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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Trend in Japan

주가 껑충 日 기업들 비결은 ‘유연성’

이지평 | 263호 (2018년 12월 Issue 2)

일본 닛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2012년 말(12월26일)부터 2018년 상반기 말(6월27일) 기준으로 주가가 10배 이상 상승한 기업이 67개사에 달했다. 1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주가가 10배 상승한 기업이 3개 사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는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주식시장의 평가는 단기적 시각에 그치는 경우도 있는 것이 사실이며, 주가 10배가 된 기업이 앞으로도 계속 유망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가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기업들은 저성장, 고령 인구 증가 등 최근 경영 환경의 변화를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일 것이다. 따라서 주가 10배 성장을 달성한 일본 기업의 실상을 파악하는 것은 한국 기업들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본다. 필자는 유형별로 대표 기업을 선정해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전통적 업종에서 IT 트렌드 활용에 성공한 ZOZO
ZOZO TOWN은 의류를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일본의 인구 감소와 함께 의류산업이 하향세에 접어들면서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쇼핑몰과 유통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의류를 판매하는 기존 업체들도 큰 경쟁력이 없었다. 옷감, 디자인 등 패션의 미묘한 부분을 가상공간을 통해 전달하기가 어렵다는 점, 개인별 체격에 따른 사이즈를 맞추기 어려운 점 등으로 인해 인터넷 판매 비즈니스에 제약이 있다고 지적돼 왔다.그러나 ZOZO는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지난 5년 동안 급성장세를 이뤄냈다. 주가는 2012년 12월 267엔에서 2018년 6월 4015엔으로 15배 정도 상승했다. ZOZO는 자신이 개발한 인터넷 사이트인 ZOZO TOWN에 제조업체들을 입점시켜 판매량에 따라 수수료를 받고 있다. 수수료는 판매액의 28%나 되지만 많은 제조업체가 ZOZO를 찾았다. 이는 ZOZO가 각 기업의 상품을 자사의 IT 시스템과 로봇화된 물류 시스템을 통해 일괄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ZOZO는 자사의 물류 시설에서 제품 재고 관리는 물론 상품 사진 게재, 제품 분류 및 발송 업무까지 대신해준다.

ZOZO를 통해 옷을 판매하는 제조사들의 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물류비를 절약할 수 있다. 한 업체가 홀로 물류를 처리하지 않고 ZOZO가 통합해 관리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게다가 대규모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한 당일 배송 서비스가 가능해 제조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편의성도 크게 증가한다.

둘째,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아마존이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에서 각 기업에 시장 수요에 맞는 IT 인프라를 유연하게 제공하는 것과 같다. 이로써 기업들이 최대 수요량에 맞는 IT 인프라를 갖추지 않아도 확장성(Scalability)을 갖출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예를 들어 한 업체에서 평소 1000점이 팔렸던 특정 품목 옷의 주문량이 갑자기 2000∼3000점으로 늘어날 수 있다. 생산량이야 철야 근무를 해서라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송 및 물류다. 인프라를 필요에 따라 늘리거나 확대하기 어려울뿐더러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러나 ZOZO는 막대한 규모의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많은 업체의 판매 실적을 통해 일본 의류시장 전체의 동향도 파악하고 있다. 수요를 비교적 정확히 예측해 물류 인프라를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ZOZO는 수시로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와 수요 변화에 잘 대응해 판매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매출을 늘릴 수 있다. 물론, 재고 제품의 소유권이나 재고 손실 리스크는 제조업체가 부담해 리스크도 적은 편이다.

또한 ZOZO는 유료 회원들이 상품을 무료로 반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고객을 배려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으로 옷을 구매하면 실제로 상품을 볼 때와 가상공간에서 볼 때 옷의 느낌이 다르다는 점, 입어 볼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 입었을 때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는 등의 애로사항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감은 ZOZO가 제공하는 반품제도로 극복할 수 있다. 제품에 하자가 없어도 반품이 가능하다. 물류 시스템의 강점 덕이다.

또 ZOZO는 초창기부터 끈기 있는 영업을 통해 인기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 오프라인 점포보다 다양한 제품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ZOZO 사례는 앞으로 전통적인 업종의 기업이라도 IT, 로봇 기술을 잘 응용하면서 고객 가치를 높일 경우 경쟁사와 차별화된 경이적인 성장을 거듭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고객의 틈새 니즈 찾아내 성공한 페퍼푸드서비스
IT를 활용하거나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 성공하는 기업도 있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고객의 숨은 니즈만 정확하게 찾아내도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외식 전문 프랜차이즈 페퍼푸드서비스사가 대표적인 예다.

페퍼푸드서비스는 ‘이키나리 스테이크(바로바로 스테이크)’ 브랜드로 히트를 쳤다. 이키나리 스테이크는 소비자가 쇠고기의 양을 그램 단위로 지정하면 바로 스테이크로 구워주고 고객이 그 자리에서 서서 먹는 식당이다. 고급 요리인 스테이크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엔 이 비즈니스 모델을 미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생활 주변에 있는 간단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집중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동사의 주가는 2012년 12월 94.5엔에서 2018년 6월에는 4570엔으로 48배나 상승했다.

일반적인 스테이크 레스토랑 체인점 사업으로 시작한 페퍼푸드사서비스는 2007년 직원 폭행 사건, 2009년 식중독 사건을 겪으면서 사세가 크게 기울었다. 하지만 이치노세 쿠니오(一瀬邦夫) 사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사건을 수습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그는 위기관리에 필요한 경영 체제 강화에 집중했다. 가맹점주의 자질을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고 위기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다.

평판이 악화됐던 기간 동안 매출 감소를 견딜 수 있도록 가맹점에 현금을 지원해 주는 등 사업 유지를 위해서도 힘썼다. 당시 본사의 현금 잔액이 고갈되고 은행 거래도 어려워져 도산 직전의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이치노세 사장의 적극적인 노력과 성품 덕에 자금을 조달해낼 수 있었다. 신용으로 거래했던 물류회사와 친구들이 자금을 선뜻 내준 것이다. 또한 소고기 도매상으로부터 대금 결제의 편의도 받아 어느 정도 숨통을 트일 수 있었다. 2



이후 이치노세 사장은 이미 포화한 외식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틈새 니즈를 공략할 수 있을지 살피는 데 주력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스테이크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이키나리 스테이크’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아이디어는 2013년 가을, 한 세미나에서 구체화했다. 저가 프랑스 요리 식당으로 성공한 한 경영자를 만났고, 일본에서 보통 4000엔 이상 하는 스테이크를 최저 1500엔 정도의 가격으로 제공하면 호응을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이다.

페퍼푸드는 음식 외에 부수적인 서비스나 매장 관리, 임대료 등 오퍼레이션 비용 절감을 우선순위로 택했다. 하지만 원칙은 버리지 않았다. 고기의 두께, 굽기, 맛이다. 저렴하지만 육즙, 식감, 맛은 지키겠다는 전략으로 나간 것이다. 두꺼운 고기의 표면은 바싹하게 잘 굽고 속은 부드럽고 육즙이 충만해서 맛을 느낄 수 있는 조리법 개발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고기를 자르는 기술이나 스테이크를 굽는 기술 향상에 주력해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고 관련 특허도 함께 확보했다.

이치노세 사장은 일본에도 두꺼운 스테이크를 즐기는 문화를 보급하겠다는 신념으로 ‘이키나리 스테이크’에 매진했다. 그 성공 바탕에는 경영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리더십도 함께 있었다.

고유 기술의 강점을 강화하고 성장 시장 공략한 히라타기공
자사가 가진 기술적인 강점을 강화해 신흥시장 공략에 성공한 히라타기공의 주가도 2012년 12월에서 2018년 6월 사이에 19배나 상승했다. 히라타기공은 자동차, 디스플레이, 반도체 업체 등 고객사 공장에 설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장비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라인을 실제로 가동하도록 돕는 엔지니어링 기술력을 내세운 것이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의 유력 기업들도 히라타기공의 도움을 받고 있다.

1951년 창업한 히라타기공은 아시아 각국의 제조업 성장에 따른 수요 확대에 힘입어 2006년 주식을 거래소에 상장했다. 이 회사는 고객의 생산라인에 자사의 장비뿐만 경쟁사의 장비도 함께 구축해준다. 이는 히라타기공 고유 시스템인 ACS(Assembly Cell System) 덕분에 가능하다. 보통 한 제품을 만들 때 부품을 접합하고, 나사를 조이고, 압착하는 공정은 별도의 생산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반면 ACS는 동일한 생산라인에서 각 공정에 필요한 공구나 기계를 선별해 사용하면 바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ACS를 구성하는 부자재는 범용제품이기 때문에 양산 효과에 따라 저렴하게 제조 설비를 공급할 수 있다. 이는 곧 고객사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히라타기공은 3차원 CAD(Computer Aided Design)를 일찍 도입했다. 고객 공장의 생산라인을 가상으로 확인해 공장 로봇의 위치를 조정하는 등의 솔루션을 통해 실제 생산 라인의 구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였다. 또한 고객별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을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솔루션 패턴별 표준화 작업도 실행했다. 이로써 미세한 조정만으로도 고객사에 가장 적합한 공장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의 인재 경영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히라타기공은 종업원들의 경험 축적을 중시한다. 실패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의 공장 라인 요구에 대응하다 보면 당초의 견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서 적자 수주가 될 경우도 있다. 이렇게 실패한 종업원들의 경험을 살려서 개선을 거듭해 보다 경쟁력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데 주력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공장 라인 솔루션은 공급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가지고 있다. 히라타기공만이 공급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히라타기공은 설계자가 그리는 설계도면의 양을 줄이는 등 업무량을 계속 감축하면서 매출액은 확대하는 데 주력해 왔다. 질 높은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업무량을 줄여야 하고 이것이 고부가가치 매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룰 때 매출과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경영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필자소개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jplee@lgeri.com
필자는 1963년 일본 도쿄에서 출생, 호세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으로 건너와 1988년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통령 자문 기구인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의 남북 대외협력 전문위원회 위원, 산업자원부 제조업 공동화 대책회의 위원, 미래부 미래성장동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 부문 수석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는 일본을 닮아가는가』 『일본식 파워경영』 『일본형 자본주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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