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노병주 이에스티컨설팅 대표컨설턴트가 총 11회에 걸쳐 일상생활과 회사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의 팁을 전달합니다.
사람은 ‘왜?’라는 생각보다 ‘당연히!’ ‘원래 그래!’를 더 쉽게 떠올린다. 때문에 변화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원래’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창의성을 저해시키는 원인이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고 많이 강조해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창의적 사고는 강조나 강압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화에서는 ‘기능 달성의 원리’를 제시하고자 한다. ‘어떤 기능이 필요한가?’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보는 것이 그 방법이다. 제품 혹은 서비스 그 자체에서 벗어나 달성하고자 하는 ‘기능’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현재의 방법이나 구조를 생각하기보다 그것이 수행하는 ‘기능’에 집중하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원래 그런데요.”<그림 1>은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다. 헤드라이트는 크게 전조등과 방향 지시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필자가 강의와 컨설팅 중에 이런 질문을 하면 대답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온다. 첫 번째는 ‘원래 그런데요’다. ‘선임 때부터 이런 구조로 설계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두 번째는 ‘다들 그렇게 하는데요’이다. 이는 ‘경쟁사를 벤치마킹해 보니 대부분 구조가 이렇게 돼 있다’는 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게 선임 때부터의 방식이나 보편적인 구조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절대 나올 수 없다. 우리는 왜 현재의 모습에 집착하게 될까? 그 이유를 제품이 개발되는 과정 즉, ‘기술개발 → 상품기획 → 상품화 개발 → 시장 출시 → 지속적인 개선’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 속에서 찾아보자. 기술 개발부터 개선이 진행되는 과정은 짧게는 수개월부터 수년이 걸리고, 시장에서 대체제가 나타나지 않아 수백 년 동안 반복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위의 프로세스에서 상품 출시 전후의 상황에 주목해 보자. 출시 이전까지는 상품 개발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많은 방법들을 검토해 본다. 하지만 그중 한 가지가 선정돼 시장에 출시되고 나면 그 방식이 당연한 것처럼 돼 버린다. 그리고 다수가 그 기준을 따르면서 더욱 확고한 기준, 즉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기능 중심적 사고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이제 기능 달성 원리의 바탕이 되는 기능 중심적 사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쉬운 이해를 위해 다양한 제품에서 사용되고 있는 나사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여기서 우리의 목표는 나사의 원가절감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라고 가정해 보자.
우선 가장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는 거래선을 바꾸는 방법이다. 더 싸게 공급해 줄 수 있는 기업을 찾는다면 구매 단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조 생산성을 높이는 아이디어도 생각해볼 수 있다. 동일한 시간과 자원으로 더 많은 양을 생산하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 설계적인 측면에서는 투입되는 중량을 줄이거나 나사의 길이를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조립하는 과정에서도 자동화를 통해 조립단계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이렇게 총 다섯 가지 방법을 놓고 보면 충분히 다양한 관점에서 고려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다섯 가지 아이디어는 모두 ‘나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사를 사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 것뿐이다. 틀에 박힌 관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능 중심적 사고를 적용해보자.
가장 먼저, 나사의 기능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나사의 기능이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고정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나사를 생각하지 말고 나사의 기능만 보자. 무엇인가를 고정시키기 위한 방법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용접, 납땜, 테이핑, 리베팅, 후크방식 결합 등 나사 말고도 다양한 방법들이 많다. 우리는 이 중에서 나사가 수행하던 기능(고정)에 충실하면서 원가 측면에서 더욱 유리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그림 1>에서 언급한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방향 지시등에도 기능 중심적 사고를 적용해 보자. 방향 지시등은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자동차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알려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서 주황색 불빛을 사용하고 있는데, 전구 자체에서는 투명한 불빛이 나오고, 겉에 주황색 플라스틱 커버를 덧씌움으로써 빛의 색이 전환되는 구조로 돼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현재의 구조나 방법이 아니라 ‘기능’이다. 주황색 불빛을 통해 방향을 표시하는 기능만 달성하면 되므로 굳이 커버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구 자체에서 주황색 불빛이 나오게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개선 전의 구조(왼쪽)는 헤드라이트의 부품이 전구와 주황색 커버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개선 후의 구조(오른쪽)에서는 커버가 사라지고 주황색 빛이 나는 전구가 설치됐다. 기능은 동일하게 구현되고, 구조는 효율적으로 변경된 것이다. 개선 후의 제품이 부품의 제조비용이나 조립비용 측면에서 개선 전보다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