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고부가가치 수주 사업 발굴 위한 전략1. 수주 프로세스 단계별 파이프라인 관리(pipeline management) 통해 프로세스 진행 단계별로 사업 참여 여부(Bid/No Bid) 의사결정. 즉, ‘들러리’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프로젝트에는 입찰참여 의사결정을 내린 후에라도 중간에 과감히 포기해야.
2. 친분과 인맥에 의존하는 ‘관계 형성 영업’에서 탈피해 고객 니즈 및 솔루션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전문가 영업(solution-based selling)’으로 전환. 고객 니즈를 발굴하고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해 경쟁자가 제시하지 못하는 차별화된 가치 제공 통해 고부가가치 시장 공략.
3.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이나 자사의 특장점 강조가 전략의 전부라는 착각에서 탈피, 고객 관점에서 수주 전략 수립.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살길은 국제화뿐이라는 사실에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에 더해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사드 보복 등이 거세지며 우리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하고 기회가 많은 신흥국을 대상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선진국 시장을 대상으로 승리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현재 낙관적이지는 않다. 많은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해외 사업 수주 시 한국 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최저가 입찰 vs. 고부가가치 수주일반인들은 최근 2∼3년간 조선업과 해운업을 필두로 한 한국의 심각한 불황이 해외 사업 수주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저가 사업 수주’에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2006년부터 지속적 증가를 보이며 2010년에 최고치인 716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해외에서 저가 수주 경쟁을 펼치며 사업 확장을 시도했고 결국 해외 현장의 부실 등으로 2013년 말부터 막대한 해외 공사 누적 손실액을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GS건설은 2013년 해외 사업장의 손실 등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반전했고 약 937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2013년 1분기 2200억 원, 3분기 746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연 1조280억 원의 적자를 내며 시장에서는 ‘저가 수주의 저주’라는 말이 생겼다.
저가 수주로 대규모 손실을 봤던 경험으로 국내 건설사들은 최근 저가 입찰을 자제하며 수익성 있는 양질의 프로젝트 참여로 사업 방향성을 바꾸고 있다. 즉, 해외 입찰에 참여할 때 내부적인 심사를 강화해 수익성과 사업성을 체계적으로 점검하려 하고 있다. 2014년 이후 건설사 전체의 해외 수주 실적이 감소한 데에는 대형 건설사들의 주요 고객이었던 중동 수주물량이 줄어든 환경요인도 있지만 기업들의 변화된 사업 방향성을 주된 이유로 볼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주요 건설업체별 계약금액은 작년 동기 대비 공사 건수로는 86%, 계약금액으로는 36%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저가 입찰을 자제하니 실적이 뚝 떨어졌다”며 건설업체가 해외 수주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 속에서도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SK건설과 대림건설이 터키 다르다넬스해협 현수교(차나칼레 현수교) 교량사업 수주전에서 일본 업체를 누르고 선정된 것이 대표적 예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3조5000억 원에 건설 후 16년간 운영과 최소 수익을 보장하며, 저가 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건설사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해 수주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익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 기업 전략하에 각 업체가 서로의 장점을 바탕으로 협력하고 정부의 지원이 모여 만들어낸 성과다.
지난 50년간 저가 시장에서 꽤 경쟁력 있던 한국 기업은 더 이상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저가 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낮은 원가의 핵심은 인건비인데 이제 인건비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과 이익 측면에서도 저가 수주는 적합한 사업 방향성이 아니다. 비록 뼈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 시기를 기점으로 삼아 수익성을 보장하는 양질의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해야 한다.
단계별 파이프라인 관리수주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들러리’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맨 처음 수주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때는 물론 수주 프로세스 진행 단계마다 ‘사업 참여 여부(Bid/No Bid) 결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사실 해외 경쟁자들은 이 결정에 대한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어서 수주업 자체를 ‘파이프라인 관리(pipeline management)’라고 부르며 단계별로 사업을 계속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그림 1)
이때 기준은 이익률과 전략적 정합성을 따지는 ‘내적 적합성(internal fit)’, 수주 가능성을 따져보는 ‘외적 적합성(external fit)’이다. 과연 해당 프로젝트를 수주했을 때 적정 마진을 남길 수 있는지, 자사 핵심 역량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거나 향후 추가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질 수 있는 전략 과제인지, 같이 수주전에 나선 경쟁사들과 비교해봤을 때 실질적으로 수주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수주전 진행 단계별로 따져봐야 한다. 이를 통해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크거나 위험한 사업은 실제 입찰에 참여한 이후에도 중간에 불참 의사(No Bid)를 밝혀야 한다.
이런 단계별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정착되지 않은 기업들은 일단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 제안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향후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더라도 매몰 비용이 아까워 끝까지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실수를 최소화하려면 최소 사업 수행 능력의 2배수 정도로까지 영업 능력을 키워야 한다. 즉, 우리 회사의 연간 사업수행 능력이 5개 프로젝트라고 한다면 수주 영업 능력은 연간 최소 10개까지는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10개의 기회 중 5개 기회를 선별해 수주할 수 있다. 영업능력이 실제 사업수행 능력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못하다면, 5개 혹은 그 미만의 프로젝트밖에는 수주할 수 없게 된다. 당연히 ‘선택적 참여’는 불가능하다. 무슨 프로젝트든 기를 쓰고 수주하려고 무리를 하게 되고, 그 결과 ‘들러리’가 될 게 뻔한 프로젝트에까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