 MS의 사명과 전략에 잘 부합됐기 때문에 CEO를 포함한 MS 내부 경영진의 전사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외부 파트너들과의 협력도 잘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둘째, MS가 애저 팜비트 사업에 접근하는 방식을 보면 매우 창의적이고 ‘기업가적인 과정(entrepreneurial process)’을 따르고 있다. 먼저, 개도국에서 정밀농업 확산이 어려운 문제의 근본 원인을 ① 과도한 네트워크 연결 비용, ② 센서 활용의 제약, ③ 열악한 브로드밴드 등 세 가지로 압축해 정확히 파악했고, 이를 첨단 IT 역량(AI, 데이터 분석 등)과 유휴 자원(남아도는 TV 채널 주파수 대역인 TVWS 등), 인도 현지 상황에 적합한 로테크(헬륨가스 풍선 등)를 결합해 창의적이고 적정하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냈다. 기회는 문제의 명확한 인식과 그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이 만날 때 발굴되고 실현된다. (그림 1) 문제에서 출발해 해결책을 찾아 기회를 실현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정신의 접근 방식이 글로벌 기술 기업 MS에서 팜비트 사업의 성공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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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경제적•사회적 임팩트가 큰 문제는 그 해결책 또한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의 독자적인 노력만으로 찾아지기 어렵다. 정밀농업 또는 스마트 농업은 인간의 의식주와 관련된 중요한 영역이면서 전통 기술과 첨단 기술, 다양한 영역의 전문성, 기술 지식과 도메인(농업) 지식, 민간과 정부 및 지역사회가 함께 관련이 되는 복합 영역이다. 따라서 관련 지식과 역량, 경험과 권한을 가진 여러 주체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MS는 애저 팜비트 사업을 추진하면서 내부적으로도 부서 간에 서로 돕고, 외부의 다양한 파트너와도 효과적으로 역할을 정해 소통하고 협력했다. 과거 MS가 조직 내부의 협력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점을 상기하면 MS의 바뀐 새로운 업무 수행 방식과 조직문화가 협력을 통해 외부 자원의 효과적 활용을 가능하게 했다. 애저 팜비트 사업에서는 조직 내•조직 간 협력이 아이디어 창출과 혁신을 가속화했다.

넷째, 애저 팜비트 사업의 성공에는 란비르 찬드라 박사의 기여가 컸다. 그는 인도와 미국에서 공부했고, 어린 시절 경험한 열악한 개도국의 농업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공감과 열정이 있었다. 그는 과학자로 출발했지만 애저 팜비트의 사업화를 앞당기면서 ‘사내 기업가’의 역할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인도의 경제적•기술적 상황을 고려해 현지에서 잘 적용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 기회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창의적인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을 찾았다. 어쩌면 인도 출신인 그가 자연스럽게 간디식 이노베이션이라고 알려진 『주가드i 이노베이션』의 기본 철학을 실천에 옮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애저 팜비트 사업은 대기업에서 이러한 사내 기업가의 역할 없이는 새로운 영역에서 획기적인 대안을 만드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잘 알려진 진실을 다시 확인해 주고 있다.

이상 애저 팜비트 사업의 성공 요인들을 종합해보면 [표 1]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결국 무언가 새롭고 혁신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은 사명과 사업과 사람이다. 특히 사람의 역할은 첨단 IT 사업에서도 여전히 중요하다.

물론 애저 팜비트 사업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첫째, 현재 200달러 수준으로까지 낮춘 이 사업의 솔루션 가격을 당초 목표인 100달러 밑으로 낮출 수 있느냐의 기술적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또 다른 파괴적 혁신이 필요할 수 있다. 둘째, 지금까지 미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추진돼 온 이 사업이 다른 여러 개도국으로도 확산돼 임팩트를 크게 하려면 또 다른 생태적•문화적•기술적 장애를 극복해야 할 것이며, 여기에는 각 지역의 기업가 및 전문가의 역량과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애저 팜비트 사업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를 가지고 지켜본다.


참고문헌
1. Microsoft Garage, FarmBeats: Democratizing AI for Farmers around the World. (https://www.microsoft.com/en-us/garage/wall-of-fame/farmbeats/)
2. Prahalad, C. K. and Mashelkar, R. A., Innovation’s Holy Grail, Harvard Business Review, July-August 2010.
3. 김재구, 배종태, 이정현, 이무원, 양대규, 강신형, 사회가치경영의 실천전략, 클라우드나인, 2020.


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ztbae@kaist.ac.kr
배종태 교수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개도국의 기술 혁신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KIST 경제분석실에서 일했고, 태국 AIT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초빙 교수를 지냈으며, 중소기업학회 및 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관심 분야는 기업가정신, 기술 혁신 경영, 사회가치경영이며, 주요 저서로는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 『사회가치경영』 『이토록 신나는 혁신이라니』 『굿 비즈니스 플러스』가 있다.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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