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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과 시사점

택배 박스 ‘아이가 깨니 초인종을 누르지 말라’ 세심한 배려

박기완 | 303호 (2020년 8월 Issue 2)
1. 창업자의 좌절이 인사이트가 되다

대부분의 레거시 브랜드가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서베이나 포커스그룹 같은 전통적인 마케팅 조사에 의존하는 반면, D2C 브랜드들은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채널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좀 더 정성적인 방법으로는 관찰을 이용하기도 한다. 일반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할 수도 있지만 소비자로서 창업자 자신의 생생한 경험은 D2C 브랜드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예: 보노보스, 달러셰이브클럽, 해리스, 올버즈 등). 물론 이러한 자신의 경험이 얼마나 많은 소비자를 대변하는지가 추후 사업의 성장 정도를 결정하지만 일단 시작의 실마리를 제공받기에는 충분하다.

코니는 아기띠를 사용하는 부모, 특히 육아 맘들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 점이 독특하다. 통상 육아용품 하면 아기가 핵심 고객으로 연상된다. 그러나 아기띠의 경우 아기와 육아 맘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카테고리다. 핵심 고객을 육아맘으로 새롭게 정의하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임신과 출산으로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데 뭘 입어도 아기띠만 착용하면 스타일을 망친다. 임이랑 대표는 자신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기띠=패션상품’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세우고 소비자와 공감하려 했다.

물론, 생각만 가지고 사업이 되지는 않는다. 머리를 두드려 맞은 듯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득인 후, 임 대표는 적극적으로 발품을 팔아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했다. 사업의 시작이 ‘무릎을 치는 문제의식’이라면, 사업의 실제는 ‘실천적 행동력’에 좌우된다. 디자인싱킹이나 린 경영에서는 프로토타입을 통한 빠른 테스트를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한두 개 정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지만 코니의 시제품은 원단의 종류만큼이나 많이 제작됐다. 아기들이 사용하는 물건이니만큼 안전성이 중요했고, 코니의 차별화 포인트인 육아 맘들의 스타일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R&D를 최소화하고 편리성, 저가격, 고객 경험에 집중하는 여타 D2C 브랜드와는 달리 코니는 초기부터 제품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육아 관련 용품은 당장 필요한 경우도 많고, 반드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력에 최선을 다하면 구매의사가 확실한 카테고리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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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기적 안목으로 이룬 선순환의 유통 전략

코니의 전략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자사 몰을 통한 유통에 신경 썼다는 점이다. 보통 많은 스타트업 브랜드는 자체 유통을 구축하는 데 투자할 자원이 부족하다. 따라서 시장에서 널리 제공되는 온라인 오픈 마켓 플랫폼(G마켓,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네이버 스토어팜, 아마존, 이베이 등)에 제3자 브랜드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최근 급격히 발달하고 있는 세포마켓, 즉 인플루언서를 이용하기도 한다. 세포마켓은 인기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인플루언서들이 생산 또는 유통을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세분화된 1인 마켓이다. i

그러나 오픈 마켓이나 세포마켓을 통한 유통은 자체 브랜드를 구축하기엔 단점이 있다. D2C 브랜드는 대부분 복잡하지 않은 소비재를 취급하는데, 오픈마켓의 경우 가격 전쟁을 감수해야 하고, 세포마켓은 브랜드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 코니의 브랜드 콘셉트와 잘 어울리는 인플루언서를 찾기도 쉽지 않고, 인플루언서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코니는 자사 몰 중심의 정공법을 택하게 되는데, 이는 D2C 브랜드로서는 여간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어떤 브랜드이건 스타트업은 결국 창업자의 장기적 전략 의도가 중요한데, 코니의 경우 단기적인 반짝 브랜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어렵기는 하지만 가능하기만 하면 자사 몰을 통한 유통이 가장 좋다. 그래서 많은 브랜드가 자사 몰로 트래픽을 유도하고 싶어 한다. 이는 비단 D2C 브랜드뿐만 아니라 레거시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 수익성이 높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고 쉽게 데이터 확보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는 곧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이다. 그렇다고 해서 코니가 자사 몰만을 고집한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유통채널을 유연하게 조합하고 시장에 따라 출시 순서를 달리한 점도 돋보인다. 일본 진출 시에는 진출이 까다로운 라쿠텐 대신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단한 아마존을 활용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는 아마존을 통해 먼저 진출했다. 자사 몰 중심의 유통전략은 ‘장기적 안목 → 자사 몰 트래픽 유도 → 데이터 확보→ 고객 경험 증진 → 고객 만족 → 유기적 구전 효과 → 신규 고객 유입(자사 몰+오픈 마켓)’이라는 선순환의 성장 과정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문제는 시작점, 즉 자사 몰로 트래픽을 어떻게 유도하는가였다. 고객을 유인하는 초기 마중물이 없다면 이후의 단계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수단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다. 보통 D2C 브랜드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광고다. 인스타그램 광고를 할 수도 있고, 특정 인플루언서를 협찬하는 것도 가능하다. 코니도 역시 인스타그램 광고를 이용했다. 그런데 실상은 광고라기보다는 정보 제공에 가까웠다. 코니아기띠를 처음 받아보면 지나친 제품의 단순성(?)에 당황할 수 있다. 코니는 자사의 제품 특성을 강조하면서도 소비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법에 대한 영상을 광고에 태웠다.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는 코니 홈페이지를 통해 제품에 대한 콘텐츠를 제공했다. 아기띠라는 상품의 특성상, 그리고 코니의 브랜드 콘셉트상 철저하게 제품력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렇게 얻은 신뢰감은 고객들의 구전으로 펴져 나갔고, 이는 다시 자사 몰에 대한 트래픽으로 전환됐다.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 눈여겨볼 다른 점은 유명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협찬 및 광고는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광고와 같은 상업적 동기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거부감을 보인다. ii 특히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이러한 경향이 더 심하다. 코니는 대신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보이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우연히 아기를 키우는 유명인들의 고민을 접하고 코니를 보내주면서 사용을 권유한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간접적으로 유명인과의 협업을 유도한 셈이다. 이러한 기회가 우연히 찾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기회라는 것은 절대로 모든 사람의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항상 관심을 갖고 고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소리소문없이 왔다가 의미 없이 도망가게 마련이다. 문제의식이 있으면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도 나의 눈에는 커다랗게 다가온다. 제품력을 바탕으로 유명인들의 자생적인 홍보가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전파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우연을 진정한 경쟁력이라는 필연으로 만들기 위해 코니는 진정성을 갖고 후속 조치를 취한다. 예를 들어, 자칭 ‘코니 마스터’라는 충성고객에게 감사함을 듬뿍 담아 코니 제품을 선물하면서 정중하게 연구를 요청했으며 그 결과를 제품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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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심한 경험 관리, 육아 맘들의 마음을 얻다

마케팅의 기본은 제품력이라고들 하지만 제품만 좋다고 해서 마케팅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마케팅에서는 고객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브랜드와 고객이 만나는 A부터 Z까지의 모든 접점, 특히 그중 진실의 순간(MOT, Moment of Truth)이라고 불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세심하고 배려심 있는 감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고객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D2C 브랜드들은 강력한 대고객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고려한 웹사이트, 편리하고 부담 없는 환불 정책,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 등 고객을 인게이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코니 역시 고객 경험에 집중했다. 임 대표는 특히 제품 포장에 신경을 많이 썼다.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을 첫 번째 진실의 순간이라고 한다면, 제품을 받고 언박싱하는 순간은 두 번째 진실의 순간이다. 아기띠를 사용하고 접는 방법까지 매뉴얼로 적어서 포장박스에 정성스럽게 담았다. 엄마들을 염두에 둔 포장박스는 유명 일러스트 작가와 협업해 인스타그래머블하게 디자인했다. 상품을 배송받고 언박싱하는 것은 선물을 받은 후 포장을 뜯는 것과 같이 즐겁고 신나는 순간이다. 이러한 진실의 순간을 코니는 놓치지 않았다. 또한 택배 직원을 통해 제품을 배송할 때 ‘아이가 깨니 초인종을 누르지 말라’고 부탁한 작은 배려는 엄마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제품이 제공하는 기능적 가치와 대비해 이러한 종류의 가치를 정서적 가치라 부른다.iii 현대 마케팅은 기능적 가치만으로 승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고객의 이성을 잡는 것을 넘어 마음을 잡는 것이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공장에서 온 제품의 포장도 문제가 있으면 다시 포장하는 디테일에 대한 천착, 아기를 키우는 육아 맘의 시각에서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는 진정성은 다른 경쟁 브랜드들이 모방하기 힘든 ‘코니스러움’을 만들어 내고 있다.

4.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미래형 조직을 만들어 가다

육아용품이자 육아 맘들의 스타일에 영향을 주는 상품이라면 가장 몰입도가 높은 집단은 지금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다. 아기띠를 직접 사용하고 있고, 가장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가장 많을 가능성이 높다. 코니는 육아 맘 중 출산 이전 직장 경험이 충분한 경단녀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아직 한국 사회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어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에게 매우 합리적이면서도 좋은 조건으로 손을 내밀어준 코니에 능력 있는 경단녀들이 몰리고 있다. 임 대표 자신이 경단녀로서 누구보다 그들의 고충과 니즈를 잘 알고 있기도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전문성과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 코니로서도 절실했다. 100% 재택근무는 아기를 키우는 경단녀들에게는 보수를 차치하고서라도 최고로 선호하는 조건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2020년 대한민국 기업은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 서 있다. 그러나 코니는 한 발짝 앞서 새로운 업무 문화를 시작했던 것이다.

재택근무는 새로운 업무 형태인 만큼 그에 맞는 적절한 제도와 문화가 필요하다. 특히 대면 근무에 비해 비대면 근무를 하는 경우 혼자 하는 일은 잘할 수 있어도 협업을 하는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업무 툴을 사용하는 한편, 커뮤니케이션의 원칙을 명확성, 공유성, 달성 가능성을 중심으로 분명하게 세웠다. 회의에 관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메시지를 남김으로써 모든 직원이 항상 같은 페이스로 업무를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인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고 달성 정도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을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다. 아기를 키운다는 제약조건으로 인해 근무 방식은 유연하지만 업무에 관한 프로세스와 평가는 단단하게 진행할 수 있는 조직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코니는 자율적으로 일하면서도 공동의, 그리고 개인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미래형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코니는 지난 3∼4년간 엄청난 속도로 성공 가도를 질주해 왔다. 기업가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도전과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왔다. 그간의 성공에는 창업자의 노력과 통찰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했고, 우연스럽게 찾아온 행운과 기회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많은 D2C 브랜드의 과거 사례가 보여주듯이 초기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뤄나가기는 결코 만만치 않다. 이미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지속적 경쟁 우위를 창출하기 위한 향후 성장 전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오프라인 매장으로의 진출도 중장기적으로는 고민해야 할 과제다. 급속하게 성장할수록 조직의 규모는 비대해지고, 초기의 민첩성을 유지하기 힘든 시점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이 모든 과제를 딛고 지금까지의 성장을 한 단계 스케일업해 제2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선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박기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kiwanp@snu.ac.kr
필자는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태도와 설득, 감정, 친사회적 행동, 브랜드 등을 포함해 마케팅, 심리학,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통합적 시각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기초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 및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에 주목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트렌드를 넘는 마케팅이 온다』 『나는 세포마켓에서 답을 찾았다(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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