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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화장품 분석 앱 ‘화해’ 성공 전략

이 화장품엔 ○○ 성분이 들어 있어요', 의문 풀어주니 500만 유저가 몰렸다

최정일,장윤정 | 231호 (2017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화장품에 들어 있는 성분이 위험하지는 않은지, 알레르기를 유발하지는 않는지 친절하게 해석해주며 5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이끌어낸 앱 ‘화장품을 해석하다(이하 화해)’. 화해의 성공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1. 스타트업 성공의 핵심은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데 있다: 화해는 ‘화장품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고 싶다’는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며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2. 소비자가 서비스 업그레이드의 주인공: 화해는 처음부터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소비자 니즈에 귀 기울이며 리뷰, 랭킹, 커머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왔다.

3. 수익화를 서두르기보다는 신뢰부터 쌓았다: 화해는 좀 더디더라도 이용자 규모를 확대하며 탄탄한 신뢰도를 쌓은 뒤 돈이 되는 광고나 커머스는 지난해 이후에야 도입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고은진(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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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브랜드니까 뭔가 다르지 않겠어?” 겉으로 보기엔 비슷해 보이는 하얀색 액체이건만 가격은 왜 수백 배씩 차이가 나는 것인지 소비자들은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저 브랜드 이미지나 입소문, 리뷰에 의존해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게 화장품이었다. 어떤 제품이 피부에 무해한 친환경 성분을 사용하는지 등등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제대로 파악하고 비교해 자신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골라내기란 사실상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었다.

물론 접근 가능한 정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정부는 2008년부터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화장품 제조에 사용된 모든 성분을 기재토록 하는 화장품 전(全) 성분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50ml 이하 제품 겉면에는 성분이 표시되지 않았고, 설령 표시가 돼 있다고 하더라도 ‘페녹시에탄올, 클로페네신’과 같은 화학성분이 도대체 피부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소비자가 의미를 해석하기란 불가능했다. 사실상 반쪽짜리 정보였던 셈.

이런 정보 불균형 상태를 해결해보겠다는 포부로 시장에 뛰어든 이가 바로 버드뷰의 이웅 대표와 2명의 고교 동창. 3명의 창업멤버들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화장품을 해석하다(이하 화해)’는 피부과 교수, 화장품 연구소 대표 등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소비자들이 이름만 들어서는 절대 알지 못하는 화장품 성분의 특징과 영향을 자세히 소개했다. 식약처의 지침에 따라 화장품 포장에 표기되고 있는 전 성분을 미국 시민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 대한피부과의사회 등이 고지하는 기준에 맞춰 분석하고 위험 성분, 알레르기 주의 성분 등을 소비자가 보기 편하게 알려준 것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값진 정보를 제공하자 그동안 ‘깜깜이’ 상태로 화장품을 구매해야 했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일기 시작했다. 탈모나 민감한 피부로 고민하던 직장인에서부터 아토피를 앓는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까지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2030 직장 여성들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화해는 서서히 인기 앱 반열에 올랐다. 2013년 7월 출시 이후 4년여간 구글과 애플 앱스토어 화장품 카테고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한 끝에 2015년 2월 100만 다운로드, 2016년 2월 200만 다운로드, 2016년 8월 3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더니 올해 들어 누적 다운로드 500만 건을 돌파했다. 화장품 구입 전후 화해를 사용하는 사람(MAU·월간 활성이용자 수)은 월 기준 110만 명에 이른다.

보유 데이터양도 4년여 새 무섭게 불어났다. 화해가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화장품은 2017년 6월 현재 4757개 브랜드의 8만5000여 개 제품. 국내 출시된 전체 화장품 중 약 70%에 달하는 제품들의 성분 정보가 화해에 모여 있다. 화해는 화장품 리뷰가 공유되는 ‘리뷰 허브’이기도 하다. 230만 건가량의 사용자 리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기업 중 화해만큼 막대한 양의 소비자 반응 및 평가 데이터를 가진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스레 화해는 대기업들도 무시 못할 화장품 업계의 작지만 강한 플레이어가 됐다. 일부 대기업에서 인수를 고려했다는 소문이 퍼질 정도로 관심의 주인공이 된 화해는 지난 2015년 말 투자자들에게 톡톡한 수익을 돌려주며 나이스그룹에 편입됐다. ‘버드뷰의 독립적인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조건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구체적인 수익모델을 일궈내지 못한 스타트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성분 분석과 소비자 리뷰, 신뢰와 영향력이라는 화해만의 독자적인 ‘자산’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그 후로도 이용자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 온 화해는 이제 광고, 커머스를 통해 영향력은 물론 ‘수익’이라는 토끼까지 잡기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 화해의 성장 스토리를 DBR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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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진 두 번의 실패, 고배를 마셨지만 ‘교훈’은 거뒀다

‘컨설팅? 금융회사?’ 여기저기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가슴이 뛰질 않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슴속에 자리한 창업의 꿈에 대한 미련만이 자꾸 그를 괴롭혔다. “딱 3번만 도전해보자.” 다행히 대학 졸업을 눈앞에 둔 이웅 대표의 곁에는 되든지 안 되든지, 함께해보자는 든든한 고교 동창 2명이 있었다. 의기투합한 3명의 남자들은 다른 동기들이 열심히 면접을 다닐 때 코딩 등 앱 개발 공부를 하며 창업을 위한 실무준비를 해나갔다.

2012년, 첫 번째 시도는 여행 관련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사실 별다른 창업자금이 없는 대학생들끼리 뭔가를 해보기 위해서는 ‘창업경진대회’가 가장 쉬운 통로였다. 갖가지 창업경진대회의 문을 두드렸다. 10여 차례 고배를 마시다가 처음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것이 바로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했던 창조관광 사업이었다. 사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여행족도 아니었는데 덜컥 경진대회용 아이템을 낸 것이 수상을 하면서 여행 앱으로 창업의 첫발을 내디딘 셈.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여행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에서의 ‘만남’도 큰 의미를 가지는 만큼 여행 중인 사람들이 같은 도시를 여행하는 다른 여행자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었다. 앱의 이름도 travel+friends를 합쳐서 ‘트렌즈’라고 지었다. 나름 신선한 발상이라고 자부했건만 인기 앱을 만드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한 달 정도가 지나도 700명 이상으로는 다운로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 700명마저도 사실상 관광공사의 홍보에 따른 것이었다.

실패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두 번째 도전에 나선 이들. 이번에는 가볍게 자판기 사업을 아이템으로 잡았다. 자판기 사업에 ‘올인’을 하기보다는 자금력이 떨어진다는 게 굉장히 부담인데 자판기로 꾸준히 현금 소득을 거둘 수 있으면 그것이 향후 제대로 사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일반 자판기는 도저히 사업성이 없을 것 같아서 머리를 짜낸 것이 헬스장에 들어가는 단백질 보충제 자판기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자판기를 구입해 신촌에 3군데에 입점시킨 뒤 상황을 지켜봤지만 소비자들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음이 점점 조급해졌다. 이제 어느덧 한 번의 기회만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신중하게 해보고, 안 되면 일단 어디든 취업을 해 경험을 쌓고 다시 도전하자.” 앞서 2차례 겁 없이 도전했던 이들은 비로소 두 번의 도전을 찬찬히 복기해보기 시작했다. 한 발짝 떨어져 보니 그들이 저질렀던 실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첫 번째 아이템인 해외여행에서 친구를 연결해주는 앱은 해외에서 매칭이 이뤄져야 하는 등 그들이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 있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가입자가 일정 규모 이상이 돼 쉽게 여행친구를 찾을 수 있어야 가입을 할 ‘니즈’가 있는, 네트워킹 효과가 바탕이 돼야 하는 사업 아이템이었다. 따라서 고도화된 마케팅 능력이 필수였다. 보충제 자판기 사업의 경우, 시장이나 소비자 니즈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했다. 자판기 사업을 하기 전에 ‘헬스를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가’라는 기본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안일하게 ‘자판기를 갖다 놓으면 사람들이 헬스를 하다가 먹겠지’라고 기대했는데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헬스를 즐기는 이들은 본인이 까다롭게 검증한 보충제를 사물함에 넣어두고 틈틈이 섭취하고 있었다. 자판기에서 꺼내먹는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대체 마지막 아이템은 어떤 것이 돼야 하는가. 뼈아픈 2번의 실수를 경험한 그들은 기본적으로 본인들이 흥미를 갖고 있고, 끊임없이 학습할 수 있는 영역이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결정적인 조건은 큰 자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분야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섣부르게 아이템을 결정하지 않고 몇 달간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아이데이션(Ideation)’ 과정을 거쳤다.

그러다 우연히 접하게 된 것이 남성 화장품 시장. 그러고 보니 주변에 한 달에 30만∼40만 원을 화장품에 쏟아붓는 남성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신조어)들이 출현하고 있었다. 반면 아직까지 화장품의 ‘화’자도 모르는 남성들도 많았다. 이는 남성 화장품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했다. 순간 머릿속에 ‘큰 그림’이 스쳐 지나갔다. 노트북 하나를 살 때도 몇 달씩 성능을 비교하고, 또 비교하는 남성들의 습성을 화장품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화장품의 스펙을 비교하고 공부하며, 이를 쉽게 고를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이 생기면 화장품 시장에 접근하지 못했던 남성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것이라는 구상이었다.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자”


1. 해결하고 싶은 과제에 집중한 화해

이처럼 당초의 비즈니스 모델은 게임처럼 ‘스펙 비교’를 즐기는 남성들을 위한 화장품 큐레이션 플랫폼이었다. 노트북을 살 때 밤을 새워가며 CPU(중앙처리장치) 등 각종 사양을 비교하고, 자동차를 장만하기 전 출력과 엔진스펙을 줄줄 꿸 정도로 공부하는 남성들을 위해 화장품에 대해서도 스펙 분석의 ‘장(場)’을 열어주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스펙 비교를 해주려고 보니 ‘성분’이 자연스레 눈이 들어왔다. 수십만 원짜리 크림부터 단돈 1만 원짜리 크림까지, 가격대가 천차만별인데 도대체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를 알 수 없었다. “만약 성분만 제대로 정리해낼 수 있다면 ‘A 화장품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제로인데, 용량 10ml당 가격이 제일 저렴하다, 즉 가성비 갑.’ 이런 식으로 분석이 가능해질 수 있을 텐데….” 알고 보니 정부가 시행 중인 ‘전 성분 표시제’ 덕분에 성분을 알 통로가 없진 않았다. 대한피부과의사회,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들이 공개해놓은 데이터들만 해도 수두룩했다. 문제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다. “가끔 들여다보긴 하는데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고”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냥 안 보는데…” 대다수의 반응이 그러했다. 성분이 공개되고 있었지만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웅 대표는 돈을 떠나서 꼭 풀고 싶은 커다란 과제를 만난 느낌이었다. 정부는 ‘전 성분 표시제’를 시행만 할 뿐 추가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알아서 공부하라는 식이었다. 소비자들에게 이를 제대로 제공하는 민간 업체도 없었다. ‘우리가 여기 뛰어들어 성분을 제대로 분석하고, 쉽게 풀어내줄 수 있다면 어떨까.’ 3명의 창업 멤버는 화장품 성분을 둘러싼 ‘정보 불균형’이라는, 해결하고 싶은 명확하고 큰 과제를 설정했다. 남성 화장품 시장이 화장품 시장의 하위 카테고리라면 화장품 성분을 둘러싼 정보 불균형은 화장품 시장과 전체 소비자를 둘러싼 큰 과제였다. 이들에게는 더 가치 있고 큰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망설임 없이 화장품 시장에는 남되 남성 화장품이라는 키워드를 버리고 ‘성분 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과감한 ‘피버팅(Pivoting)’1   이었다.



2. 내가 찾은 ‘문제’가 소비자들에게도
과연 ‘문제’인가, 문제를 검증하고, 또 검증해


물론 그들이 찾은 ‘문제’가 정말 고객에게도 큰 문제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다. 과연 화장품 성분 정보에 대한 니즈가 충분한지, 화장품 성분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게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앞서 두 차례 충분한 소비자 조사도 없이 덤볐다가 낭패를 봤던 터라 이번에는 더 세심하게 접근했다.

일단 유사 서비스를 확인해봤다. 제대로 성분분석 정보를 제공해주는 업체는 없었지만 일부 개인 전문가들이 온라인 블로그를 통해 Q&A 형식으로 성분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고 있었다. “A화장품에 대한 성분 분석 좀 해주세요”라고 사람들이 요청을 올리면 전문가들이 어떤 성분들이 들어 있고, 그 성분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분석해주는 식이었다. 해당 블로그들을 한참 둘러보면서 소비자들의 니즈가 충분하다는 믿음은 더해졌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비자들이 해당 블로그를 ‘한 번 이용하면 그 후 반복적으로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취득한 정보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는 뜻이었다. 제대로 플랫폼을 갖춰 다양한 화장품의 성분 분석 정보를 제공하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그렇다면 어떻게 플랫폼을 구성할 것인가. 다행히 도처에 데이터는 적지 않았다. 일단 전 성분 표시제에 따라 아모레퍼시픽 등 상당수 화장품 제조사들이 성분을 공개해두고 있었다. 미국의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등에서 해당 성분의 장단점, 특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런 공신력 있는 협회들의 정보를 잘 모은다면 화장품 성분의 맥락을 이해하기 쉽게 스토리텔링해 줄 수 있으리라고 봤다.

실제로 수십 차례의 시뮬레이션 결과 자신감이 붙었다. “A 화장품에는 20가지 주의 성분이나 알레르기 주의 성분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EWG 기준에 따라 전 성분을 분석한 결과 모든 성분이 낮은 위험도의 성분이었지만 자외선 차단 성분인 ‘티타늄디옥사이드’는 중간위험도 성분입니다.” 이처럼 성분에 대한 정보를 쉽게 풀어낼 수 있었다. 게다가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해볼수록 스스로도 굉장히 의미 있는 정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웅 대표는 “성분 분석 플랫폼이 소비자들이 화장품에 가지고 있던 궁금증이나 평소 소비과정에서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더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파일럿 테스트’ 실시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카페 24(www.cafe24.com)’ 사이트에 화해가 기획하던 서비스를 초기 버전으로 제공하고 반응을 살펴봤다. 게시판에 소비자들이 성분 분석 요청을 하면 화해가 분석을 해주고 옆에는 성분 분석 결과가 좋은 제품을 제시하는 방식이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플랫폼 형태는 자연스레 웹페이지가 아니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됐다. 아직까지 화장품의 경우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구매액이 훨씬 높다. 사람들이 편하게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성분 분석을 할 수 있어야 이용도가 높아질 수 있었다.

이렇듯 화해는 소비자가 궁금해 하지만 알지 못하는 화장품 성분을 둘러싼 정보 불균형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설정하고 소비자가 진짜 그것을 ‘문제’로 여기는지 검증하고, 또 검증했다. 그 후 해당 문제해결에 집중했다. 에어비앤비와 드롭박스를 포함한 8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지난 10년간 스타트업을 지켜봐온 폴 그레이엄은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원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스타트업을 죽이는 실수는 딱 하나밖에 없다. 사용자가 원하는 무언가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든다면 당신이 무엇을 하든, 무엇을 하지 않든 사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2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최고의 기술이 아니다. 성공의 핵심은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다. 사실 화해의 앱은 ‘사용성’ 측면에서는 화려하거나 돋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400만 명이 넘는 유저들이 이 앱을 다운로드한 것은 이 앱만이 해결해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업들이 정작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고객의 문제는 잊고, 제품이나 서비스, 디자인에만 치중하곤 한다. 화해는 “화장품에 도대체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알고 싶다”는 고객들의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성분 분석→리뷰→커머스,
소비자 ‘니즈’에 따라 업그레이드된 화해


1.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다

완벽함에 대한 ‘강박’이 없었다는 점도 화해만의 특징이다. 최종적으로 앱을 출시하기 전 한 달 동안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몰두했다. 하지만 도대체 DB를 어느 정도나 구축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방대한 양의 정보를 구축하고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일단 시작한 뒤 데이터양을 늘려 갈 것인가.’

화해는 후자를 선택했다. 단, 앱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바탕이 될 기본데이터는 필요했다. 목표는 ‘3000개’였다. 3000개의 제품 성분 정보를 등록해야 소비자들이 찾아올 매력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동안 이웅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이 화장품 회사의 온라인 홈페이지를 뒤지고, 백화점에 가서 직접 화장품 성분 정보를 메모해오는 등 발품을 팔아가며 성분 정보 등록에 매달렸다.

그렇게 3000개의 제품 성분 정보를 포함한 후 2013년 7월 출시한 앱 ‘화해.’ 개발자의 도움을 일부 받긴 했으나 3명의 인문계 출신 창업자들이 내놓은 앱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편의성 측면에서 여타 앱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창업 멤버들에게는 화해에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정보가 있으니 통할 것이란 강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서비스 업그레이드의 주체를 ‘소비자’로 삼았다. 일단 3000개의 성분 정보로 시작하지만 소비자들이 화장품 사진을 찍어 성분 분석을 신청하면 그에 최대한 응하고 이로써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다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초반에는 앱을 가동하면 바로 ‘문의하기’ 코너가 보일 만큼 문의하기 기능을 메인에 배치했다. 하루에 성분 분석 문의가 200∼300개씩 쏟아졌지만 이것을 밤새워가며 해결했다.

그러면서 어느새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더니 한 유명 뷰티 블로거가 화해 서비스를 언급하자 곧 하루 방문자가 수만 명을 돌파했다. 운도 따랐다. 독성 물질을 포함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정부 집계로만 최소 103명의 사망 원인을 제공한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에 대한 검찰조사가 2016년부터 본격화되는 등3    이른바 ‘옥시 사태’가 우리 사회를 달굼에 따라 사람들은 화학 성분에 대해 더 민감하고 예민해졌다. 그동안은 귀찮으니 ‘모르고도’ 썼지만 이제는 품이 들어가더라도 알아보는 데까지 알아보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그렇게 달라진 태도와 가치관을 가진 똑똑한 소비자에게 화해는 훌륭한 도우미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2. 고객들의 니즈에 따라 플랫폼 끝없는 업그레이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못지않게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화해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계속해서 플랫폼을 업그레이드, 또 업그레이드했다. 2013년 앱을 출시한 뒤 2014년 5월 리뷰 서비스를, 2015년 12월 랭킹 서비스를, 2017년 6월 커머스 서비스를 추가했다. 화해는 ‘화장품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해서 소비자 중심적인 시장을 만들자’는 큰 비전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성분 분석 정보 외에 화장품을 구매할 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일까? 고민해보니 답은 ‘써보니까 어떠했다’는 솔직한 평, 리뷰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순위 매기기를 즐기는 한국인들의 특성상 ‘스킨 중에서 제일 좋은 것은 A’라는 식의 랭킹 서비스가 따라와야 했다.

물론 화해의 리뷰는 다른 리뷰와는 달라야 했다. 사실 화장품 리뷰를 볼 수 있는 공간은 많았다. 단, 상업적인 리뷰, 불순한 의도를 가진 리뷰, 브랜드에서 직접 작성한 듯을 리뷰를 제대로 걸러낼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신뢰성이 적은 리뷰를 반드시 걸러내야만 리뷰 플랫폼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본 화해는 그래서 몇 가지 ‘허들’을 만들었다. 일단 리뷰 작성자가 자유로운 형식으로 리뷰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둘 다 기록하도록 했다. 자유로운 포맷을 가지고 있는 블로그의 경우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변형이 가능하다 보니 광고성의 리뷰나 포스팅을 하기 용이했다. 장점과 단점을 둘 다 기록해야 하는 특정 포맷을 강제하니 광고성 리뷰는 적어지고 훨씬 신뢰도 높은 리뷰가 올라왔다. 두 번째 허들로 내가 리뷰를 작성해야만 다른 사람의 리뷰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블로그의 문제점을 살펴보니 영향력 높은 일부 뷰티 블로거들이 광고성 리뷰들을 작성하며 여론을 주도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소비자들의 리뷰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화해는 콘텐츠 제공자가 소수에 한정돼 있다는 점, 그 집중된 ‘콘텐츠 작성비율’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화해를 사용하는 일반 소비자들 대다수가 콘텐츠를 작성하도록 만든다면 행여나 그중에 일부 광고성 글이나 상업적인 글들이 섞이더라도 희석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이 두 가지 허들은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더해 화해 정보관리팀에서는 매일매일 올라오는 리뷰들에 대해 전체 검수를 시행하고 있다. 상업적인 리뷰를 걸러내기 위한 자체 알고리즘으로 문제가 될 만한 콘텐츠를 1차적으로 걸러내고, 팀원들이 다시 한번 확인한다. 계속해서 문제가 되는 브랜드나 제품은 ‘블랙리스트’로 등록해 브랜드 쪽에 시정조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 결과 화해의 리뷰는 성분 분석 정보 못지않은 화해의 ‘핵심 콘텐츠’가 됐다. 무려 200만 건 이상의 리뷰가 올라와 있지만 양 못지않게 신뢰도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화해는 ‘랭킹’과 더불어 각종 뷰티정보를 기사로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 화해 앱의 ‘화플’ 코너에는 계절별 뷰티고민을 만족시켜주는 디테일한 기사들이 시시각각 올라온다. 예를 들어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자외선 차단의 모든 것’과 같은 카드뉴스가 업로드되는 식이다. 이렇게 업데이트되는 각종 콘텐츠들은 적게는 2만여 건에서 많게는 5만여 건의 클릭 수를 기록하며 화해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부터는 아예 화해 앱상에서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게 커머스 기능도 더해졌다. 화장품에 대한 성분 정보를 확인하고 리뷰를 본 뒤 맘에 드는 제품은 아예 그 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게 플랫폼의 기능을 확장한 셈이다. ‘화장품과 관련한 모든 것을 총망라한 앱’을 표방한 것이다. 화해의 열혈이용자들 가운데는 화해가 커머스까지 뛰어드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있었다. 화장품에 대한 성분 분석 정보와 리뷰를 제공하는 화해가 제품 판매에까지 나서게 되면 ‘판매실적’ 때문에 객관성, 공정성이 퇴색될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웅 대표는 ‘화해만의 리뷰’는 달랐듯이 커머스도 ‘화해만의 커머스’면 통할 것이라 봤다고 설명했다. “열혈 이용자들의 걱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화해에서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 의미를 가질까’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봤습니다. 팔릴 만한 제품을 가져와서 파는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기존의 그런 커머스 문법을 따르자고 한다면야 우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곳이 수두룩했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성분 분석과 리뷰 콘텐츠, 이를 신뢰하고 있는 사용자들이 우리가 갖고 있는 두 가지 핵심 경쟁력이라고 봤고 이를 조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화해의 결론은 두 가지였다. 1) 잘 팔릴 만한 제품, 이미 잘 팔리고 있는 제품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화해 내에서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제품을 판매하자. 2) 그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우리들의 인위적인 목소리를 넣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들의 리뷰 속 생생한 목소리를 살리자.

화해는 ‘이제 리뷰로 쇼핑하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화해가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생생한 리뷰라는 엄청난 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쇼핑경험을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화해는 A 제품을 소비자들이 왜 좋아하는지 해당 제품에 대한 리뷰 분석을 통해 파악해낼 수 있다.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예로 들어보자. 다양한 강점이 있지만 텍스트 마이닝 분석을 해보면 ‘수분감이 굉장히 좋다’ ‘화장이 들뜨지 않는다’와 같은 주된 특징이 도출된다. 화해는 광고 문구가 아닌 소비자들의 리뷰에서 찾아낸 이 같은 포인트 중심으로 쇼핑 섹션을 구성했다.

사실 ‘성공’의 열매는 달콤하다. 보통은 그래서 성공을 지키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화해는 끊임없이 움직였다. 성분 분석 정보를 제공해서 얻은 인기와 인지도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리뷰 플랫폼을 추가했고, 그 후엔 매거진 콘텐츠를 제공하더니,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커머스 기능을 추가했다. 지금까지 앱이 출시된 이후 업데이트만 99번. 이와 같이 계속해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좇아왔기에 오늘의 화해가 있을 수 있었다. 이웅 대표는 “한 번 뜬 인기스타도 그 인기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처럼 유저들이 계속 앱을 사용하게 하는 것도 서비스적으로 굉장한 난제(難題)였다”며 “데이터 분석과 사용자 니즈 분석을 지속하면서 결국 소비자들에게 계속해서 도움이 돼야 한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하면 화장품 정보를 얻고 구매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인가. 그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성분, 리뷰, 랭킹에 이어 매거진 콘텐츠와 쇼핑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지금도 화해 서비스 중심에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있다. 매일 들어오는 소비자들의 요청과 문의를 CS팀에서 통계를 내 매월 “화해 유저들이 어떤 요구를 했는가”를 전사적으로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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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화 서두르지 않고 소비자들의 신뢰
먼저 쌓으니 자연스레 업계에서도 ‘파워’ 생겨

현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들은 긴 시간 동안 이용자 확보에만 주력하며 수익화를 미뤘다. 그 후 이용자가 절정에 이른 순간 게임과 커머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지금의 천문학적인 매출 규모를 달성할 수 있었다.4  앞서 보듯 화해도 섣불리 수익화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화해의 플랫폼 영역을 확장해왔다. 화장품 분석 정보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화해만의 리뷰’ ‘화해 랭킹’을 선보이는 식으로 말이다. 돈이 되는 광고나 커머스는 2016년 이후에야 도입됐다. 사실 더 빨리 높은 수익을 올리고 싶었다면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었겠지만 화해는 좀 더디더라도 탄탄한 신뢰도를 쌓고 이용자 규모를 키우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는 도리어 화해의 공정성과 영향력을 높여줬다. 그리고 그것은 화해의 수익이 ‘숫자’로 증명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게끔 만들어줬다.

실제로 2015년 말까지 별다른 매출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업에서 화해에의 투자와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굴지의 대기업에서도 상당히 진지하게 화해 인수를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화해는 독립적인 경영권이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2015년 말 금융정보기업 나이스그룹 신사업 부문으로 편입됐다. 당시 뚜렷한 수익을 내고 있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기업들이 화해에 눈독을 들였던 것은 업계에서 화해의 열혈유저, 신뢰도, 리뷰 데이터 등의 가치가 확실하게 평가됐다는 이야기다. 이웅 대표는 “나이스그룹은 결국 신용평가와 밴 사업 등으로 데이터를 확보해 경쟁우위를 가져가는 기업”이라며 “현재 화장품 시장에서 파생되는 각종 데이터들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그것을 유용하게 이용할 것인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비록 화해를 ‘한 식구’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화해가 가진 영향력을 활용하고픈 화장품 회사, 유통회사들의 러브콜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7월에도 화해는 신세계백화점 전 점에서 ‘코스메틱 페어’를 진행했다. 브랜드별로 화해 랭킹 상위 화장품에 ‘화해 마크’를 부착하고 고객에게 선보인 것이다. 일부 브랜드에서는 화해 랭킹 베스트제품이 포함된 기획세트를 구성해 판매하기도 했다. 이처럼 화해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기업들로서도 화해는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화해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는 성분과 같은 화장품 정보에 기반해 쇼핑을 즐기는 ‘적극적이고 준비된 화장품 소비자’라는 특성이 있어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사실 초창기만 해도 화장품 제조업체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이렇게 성분을 분석하고, 리뷰를 공개하는 것이 문제 아니냐”며 상표권 침해, 영업 방해,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브랜드도 수두룩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학습효과가 생기며 업체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성분 분석 정보가 신경 쓰이긴 해도 화해에서 유저들의 관심대상이 되는 것이 그들 제품의 인지도를 끌어올려주며, 또 이제 화장품 구매시장도 모바일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화해에서의 호평을 바탕으로 지명도를 높인 중소 브랜드도 적지 않다. 아로마테라피를 테마로 한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아로마티카’의 경우 브랜드 파워는 약했지만 EWG로부터 안전한 화장품에 선정될 정도로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화해를 통해 천연성분을 사용했다는 점과 사용후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주목받는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했다. ‘아빠가 만든 화장품’이란 콘셉트의 ‘봄비’ 역시 2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중국까지 진출했다. 역시 화해에서 좋은 평가로 입소문을 탄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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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의 도전은 계속된다 지속적인 수익모델 구축은 ‘숙제’

물론 화해에는 적잖은 과제가 남아 있다. 가장 큰 과제라고 한다면 단연 영향력을 쌓을 수 있는 만큼 쌓았으니, 이제 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모델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단 광고사업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화해 앱에 2016년 광고를 도입했는데 작년 광고주가 30곳이었던 것이 2017년 상반기 200곳으로 늘어났다. 하반기에는 이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예상이다.

온라인 커머스를 시작한 데 이어 이르면 내년 오프라인 스토어에도 진출한다. 올리브영부터 시작해서 롭스 등 수많은 드럭스토어들이 현재 오프라인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화해는 신개념 드럭스토어로 빈틈을 공략할 계획이다. 현재 오프라인 드럭스토어에는 단순히 많은 제품들이 진열만 돼 있을 뿐 물건에 대한 충분한 정보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점원 눈치를 보며 화해를 체크하거나 네이버 검색을 하며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화해는 기존 화해 콘텐츠와 사용자 데이터가 결합된 오프라인 쇼핑 영역을 만든다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화장품 구매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물론 화해의 오프라인 스토어로 전체 시장을 장악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이런 드럭스토어에 대한 니즈가 존재하며 오픈 시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구상이다.

화해의 청사진은 아마존이 2015년 말부터 오픈하기 시작한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북스’를 연상시킨다. 미국 시애틀, 포틀랜드 등에 오픈돼 있는 아마존북스는 일반적인 오프라인 서점과는 다르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돼 있다. 주요 코너에 아마존닷컴에서 별 5개 만점 중 4개 이상을 받은 책들이 전시되며 별 4.8개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은 책들을 가장 눈에 띄는 입구에 배열된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의 ‘앳코스메’가 화해 오프라인 매장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앳코스메’는 리뷰를 등록해 평점을 기록할 수 있게 한 화장품 포털. 일본 여성 1000만 명 이상이 사용할 만큼 대중적인 서비스인 앳코스메는 오프라인 매장 사업도 벌이고 있어 화장품 유통시장에서 목소리가 막강하다. 아마존 북스토어와 마찬가지로 앳코스메 역시 온라인에서 경험하던 것을 오프라인에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것이 가장 강력한 특징이다. 기존 드럭스토어들이 브랜드 위주로 제품을 진열해놓았다면 ‘각질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 매긴 베스트 스킨 1∼5위’ ‘피부톤에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 매긴 1∼5위’ 등 온라인상의 랭킹 정보를 가져와 소비자들이 더 쉽게 물건을 고르게 하는 식이다. 바로 옆에는 피부에 직접 발라볼 수 있는 ‘트라이얼 존’이 마련돼 있으며 각종 소비자 리뷰가 모니터를 통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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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개인화된 서비스에 대해서도 욕심을 내고 있다. 화해의 커머스 기능이 더 자리가 잡히면 구매 데이터가 축적된다. 그럼 이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로 그 사람의 개인적인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볼 수 있다. 현재 화해 데이터팀에서는 AI나 머신러닝 등을 통해서 어떻게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소비자 개개인별로 가장 적합한 화장품을 권유해주는 ‘챗봇 서비스’도 후보 중 하나다.

화장품 기업들을 향한 컨설팅도 화해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 회사들은 200만 건이 넘는 화해의 방대한 리뷰 데이터를 제대로 학습할 경우 상품 기획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화해는 현재 화장품 브랜드 A사에 데모 버전의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 이웅 대표의 최종적인 목표는 수익모델 창출, 그 이상이다. 서비스 영역 확대를 넘어 화해를 통해 화장품 시장의 구매패턴 자체를 바꾸고 싶다는 포부다. “브랜드 때문에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성분을 제대로 알고, 리뷰를 확인하고, 똑똑하게 선택하는 소비자 중심적인 시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누적 다운로드 건수가 500만 건을 넘어섰는데 이것이 2000만∼3000만 건이 되고, 활성화 사용자가 100만에서 300만 정도로 늘어나면 ‘배달의민족’ 수준에 이르게 된다. 그 정도로 사용자 풀이 확대되면 배달의민족이 배달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듯이 화해도 확실히 화장품 시장의 한 축을 바꿔낼 것이라는 믿음이다.



성공 요인 및 시사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데이터를 이용해 소비자들의 편익을 증진하고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를 실현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 기반의 사회’로의 이행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    이러한 추세에 따라 정부의 공공데이터 개방 및 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창업의 기회를 찾으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하지만 공공 데이터와 산업 데이터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데이터의 비즈니스화 자체의 난도도 상당하며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난 이후에도 데이터 이용에 대한 신뢰의 문제, 혁신에 대한 저항 등으로 인해 사회에서 수용되기까지 어려움을 겪는다.

화해는 이러한 난관들을 극복하고 어떻게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가 성공하고 생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DeLone & McLean(1992)의 IS Success 모형6   을 분석의 틀로 활용해 성공요인을 살펴보려 한다. 사용자의 사용 의도와 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시스템 품질, 정보 품질 및 서비스 품질을 분석함으로써 전자상거래, 웹 및 앱과 같은 정보 시스템의 성공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데 화해의 사례를 이에 비춰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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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품질은 정보의 완전성, 용이한 이해, 개인화, 관련성, 안전 등의 개념들을 포함하고 있다. 화해는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공공데이터를 이용해 유해물질 및 화장품 성분과 관련된 최신 정보를 완전한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의 가시성 및 이용 가능성을 개선하고 ICT의 발전으로 인해 스마트해진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높은 ‘정보 품질’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에 장시간 많은 유저들이 활용하고 있으며 지속적 이용 의도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서비스 품질은 확신성, 공감, 반응성 등을 의미한다. 화해는 화해와 사용자를 연결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리뷰 허브’로 기능하며 사용자들이 다른 사용자의 리뷰에 공감하고, 확신성을 가지고 제품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화해라는 리뷰 플랫폼 안에서 사용자들이 정보 소비자인 동시에 정보 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230만 건이 넘는 화장품 리뷰 데이터가 모이는 정보 플랫폼인 화해의 서비스 품질은 이렇듯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넘어서 소유자-소비자, 소비자-소비자의 영역에서 확장되고, 또 향상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용 가능성, 적응 가능성, 반응시간, 이용 용이성 등이 주요한 하위 요인인 시스템 품질에 있어서 화해는 유저들이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구하는 데 장시간 걸렸던 정보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갖는다. 스티븐 코비(2006) 7   는 자신의 저서 <신뢰의 속도>에서 초고속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신뢰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신뢰의 수준을 경제적인 성과를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규정했다. 스티븐 코비가 주장한 신뢰의 5개 차원에 비춰 화해를 바라보면 수익화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플랫폼의 영역을 확장해오며 획득한 신뢰가 결정적으로 화해의 성공에 작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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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와 같이 신뢰는 자기신뢰, 관계신뢰, 조직신뢰, 시장신뢰, 사회신뢰의 총 5개 차원으로 구성된다.8    화해는 화장품 성분을 둘러싼 ‘정보 불균형’이라는 산업적, 사회적 과제를 해소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겠다는 창업 당시의 전략과 자세를 일관되게 고수해왔다. 앱이 출시된 이후로 업데이트만 99번을 시행하며 변화하는 제품과 산업 환경에도 변함없이 소비자들의 ‘니즈’에 응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관계 신뢰를 획득할 수 있었다.

이는 시장 신뢰로 이어져 코스메틱 산업 내에서 화해라는 이름을 브랜드화했고 신세계 등의 다수의 기업들이 함께 협력하고자 하는 위치까지 올라가게 만들었다. 이러한 신뢰 획득에 이르기까지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쉬운 방법과 타협하지 않고 다 함께 화해를 지켜온 조직신뢰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제 화해는 신뢰 기반의 영향력을 보다 확대, 소비자들의 화장품 구매 패턴 자체를 바꾸어 시장 자체의 패러다임을 스마트해진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정보 불균형을 해소시켜 소비자들이 브랜드 중심이 아니라 성분 중심, 실제 리뷰 중심의 스마트 소비를 하게끔 만들어 건강하고 소비자 지향적인 시장 형성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5번째 차원인 사회신뢰의 단계를 바라보고 있다 하겠다. 화해는 성장을 거듭하며 영향력을 확대해왔으며 이는 신뢰의 속도와 비례한다. 이러한 화해의 사례는 단발성 차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의 미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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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과제


화해가 계속해서 지속가능한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를 선도해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차원의 도약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라는 이점을 살려서 코스메틱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정보 플랫폼을 넘어 실제 코스메틱 비스니스의 상거래 플랫폼으로 진화할 필요성이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보고 선택하고 구매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Stitch Fix’와 같이 소비자가 개인의 신상정보 및 선호정보 등을 입력하기만 하면9   개인맞춤형 뷰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고객 리뷰뿐만 아니라 전문 뷰티 컨설턴트와의 합작을 통해 소비자에게 빅데이터 분석 및 전문가 조언으로 추천된 화장품을 ‘토털 뷰티 케어 패키지’로 구성해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기에 그동안 구축한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광고와 같은 부가서비스를 활용,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10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한다면 계속해서 신뢰받는 선도적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시도와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을 추구하면 사용자 유입이 더 많아질 것이고,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사회 및 시장의 행동 패턴까지 변화시키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살펴보면 플랫폼의 개념이 단순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예: Facebook, Airbnb, Netflix 등)로 확대되면서 시장에서 플랫폼의 ‘중개자(Aggregator)’로서의 전략적 역할이 강조되고 있으며 네트워크 효과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의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화해가 업계의 앱 플랫폼 리더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치사슬의 활동을 극대화함으로써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파이프라인(Pipeline)’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가치를 창출하고 많은 참여자들이 상호작용을 나누며 네트워크 효과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Bonchek과 Choudary(2013) 11   의 연구에서처럼 화해와 같은 플랫폼은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자와 수요자 간의 연결을 촉진시켜주는 ‘Matchmaker’로서의 역할과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또 이 같은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시장수요와 환경변화에 맞춰 정보, 시스템, 서비스 분야의 품질요소들이 소비자들의 기대를 지속적으로 만족시켜야 할 것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최정일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jichoi@soongsil.ac.kr

최정일 교수는 미국 University of Nebraska-Lincoln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프랑스 INSEAD에서 초빙 연구원과 미국 보스톤 소재 Merrimack대에서 경영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주요 연구 관심분야는 ICT 기반의 서비스 혁신 및 수용, 서비스 디자인 분야이며 한국IT서비스학회(2018년 차기 회장)와 품질경영학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서비스경영 4.0>과 <디지털경영과 경영정보론>등이 있다.

기타 참고문헌

김근형, 윤상훈 (2012). SNS 사용자 만족도의 영향요인 도출 및 서비스 형태별 비교 분석, 인터넷전자상거래연구, 12(1), 125-143.
  • 최정일 최정일 | -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프랑스 INSEAD 초빙 연구원
    -미국 보스톤 소재 Merrimack대 경영학부 교수 역임
    - 주요 연구 관심분야는 ICT 기반의 서비스 혁신 및 수용, 서비스 디자인 분야이며 한국IT서비스학회(2018년 차기 회장)와 품질경영학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서비스경영 4.0>과 <디지털경영과 경영정보론>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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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윤정 장윤정 |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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