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의 흥행 전략

모두가 안 된다던 판타지 1, 2편 동시 제작
‘미쳤다’ 편견 깨고 블록버스터 공식 새로 써

263호 (2018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1편 1441만 명, 2편 1227만 명 등 총 270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2018년 극장가를 점령한 영화 ‘신과 함께’의 성공 요인

1.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적인 소재의 콘텐츠로 해외로까지 확장성 확보
2. 1, 2편 동시 제작으로 제작비 절감 및 기대 수익 극대화
3. 극적인 스토리와 첨단 특수 효과를 결합해 극장 관객에게 정서적 보상 제공
4. 3대가 함께 보는 가족영화 마케팅으로 호감도 상승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종수(연세대 창의기술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이 영화는 반드시 1, 2편을 같이 제작해야 한다.”

원동연 리얼라이즈 픽쳐스 대표가 영화 ‘신과 함께’의 기획안을 내밀었을 때 영화 관계자들은 다들 ‘미친 짓’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제작비가 편당 2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두 편을 전편의 흥행 실적도 확인하지 않은 채 동시에 제작하는 것은 전례가 없었다. 실패하면 수백억의 엄청난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위험한 도전이었다. 투자자도 나중에 추가 비용을 대줄 테니 일단 1편부터 찍고 보자며 말렸다.

남들은 ‘도박’에 가까운 무모한 도전이라고 고개를 저었지만 원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레전드’라는 극찬을 받은 원작의 스토리, 국내 최고 수준의 특수 효과와 볼거리, 10대부터 80대까지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라면 승산을 걸어볼 만했다.

원 대표는 훨씬 큰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어벤져스 시리즈 같은 인기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수출하면 한국 영화 산업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렇게 해 영화 ‘신과 함께’는 처음부터 시리즈물로 기획됐다. 1편과 2편은 스토리가 상호 연결되면서 완결성을 갖는다. 반드시 두 편을 모두 제작해야 했다. 1, 2편 동시 제작은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영화 신과 함께를 시리즈물로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원 대표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다.

이렇게 한국 영화 최초로 1, 2편이 동시 제작된 영화 신과 함께는 1편 ‘죄와 벌’이 1441만 명, ‘인과 연’이 1227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역대 최초로 시리즈가 ‘쌍 천만’ 관객을 달성하는 이변을 세웠다. 2018년 8월 개봉한 2편은 어벤져스, 미션임파서블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제치고 그해 최다 관객을 모았다. 1편이 2017년 12월20일 개봉해 2018년에도 6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았음을 감안하면 2018년 박스오피스는 신과 함께가 점령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원 대표의 무모한 도전은 전례 없는 성공을 거뒀다. 1편으로 극장에서 벌어들인 매출액만 총 1157억 원으로 두 편의 제작비를 제하고도 10% 이상의 수익이 났다. 2편의 극장 매출액 1026억 원은 고스란히 순수익이 됐다. 여기다가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 판매한 해외 판권 수익과 해외 극장 매출, VOD 및 IPTV와 관련된 기타 부가판권 수익까지 더해졌다. 원 대표 본인도 영화 제작자로 30년 일했지만 “이런 성공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한동안 충무로의 술값은 원동연 대표가 다 내고 다녔다는 후문이다.



원 대표도 항상 성공만 하는 제작자는 아니었다. 영화는 본연의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개봉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나 트렌드 같은 각종 예기치 못한 요소들에 운명이 좌우되기도 한다. ‘마지막 늑대’ ‘마린보이’ ‘대립군’ 같은 영화들은 원 대표의 필모그래피에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있다. 신과 함께도 2011년 주호민 작가로부터 웹툰 판권을 사고 영화를 개봉하기까지 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혹평이 나올 때마다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원 대표는 천성이 유쾌한 사람이다. 20대 시절 개그맨 지망생이었다는 그는 본인이 ‘충무로에서 가장 웃긴 사나이’로 불리는 걸 좋아한다.

영화 신과 함께는 제작 방식뿐 아니라 한국 영화의 무덤으로 여겨졌던 판타지 장르를 개척하고, 원작인 인기 웹툰의 성공 신화를 이어갔을 뿐 아니라 대만, 홍콩 등 해외에서까지 한국 영화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이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한 원동연 대표를 DBR이 만났다. 원작 콘텐츠의 선정에서부터 거액의 투자금 유치, 최고 기술 전문가와의 협업, 마케팅 전략, 리더십에 이르는 그의 노하우는 영화계뿐 아니라 다른 업종의 기업 리더들도 참고할 만하다.


영화 신과 함께가 국내 최초로 1편과 2편 모두 천만 관객을 달성했다. 이처럼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라고 보나.
나는 관객들이 영화 신과 함께를 보면서 2시간 동안 위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원작인 웹툰 신과 함께를 보는 내 기분이 딱 그랬다. 웹툰을 보고 울었다.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1편 마지막에 저승차사 덕춘이 울면서 염라대왕을 상대로 김자홍을 끝까지 변호하는 장면이 있다. (염라가 김자홍이 어머니를 죽이려 한 죄를 묻자 덕춘은 자홍이 죄책감 때문에 그 후 병든 어머니와 고시 공부하는 동생을 위해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며 죄가 없다고 호소한다.) 내가 죽어서 저승에 갔을 때 덕춘이 같은 차사가 내 잘못의 이면을 들여다봐 주고, 변호해주고, 날 대신해서 싸워주기까지 하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그렇다면 죽는 게 덜 무섭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가 나처럼 다른 사람들도 위로해주길 바랐다.

나는 다른 제작자나 감독들과 달리 영화가 대단한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그런 강박이 없는 편이다. 그냥 내가 만든 영화가 2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보상을 해주면 좋겠다. 그게 전부다. 영화로 대중을 가르치고 싶지도 않고, 그래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집에서 내 딸도 내 말을 안 듣는데 무슨(웃음). 그냥 내 영화가 “여러분 힘들죠? 수고했어요”라고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전부다. 요즘 현대인들이 사는 게 얼마나 팍팍한가. 영화인들도 마찬가지다. 1%만 잘되지 99%는 다 어렵다. 요즘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웬만한 주인공들이 끼니를 편의점 음식으로 때운다. 편의점 음식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의 일상이 팍팍해진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노력한 사람도 대부분 실패하는 시대다. 노력하지 않아서 실패했다고 질책하면 안 된다. 나는 실패해도 괜찮다고 위로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영화의 타깃 관객층은 누구였나.
처음부터 자녀, 부모, 조부모까지 3대가 함께 보는 소위 6장짜리 패밀리 무비로 기획했다. 영화는 연인이 보는 2장짜리 데이트 무비, 자녀와 함께 보는 4장짜리 패밀리 무비가 일반적인데 신과 함께는 패밀리 무비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패밀리 무비가 자칫 어린이 영화로 인식되면 성인 관객을 놓칠 수 있다. 영화 ‘미스터 고’가 야구하는 고릴라 영화, 아이들이 보는 영화로 알려지면서 실패한 케이스다.

영화에서도 포지셔닝이 중요하다. 영화 신과 함께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가 바로 ‘생전에 부모한테 잘하자’다. 세대를 아울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 아닌가. 80대인 내 아버지가 이번에 처음으로 내가 만든 영화를 봤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원작 웹툰의 인기 덕분에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인기 웹툰이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성공의 절반은 ‘원작’의 힘이다. 영화는 원금 보장이 안 되는, 리스크가 큰 비즈니스다. 이번 영화에 들어간 제작비를 보고 무모하다, 용감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분명히 강조하고 싶은 점은 무작정 저지른 게 아니라는 거다.
창작 시나리오와 달리 원작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과 예측이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신과 함께 웹툰 판권을 사기 전 네이버에서 총조회 수, 댓글 수, 평점, 독자층의 스펙트럼 등 각종 데이터를 받아 꼼꼼히 분석했다. 보통 데이터에서 평점은 별로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100명이 준 평점 10점보다 1000명이 준 평점 8점이 훨씬 더 가치 있다. 그런데 신과 함께는 다른 웹툰보다 댓글 수가 10배 이상 많은데다 90%가 긍정적이었다. 충성 독자층도 1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었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등 원 소스 멀티 유즈가 가능한 스토리였다. 원작의 데이터가 없었다면 판권에 결코 거액을 베팅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1년 주호민 작가로부터 판권을 사고 2017년 12월 첫 편이 개봉하기까지 6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원작을 영화에 맞게 각색하는 데 굉장히 공을 많이 들였다. 원작을 훼손했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이 영화는 원작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작품이다.



원작 웹툰이 아무리 유명해도 수백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제작비를 투자받기는 쉽진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투자자를 설득했나.
한국 영화계에 ‘판타지물’은 안 된다는 일종의 터부가 있었다. 더군다나 영화의 메인 배경이 저승이다. 주변에서는 누가 죽는 이야기를 좋아하겠냐, 안 가본 저승을 어떻게 실감 나게 구현할 수 있겠냐는 걱정이 빗발쳤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달랐다. 사람은 누구나 죽으니까, 또 아무도 저승을 모르니까 영화가 나오면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내가 제작해서 흥행한 영화들의 공통점을 보면 모두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렸다. 처음 만든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는 ‘나한테 돈이 엄청 많아진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시작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내가 갑자기 예뻐진다면?’,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는 ‘우리나라에 저런 왕이 있다면?’ 등 누구나 평소에 한 번쯤 꿈꿔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영화 신과 함께도 ‘우리 모두 죽으면 어떻게 될까’란 보편적인 궁금증을 다룬다. 시작부터 확장성이 어마어마하다고 봤다.

한국 영화계는 이제 특정 장르나 분야는 안 된다는 식의 편견이 무색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2016년 영화 ‘곡성’과 ‘검은 사제들’은 오컬트 무비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부산행’은 좀비 무비로 1200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원작이나 장르에는 죄가 없다. 만드는 사람이 제대로 만들면 된다. 나는 이미 영화 ‘광해’로 천 만짜리 영화를 만들어본 제작자다. 또 천만 영화를 못 만들 이유가 없다고 자신 있게 질렀다. 마침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도 천만 영화에 굶주려 있었다. 물론 나라고 신과 함께가 ‘쌍천만’ 관객을 모을 정도로 대성공할 줄 어떻게 알았겠나.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운이 따랐다.


1편과 2편이 모두 흥행하면서 ‘본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징크스를 날려버렸다. 특이한 점은 국내 최초로 1편과 2편의 시리즈를 동시에 기획해서 촬영했다는 거다.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하게 됐나.
2017년도 국내 극장 흥행 순위를 보면 1위부터 20위 중에 외화가 11편인데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제외하고 10개가 모두 프랜차이즈물이다. 할리우드 영화계는 어벤져스 같은 프랜차이즈물이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영화는 1편이 성공하기만 하면 다음 2편부터는 충성도 높은 관객들이 꾸준히 유입돼 마케팅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한국에서도 프랜차이즈를 못 만들 이유가 없었다. 물론 이전에도 영화 ‘가문의 영광’이라든가 ‘조선 명탐정’ 같은 시리즈물이 있었지만 1편이 잘된 다음에 후속편을 만든 케이스다. 신과 함께는 처음부터 프랜차이즈로 기획했고 관객들에게도 미리 알렸다.

프랜차이즈 영화의 문제는 초기에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처음 편당 제작비를 계산했더니 관객 800만 명이 들어야 겨우 BEP(손익분기점)를 넘길 수 있을 정도로 부담이 컸다. 어떻게 제작비를 아낄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1편과 2편을 동시에 찍기로 했다. 1, 2편의 배경 공간과 등장인물이 같은데 굳이 따로 찍어서 비싸게 설치한 세트를 부쉈다가 똑같이 또 만들 필요가 없었다. 또 1편에 나온 배우들 출연료도 점점 올라갈 게 뻔했다. 1, 2편 동시 촬영으로 계산해보니 제작비 예산이 100억 원 정도 절감됐고 BEP도 편당 600만 명으로 내려갔다. 1편에서 관객이 1200만 명 이상 들면 2편은 원가가 제로가 돼서 단 1명만 보더라도 수익이 나는 구조다. 1, 2편 동시 촬영은 제작비를 절감하면서 기대 수익을 높이는 대안이었다.

투자자들은 할리우드에서도 이런 전례가 없다고 펄쩍 뛰었다. 사실 BEP 600만 명도 굉장히 높은 수치다. 투자자들은 1편이 망할지도 모르는데 나중에 비용이 더 들더라도 1편의 성과를 보고 2편을 찍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반드시 프랜차이즈 영화를 만들 생각이었고 원작과 배우, 감독 모두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구상했다. 물러설 이유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1편만으로 1441만 명의 관객이 들어서 제작비를 회수하고도 1, 2편 통합 BEP 1200만 명 달성은 물론 10%가량의 수익이 났다. 여기에다 2편 관객이 1227만 명 들어 고스란히 수익이 됐다. 30년 영화 인생에 이런 성공은 처음이었다.


2편까지 촬영을 미리 다 해놨으니 1편의 성공이 절실했겠다. 1편이 성공할 거라고 어떻게 확신하게 됐나.
영화 신과 함께는 개봉 1년 전부터 이미 당시 개봉하는 영화보다 인지도가 높았다. 웹툰이 영화화된다, 누가 캐스팅됐다, 심지어 누가 캐스팅을 거절했다는 부정적인 뉴스까지 줄줄이 주목받으면서 꾸준히 높은 인지도를 자랑했다. 『손자병법』에 ‘안 싸우고 이기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우리 영화가 딱 그랬다. 개봉 훨씬 전부터 압도적으로 인지도가 높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쓸 필요가 없었다. 이미 이기고 들어간 거다. 같은 시기에 개봉한 영화 ‘강철비’나 ‘1987’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했다. 1등이 되면 2, 3등이 알아서 같이 바이럴을 해준다. “이번 겨울에 누가 이길까? ‘신과 함께’ vs. ‘강철비’ vs. ‘1987’” 이런 식으로 말이다.

물론 처음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는 부정적인 댓글이 4000여 개나 달렸다. 원작을 훼손했다, CG가 촌스럽다는 평이 많았다. 우울증약까지 먹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런데 개봉 8주 전에 나온 1순위 관람 의향 통계에서 신과 함께가 압도적으로 1위였다. 같은 시기 개봉하는 영화 중에서 신과 함께를 제일 먼저 보겠다는 관객이 2위 영화보다 무려 5배나 많았다. 또 개봉 전 모니터링 시사회를 했는데 평점이 역대급으로 높았다. 사실 평점은 신중하게 분석해야 한다. 보통 시사회에 온 사람은 공짜 영화인데다 미리 봤다는 만족감에서 점수를 후하게 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추천도가 더 중요하다. 추천은 나의 평판이 달려 있는 문제라 평점보다 훨씬 박한 경향이 있다. 그런데 신과 함께는 추천도도 역대 최고로 높았다. 데이터를 보고 비로소 이 영화가 성공할 거라고 강하게 확신했다.


데이터 분석에 굉장히 공을 들이는 것 같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팀이 따로 있나.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팀이 따로 있다. 하지만 결국 데이터 결과를 평가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의사결정하는 것은 제작자의 몫이다. 데이터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걸 어떻게 활용할지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런 판단은 리더의 몫이다. 예컨대 신과 함께는 원작을 훼손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그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원작을 훼손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는 데 마케팅 비용을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대신 영화의 장점을 부각하는 데 마케팅의 초점을 맞췄다. 연말에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영화가 훌륭하니까 꼭 봐야 한다고 홍보하지 않았다. 연말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소중하다, 그때 영화 한 편을 본다면 신과 함께가 어떻겠냐는 식으로 추천했다.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더 중요한 가치를 두는 가족으로 초점을 옮김으로써 영화 자체에 대한 반감을 줄였다.


CG 기술로 아무도 가보지 않은 저승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영화에서 CG가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나.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특수 효과를 구현했다고 자부한다. 김용화 감독이 이끄는 VFX 전문 스튜디오인 덱스터가 활약했다.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한국의 CG 기술이 얼마나 진보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스토리와 감성이 결여된 CG는 겉멋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스토리, 그리고 스토리가 전달하는 감성이다. 기술은 영화의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게 돕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스토리가 부실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을 더해도 관객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

기술은 내러티브와 조화를 이룰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신과 함께 1편의 내러티브는 죄를 지으면 저승에서 벌을 받는다는 내용으로 단순하고 보편적이다. 하지만 여기에 화려한 시각 효과가 더해지면서 메시지가 강렬하게 전달됐다. 기술이 굉장히 새로운데 이야기마저도 복잡하고 생소하면 수용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반면 2편은 기술보다 내러티브에 힘을 실었다. 사람들은 한 번 감동한 기술에 다시 감동하지 않는다. 2편은 현란한 시각 효과를 보여주기보다 드라마를 통해 인물 간의 관계와 스토리를 완결하겠다는 의도가 더 컸다. 물론 공룡을 뜬금없이 등장시켰다고 욕도 많이 먹었지만(웃음). 관객들은 2편이 1편보다 별로 새롭지 않다고 느꼈을 텐데 어느 정도 예상했다. 기획할 때부터 2편이 1편보다는 관객이 덜 들 거라고 봤다.


신과 함께가 해외에도 많이 팔렸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뒀나.
그렇다. 예산 자체가 높아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을 안 믿는다. 영화 ‘광해’나 ‘1987’ ‘택시운전사’ 같은 영화가 외국에서 흥행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잘 모르는 외국인을 감동시키기는 어려운 소재다. 한국 영화 중에서 해외에서 가장 잘된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영화 ‘부산행’이다. 전 세계에서 좀비를 주먹으로 때려죽인 사람은 배우 마동석이 유일할 거다. 부산행은 기차 안에서 아버지가 좀비로부터 딸을 구하는 이야기다. 사전 지식이 필요 없다. 다시 말해 가장 보편적이고 범용성 있는 스토리가 세계적이다. 신과 함께의 내용은 신파라고 욕도 많이 먹었지만 결국 ‘부모에게 잘하자’ ‘착하게 살자’같이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메시지다. 그랬기 때문에 해외에도 잘 통했다.

저승의 스토리는 특히 아시아 불교 문화권에서 잘 통했다. 저승, 지옥, 7번의 재판 같은 소재는 불교 문화권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작년 8월, 영화 개봉 4개월 전에 해외 영화시장에 20분짜리 요약본을 만들어 보여줬는데 역시나 아시아권에서 호응이 굉장히 좋았다. 유럽을 포함해 105개국에 판매했는데, 특히 대만에서는 아시아 영화 흥행 순위 역대 1위, 홍콩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궁극적으로 신과 함께는 한국의 웹툰, CG 기술, 영화가 얼마나 선진화됐는지를 세계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영화뿐 아니라 웹툰, 기술 부문이 동반 성장해야 콘텐츠 비즈니스의 외연이 확대되고 더 많은 후배가 이 분야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확대되면서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줄어들고 있다. 영화 제작자로서 오프라인 영화관의 자리가 줄어드는 데 대한 위기감은 느끼지 않나.
내 딸들은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본다. ‘Netflix Generation’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젊은 세대들이 점점 영화관을 멀리하는 게 현실이다. 사실 나 같은 콘텐츠 프로바이더 입장에서는 플랫폼의 선택지가 늘어나기 때문에 좋은 기회다. 앞으로 극장 영화는 점점 이벤트화할 것이다.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명분을 주지 않는 영화는 성공하기 힘들다. 영화관으로 관객을 이끌려면 그에 합당한 정서적인 보상을 해줘야 한다. 영화 자체의 메시지나 내러티브 이외의 다른 보상이 없으면 관객은 굳이 극장에 가지 않고 IPTV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지 않겠나. 신과 함께는 시각적인 특수 효과, 연말 가족과 함께 만드는 추억 같은 영화관에서만 가능한 체험을 제공했다. 앞으로 이런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영화는 점점 영화관에서 관객을 만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동안 흥행에 실패한 영화도 많았다. 실패한 이유가 뭐라고 보나.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영화를 계속 제작하는 원동력이 무엇인가.
역설적이지만 나는 실패할 때마다 한 번만 더 해보고 때려치우자는 생각으로 계속했던 것 같다. 작품이 계속 안 되거나 계속 잘되다가 실패했으면 충격이 컸을 텐데 다행인지 한 작품이 잘되면 그다음 작품은 안 되는 식으로 흥망이 반복됐다. ‘미녀는 괴로워’가 잘되고 ‘마린보이’가 안 됐고, ‘광해’가 잘되고 ‘대립군’이 안 됐다. 여러 번 망해봤기 때문에 성공하는 게 얼마나 어렵고 또 소중한지 잘 안다.

실패한 영화들도 모두 내가 모두 애정을 쏟아부었던 작품이다. 나중에 그런 작품들의 제작 과정을 돌아보면 모두 내가 주변 사람들 말을 덜 들었던 케이스더라. 창작자는 어느 정도 독재적인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조성은 합의를 할수록 무뎌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주변의 얘기를 너무 무시하고 혼자 드라이브를 걸 때가 있었다. 그런 작품은 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DBR mini box: 웹툰의 재발견
영화 신과 함께는 한국 웹툰과 영화가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휘한 사례로 꼽힌다. 2010년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웹툰의 인기가 영화의 성공을 보장한 것은 아니다. 원동연 대표는 “영화는 웹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도 웹툰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작품”이라며 “영화의 문법에 맞게 웹툰의 메시지와 감성을 잘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국내 영화들을 정리했다.

영화 ‘강철비’는 양우석 감독이 애초에 영화를 만들 생각으로 직접 원작 웹툰 ‘스틸레인’을 그리고 영화화했다. 영화감독이 영화 구상 단계에서부터 웹툰을 활용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이웃사람’과 ‘26년’은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평범한 이웃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강풀식 스토리텔링을 영화가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내부자들’과 ‘이끼’는 웹툰 원작자 윤태호 작가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디테일한 캐릭터 묘사를 배우들의 연기로 실감 나게 전해 웹툰의 명성을 이어갔다.

웹툰 이전에 만화를 원작으로 흥행한 영화로는 ‘타짜’를 빼놓을 수 없다. 허영만, 김세영 작가의 만화 ‘타짜’는 총 4부로 이뤄져 있는데 1부를 영화화한 1편은 청소년 관람 불가인데도 불구하고 50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만화 원작의 힘을 최초로 알렸다. 타짜 2편은 무려 8년 후에 개봉했는데도 불구하고 전작의 성공을 이어갔으며, 3부도 영화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반면 원작 웹툰의 명성을 잇는 데 실패한 영화들도 있다. 영화와 원작의 미스매치로 기존 팬들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 영화 ‘다세포 소녀’나 ‘패션왕’ 같은 경우 원작 특유의 감성과 느낌을 영화가 살리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 ‘순정만화’나 ‘치즈인더트랩’은 원작의 방대한 스토리를 2시간의 제한된 러닝타임 안에 소화하지 못해 개연성을 잃어버렸다. 영화 ‘아파트’는 고소영이라는 톱배우를 캐스팅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스토리를 완전히 바꿔서 기존 팬들이 등을 돌린 경우다.




제작자로서 본인만의 스타일이나 원칙이 있다면?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는 거다. 천만 영화를 세 편 만들고 나서 가장 달라진 점 중 하나가 모르는 것을 얘기하기가 더 편해졌다는 거다. 예전에는 모른다고 말하면 내가 하찮게 보이거나 무시당할까 봐 숨기기 급급했다. 그런데 오히려 나를 내려놓고 솔직하게 모든 것을 오픈하니까 주변에서 사람들이 알아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더라.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도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밀어붙이다가 실패한 경험들이 후회됐다. 사람들에게 내 한계를 인정하고 예산이 부족하다, 이 부분은 좀 도와달라고 솔직하게 얘기하니까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리더의 중요한 역할은 구성원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평소 현장에서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에게 먼저 농담을 걸고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예전에 영화 트랜스포머의 제작자 로렌조 디 보나벤추라의 초대를 받아 촬영 현장에 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모니터 뒤에서 와인이나 마시고 있을 줄 알았던 보나벤추라가 한구석에서 간식 박스를 나르고 단역들에게까지 간식을 나눠주고 있는 게 아닌가. 나중에 보나벤추라가 해준 얘기가 더 충격이었다. “배우와 스태프가 열심히 일하면 돈을 제일 많이 버는 사람이 나인데 그 사람들이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게 도와주는 게 내 역할 아니냐”고 하더라. 너무나 맞는 얘긴데 우리 영화 현장의 분위기와는 너무 달랐다.

리더는 농담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리더가 권위를 찾겠다는 핑계로 현장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이유 없이 덩달아 불안해진다. 반대로 리더가 농담을 던질 정도로 유쾌한 상태를 보여주면 주변 사람들도 안심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나는 링컨식 유머를 좋아한다. 링컨이 어느 날 의회에서 연설을 하는데 다른 의원이 링컨에게 “당신은 두 얼굴을 가진 위선자”라고 비난했다. 이내 장내가 조용해지고 사람들이 링컨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링컨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두 얼굴이라면 지금 이런 중요한 자리에 이 얼굴로 있겠냐”며 웃었다. 평소 의원들이 자기 외모를 비하하는 것을 알고 농으로 받아친 것이다. 이홍렬식 코미디도 비슷하다. 이홍렬 씨는 자기가 키가 작다는 걸 이용하면서 웃기지 않나? “거기 윗 공기는 어때요? 아랫 공기는 탁한데.” 영화 신과 함께도 영화가 훌륭하다고 마케팅하지 않았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자기를 낮출 때 오히려 큰 호감을 살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신과 함께 1, 2편은 중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3, 4편도 동시 제작을 기획하고 있다. 설문 조사를 했더니 3, 4편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많더라. 신과 함께가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안착했다는 증거다. 신과 함께가 끝나면 향후 10년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새로운 프랜차이즈 영화를 5편 정도 만들 계획을 구상 중이다. 그 시리즈가 영화 제작자로서 내 인생의 최종 목표가 될 것 같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92호 Hyper-personalization 2020년 3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