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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업 수주 전략

낮은 가격과 장점 강조만으론 부족해 고객의 니즈에 맞춰 변화 거듭해야

김용기 | 222호 (2017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고부가가치 수주 사업 발굴 위한 전략

1. 수주 프로세스 단계별 파이프라인 관리(pipeline management) 통해 프로세스 진행 단계별로 사업 참여 여부(Bid/No Bid) 의사결정. 즉, ‘들러리’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프로젝트에는 입찰참여 의사결정을 내린 후에라도 중간에 과감히 포기해야.
2. 친분과 인맥에 의존하는 ‘관계 형성 영업’에서 탈피해 고객 니즈 및 솔루션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전문가 영업(solution-based selling)’으로 전환. 고객 니즈를 발굴하고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해 경쟁자가 제시하지 못하는 차별화된 가치 제공 통해 고부가가치 시장 공략.
3.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이나 자사의 특장점 강조가 전략의 전부라는 착각에서 탈피, 고객 관점에서 수주 전략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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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살길은 국제화뿐이라는 사실에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에 더해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사드 보복 등이 거세지며 우리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하고 기회가 많은 신흥국을 대상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선진국 시장을 대상으로 승리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현재 낙관적이지는 않다. 많은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해외 사업 수주 시 한국 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최저가 입찰 vs. 고부가가치 수주

일반인들은 최근 2∼3년간 조선업과 해운업을 필두로 한 한국의 심각한 불황이 해외 사업 수주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저가 사업 수주’에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2006년부터 지속적 증가를 보이며 2010년에 최고치인 716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해외에서 저가 수주 경쟁을 펼치며 사업 확장을 시도했고 결국 해외 현장의 부실 등으로 2013년 말부터 막대한 해외 공사 누적 손실액을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GS건설은 2013년 해외 사업장의 손실 등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반전했고 약 937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2013년 1분기 2200억 원, 3분기 746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연 1조280억 원의 적자를 내며 시장에서는 ‘저가 수주의 저주’라는 말이 생겼다.

저가 수주로 대규모 손실을 봤던 경험으로 국내 건설사들은 최근 저가 입찰을 자제하며 수익성 있는 양질의 프로젝트 참여로 사업 방향성을 바꾸고 있다. 즉, 해외 입찰에 참여할 때 내부적인 심사를 강화해 수익성과 사업성을 체계적으로 점검하려 하고 있다. 2014년 이후 건설사 전체의 해외 수주 실적이 감소한 데에는 대형 건설사들의 주요 고객이었던 중동 수주물량이 줄어든 환경요인도 있지만 기업들의 변화된 사업 방향성을 주된 이유로 볼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주요 건설업체별 계약금액은 작년 동기 대비 공사 건수로는 86%, 계약금액으로는 36%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저가 입찰을 자제하니 실적이 뚝 떨어졌다”며 건설업체가 해외 수주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 속에서도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SK건설과 대림건설이 터키 다르다넬스해협 현수교(차나칼레 현수교) 교량사업 수주전에서 일본 업체를 누르고 선정된 것이 대표적 예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3조5000억 원에 건설 후 16년간 운영과 최소 수익을 보장하며, 저가 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건설사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해 수주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익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 기업 전략하에 각 업체가 서로의 장점을 바탕으로 협력하고 정부의 지원이 모여 만들어낸 성과다.

지난 50년간 저가 시장에서 꽤 경쟁력 있던 한국 기업은 더 이상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저가 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낮은 원가의 핵심은 인건비인데 이제 인건비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과 이익 측면에서도 저가 수주는 적합한 사업 방향성이 아니다. 비록 뼈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 시기를 기점으로 삼아 수익성을 보장하는 양질의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해야 한다.



단계별 파이프라인 관리

수주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들러리’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맨 처음 수주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때는 물론 수주 프로세스 진행 단계마다 ‘사업 참여 여부(Bid/No Bid) 결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사실 해외 경쟁자들은 이 결정에 대한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어서 수주업 자체를 ‘파이프라인 관리(pipeline management)’라고 부르며 단계별로 사업을 계속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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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기준은 이익률과 전략적 정합성을 따지는 ‘내적 적합성(internal fit)’, 수주 가능성을 따져보는 ‘외적 적합성(external fit)’이다. 과연 해당 프로젝트를 수주했을 때 적정 마진을 남길 수 있는지, 자사 핵심 역량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거나 향후 추가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질 수 있는 전략 과제인지, 같이 수주전에 나선 경쟁사들과 비교해봤을 때 실질적으로 수주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수주전 진행 단계별로 따져봐야 한다. 이를 통해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크거나 위험한 사업은 실제 입찰에 참여한 이후에도 중간에 불참 의사(No Bid)를 밝혀야 한다.

이런 단계별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정착되지 않은 기업들은 일단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 제안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향후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더라도 매몰 비용이 아까워 끝까지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실수를 최소화하려면 최소 사업 수행 능력의 2배수 정도로까지 영업 능력을 키워야 한다. 즉, 우리 회사의 연간 사업수행 능력이 5개 프로젝트라고 한다면 수주 영업 능력은 연간 최소 10개까지는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10개의 기회 중 5개 기회를 선별해 수주할 수 있다. 영업능력이 실제 사업수행 능력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못하다면, 5개 혹은 그 미만의 프로젝트밖에는 수주할 수 없게 된다. 당연히 ‘선택적 참여’는 불가능하다. 무슨 프로젝트든 기를 쓰고 수주하려고 무리를 하게 되고, 그 결과 ‘들러리’가 될 게 뻔한 프로젝트에까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만약 ‘들러리’가 될 공산이 큰 사업을 실제 수주하게 됐다면 역설적으로 더 큰 문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쉬플리 글로벌의 조사에 따르면 고객들이 RFP를 발행했을 시점에 이미 수주업체가 내정(informally nominated)돼 있는 경우가 60∼80%에 이른다. 따라서 사전 영업도 되지 않은 해외 사업에 제안요구(RFP)만 보고 수주전에 참여한 프로젝트, 즉 ‘들러리’가 되기 쉬운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면 이는 원래부터 내정된 사업자가 없는 프로젝트일 공산이 크다. 이는 최저가 사업이거나 리스크가 매우 커서 경쟁자들이 회피한 ‘쭉정이’ 사업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이런 프로젝트는 맡아봐야 골칫덩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사업참여 여부 결정을 위한 도구 중 특히 들러리를 서지 않기 위해서 수주 가능성을 따져보는 도구로 ‘경쟁사 비교표(Bidder Comparison Matrix·BCM)’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그림 2) BCM은 고객이 해당 사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쟁점(hot buttons)별로 경쟁사와 자사 솔루션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비교해봄으로써 수주 가능성을 예측하게 도와준다. 자사의 역량을 상대적 비교를 통해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수주에 성공하게 되면 향후 프로젝트 추진 시 전략 개발의 출발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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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M에서 핵심 쟁점(그림2 ①)은 고객이 해당 사업에서 고민하는 이슈, 핵심 니즈, 요구사항의 근본적 이유 등 고객의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것들이다. 기업 간 거래(B2B)나 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 사업의 경우에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와 달리 해당 조직의 다양한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구매 결정에 참여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 B2G 사업은 최종 구매 결정을 내리는 의사결정자가 보통 CEO 개인이 아니라 평가위원회(Evaluation Committee)이며, 이 평가위원회 멤버들 각각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들(사용자, 기술/재무 등 특정 업무 담당자)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따라서 주요 쟁점별로 의사결정자(decision makers), 영향자(influencers) 등 조직 내 개별 주체들의 이슈를 각각 분석하고 통합해 전체 조직의 이슈 및 중요도를 도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렇게 핵심 쟁점별로 고객 관점에서 경쟁사와 자사를 평가해본 후에는 핵심 차별화 요소(그림2 ⑥)를 도출해야 한다. 즉, 경쟁자에게는 없고 우리에게만 존재하는 차별화된 솔루션(difference)은 무엇이며, 그것이 고객에게 얼마나 중요한가(importance)를 분석해야 한다. 마이클 포터는 이것을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라고 한다. 이는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와는 다르다. 예를 들어 결혼 시장에서 우수한 학벌, 출중한 외모, 탁월한 신체조건 등은 비교 우위지만 이것을 상대가 좋아할 때 비로소 경쟁우위가 된다. 이처럼 핵심 차별화 요소는 객관적 기준이 아닌 고객의 주관적 인식에 의해 결정된다. 전략개발을 할 때 고객의 니즈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이렇게 주요 쟁점별로 핵심 차별화 요소를 분석한 후 자사 역량(그림2 ③)과 경쟁사 역량(그림2 ④, ⑤)을 고객 입장에서 비교해보고, 이에 따라 산출된 종합 점수를 통해 수주 가능성이 낮은 경우 과감히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결정(No Bid)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관계 형성 영업에서 전문가 영업으로 전환

수주 영업은 일반 영업과 다르다. 수주 영업이란 고객이 추상적인 집단(기업, 공공조직)이라는 점에서 주로 B2C에 집중하는 일반 영업과 다르며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솔루션을 판매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일반 영업에서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제품 설명서가 필요하고 수주 영업에서는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제안서가 필요하다. B2C 시장에서는 관계 형성 자체만으로 세일즈가 가능한 사례도 있다. 자동차나 보험 상품 구매와 같은 B2C 시장에서 아는 사람을 통해 제품을 사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한국처럼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사회에서는 ‘관계 형성’이 매우 중요하며 실제 B2C 영업에선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류의 영업을 필자는 ‘관계 영성 영업’, 혹은 속된 말로 ‘ABS(alcohol-based selling)’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렇게 관계 중심으로 수주 영업을 이해하면 성과가 낮은 조직이 된다. 수주 영업, B2B 시장에서는 관계가 아니라 차별화된 정보 수집과 전략 개발이 수주를 결정한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으로 갈수록 전문가 영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기술 제안이 많아져 고객은 싼 가격보다는 가장 적합한 솔루션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줄 사업자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수주 영업에서는 단순히 개인을 설득한다고 해서 기대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대부분의 발주절차에는 평가위원회가 있으며 집단적 의사결정을 통해 결정이 이뤄진다. 따라서 수주를 하려면 재무 담당자에게는 우리 솔루션 가격의 합리성을, 기술 전문가에게는 기술의 혁신성과 타당성을, 사용자에게는 편리성과 단순성을 설득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하다. 요약하면 수주 영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친분이나 안면에 의존하는 ‘관계 형성 영업’이 아니라 고객 및 솔루션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전문가 영업(solution-based selling)’을 해야 한다.

전문가 영업의 핵심은 고객의 니즈를 발굴하고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능력, 경쟁자가 제시하지 못하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능력이다. 고부가가치 시장(high-end market)으로 갈수록 저가 영업보다는 전문가 영업 역량이 중요해진다. 기술 제안이 많기 때문에 고객은 싼 가격보다 가장 적합한 솔루션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줄 사업자를 찾기 때문이다. 전문가 영업을 제대로 하려면 첫째, 자사 솔루션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둘째,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분석해야 하고, 셋째, 고객의 니즈와 자사의 솔루션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를 생각하면 쉽다. 의사는 환자들의 각종 질환(고객 니즈)에 대한 전문 지식과 함께 수술 능력이나 약학 지식(자사 솔루션)을 갖추고 실제 약을 처방하거나 수술하는 행위(고객 니즈와 자사 솔루션 연결)를 통해 환자의 문제를 해결한다. 전문가 영업도 이와 똑같다. 고객의 고충을 정확히 진단하고 자사의 솔루션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사보다 문제 해결을 더 잘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이런 세 가지 역량을 바탕으로 실제 전문가 영업을 할 때에는 사업 참여 결정 전부터 제안이 끝날 때까지 고객 조직과 경쟁자의 정보를 우리 회사의 ‘지적 자산(intellectual property)’으로 이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문가 영업은 본질상 개인이 아니라 여러 주체들로 구성된 고객 ‘조직’을 설득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각 이해관계자 주체별로 체계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전문가 영업을 시작할 때에는 가장 먼저 고객 조직과 경쟁자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인 지식 형태로 축적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로 수주 전략을 개발하고, 이에 기반한 메시지를 면대면(face-to-face) 영업, 제안서,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고객사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한국 기업들 대부분은 여전히 개인적 안면과 친분을 활용한 ‘관계 형성 영업’에 치중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고부가가치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 이젠 저가 시장에서조차 한국 기업들의 ‘관계 형성 영업’이 더 이상 경쟁력을 발휘하지 않는 실정임을 감안한다면 하루빨리 전문가 영업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저가 시장을 포함한 시장 전체에 대한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 기업의 고부가가치 시장 진출 시도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전문가 영업은 영업대표가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다.



고객 관점에서 수주 전략 수립

해외 사업 컨설팅을 하며 가장 놀란 것은 사업 규모가 조 단위인 사업들, 방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제안 작업에 전략이 없다는 점이다. 수주 전략을 개발하는 프로세스가 없고 실제로 전략 없이 사업이 진행된다. 그래서 매우 낮은 수주율을 기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이는 일반 중소, 중견 업체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문제다. 해외 사업 실무자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대부분 전략을 단순히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정도로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략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전략에 대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략이 도출되기까지의 각 단계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전략 도출은 ‘이슈 도출 → 경쟁사 비교 → 전략 개발’의 단계로 진행되는데, 이슈 도출 단계에서 고객의 니즈를 다각도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고객의 니즈에 ‘가격’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고객 니즈의 전부로 이해하는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 최종 사용자(end-user)나 미래 비전을 고려해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이 수주 전략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것과 더불어 또 한 가지 우리 기업들에서 많이 발견되는 오류는 전략은 고객의 니즈에 맞춰 개발하는 게 아니라 우리 회사의 특장점을 강조하는 것이라 오해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이런 접근이 전략이 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특히 우리 조직과 솔루션의 장단점이 고객의 니즈와 불일치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고객은 솔루션의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우리 솔루션의 장점은 싼 가격이라며 이를 강조하는 경우다. 전략이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장점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는 적합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략은 고객 조직의 분석과 고객의 니즈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때 크게 4가지 관점에서 전략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1) 자사의 강점을 극대화한다(Emphasize your strengths) 2) 자사의 약점을 최소화한다(Mitigate your weaknesses) 3) 경쟁사의 약점을 극대화한다(Highlight your competitors′ weaknesses) 4) 경쟁사의 강점을 최소화한다(Downplay your competitors′ strengths).

1. 자사 강점 극대화

강점을 강조하는 것은 가장 쉬운 전략이다. 가장 기본적으로 우리 회사의 강점을 고객의 핵심 쟁점 이슈와 연계해야 한다. 즉, 우리 회사의 강점이 고객의 주요 이슈 해결에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때 제안 요약, 섹션 요약, 주제문, 그래픽 등 제안서 전체에 걸쳐 자사의 강점을 통해 고객이 구체적으로 어떤 효용(benefits)을 얻을 수 있는지 일관성 있게 강조하는 게 필요하다.

2. 자사 약점 최소화

약점을 최소화하는 것은 전략 수립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 반대로 그만큼 큰 영향력을 가진다. 대부분 기업들은 약점에 대해 ‘숨기는’ 전략을 취한다. 하지만 이 전략의 문제는 종종 고객 또는 경쟁사에 의해 그 약점이 노출된다는 점이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적들에 의해 노출된 약점은 극복하기 힘들다. 따라서 상식과 달리 우리의 약점을 경쟁자나 고객이 알 가능성이 있다면 그 약점을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 이때 1) 대안 제시(예: 가격 조정, 해결 방법 연구, 아웃소싱, 경쟁사와의 제휴 등 매력적인 대안 제시) 2) 약점 분야에 대한 보증(예: 외부 검증 등을 통한 고객 불안 해소) 3) 가치 제안(예: 높은 가격이 약점일 경우에는 자사 솔루션으로 절약하게 될 비용 분석을 통해 부가가치 정량화) 등의 방법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활용해볼 수 있다. 실제로 한 잠수함 제작사는 과거 자사가 제작한 잠수함에서 물이 새는 대형 사고가 일어난 후 경쟁사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아 수주 실패를 반복했다. 하지만 쉬플리의 컨설팅을 통해 전략을 바꿔 자사 실패 사례를 적극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즉, 잠수함 사고를 감추려 하기보다 “사고 이후 000인일(人日)과 000원을 투자해 잠수함에서 가장 중요한 실링(sealing) 기술을 확보하고 전문 기관으로부터 검증까지 마쳤다”며 약점 분야에 대한 보증 방법을 활용해 이후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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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경쟁사 약점 극대화

경쟁사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공격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강한 경쟁사를 상대로 하는 제안에서는 왜 자사의 제안이 경쟁사보다 더 우수한지 적절하게 제시하지 않으면 수주에 실패할 수도 있다. 경쟁사의 이름으로 직접 공격하지 말고 경쟁사의 기술, 접근 방법, 업무 관행의 문제점이나 약점을 두드러지게 해야 한다. 고객에게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하며 비교하는 차원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경쟁사의 약점을 노출하라. 이렇게 경쟁사 이름을 밝히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을 ‘고스팅(Ghosting)’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경쟁자가 간접비가 비싼 대기업일 경우 이를 공략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고객의 핵심 이슈를 강조하는 접근이다. 가령 이번 사업에서 간접비가 높으면 안 되는 이유를 강조하는 식의 방법을 취할 수 있다. 또 다른 방식은 우리의 핵심 차별화 요소를 강조하는 접근이다. 즉, 우리의 간접비가 얼마나 낮은가를 강조해 평가자가 경쟁자의 간접비를 눈여겨보도록 유도한다.

4. 경쟁사 강점 최소화

경쟁사의 강점을 최소화할 때는 그 강점에 맞추거나 그것과 대등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 강점을 약화시켜야 한다. 경쟁사가 잘 알려진 강점이 있다면 어느 분야든 자사의 강점과 대비시키고 우리와 경쟁사의 차이를 메울 수 있도록 제안을 적절하게 조정하라. 대등하게 할 수 없으면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그 강점의 중요성을 최소화하라.



문제는 리더십

해외에서는 수주와 영업 분야의 전문가가 수주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매니저(Generalist)가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사례가 많다.

영업 수주와 관련해 리더는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지적했듯 수주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사업 기회에는 참여하고 그렇지 않은 사업에는 과감하게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결정할 수 있는 방법과 원리에 대해 리더가 알고 있어야 하며 사내에 이를 위한 도구와 프로세스를 표준화해 구성원과 소통해야 한다. 또한 리더는 차별화된 정보 수집을 바탕으로 수주 영업의 선두에 서야 한다. 고객 조직의 의사결정자는 대체로 우리 조직의 실무자들이 접근하기 힘들기 때문에 리더가 영업대표로서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B2B는 조직과 조직의 거래이므로 영업 시 계층별로 고객 조직을 설득해야 한다.

이기는 전략이 나올 때까지 정보 수집과 전략 개발을 지속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해외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일은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무척 힘든 일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승부가 결정된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정보를 수집하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가능한 수준에서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이때 리더가 명심해야 할 사항은 모든 영업 정보와 수주 전략은 불완전하다는 점이다. 중요한 건 경쟁자보다 우위에 있으면 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불안해 하거나 회의할 시간에 정보 수집과 전략 개발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게 현명하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단계별 제안서 리뷰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단계별로 품질관리와 일정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단계별로 피드백해야 할 관점과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리더십은 제안서 모든 분량을 직접 검토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관점을 통일시켜 검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코칭해야 한다.



김용기 쉬플리코리아 회장 bryan@shipleywins.co.kr

필자는 20여 년 동안 현대자동차, 교보증권, SK텔레콤 등 마케팅·영업부서와 인력개발부서에서 근무 경험을 쌓았다. 지난 2008년 입찰 제안 컨설팅 회사 쉬플리(Shipley)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입찰과 제안에 대한 이론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방위, 우주항공, 건설, IT, 면세, 금융산업 등에서 많은 기업의 수주를 돕고 있다.



One Point Lesson

1 수주 영업에서 개인적 친분이나 안면에 의존하지 않고 전문적 역량에 기반한 영업을 하기 위해선 1) 자사 솔루션에 대한 전문성 2) 고객 니즈에 대한 분석 3) 고객 니즈와 자사 솔루션을 연결하는 능력 등 크게 세 가지 역량이 필요하다.

2 전문가 영업을 하는 사람은 ‘의사’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즉, 고객(환자)들의 다양한 니즈(각종 질환)를 바로 알고, 전문 지식(의학 지식, 수술 능력)을 바탕으로 고객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솔루션(처방전 발급, 수술, 각종 치료 행위)을 제시해야 한다.
  • 김용기 김용기 | - (현) 쉬플리코리아 회장
    - 한국사이버대 겸임교수
    - 현대자동차, 교보증권, SK텔레콤 영업 및 인력 개발 부서 근무
    bryan@shipleywi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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