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시작했는지가 정통성과 신뢰의 근간 外

221호 (2017년 3월 Issue 2)

Marketing

어디서 시작했는지가 정통성과 신뢰의 근간



무엇을, 왜 연구했나?

원산지(Country Of Origin·COO)는 제품이 생산된 장소다. 공산품의 경우 생산 및 제조가 이뤄진 장소를 의미한다. 기존의 원산지 효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제조된 제품은 덜 선진화된 국가에서 제조된 동일한 제품에 비해서 품질이 우월하다는 믿음을 준다. 정밀한 스위스 제조 시계, 견고한 독일 제조 기계, 화려한 프랑스 제조 화장품 등이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바탕으로 원산지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기존 연구자들은 국가 이미지에 따라 소비자가 지각하는 제품의 품질이 다르기 때문에 국가 이미지를 향상할 수 있는 국가 브랜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와는 달리 예일대의 두 연구자는 국가 이미지와 관련 없는 원산지 효과를 주장했다. 이들은 일반적인 제품에 유명인이 접촉하면 사람들이 돈을 더 낸다는 전염(contagion) 메커니즘을 활용했다. 기업의 초기 설립 공장에서 제조되는 제품은 일종의 원산지 효과를 얻어서 브랜드의 정통성(authenticity)을 가지게 되고, 같은 브랜드의 다른 공장에서 제조된 제품보다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통성이란 개념이 분명하지는 않다. 어쨌든 연구자들은 특정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만 정통성을 갖는 것처럼 무언가 ‘진실되고 진짜이며 사실(genuine, real, and/or true)’ 같다는 특성이 제품에 전달될 것이라고 믿었다. 에르메스(Hermes) 브랜드를 가진 머그잔을 예로 들면, 프랑스에서 제조된 머그잔이 중국에서 제조된 머그잔보다 품질이 우월하다고 느끼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프랑스 파리 에르메스 브랜드의 오리지널(초기 설립) 공장에서 제조된 머그잔이 다른 어딘가에 위치한, 나중에 지어진 공장에서 제조된 머그잔보다 가치 있다고 느껴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첫 번째 실험은 253명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리바이스 청바지에 대해 실시했다. 공장(초기 공장 vs. 정통성 없는 공장)과 판매처(공식 판매처 vs. 비공식 판매처)를 2개의 큰 축으로 설정해 총 4가지 상황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각 상황에서 청바지가 얼마나 진짜 같은지, 청바지가 리바이스 브랜드의 정수(essence)를 얼마나 담고 있는지, 얼마나 프리미엄을 쳐줄 것인지를 물었다. 상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먼저 모든 응답자는 한 페이지로 서술된 리바이스 회사(Levi Strauss & Co.)의 역사를 읽었다. 이 회사는 1853년에 처음 세워졌고, 1873년에 청바지를 처음 만들었고, 1906년에 샌프란시스코에 첫 공장을 세웠으며, 현재는 35개국에 수백 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다음 페이지에선 2개의 다른 공장에서 만들어진 동일한 청바지를 보여줬다. 절반은 “샌프란시스코 발렌시아 거리에 있는, 1906년에 세워진 초기 공장”에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으며, 절반은 “1996년에 해외에 설립된 공장에서 만들어졌다”고 기술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2개의 판매처 중 하나를 제시했다. 절반은 공식 온라인 판매처에서 구매하는 상황을 가정했고 나머지 절반은 제3자가 운영하는 비공식 온라인 판매처에서 구매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실험 결과, 판매처는 제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가려내는 역할을 했다. 반면 공장은 브랜드 정수와 연결됐다. 즉 초기 공장에서 제조된 청바지는 정통성 없는 공장에서 제조된 청바지에 비해 리바이스 브랜드의 정수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보여졌다. 이때 ‘정수’는 브랜드의 진실성, 브랜드의 유산(legacy), 브랜드의 혈통과 역사에 대해 소비자가 인식하는 평가점수로 측정됐다. 점수 차이는 6.43점(초기 공장) 대 4.13점(정통성 없는 공장)이었다. 또 실험자들은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초기 공장에서 만든 청바지를 사겠다고 답했다.

여기까지는 국내 공장과 해외 공장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볼 수도 있기에 연구자들은 공장의 ‘정통성’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설계했다. 즉 공장이 “샌프란시스코 외곽에 있고 1996년 세워진 공장”이라는 세 번째 상황이 추가됐다. 실험 결과, 응답자들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더라도 새로 지어진 공장에서 만들어진 청바지에 대해서는 해외 공장에서 만들어진 청바지와 비슷한 가격(각각 46.47 달러와 44.06 달러)을 지불했다. 오직 샌프란시스코의 초기 설립 공장에서 만들어진 청바지에만 더 높은 가격(55.32 달러)을 지불하겠다고 응답했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고디바 초콜릿에 대해 벨기에 브뤼셀의 초기 공장 제품과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새로운 공장 제품에 대한 인식을 비교했다. 또 루이뷔통 여행가방에 대해서도 프랑스 파리의 초기 공장과 미국 캘리포니아의 새로운 공장에서 만든 제품에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알아봤다. 실험 결과, 브뤼셀의 초기 공장에서 만들어진 고디바 초콜릿에 대해서는 평균 3.12달러의 추가 지불 의향이 조사됐다. 또 파리의 초기 공장에서 생산된 루이뷔통 여행가방에 대해서는 평균 54.17달러를 추가로 지불하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전염 메커니즘’을 더욱 강하게 믿는 응답자의 경우 초기 공장에서 제조된 제품에 대해 추가 가치를 강하게 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아무리 배가 고파도 깨끗이 씻은 파리채로 휘저은 스프는 먹지 않는다거나, 전날 밤 누군가가 심장병으로 사망한 방에서는 묵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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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초기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전염 메커니즘에 의해 브랜드의 정수를 얻고, 더 높은 가치를 얻게 된다. 국가 브랜드와 상관없이 사업이 시작된 지역에 위치한 초기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무언가 ‘진실되고, 진짜이며, 사실(genuine, real, and/or true)’ 같다는 특성이 들러붙는다. 결론적으로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를 제품에 싣기 위해서는 제품이 생산된 근원이 되는 공장으로 돌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본 연구의 결과는 비용 절감을 위해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하는 한국 기업들과 매출 증대를 위해서 프랜차이즈를 시도하는 국내 식음료 업체들에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첨단 제품을 좋아하는 소비자라도, 맛있는 음식을 어디서나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고객이라도, 제품이나 음식이 맨 처음 시도된 장소에 대해서는 정통성을 부여한다. 경영자는 초심도 잃지 말아야 하지만 초기 장소도 잃지 말아야 한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캐나다 University of Toronto의 Rotm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동적 의사결정 심리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마케팅, 신제품 개발, 소비자 행동에 관해 주로 연구하고 있다.



Based on “Authenticity Is Contagious: Brand Essense and the Original Source of Production,” by Newman, E. George, Ravi Dhar in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2014), 51(3), pp. 371-386.



Political Science

중국의 공격적 대외정책 민족주의 아닌 경제둔화 탓



무엇을, 왜 연구했나?

주한미군의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조치로 한국 기업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중국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것이지만 이 정도에 이를 줄은 많은 이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른바 중장기적 ‘국가 이익’을 위해 단기적,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며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상대국의 민간 기업들에 타격을 주고 민족주의적인 대중운동을 주도하는 모습은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규정된 중국의 정체성 중 ‘시장경제’보다는 ‘중국’과 ‘사회주의’에 방점이 더 찍힌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중국 민족주의의 강화는 중국의 부상과 함께 큰 관심사가 되고 있는 문제다. 국가적 차원에서 민족주의를 동원해 정책의 도구로 활용하는 중국 정부의 모습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 됐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중국 민족주의의 부상을 우려하지만 과연 미디어나 정책담론에서 언급되듯이 민족주의는 강화되고 있는 것일까. 오랫동안 중국을 연구해온 하버드대의 알레스테어 존스턴 교수는 2002년부터 2015년까지 베이징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 결과를 통해 민족주의 정서의 강화현상은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무엇을 발견했나?

민족주의는 애국심과 관련이 되면서도 어느 정도 구별이 되는 정서라고 할 수 있다. 존스턴 교수가 분석한 베이징 지역 연구(Beijing Area Study)는 디트로이트 지역 연구(Detroit Area Study)를 모델로 해 베이징대에서 주관하는 서베이로, 1995년에 시작돼 베이징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진행되는 설문조사다. 특별히 민족주의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문항들이 포함돼 있는데 1)다른 나라가 아닌 중국 국민이고 싶다 2)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중국이 더 나은 나라다 3)정부가 잘못된 일을 하더라도 모든 사람은 정부를 지지해야만 한다 등과 같은 설문 문항에 대한 동의의 정도를 통해 민족주의 및 애국심의 추이를 살펴볼 수 있다. 분석 결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후 이들 문항에 대해 강하게 동의하는 비율이 일시적으로 높아지긴 했으나 분석 기간 전반(2002∼2015년)을 살펴보면 강화의 경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한 가지 존스턴 교수가 살펴본 부분은 일본인과 미국인에 대한 상대적인 평가가 변화했는가 여부다. 평화지향적, 겸손함, 진정성과 같은 특성을 놓고 1부터 7까지의 스케일로 일본인, 미국인, 중국인을 평가하도록 하고 자국민과 타 국민 간 평가의 차이를 본 것인데 일본의 경우 최근 평가의 차이가 과거보다 커지긴 했으나 종합적으로 볼 때 타 국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할 만한 경향은 발견되지 않았다.

존스턴 교수는 또 중국의 젊은 세대에서 민족주의의 부상이 뚜렷이 나타났느냐 하는 점 역시 연구했는데 중국 정부가 각종 교육과 공적 캠페인을 통해 젊은 세대의 민족주의를 고양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경주해왔으나 1970년대 이후 세대와 그 이전 세대로 나눠 위의 항목들에 대한 답변을 분석한 결과 젊은 세대에서는 오히려 민족주의적 감수성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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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논문이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한마디로 민족주의에 기반한 중국의 공격적 대외정책이 문제라고 한다면 그 원인은 실제 중국민들 사이에 확산되고 강화되는 민족주의적 감수성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중국 정부의 정책과 중국민들의 선호는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희소식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이제까지는 경제적 성공에 힘입어 중국 정부가 민족주의의 강화를 외교정책의 수단으로서 사용하기를 비교적 자제해온 측면이 있기에 민족주의적 감수성이 크게 강화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만약 지금처럼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린다면 중국 정부가 보다 노골적인 민족주의 정책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번 사드사태에 대응하는 중국 정부의 행보는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어떤 생존전략을 세워야 할 것인지를 고심케 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fhin@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로 재직 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노동복지, 노동시장,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갈등 및 국제정치경제)이다. 미국 정치, 일본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Based on “Is Chinese nationalism rising?: Evidence from Beijing”, by Alastair Ian Johnston in International Security (2016/2017 Winter), 41(3), pp. 7-43.



Accounting & Finance

내부 거래 통한 터널링 기부금 출연에서도 나타나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소비자 보호나 종업원 및 투자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 인권·환경보호 등 기업의 다양한 CSR 활동 중에서도 금전적 비용 지출이 수반되는 기부금은 CSR의 가장 구체적 척도로 꼽힌다. 과연 어떤 요인들이 기업의 기부금 규모를 결정하는 것일까? 선행 연구들은 경영자의 이타심, 기업의 규모, 여유자원 존재 여부 및 광고 집중도 등이 기업의 기부금액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대 배진한 교수와 KAIST 류충렬 교수, 김병기 연구원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기업지배구조가 기부금액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들은 비상장 회사들에 비해 대중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는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재벌로 통칭되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기업들은 정부기관과 각종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커다란 관심을 받으며 공적 감시(public scrutiny)에 노출돼 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사회적 관심’이 기업의 기부금 출연 행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개별 계열사들의 기부 의사결정이 그룹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다각적인 실증분석을 진행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기업들의 손익계산서에 나타난 기부금액을 분석했다. 실증분석 결과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은 상장기업들의 경우 8.6bp(1bp는 0.01%)인 반면 비상장기업들의 경우에는 7.5bp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들은 10.1bp, 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은 기업들은 7.5bp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비상장기업보다 기업집단에 속한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더 큰 규모의 기부금을 출연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특히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해 있는 상장계열사들의 경우 매출액 대비 기부금 평균이 10.5bp로 비상장 계열사 혹은 동종 산업 내 비슷한 규모 및 재무구조를 갖춘 여타 기업들에 비해 월등히 큰 규모의 기부금을 출연하고 있었다. 예컨대 2014년 삼성그룹의 비상장사들은 매출액의 8.2bp를 기부한 반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내 상장사들은 월등히 높은 12.7bp를 기부했다. CJ그룹의 경우에는 상장계열사(40.1bp)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액 비중이 비상장사(4.5bp)에 비해 무려 7.5배나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재벌 그룹 내 상장계열사들에서 ‘소유·지배 괴리도(control-ownership wedge)’가 높을수록 더 많은 기부금을 출연하는 경향도 발견했다. ‘소유·지배 괴리도’는 지배주주 일가가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지분보다 얼마나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는지를 나타낸 지표로, 괴리도가 클수록 의결권 대비 지분이 적다는 의미가 된다. 더욱 흥미로운 발견은 비상장계열사들의 기부금 증가 여부는 동일 기업집단 내 상장계열사들의 차기 매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 상장계열사의 기부금이 1% 증가할 때 동일 기업집단 내 비상장계열사의 차기 매출은 6% 가까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개별 계열사의 기부금액은 소유·지배 괴리도, 상장 여부에 따라 그룹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결정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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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에 따르면 계열사 간 인수합병(M&A)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자 거래를 통해 소수의 지배주주에게 부를 이전해주는 이른바 ‘터널링(tunneling)’ 현상이 기부 활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 중에서 지배주주의 소유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장 계열사가 거액의 기부금을 출연하고 소유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상장 계열사는 소액을 출연한다. 단, 거액 기부로 얻는 ‘사회적 공헌기업’이라는 기업 이미지 향상 효과는 비상장 계열사도 ‘그룹 계열사’라는 이름으로 함께 누린다. 이른바 ‘기부금 무임승차’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재벌 그룹 중 전략적 경영의 원조인 삼성그룹은 지난 3월1일자로 그룹 내 컨트롤타워라 볼 수 있는 미래전략실을 공식 해체했다. 앞으로는 삼성그룹 내 16개 상장사와 43개 비상장 계열사들을 개별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10억 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 지출의 경우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내역도 외부에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기부금을 통한 터널링 현상은 이제 대한민국 기업 집단에서 사라지는 걸까?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필자는 건국대 경영학과와 The Ohio State University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Cornell University에서 통계학 석사, University of Oregon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Rutgers University 경영대학 교수와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를 역임했고,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로 있다. 현재 IFRS 17(新보험회계기준) 적용지원 TF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보험회계 및 조세회피다.



Based on “Business Groups and Tunneling: Evidence from Corporate Charitable Contributions by Korean Companies”, by Byungki Kim, Jinhan Pae, and Choong-Yuel Yoo in Journal of Business Ethics(2017). (Forthcoming)



Strategy

기업의 정치활동 필요하지만 투명하게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의 정치활동(Corporate Political Activity)이란 회사가 경영활동이나 시장지위 유지에 유리하게끔 정부를 대상으로 정책결정이나 결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뜻한다. 기업이 이 같은 행위를 함으로써 정책적 리스크를 줄이고 경영성과나 실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제도 규정이 미비한 국가에서 영업을 하거나 각종 규제(예를 들면, 환경, 노동, 기술 관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다국적기업들의 경우 정치활동을 잘 수행하는 것이 주요 핵심 역량 중 하나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정부 담당 관리자(Government Affair Manager)라는 직책을 두어 정부를 대상으로 홍보, 로비, 네트워킹 등을 통해 기업의 입장을 정책입안자들에게 전달하는 정치적 영향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그렇다보니 기업을 대신해서 로비활동을 벌일 역량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려는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다. 정부 담당 관리자(Government affair manager)들의 역할이 커지다보니 해외 학계에서는 이들의 역할이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어떤 조건에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최근 프랑스, 스페인, 영국의 연구진은 기업의 정치역량 강화가 정부 담당 관리자들만의 몫이 아닌 결국에는 기업의 몫이라고 주장하며 제대로 된 기업정치활동이 무엇인지 제시했다. 한국 기업도 연구대상이라 흥미롭다.

유럽의 연구진은 유럽연합(EU)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의 정치활동에 초점을 뒀다. EU는 다양한 회원국들의 역학관계, 이해집단의 경쟁, 갈등, 설득, 협력 등이 정책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들에게 다국적 기업 같은 이해집단이 현재 처한 상황, 이슈, 필요, 요구 등을 제대로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정부 담당 관리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구진은 EU 내에서 지위, 기술 수준, 규모 등이 거의 유사한 일본의 도요타와 한국의 현대차가 정부 담당 관리자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이들 활동의 차이점과 원인은 무엇인지, 두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심층 사례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결과 기업의 정치역량은 정부 담당 관리자들의 정부와의 소통역량, 네트워크 역량도 중요하지만 소속기업 내부와의 긴밀한 소통, 기업의 조직구성 특성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면 정부 담당 관리자들이 EU 내 자동차 생산·판매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환경정책에 회사의 입장과 요구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우선적으로 회사 내부의 관련 부서와 긴밀히 소통하고 회사의 지침과 본사 경영진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열린 내부조직이 선행돼야 한다. 도요타의 경우 정부 담당 관리자들은 R&D부서, 엔지니어 등 내부 부서나 본사와도 수평적 소통이 이뤄져 정부를 상대로 한 활동이 매우 원활히 진행됐다. 그러나 현대차의 경우 회사 내부 관련 부서와의 접촉에 보안 등의 이유로 상당한 제한이 있었고 본사의 간섭과 지침을 따라야 하는 구조로 돼 있어 정부 담당자들이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EU 집행부를 상대로 한 회사의 제도적 입지를 구축하는 데 도요타자동차가 훨씬 우위를 점하게 됐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우리는 정경유착(政經癒着)이라는 잘못된 오랜 관행 때문인지 기업이 정치활동을 한다는 것에 매우 거부감을 느껴왔고 활동 자체를 금기시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시대에 정부를 상대로 정치활동을 잘하는 것도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계로 진출하는 모든 기업은 각 정부를 상대로 정치활동을 제대로 잘 추진해야 한다. 이는 어둡고 은밀하게 아무도 몰래 진행되는 정경유착 방식이 아니라 뛰어난 외부 전문가를 고용하고 기업, 부서, 담당자와 하나가 돼 회사의 입장과 비전을 명확히 세운 후 회사와 그 국가에 서로 어떤 도움이 될지를 제대로 정책입안자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일 것이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Based on “Exploring the performance of government affairs subsidiaries”, by Andrew Barron, Asier Pereda, Stephen Stacey in Journal of World Business(2017), 52, pp.184-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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