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ation from Creative People: LG 시그니처 OLED TV 광고 만든 이상권 국장, 김대원 CD

광고는 ‘what’과 ‘how’가 아닌 ‘why’를 말해야

227호 (2017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지금까지 최첨단 전자제품 광고를 할 때에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철칙이 존재했다. 혁신적 속성, 즉 제품의 성능과 ‘스펙’을 제대로 보여주거나 해당 제품이 가져올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감성적으로 이미지화해서 보여준 뒤 나중에 소비자들이 그 기능과 성능을 각자 알아서 찾아보게 하는 것이다. 둘을 잘못 조합하면 ‘어색하고 촌스러운 광고’가 만들어진다는 게 그간의 통념이었다. 하지만 최근 LG 시그니처 OLED TV 광고는 이 둘을 조합해냈다. 그 힘은 디테일과 꼼꼼한 설계에 있었다.
이 광고를 기획하고 만든 두 명의 광고인들은 “이렇게 ‘세련되게 감성과 속성을 모두 담는 광고’가 새로운 사조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광고를 통해 ‘what’과 ‘how’를 전달하려 하지 말고 왜 이 제품이 탄생했는지 ‘why’를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우경(서강대 경영학과 졸업·미국 조지아대 석사과정 진학 예정) 씨와 조규원(홍익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벽난로 옆에 앉아 한 젊은 남성이 휴식을 즐기는가 싶더니 부인으로 추정되는 젊은 여성이 나와 ‘벽난로 화면’이 나오던 TV를 떼는 장면으로 광고는 시작된다. 넓은 집에 얇은 TV를 들고 춤추듯 돌아다니며 미술과 사진 작품 옆에 TV를 전시하기도 한다. 좁은 벽 틈으로 TV를 이동시키기도 하고, 평화롭게 멋진 석양과 불꽃놀이를 감상하는 듯 보이나 사실은 TV를 보고 있다. 1분간 지속되는 이 광고는 묘하고 특이하다. TV의 성능이나 외관 등 이른바 ‘스펙’에 대한 단 한 줄의 설명도 없지만 ‘얇고, 휘어지며, 가벼운데 화질은 깜짝 놀랄 정도로 좋은’ LG 시그니처 OLED TV의 모든 속성이 죄다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TV로 인해 변화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이 그대로 제시된다.



보통 최첨단의 전자제품은 새로운 기능과 뛰어난 성능을 직간접적으로 ‘자랑’하거나 해당 제품으로 인해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며 그 제품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방식 중 하나를 취하게 마련이다. 물론 두 요소를 적절히 배합하는 광고도 존재하기는 했다. 그러나 ‘기능’이 ‘라이프 스타일 변화’로 곧장 이어지는 스마트폰 광고 정도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조합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다수의 마케터와 광고인들의 중론이었다. 어느 하나를 버리고 확실하게 가지 않으면 ‘촌스러운’ 혹은 ‘어색한’ 광고가 연출된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 광고는 달랐다. ‘TV CF’ 등의 광고 전문 사이트 등에서 광고를 본 이들 중에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는 사람들이 많았고, ‘고급스럽다’ ‘여운이 남는다’는 댓글도 많이 달렸다. 물론 최근에 ‘히트’ 친 일반적인 광고처럼 인구에 회자되며 ‘대박’을 친 광고라고 보기는 어렵다. 제품 콘셉트 자체가 ‘초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브랜드(‘초프리미엄 콘셉트의 LG 시그니처 브랜드’ 참고.)에 속한 것이기에 마구잡이로 여러 채널에 광고를 뿌리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이 광고를 본 사람들은 ‘인상깊다’ ‘기억이 난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이 광고를 만든 대행사 HS애드에 따르면, LG 시그니처 브랜드 론칭 이후 LG 브랜드 및 개별 브랜드의 ‘최선호도’와 ‘최초 상기도’는 올라가고 있다. LG 시그니처 브랜드를 아는 사람들(시그니처 브랜드 인지 그룹)이 LG전자 가전에 대한 선호도, 구매 의향, 프리미엄 인식 측면에서 모두 해당 브랜드를 모르는 그룹(시그니처 비인지 그룹)에 비해 LG전자 개별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시그니처 OLED TV 광고가 나간 이후 더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즉, LG 시그니처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일종의 ‘낙수효과’에 이번 광고가 크게 힘을 실어줬다는 얘기다. 조용하고 ‘고급스럽게’ 화제가 되고 있는 이 광고를 기획하고 만든 두 사람을 DBR이 만났다. HS애드의 이상권 기획2팀 국장과 김대원 CR센터 CD(Creative Director)가 그 주인공들이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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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상권 HS애드 기획2팀 팀장(국장)과 김대원 HS애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잔잔하지만 울림이 큰’ 광고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권 국장(이하 이): 아무래도 ‘LG 시그니처’라는 가전 브랜드가 워낙 ‘초프리미엄’을 표방하는 고가 브랜드다 보니 통합마케팅 형태로 바이럴을 일으키기 위해 온갖 채널을 동원할 수는 없었다. 그게 실제 매출에 효과를 일으키기도 어렵고, 잘못하면 ‘고급’이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빵 터졌다’ ‘대박 쳤다’는 느낌을 갖기는 어려울 거다. 애초에 우리 브랜드(LG 시그니처) 철학을 고려하면 ‘무조건 넓게 뿌리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고 진지하게 소비자들의 브랜드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기에 TV에서 중요한 시간대에 자주는 아니지만 긴 시간, 즉 1분짜리 제대로 된 광고를 내보내는 전략을 짤 수밖에 없었다. 통합마케팅 차원에서는 온갖 채널을 이용한 바이럴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을 중심으로 백화점 브랜드 존에서 실제로 제품을 보고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캠페인으로 갔다. 그런데 많은 소비자/시청자분들이 ‘여운이 남는다’ ‘한 번을 봤는데도 기억에 남는다’는 반응을 보여주니 확실히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LG 시그니처 브랜드가 지난해 봄에 론칭되고 나서 전반적으로 LG전자 가전제품의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게 여러 지표에서 잡히고 있는데 OLED TV 광고가 나가면서부터는 확실히 더 힘을 얻고 있다.



시그니처 OLED TV 이전 광고는 아주 우아하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장면이 콘셉트로 잡혀 있었고 시그니처 브랜드 광고 전반이 고급스럽다. 브랜드 콘셉트와 광고를 일치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김대원 CD(이하 김): 우선 시그니처 브랜드의 가장 큰 광고 콘셉트는 ‘가전, 작품이 되다’라는 카피로 요약될 수 있다. 그게 일종의 백그라운드이자 기본 철학이다. 이전의 ‘바이올린 연주 광고’는 바이올린 연주자 배경이 모두 ‘미친 화질’을 자랑하는 OLED TV라는 걸 간접적으로 소비자들이 인식하게 만들었고, 이번 광고는 제품의 혁신성을 고급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2.5㎜ 정도의 두께와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의 가벼움을 자랑하는 TV라는 속성을 반드시 부각시켜야 하는 미션이 있었다. 그런데 그걸 이리저리 숫자를 보여줘 가면서 노골적으로 광고하는 순간 ‘초프리미엄’이라는 브랜드 철학에 피해를 주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굉장히 어려웠고 고민이 많았다.



이:
기획자 입장에서도 사실 어려운 문제가 많았다. 보통 광고인 입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광고할 때에는 두 가지 방법을 떠올리게 된다. 타깃 고객층의 ‘변화될 라이프’를 보여주는 방법이다. 이 경우 순수하게 이미지 위주로 만들게 된다. ‘이 제품을 쓰면, 이 서비스를 받으면 당신은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갖게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방식이다. 아예 제품이나 서비스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아주 혁신적이고 디자인조차 그 혁신의 일부인 제품은 이렇게 한다. 즉 제품 자체의 ‘압도성’을 보여주며 광고 내에서 ‘주인공’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번 시그니처 OLED TV 광고는 아마 거의 최초로 두 가지 방법을 배합한 광고라 볼 수 있다.



장면 장면이 깔끔하고 세련된 광고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젊은 부부가 럭셔리한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 이미지’ 광고인데 실제 제품의 속성을 모두 보여준다. 말로 하니 쉽지, 꽤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

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노력했고, 일정 부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광고를 만드는 입장에서 어려운 점은 항상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소비자들에게 ‘이게 이렇게 혁신적인 제품입니다’라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TV라는 건 ‘화질’이 최우선이다. 1980년대 컬러TV는 ‘화질’을 전면에 내세워서 광고하지 않았을까? 당연히 그때도 그랬다. 다 똑같았다. 광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처한 부분이다. 다행히 이번에 맡은 제품은 두께와 무게, 디자인이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혁신적 속성’이 분명 있었다. 그런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뭔가 라이프 스타일 이미지를 제시하긴 해야 했다. 자연스레 생각이 ‘그렇다면 생활 속에서의 혁신, 고급스럽고 우아한 라이프 스타일 속에서의 혁신 제품을 보여주자. 한번 해보자’라는 쪽으로 흘러갔다. 60초짜리 뮤직드라마, 뮤직비디오 같은, ‘작품 같은’ TV 광고를 만들되 고급스러운 생활에서 다시 제품으로, 제품에서 다시 고급스러움으로, 그리고 다시 제품으로 이미지를 교차시키고 스토리를 짰다. 광고를 보는 사람과 밀고 당기는 감정 게임, 이른바 ‘밀당’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이번 광고는 성공했지만 사실 속성 광고와 감성적 라이프 스타일 이미지 광고는 잘못 조합하면 굉장히 촌스러울 수 있다.

김: 그 ‘어색함’이나 ‘촌스러움’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 우선 배경음악을 직접 만들었다. 이미 존재하던 음악을 배경으로 화면을 구성해봤지만 썩 맘에 들지가 않았다. 결국 장면 장면에 맞는 음악의 흐름도 어색하지 않고 남녀 모델의 동작 하나하나와도 맞아떨어지는 음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외부 작곡가에게 의뢰해 아예 새로 음악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광고 화면을 유심히 보면 느꼈겠지만 약간 고속촬영을 해서 1분간의 화면 전반이 살짝 느리고 디테일하게 그려지는 게 있을 거다. 이런 부분들이 다 계산된 것들이다. ‘만화적 과장’이나 뭔가 모를 어색함 없는 광고가 탄생한 이유다.

그리고 사실 ‘제품발’이 있긴 있다. 시그니처 브랜드 전반적으로 그렇긴 한데 디자인 자체가 굉장히 ‘미니멀’ 하고 실제 TV 같은 경우 ‘집에 작품처럼 놓는’ 콘셉트가 있어서 광고하는 입장에서 ‘라이프 스타일’에 자연스레 녹여내는 게 가능하기도 했다. 뭐랄까, ‘작품 같은 가전제품’을 갖고 고민하다 보니 ‘광고가 작품이 된’ 느낌이랄까.



속성 광고와 이미지/감성 광고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광고인들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김: 비단 이번 시그니처 OLED TV 광고만이 아니라 이 시대의 광고인, 크리에이터들이 고민해야 될 부분을 지적하신 것 같다. 지금까지 광고에서는 ‘속성 광고와 이미지 광고 두 마리 토끼를 잡기 힘드니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게 불문율이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은 사실 광고인을 좀 편하게 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광고를 보는 소비자의 수준은 어설픈 조합을 용납하지도 않지만 한 부분에만 집중해서 그럴싸하게 포장한다고 그걸 또 받아들이는 수준도 아니다. 눈이 너무 높아졌다. 예전에는 사실 이 ‘크리에이티브’라는 영역이 확실히 ‘전문가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내가 광고를 처음 시작하던 그 시점, 즉 거의 20여 년 전만 해도 ‘볼거리’ ‘들을거리’는 한정돼 있었고 소비자들은 전문가, 크리에이터, 각 영상예술 감독 등이 만들어내는 콘텐츠 외에는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우리 모두 알다시피 지금은 인터넷을 매개로 모든 볼거리와 들을거리, 즐길거리가 오픈돼 있다. 크리에이터, 광고인 입장에서 최근 우리가 만나야 하는 소비자들은 그들 스스로가 ‘크리에이티브’하다. 우리와 소비자/고객과의 거리가 정말 좁혀졌다. 그래서 ‘새로운 화법’을 개발해야 하는 숙제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라 본다. 예전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하나로 밀어붙이는 게 정석화법이었다면 지금은 과감하게 두 개를 섞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게 새로운 광고 마케팅의 사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거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기업 PR 광고니까 무조건 이미지 광고를 해야 한다든가, 신제품이니까 일단 팩트와 속성을 알려야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사고가 전개됐다. 물론 이게 기본인 건 확실하지만 이제 조합을 하고 변주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팩트와 속성을 광고하면서도 정성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고 감성과 이미지를 창출해야 한다. 다만 제품이 아무리 혁신적이고 세상이 변해 둘 다 담을 수 있고 담아야 한다 하더라도, 그게 새로운 광고의 사조라 하더라도 무조건 미래지향적으로 앞서가는 건 지양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수용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광고 크리에이티브는 항상 소비자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딱 ‘반 발자국’ 앞서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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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 HS애드 기획2팀 팀장(국장)은 고려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LG전자 트롬, LGU+ 오즈캠페인 등을 시작으로 광고기획팀장을 맡은 이래 ‘무한도전’ 멤버들이 CF에 출연했을 뿐 아니라 각자 게임 광고제작에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던 킹닷컴의 ‘캔디크러쉬소다’ 광고 등을 진행했다. 야놀자 광고캠페인 등 다수의 히트캠페인을 기획한 광고기획자다. LG전자 휘센, LG전자 G6 등 LG전자 제품 및 브랜드의 광고 기획을 오랫동안 담당하기도 했다.


이: 기획자 입장에서도 김 CD 생각에 상당 부분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간의 광고는 항상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였다. 쉽게 말해 ‘잘 버리는 게임’이었다고 본다. 얼마나 많이 담느냐보다 얼마나 버리느냐가 더 중요했다. 그런데 우리도 이번에 이 광고를 준비하면서는 ‘세련되게 담을 수 있는 건 다 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물론 광고해야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예전처럼 무조건 ‘이미지/감성이냐, 속성/팩트냐’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이 방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번 광고에서도 중시한 부분인데,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시그니처 OLED TV 광고의 경우 제작기간 전체를 놓고 볼 때 실제 촬영하는 기간보다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한 컷, 한 컷 설계하는 데 시간을 더 썼다. 장면마다 연결고리를 만들고 긴장감을 주면서 엔딩까지 가기 위한 후반 작업이 가장 힘들기도 했다.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광고를 시청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계속 끌고 가는 디테일이 ‘두 마리 토끼 사냥’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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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 HS애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홍익대 금속재료과를 졸업했다. 2009년도에 HS애드에 입사해 중독성 있는 BGM, 부드러운 듯 임팩트 있는 카피, 작품성 있는 사진 등 완벽한 크리에이티브적 요소와 SNS로 확산 가능한 ‘참여 가변형 캠페인’으로 화제를 모았던 대한항공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 캠페인을 진행해 주목을 받았다. LG전자 트롬 스타일러, 킹닷컴의 게임광고 ‘파라다이스 베이’, 빙그레 따옴, KB손해보험 등 다양한 업종의 광고를 두루 섭렵했다. 다수의 해외 광고제와 대한민국광고대상, 서울영상광고제에서 광고상을 수상했다.


김: 앞서 말했듯 BGM도 자체 제작해 등장하는 남녀의 동작과 연계시키는 것, 그런 게 모두 디테일의 맥락에 있다. 광고를 보면 알겠지만 주인공들의 움직임, 동작 하나하나, 나오는 장면 하나하나와 음악의 싱크를 심혈을 기울여 맞춰 놨다. 광고를 보는 사람들이 광고를 보면서 마치 자기가 그 장면의 경험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서 디테일하게 설계를 했다는 얘기다. 첫 장면에서 벽난로 영상이 나오는 TV를 떼어내는 장면에서의 사운드 디자인, 이후 TV를 들고 다니면서 모델이 한 발, 한 발 움직이는 템포, 턴, TV로 풍경이나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의 감정, 얇은 TV를 벽 틈사이로 밀어 넣을 때의 긴장감 등. 이런 것들이 다 계산된 디테일이고 음악과의 조화였다.



광고 내에서 발레하는 듯이 움직이는 남녀도 그런 디테일의 일환이었나?

이: 그렇다. 물론 우리는 내부적으로 그 움직임을 ‘무용’이나 ‘춤’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춤’이라고 생각하고 만들면 그게 중심이 될 수도 있고, 만화적 설정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외부에서 음악에 맞춰 이뤄지는 그 동작들이 춤처럼 보일 수는 있을 거다. 최대한 절제해서 그저 즐겁기 때문에 나오는 움직임, 생활 속에 녹아든 듯한 움직임으로 보여야 했다. 물론 현실에서 그렇게 우아하게 뛰어다니면서 TV를 옮기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어색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춤’이라는 생각을 지우고 만든 거다. 동작이란 결국 사람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인데 그 우아한 동작이 어쩌면 ‘속성’과 ‘감성’의 혼합을 도와준 게 아닐까 싶다.

김: 초프리미엄이 제품이자 아주 혁신적인 제품을 가졌을 때, 그걸 소유하고 활용할 때 ‘사치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생활이 변하고 행복한 감정이 번지는 것, 그래서 그 동작이 보이는 사람한테는 춤으로 보이는 것을 의도했다. 따라서 아주 절제된 동작이 필요했다. 남자 주인공은 정말 유명한 댄서고, 여자 주인공도 그 남성만큼은 아니지만 전문 댄서다. 전문가들이니까 그걸 절제해서 소화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제 광고/마케팅 일반론으로 넘어가보자. 최근 감성과 라이프 스타일에 집중하는 광고 아니면 커뮤니티 게시판과 SNS 공유를 노린 ‘재미’나 ‘감동’ 위주의 광고로 콘텐츠가 거의 양분되고 있다.

이: 예전에는 3∼4년간 같은 테마로 브랜드 이미지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멋진 캠페인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그런 게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광고에 대한 평가는 최근 딱 둘 중 하나로 좁혀진 상태다. ‘얼마나 많이 봤는가’와 ‘그 광고로 인해 얼마나 많이 팔렸는가’다. 주로 매출관점으로 ROI를 통해 광고를 평가하다 보니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광고 위주로 흐르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도 다소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TV 예능프로그램도 시끄럽고, 웃기고, 왁자지껄하고 자극적인 게 대세인 것 같지만 ‘윤식당’이나 ‘삼시세끼’처럼 아날로그적이고 잔잔하면서도 할 말 다하고 재미 줄 건 다 주는 예능이 사실 더 큰 화제가 되고 있지 않나. 나름의 조합과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는 건데 광고도 역시 그런 지점을 찾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요새는 어차피 광고도 ‘소비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공유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그 부분을 놓칠 수는 없는데 ‘무엇이 공유되는가’의 관점에서 트렌드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물론 아직도 뭔가 ‘핫’ 하고 ‘빵 터지는’ 콘텐츠는 피로감이니 뭐니 해도 다들 돌려보기는 한다. 다만 제품과 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해 과감히 ‘단순한 재미’를 버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LG 시그니처 브랜드 광고는 그런 면에서 새로운 실험이었고 해볼 만한 실험이기도 했다. 전혀 바이럴성 마케팅과 캠페인을 진행하지 않았는데도 광고를 칭찬하는 사람이 많다. 자연스레 ‘그 광고 우아한데 꽤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다’면서 SNS나 전문 블로거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이제 광고인들도 지난 몇 년간 계속된 ‘빵 터짐’ ‘극도의 재미’라는 한계를 벗어날 노력을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앞으로 광고에서 ‘절제의 미학’이 다시 중요해진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이: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주변, 스마트폰 앱 하나 열 때도 사실 전부 광고 아닌가. 지금까지는 광고를 하나의 콘텐츠로 받아들이면서 즐기는 문화가 번성했다면 이제 일부에서는 아예 그냥 그런 것 자체를 다 ‘스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실제 우리가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연구하고 분석한 결과를 보면 SNS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사람 간에 얼굴보고 만나는 건 줄어드는 현상이 분석된다. 그런데 10여 년 전, 더 길게는 거의 20년 전 처음 ‘디지털’이 화두로 던져졌을 때부터 핵심은 ‘휴머니즘’이었다. 기술이 더욱 첨단으로 치달을수록 인간이 소외되는 부분이 발생할 거고 사람들은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은, 즉 방해받지 않고 심리적인 편안함을 얻는 부분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열심히 광고/마케팅이 ‘디지털’ ‘타기팅’ ‘소셜’이라는 이름으로 달려왔는데 이제 잠시 돌아볼 때가 된 것 같다. 극도의 자극으로 치닫던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삼시세끼’나 ‘윤식당’ 등이 전환점을 마련한 것처럼.



그렇다고 모바일 마케팅, 모바일 광고를 소홀히 할 수는 없을 텐데….

이: 당연하다. 모바일은 개개인의 맥락을 파악해서 진행하는 광고에 최적화돼 있고 점점 더 스마트해지고 있다. 맥락을 고려해 정확하게 타기팅하고 적합한 광고를 내보내는 것, 그래서 실제 빠르게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측면에서 모바일 광고는 앞으로도 기업들과 마케터, 우리 같은 광고인들이 신경을 많이 써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전체 대중을 상대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 이 시대에 어려워지긴 했지만 이 역시 버릴 수가 없는 부분이다.

김: 점점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매체와 채널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 정확한 타기팅과 맥락 분석이 ‘스토리텔링’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마이크로 타기팅이 되면 될수록 스토리텔러의 역할이 커질 수도 있다. 지금의 모바일 마케팅은 어쩔 수없이 순간적이고 소모적인 부분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그 반대편에서 스토리텔러가 빈 공간을 채워줘야 한다. 그래야 브랜드가 완성된다. 모바일 마케팅에서는 1분1초를 나눠가면서 뛰어다녀야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계속 브랜드에 대한 후광을 만들어주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얘기를 들을수록 이 시대에 광고 만드는 게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광고인으로서 위기의식을 느끼는지, 어떤 해법을 고민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이: 나는 사실 ‘광고 기획자’이긴 하지만 예전 개념의 광고라는 게 이미 브랜디드 콘텐츠, 즉 광고가 그 자체로 소비되는 콘텐츠로 바뀐 순간부터 사실상 끝났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광고를 기획할 때, ‘what’과 ‘how’에 집중했다. 소비자들에게 이 제품이나 서비스가 ‘무엇’이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니다. 내가 광고해야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의미, 왜 이 제품이 만들어졌을까, 즉 ‘why’의 관점에서 광고 기획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어떤 상황과 심리, 라이프 스타일의 어떤 부분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이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졌는지, ‘왜 이 제품이 탄생했는지’를 광고주와 함께 소통해서 알아내고 그걸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제 광고 전문가는 ‘광고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전문가’가 돼야 한다. ‘이 제품이나 서비스는 왜 만들어졌나’를 고민한 뒤에 ‘인간이 왜 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서 역으로 다시 성찰해야만 광고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직접 카피를 고민하고 광고 아이디어를 내서 제작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제는 대중의 크리에이티브를 우리가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대형 커뮤니티의 이른바 ‘약 빤’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내는 패러디와 창작 콘텐츠의 ‘센스’를 내가 팀원 5∼6명 데리고 만드는 콘텐츠로 상대하는 건 어렵다. 그 자극성과 유쾌함을 어찌 쉽게 이길 수 있겠는가. 그래서 팀원들에게도 그렇고, 나 스스로에게도 ‘깊게 들어가자’고 말한다. 사람들이 온갖 자극과 콘텐츠에 노출되고 있더라도 결국 사람의 감정이란 ‘희로애락’으로 정리된다. 우리가 어떨 때 더 기뻐하고 슬퍼하고 노여워하고, 무엇에 애정을 느끼는지 더 정확하게, 깊이 있게 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국장님이 말한 대로 광고인들이 ‘인간에 대한 이해’를 오히려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더 많이 하고 더 중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광고인으로서 볼 때 이 시대의 ‘창의성’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 광고인의 ‘창의성’ ‘creativity’는 솔루션이다. 솔루션이어야 한다. 만약 기업과 마케터에게 주는 솔루션 없이 창의적이기만 하다면 그건 그냥 예술의 영역이다. 그래서 광고 카피 한 줄을 쓸 때에도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써야 한다’라고 하는 거다. 우리에게는 광고주로부터, 기업으로부터, 마케터들로부터 ‘숙제’가 온다. 근데 그 숙제는 항상 복잡하고 어렵다. 가만히 생각해보라. 시장에서 1등 하고 있는 브랜드나 제품, 서비스를 광고할 일이 많겠는가, 아니면 2등 이하의 브랜드나 제품이 많겠는가. 대부분 1등이 아닌 브랜드를 광고한다. 1등이 아니라 2등 혹은 3등 이하라는 건 그 브랜드가 지금 뭔가 문제를 갖고 있고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거기에 대한 답을 줄 수가 없다. 광고인은 변호사와 비슷하다. 당사자의 사정에 대해서는 당사자만큼 모르지만 ‘법’을 안다. 우리는 광고주 기업만큼 그 기업과 브랜드 혹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모르지만 ‘화법’을 안다. 우리의 화법을 갖고 솔루션을 찾아내는 것, 그게 광고인이고 그때 필요한 게 창의성이라 생각한다.

이: ‘화법’이 중요하다는 김 CD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이제는 콘텐츠가 아무리 새롭더라도 화법 자체가 평범하면 전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은 소비자들이 사실 ‘팩트 체크’를 금방 할 수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맞는 말을 똑바로 하는 것에는 재미를 못 느낀다. 틀린 걸 숨기는 건 소비자들이 혐오하지만 분명 틀린 얘긴데 그걸 뻔뻔하게 새로운 화법으로 말해주면 재밌어 하고 흥미로워 한다. 결국 이 시대에 가장 좋은 크리에이티브란 얘기하고 싶은 것을 다르게 얘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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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프리미엄 콘셉트의 LG 시그니처 브랜드’

2016년 3월 LG전자가 론칭한 새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는 ‘초프리미엄 가전’을 표방하고 있다. 초고가 라인의 프리미엄 제품이기에 판매량 자체보다는 기술과 품질을 강조하며 LG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OLED TV, 냉장고, 세탁기, 가습공기청정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광고 캠페인 역시 ‘초프리미엄’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전개되고 있다. 제품을 개발하고 시그니처 라인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작품’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기에 단순히 고객들이 ‘비싼 걸 소유해서’ 기쁜 것이 아니라 미학적으로도 기쁨을 느끼고 경험의 차원 역시 한 단계 올라가서 즐거울 것이라는 스토리를 들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관되게 ‘절제’하면서도 ‘우아한 삶의 중심’이라는 콘셉트로 광고를 진행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9호 Boosting Creativity 2020년 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