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마케팅 속에 잃어가는 것들

223호 (2017년 4월 Issue 2)

얼마 전 달성하기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 실적을 기적적으로 이뤄낸 한 비즈니스맨을 만나 그 비결을 물었습니다. 잠시 고민한 후 나왔던 그의 대답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진심으로 고객보다 더 고객을 걱정해줬다”는 게 그가 말한 성과의 비결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마케팅을 둘러싼 수많은 기교와 기술들이 개발돼 왔습니다. 타깃 고객을 특징별로 분류해서 최적의 고객집단을 선정한 다음에 포지셔닝을 하는 점잖은 방법에서부터 고객의 휴리스틱을 이용해 충동구매를 불러일으키는 ‘사술(詐術)’에 가까운 기법까지 무궁무진한 방법론이 시장에서 활용돼왔습니다.

하지만 현란한 기법들이 등장하면서 오히려 ‘고객 가치’라는 기본 가운데 기본이 오히려 잊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다양한 용어와 방법론으로 무장하더라도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마케팅의 기본, 사업의 기본을 절대 잊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최근 만난 비즈니스맨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빛나는 마케팅 혁신 사례들을 살펴보면 고객보다 더 고객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다는 역력한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당뇨병 치료제 업체로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글로벌 CEO 랭킹 2년 연속 1위 기업인 노보노르디스크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 회사는 당뇨병 환자들이 주삿바늘로 정확한 양의 인슐린을 제때 주입하기 어렵다는 점에 공감했을 뿐 아니라 주삿바늘로 주사를 놓으면 마약을 주입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때문에 생겨나는 심리적 고통까지도 해결하기 위해 만년필 모양의 인슐린 주입기를 만들었습니다. 대부분 제약회사들이 직접적으로 매출에 기여하는 의사들만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입니다. 이 회사의 목표는 15년 안에 당뇨병을 완치하는 것인데, 이럴 경우 매출이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회사 CEO는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사업의 많은 부분을 잃더라도 우리는 자랑스러울 것이고 직원들은 다른 직장을 구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진짜로 고객을 위하는 마음이 세계 최고의 성과를 낸 원동력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장 환경의 변화로 마케터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기업보다 더 많은 정보로 무장한 소비자, 셀 수 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등장하고 있는 경쟁자,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새로운 마케팅 역량의 필요성 등으로 많은 마케터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렇게 상황이 어려워지면 더 현란한 기법으로 대응해야 할 것 같지만 역설적으로 ‘고객 가치’라는 기본 가운데 기본이 가장 현명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DBR은 극한 환경 스페셜 리포트 시리즈의 마지막 회로 마케팅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리포트 제작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해법도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고객을 위하겠다는 생각, 그 어떤 현란한 마케팅 기법보다 더 밝은 빛을 발할 것입니다.

또 이번 호 케이스 스터디로 소개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성공 전략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아이돌 연습생은 가창력과 칼 군무 완성을 위해 시간을 쏟는 게 당연한 것 같지만 방탄소년단은 연습생 시절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훈련을 했다고 합니다. 사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수작으로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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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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