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ortality: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어라

222호 (2017년 4월 Issue 1)

“나이는 먹어도 늙지는 마세요.”

2008년 어느 날, 미국 출장에서 돌아와 수개월 만에 마주한 TV에서 접한 모 냉장고 광고 카피다. ‘나이는 먹어도 늙지는 말자’는 당시 광고모델 김희애 씨의 한마디가 참 아이러니하지만 뇌리에 깊게 여운을 남기더니, 지금까지도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광고가 ‘안티에이징(Anti-aging)’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붓는 한국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정확하게 짚은 사례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10여 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실제 나이보다 한 살이라도 더 어려 보이기 위한 안티에이징 제품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은퇴 이후에도 젊음, 건강, 여가생활 등 자기투자에 능동적인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인구 중 대다수가 속해 있는 50, 60대 인구는 10년간 무려 48% 이상 증가했다. 여느 세대보다 높은 활동력과 경제력을 기반으로 종횡무진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산업 전반에 걸쳐 파워풀한 소비 세력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실버산업의 시장 규모가 2020년에 78조 원으로 현재부터 매년 13% 정도 지속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취업난, 주택난 등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2030세대보다 많은 자산을 보유한 액티브 시니어들이 상대적으로 ‘양질의 소비’를 위해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의 흐름에 대응하는 것이 업(業)인 기업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더욱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들을 선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실버산업의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어모털리티(Amortality) 세대’를 위한 비즈니스는 무궁무진한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영원히 살 수 없는’이라는 뜻의 ‘Mortal’에 부정의 접두어 ‘A’를 붙여 만든 ‘Amortality’는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고 사는 사람, 즉 본인이 원하는 나이에 머무르기 위해 적극적인 소비활동을 펼치는 현대인들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어모털리티 세대는 10대 후반부터 죽을 때까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고,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이 세대의 특징은 자신의 행동이 ‘나이에 어울리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이 50살이든, 60살이든 사회에서 규정해 놓은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하기보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고 실천하며, 여전히 꿈을 향해 열정적으로 도전한다. 배우고, 일하고, 소비하고, 욕망하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행동한다.

‘어모털리티 세대’는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있지만 이제껏 관련 업계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관련 비즈니스 기회들이 많다. 실제로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은 어모털리티를 ‘지금 당장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로 선정하며 “나이에 맞게 행동하는 것은 이제 과거의 유물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화장품, 건강식품부터 교육, 여행 등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자리 잡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관련 비즈니스가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한국 사회에서도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당당히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이들의 행보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 건강한 ‘웰에이징(Well-aging)’ 바람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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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진 네리움인터내셔널코리아 지사장

필자는 ‘라이프스타일 글로벌 네트워크’ ‘아이사제닉스 인터내셔널’ ‘모나비코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근무하며 20년 이상 글로벌 교류 마케팅 업계 관련 경력을 쌓았다. 미 워싱턴대에서 국제학을 전공하고, 선더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국제경영학 MBA를 취득했다. 2015년에 네리움인터내셔널코리아 지사장으로 부임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