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New in China

보복성 소비 vs. 보복성 저축
양단에 선 중국 허우랑(后浪•젊은이)들

306호 (2020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올여름 초, 코로나19가 주춤하자 중국에서는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이른바 ‘보복성 소비’가 등장했다. 값비싼 명품을 주저 없이 사는 젊은 소비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반대 현상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조금이라도 자산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1990년 이후 출생자를 일컫는 지우링허우(九零后)의 저축률은 40%나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보복성 저축’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119_1


사례 1 중국 광저우에 있는 한 에르메스 매장은 신종 코로나가 발생한 지 2달 만인 지난 4월, 문을 열자마자 일일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앞다퉈 밀려들어 온 고객들은 이미 살 물건이 정해져 있는지 매장을 둘러보지도 않고 전투적으로 물건을 집어 들었고, 오후가 되자 재고가 없어 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품 500만 위안(약 9억 원)어치를 구매하며 이를 ‘인증샷’으로 남기는 이도 있었다. 이날 매장은 하루 동안 1900만 위안(약 3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례 2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 도우반(豆瓣)에 있는 ‘짠돌이클럽’ ‘짠순이클럽’ 가입자가 최근 50만 명을 넘어섰다. 카페 회원들은 #보복성저축, #아껴쓰는법, #저축노하우 등의 키워드를 공유하며 절약과 저축을 생활화하고 있다. 이들은 ‘20위안(약 3500원)으로 일주일 버티는 법’ ‘사지 않고 직접 만드는 법’과 같은 글을 공유하는가 하면 물욕이 생길 때마다 “이거 정말 사도 될까요?” “○○가 너무 사고 싶어요. 저 좀 욕해주세요”하고 회원들의 일침을 호소하기도 한다.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휩쓸고 간 중국과 중국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하고 있을까? 우리가 쉽게 연상할 수 있는 분위기는 기존에 억눌렸던 소비를 뿜어내며 ‘보복성 소비1 ’에 열을 올리는 [사례 1번]과 같은 모습일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중국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례 2번]과 같은 ‘보복성 저축’ 열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향후 경제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못할 것이란 위기의식이 급증하면서 현금과 금을 모아 놓거나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에 투자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젊은 세대를 일컬은 ‘허우랑(后浪, 뒷물결)’의 소비 행태에 또 다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19_2


보복성 소비 VS. 보복성 저축

중국인들이 저축에 열을 올리는 현상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중국의 3대 결제 시스템인 알리바바그룹의 알리페이(Alipay)는 자사 고객들의 계좌 정보를 공개하고, 1990년 이후 출생 자(九零后, 지우링허우)’들의 올해 상반기 저축 총액이 작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에는 1990년대 이후 출생자가 현재 1억7400만 명가량 되는데 이 가운데 1억3400만 명이 알리페이를 이용하고 있어 조사 신뢰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서남재경대 연구팀은 알리페이 이용자 2만8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코로나19 종식 뒤에도 저축을 늘리고 소비는 줄이는 패턴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인들의 올 1분기 가계 저축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9% 늘었으며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하루 평균 711억 위안(약 12조 원)씩 예금이 불었다.

‘짠내클럽’ 등 가입하며 현금 불리기 나선 젊은이들

이를 두고 중국의 한 매체는 “‘너는 소비하러 가니? 난 저축한다’는 문장이 최근 중국 SNS상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이라고 소개했다. 중국청년보(青年报)는 7월 “이 시대 청년들의 보복성 저축 현상은 당연하다”는 기사에서 이처럼 최근 불고 있는 중국인들의 돈 모으기 열풍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20_1


“젊은 직장인들이 주말과 여가시간을 이용한 ‘투잡(兼職) 뛰기’에 나설 정도로 돈 모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진 재능만 있으면 남는 시간을 활용해 여유자금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인데 이제는 ‘굳은(死) 월급’만으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비쳐진다. 젊은 층들은 차츰 현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이 위기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벨트’란 것을 깨닫고 있다.”

그만큼 이번 코로나 감염증이 중국인들에게 준 위기의식이 컸다는 얘기다.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은 코로나 발생 이후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만약 당장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면 (현재의 자산으로) 얼마나 버틸 것 같은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42%가 ‘당장 살 수 없다’고 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1년 이상 버틸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120_2


중국의 경제학자이자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의 저자 랑센핑(郎咸平) 교수는 최근 한 지상파 프로그램에 출현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중국에 상위 5%를 계산하면 어림잡아 7000만 명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들의 1인 평균 은행 잔고는 47만 위안(약 8000만 원)이다. 반면 이들 계층을 제외한 나머지 95%의 평균 저축은 2만4000위안(441만3360만 원) 수준이다. 놀라운 것은 중국인 가운데 5억6000만 명의 통장 잔고는 ‘0원’이이라는 사실이다. 코로나 이전 우리는 광군제(11•11), 6•18 등 여러 명목으로 소비를 해왔으며 얼마나 많은 돈이 옷장과 신발장으로 들어갔는지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이러한 소비 행태가 달라질 것이다.”

랑센핑 교수의 말처럼 코로나를 기점으로 중국인들의 소비 행태에는 분명 변화가 생겼다. ‘웨광주(月光族, 그달의 월급은 그달에 쓴다)’ ‘마이마이마이(买买买, 그냥 사)’ ‘징즈충(精致穷, 겉만 번지르르하고 가난함)’과 같은 유행어가 등장할 정도로 맹목적인 소비를 해온 것으로 유명했던 중국의 지우링허우들이 코로나 이후 건강, 가족, 재테크 등에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윳돈 생기면 “부동산, 신차 살 것”

중국의 ‘허우랑’들은 이렇게 모은 뭉칫돈을 어디에 쓰려는 걸까? 중국 설문 조사 기관 이지트래킹과 왕이딩웨이는 중국인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코로나 이후 소비 계획에 대해 ‘업무 환경을 바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겠다’(42.8%)고 꼽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 가입(26.8%), 부동산 투자(17.2%), 차량 구매(14.3%) 순으로, 안정적인 삶 추구와 함께 눈에 보이는 실물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세대의 자산 확보 열풍이 한국에 국한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121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심각했던 지난 3월, 중국 광둥성 선전 지역에서는 신규 아파트 온라인 분양에 사람들이 몰려들며 단 8분 만에 288채가 모두 팔려나갔다. 6월 한 달간 중국 도시의 집값은 전년 대비 4.9% 상승했고, 상하이에서는 지난 4월 아파트 거래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잇따른 ‘거품 경고’에도 실물 자산에 대한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금이 아니면 평생 기회를 못 잡을 것 같은 두려움으로 인해 이른바 ‘패닉 바잉(Panic Buying, 공포감으로 인한 사재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부동산 패닉 바잉은 최근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우리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에 “이번에 사지 못하면 평생 서울에 집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 매수 심리가 폭발했다. 국내에서는 30대들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20대까지 매수 행렬에 가세하며 가격 급상승이 나타났다.

중국에서도 코로나를 기점으로 소비 시장의 주요 세력인 ‘지우링허우’와 ‘바링허우(八零后, 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부동산 매수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로 치면 2030세대인 셈인데 중국 전체 인구 가운데 4억 명이 여기에 속한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코로나를 계기로 가족 중심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122


중국 자동차 업계도 코로나로 인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던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이번 포스트 코로나를 기점으로 회복세로 돌아섰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4월 중국 신차 판매량은 207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으며 7월엔 14.9% 증가한 208만 대를 기록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생긴 대중교통 기피 현상이 신차 구매에 불을 붙였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이 국내 여행으로 몰리면서 자동차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세단보다는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SUV(스포츠 다목적 차량)의 인기가 높다. 중국 SUV 판매량은 2014년 396만 대에서 2016년 885만 대로 늘었고, 2017년 처음으로 1000만 대(1005만6947대)를 넘어섰다.

현대차는 2020년 9월3일부터 이틀 동안 전세기 3대를 투입해 코로나로 귀국했던 직원과 가족 및 협력사 직원 등 약 600명을 베이징으로 보냈다. 지난 몇 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중국 시장에서 팰리세이드 등 한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SUV 등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에선 2016년 114만 대를 웃돌던 판매량이 2019년 65만 대까지 급감했으며, 시장점유율도 5%대에서 3%로 축소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경제 생태계가 이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규범(next normal)’으로 불릴 만큼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온 충격과 함께 미•중 무역, 기술, 외교 전쟁 등이 더해지며 지금껏 해외여행과 쇼핑에 쏠려왔던 ‘허우랑’들의 갑작스런 자산 축적 열풍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코로나 이전으로 경제 원상 복귀가 불가능할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코로나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중국 젊은 층들의 소비 습관에 대해 관심 가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제 현상이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과 중국이 경제 정상화를 위해 내놓는 정책 등을 살펴보면서 우리도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을 자구책을 준비해야 할 때다.



유마디 장강경영대학원(CKGSB) 한국사무소장 madiyoo@ckgsb.edu.cn
필자는 베이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칭화대에서 공공관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조선일보 기자로 국제부, 미래기획부, 산업부 등을 거치며 주로 중국 관련 취재와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중국의 대표 MBA스쿨인 장강경영대학원(CKGSB)의 한국 사무소를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9호 Smart Hiring 2020년 1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