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헬스케어 비즈니스는 어떤 모습일까. 전 세계적으로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시되면서 의료 및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비대면(Untact)’이 뉴노멀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째, 피트니스 분야에서는 오프라인 중심의 전통 피트니스에서 원격, 구독형 온라인 홈트레이닝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둘째, 원격의료 분야에서는 국내외에서 규제 완화 바람이 불면서 온라인 진료와 처방, 상담이 본격화되고 있다. 셋째, 진단 및 모니터링 분야에서는 휴대용 모바일 기기 등 의사들이 생소하게 여기던 디지털 헬스케어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AI와 유전체 분석 기술의 도입 속도가 빨라지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도 어느 시점에서는 끝이 나고 사람들은 결국 일상으로 복귀할 것이다. 그러나 헬스케어 업계의 서비스와 대중들의 소비 및 생활 패턴에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감염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보수적인 헬스케어 업계에서마저 ‘비대면(Untact)’이 뉴노멀로 부상했다. 원격으로(remote), 집에서(home), 혼자(self), 구독해(subscribe) 이용하는 서비스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1918년 인플루엔자 팬데믹, 일명 스페인독감이 휩쓸고 난 뒤 북미권에서 한동안 여행이 끊기고 교회나 사교모임 등에서 인파가 급감했듯이 지금 당장의 위기가 지나가도 비대면에 대한 요구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홈트레이닝, 원격의료,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사용자들의 경험이 누적되고 심리적, 제도적 장벽이 낮아지게 되면서 비대면 서비스는 점차 니치 마켓에서 벗어나 메인스트림 마켓으로 진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으로 인해 진단과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대대적인 변화가 생겼다. 긴급하게 밀려드는 수요에 의료진이 가용 자원과 인프라를 총동원하게 되면서 신기술에 대한 시장의 수용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먼저, 진단 및 모니터링 분야에서는 스마트폰과 연동된 휴대용 무선 기기 등 디지털 헬스케어가 유용성을 입증하면서 의료 현장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또한, 백신과 치료제 등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AI와 유전체 분석의 도입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도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기간 단축이 핵심 과제였다. 그러나 약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사상자가 불어나는 팬데믹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 벤처들은 ‘스피드(speed)’의 중요성을 더욱 체감하게 됐고, 이는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기술 채택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지금부터 팬데믹이 앞당긴 헬스케어 비즈니스 트렌드의 변화를 세부 분야별로 살펴보겠다.
피트니스 -‘확찐자’ 막는 홈트레이닝의 대중화코로나19 발발 이후 가장 격변을 겪은 헬스케어 산업 중 하나는 바로 피트니스다. 국내에서는 GX(Group Exercise)룸의 줌바댄스 교실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난 뒤 피트니스센터를 기피하는 이들이 늘었으며, 덩달아 요가나 필라테스 등 단체 운동 시설에까지 발길이 끊기면서 업장들은 문을 닫고 트레이너들은 대규모 실직 사태를 맞이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오프라인 센터들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혔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코로나 사태는 원래부터 진행 중이던 오프라인 중심의 전통 피트니스에서 원격, 구독형 디지털 피트니스로의 전환을 가속화했을 뿐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은 수많은 ‘확찐자(갑자기 살이 확 찐 사람)’를 양성했고, 야외 활동과 운동량이 급격하게 저하돼 면역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역으로 사람들의 지방은 늘고 근육은 줄었다. 이에 따른 건강 악화를 막기 위해 사람들은 자연히 실내 운동으로 눈길을 돌렸다. 유명 스타들이나 인플루언서가 의자나 타이어, 주방기구 등을 운동기구 삼아 홈트레이닝을 하는 모습도 SNS 영상으로 심심치 않게 소개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프라인 피트니스 업체들은 비대면 트레이닝이 가능한 피트니스 네트워크 플랫폼화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팬데믹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기업들은 비대면 서비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코로나 사태를 PR 기회로 삼았다. 웨어러블 헬스케어의 강자 핏빗(fitbit)은 블로그를 통해 팬데믹 기간 자사 서비스인 ‘핏빗 프리미엄’과 ‘핏빗’ 코치를 90일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집에서 스마트폰이나 PC로 150가지가 넘는 운동 동작을 따라 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고객 유치에 박차를 가했다. 그뿐만 아니라 온라인 전용 구독형 운동 강좌 서비스인 오베(Obé)의 가입자 수도 크게 늘었다. 밖에서 뛰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키즈밥(KidzBop) 등 어린이용 운동 콘텐츠도 많아졌다.
이번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이 같은 변화를 낳은 사회적 거리 두기나 유행성 질병 예방을 위한 생활 패턴은 일부 남게 될 것이다. 기존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팬데믹 기간 동안 임시방편으로 디지털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법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과감히 자사 비즈니스 모델에 플랫폼 서비스를 정식 도입하는 방법이다.
전자의 사례로는 영국의 피트니스 프랜차이즈인 데이비드 로이드(David Lloyd)와 퓨어짐(PureGym) 등이 있다. 이들은 전 지점 폐쇄 조치가 내려지자 일시적으로 멤버십 앱(App)을 통한 운동 강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점 방문이 힘들어진 회원들이 온라인에서 앱을 통해 임시 강좌를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너필드헬스(Nuffield Health)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운동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버진액티브(Virgin Active)는 소셜미디어와 웹사이트를 통해 강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북미를 중심으로 유럽에까지 지점을 개설한 요가 프랜차이즈 모도요가(Modo Yoga)도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무료 강좌를 풀었다. 이들은 모두 디지털 피트니스를 지점이 문을 닫는 동안 운영하는 임시 수단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에 반해 디지털 피트니스를 정식 서비스로 도입했거나 도입하려 하는 기업들도 있다. ‘피트니스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미국 펠로톤은 실내 자전거 등에 설치된 모바일 기기로 실시간 수업을 따라 할 수 있도록 유명 트레이너 강좌를 월 12.99∼39달러에 제공한다. 말 그대로 넷플릭스 같은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다. 펠로톤은 하드웨어 기기와 모바일 코칭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홈트레이닝계의 대표 플랫폼으로서 2019년 기준 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주가가 폭등하는 등 기업가치는 더욱 치솟고 있다. 물론 이들도 뉴욕과 런던의 오프라인 스튜디오를 폐쇄하는 등 일부 피해를 입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집에서 하는 1인 운동, 원격 코칭 트렌드가 가속화하면서 명실상부한 수혜 기업이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북미의 유명 사이클 스튜디오인 소울사이클(SOUL CYCLE)도 별도의 온라인 강좌를 운영하지 않았다가 올해 하반기부터 ‘더 앳-홈 바이크(The At-Home Bike)’라는 서비스를 개시하기로 했다. 이미 구축해 놓은 오프라인 스튜디오와 사이클링 강사 인프라를 바탕으로 펠로톤의 대항마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오프라인 피트니스 업체가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규모 스튜디오의 피해가 심각하다. 구독형 운동 강좌 서비스 업체인 니오유(NEOU)의 CEO인 네이선 포스터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팬데믹이 끝나고 피해를 입은 모든 스튜디오가 정상화하길 바란다. 하지만 아쉽게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재기하지 못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운동을 맛보기로 체험할 수 있는 미국의 공유형 피트니스 클래스패스(ClassPass)의 CEO인 프릿츠 란만은 “전 세계 30개국에 자리한 3만여 개의 피트니스 관련 파트너 중 90%가 잠재적으로 영업 중지에 돌입하고 영업점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이런 스튜디오를 돕기 위해 클래스패스는 2000여 개 운동 강좌를 무료 배포하고 온라인 플랫폼 구독료를 받지 않는 대신 사용자들에게 강좌를 등록한 오프라인 스튜디오에 직접 기부하라고 권장했다. 사용자들이 이에 동참한 결과, 총 100만 달러가 기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