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초, 코로나19가 주춤하자 중국에서는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이른바 ‘보복성 소비’가 등장했다. 값비싼 명품을 주저 없이 사는 젊은 소비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반대 현상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조금이라도 자산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1990년 이후 출생자를 일컫는 지우링허우(九零后)의 저축률은 40%나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보복성 저축’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사례 1 중국 광저우에 있는 한 에르메스 매장은 신종 코로나가 발생한 지 2달 만인 지난 4월, 문을 열자마자 일일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앞다퉈 밀려들어 온 고객들은 이미 살 물건이 정해져 있는지 매장을 둘러보지도 않고 전투적으로 물건을 집어 들었고, 오후가 되자 재고가 없어 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품 500만 위안(약 9억 원)어치를 구매하며 이를 ‘인증샷’으로 남기는 이도 있었다. 이날 매장은 하루 동안 1900만 위안(약 3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례 2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 도우반(豆瓣)에 있는 ‘짠돌이클럽’ ‘짠순이클럽’ 가입자가 최근 50만 명을 넘어섰다. 카페 회원들은 #보복성저축, #아껴쓰는법, #저축노하우 등의 키워드를 공유하며 절약과 저축을 생활화하고 있다. 이들은 ‘20위안(약 3500원)으로 일주일 버티는 법’ ‘사지 않고 직접 만드는 법’과 같은 글을 공유하는가 하면 물욕이 생길 때마다 “이거 정말 사도 될까요?” “○○가 너무 사고 싶어요. 저 좀 욕해주세요”하고 회원들의 일침을 호소하기도 한다.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휩쓸고 간 중국과 중국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하고 있을까? 우리가 쉽게 연상할 수 있는 분위기는 기존에 억눌렸던 소비를 뿜어내며 ‘보복성 소비11중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해외여행이 묶이면서 명품 쇼핑 등을 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지갑이 국내에 풀리는 현상을 묘사할 때도 쓰인다. ‘보복적 소비’ ‘보상 소비’로도 불린다.
닫기’에 열을 올리는 [사례 1번]과 같은 모습일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중국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례 2번]과 같은 ‘보복성 저축’ 열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향후 경제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못할 것이란 위기의식이 급증하면서 현금과 금을 모아 놓거나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에 투자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젊은 세대를 일컬은 ‘허우랑(后浪, 뒷물결)’의 소비 행태에 또 다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