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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by Map

어디를 봐도 커피숍은 극한 레드오션, 맛을 팔았더니 블루오션이 생겼다

송규봉 | 203호 (2016년 6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흔히레드오션이라고 부르는 영역에서도 언제나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빌딩에 15개의 커피점이 모여 있는데, 심지어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있는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공한 커피점이 있다. 이 커피점을 운영하는 유기용 사장은처음부터 눈에 보이는 틈새시장이란 건 애초에 없는 것 같다시장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야 틈새영역이 보인다고 말한다. ‘계속 성장 중인 커피 시장을 보고 다들공간을 판다는 개념에 매몰돼 있을 때미식으로서의 커피를 찾아냈다. 커피점 하나의 성공 스토리에서 다른 비즈니스인들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이유다.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혹시나 했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특강에 참석한 43명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아카데미(SAM 2016)에 신청한 대학생들이었다. “여러분 모두 전문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어느 분야든 전문가를 원합니다. 그런데 정작전문성이란 무엇인가요? 대답해볼 사람 있나요?” 강의실은 어리둥절한 표정들로 채워졌다. 몇은 고개를 전후좌우로 돌려 주변을 확인한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대학생만 그럴까? 퇴근 후 경영대학원 수업에 참석한 직장인들도 비슷했다.

 

 

5분의 여유를 줬다. 스마트폰으로전문성에 대해서 직접 찾아보라 제안했다. 포털사이트 국어사전에는 ‘[명사] 전문적인 성질 또는 특성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백과사전에서는 ‘[expertise] 어떤 영역에서 보통 사람이 흔히 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수행 능력을 보이는 것. 매우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획득된다고 적혀 있다. 검색결과는 명료함과 실행방향 모두 뚜렷하지 않다. 50분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직접 해보면 안다. 충분치 않다는 것을.

 

 

특강시간은 짧다. 50분을 배정해서전문성을 검색하고 토론식으로 강의할 수 없었다. 대신, 잠시나마 막막함을 선물하고 싶었다. 바람직한 막막함도 있기 때문이다. 너무 자주 듣고, 자주 사용하면 저절로 잘 안다고 착각하게 된다. ‘전문성’, 막상 대답하려면 쉽지 않다. 원래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에서 요청한 특강내용은 ‘GIS 빅데이터의 활용이다. 빅데이터 아카데미는 3년째 진행 중이다. 졸업 직전의 대학생을 우선 뽑았다고 했다. GIS 데이터 분석에 대해서만 소개하면 그만일까? 고민했다. 기왕이면 오래도록 경력개발에 도움되는 내용은 없을까? 특강 초반부에 양해를 구했다. 강의 시작과 끝부분에전문성의 실체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고.

 

 

커피 전문점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

 

 

“여러분이 커피전문점을 개업한다면 가장 먼저 내려야 할 결정은 뭘까요? 아마 제일 먼저 프랜차이즈로 갈 건지, 아니면 자신만의 브랜드로 갈 건지 정해야 합니다. , 그럼 여기 참석자들 대상으로 잠깐 손을 들어 확인해볼까요? 프랜차이즈가 좋겠다는 사람, 손을 한번 들어주세요. 다음은 자신만의 브랜드로 시작하겠다, 손 들어주세요.” 대략 반반으로 나뉘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를 소개하기로 했다. 경기도에 소재한14000여 커피전문점에서 신한카드 사용자가 1년 동안 남긴 3719억 원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내용이다.

 

 

 

 

 

 

여기 <지도 1>은 경기도에서 영업 중인 14395개 커피전문점의 위치입니다. 2015년 경기도의 주민등록 인구수는 1250만 명입니다. 주거인구 880명당 커피전문점이 1개씩 영업 중인 셈입니다. <지도 2>는 커피전문점이 어디에 주로 몰려 있는지 밀집도를 보여줍니다. 제곱킬로미터당 커피점 수를 계산한 후에 색채로 시각화했습니다. 색채가 진하고 간격이 촘촘할수록 경쟁이 치열합니다. 고양, 부천, 안산, 안양, 수원, 성남에서 경쟁은 뜨겁습니다. 인구가 많은 곳에 커피점도 많은 거 아냐? 질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구도는 매년 생물처럼 바뀝니다. 10년 전을 생각해보세요. 고객들의 취향도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경기도청이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와 GIS분석팀에 의뢰한 목표는 분명했다. 소상공인들의 성공적인 점포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사점을 제시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중소기업청에서는 GIS 기반의 상권분석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아예 없는 것과 비교하면 상권분석 시스템의 존재는 소중하다. 그렇지만 공개 데이터와 무료 시스템만으로 소상공인의 경영이 저절로 나아질 수는 없다.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실행에 적용할 것인지 고심하게 되는 이유다. 경기도민이 가장 많이 창업하는 대표 업종 3가지를 추려냈다. 한식당, 치킨·호프집과 더불어 커피전문점도 그중 하나다.

 

 

 

 

 

 

“저희 분석팀에게 실제로 4개월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너무 많은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를 먼저 정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커피전문점이 생기고 사라지고 경쟁도 치열한데 이 중 매출실적이 뛰어난 커피점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단순히 생존을 뛰어넘어 장사가 잘되는 커피점의 특징을 찾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경쟁점이 많으면 모두 어려운가? 그렇다면 경쟁이 느슨한 곳으로 가야 하는가? 아니면 경쟁 속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내는 가게는 없는지 찾아보려 했습니다.”

 

 

 

 

프랜차이즈점 vs. 일반점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에서 누락 없이 1년 동안 매출기록이 모두 확보된 8000여 개 커피전문점을 따로 분리했다. 장사 잘되는 커피전문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수익률을 따져보고 싶었다. 하지만 커피점마다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매입비 등 비용구조를 4개월 안에 파악하고 실제 매출액을 입력해서 분석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아쉽지만 매출총액 분석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매출액이 높은 최상위 10퍼센트에 속하는 800개 점포의 특징을 파악하기로 한 것이다.

 

 

1년치 매출 데이터가 붙어 있는 8000여 커피전문점을 추려냈다. 일반 창업자들이 제일 먼저 던질 질문인 프랜차이즈와 개인 브랜드에 관해 살펴봤다. 그래서 8000여 점포를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눴다. 일반 커피전문점의 비율은 81%로 프랜차이즈(19%)보다 약 4배가 많았다. 신한카드에서 결제된 매출액만 계산해보니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평균 매출액이 일반점보다 3.2배 높았다. 신용카드로 한 번 계산할 때 평균 사용금액(건당가)이나 카드사용자별 평균 결제금액(객단가)에서는 차이가 크지 않았다.

 

 

매출액이 크면 수익까지 높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데이터와 시간의 한계를 고려해 매출액 상위그룹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매출액 기준 최상위 10%에 해당하는 800개 커피전문점의 구성비율은 프랜차이즈 62%, 일반(카드) 가맹점 38%였다. 월평균 매출액은 일반 가맹점이 프랜차이즈점보다 약 70만 원 높게 나왔다. 신한카드의 시장점유율을 25% 내외로 보고 현금 결제를 고려하면 실제 매출액은 < 1>보다 4∼5배 더 많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점이 매출액 기준 최상위 10% 그룹에 포함될 확률은 32%였다. 일반점 6505개 중에서 매출 최상급에 속할 확률은 5%였다. 프랜차이즈점의 강점은 우수한 매출액을 확보할 확률이 일반점에 비해 높다는 점이다. 일반점은 매출 상위권에 들어갈 확률이 프랜차이즈보다 낮지만 일단 최상위권에 진입하면 평균 매출 규모가 프랜차이즈보다 크다. 프랜차이즈 가맹비, 인테리어 갱신비용, 지정물품비용, 본사 규정 등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수익성과 경영의 자유도에서 더 큰 격차를 기대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고객은 누구인가?

 

 

“커피전문점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누구일까요? 50∼60대보다 20∼30대 고객이 더 중요하리라는 것은 모두 짐작하겠죠? 그렇다면 20대 고객의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요?” 손을 들어 대답하는 숫자가 늘었다. 12%에서 30%까지 예상치가 나왔다. 절반가량이 30대가 가장 중요한 고객층이라고 예측했다. 경기도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20대의 비중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전체 커피전문점 고객층을 연령대별로 살펴보자. 20 40%, 30 29%, 40 21%, 50 8%, 60세 이상 2%로 이뤄졌다. 프랜차이즈에서 20대의 매출 비중은 46%로 일반점보다 11%포인트나 높다. 매출 상위 10% 그룹에서 20대의 매출 비중은 평균 45%로 전체 8000개의 평균보다 더 높아진다. 상위그룹 일반점은 40%, 프랜차이즈는 49%까지 올라갔다. 경기도 커피전문점에서 20대의 매출비중은 40∼50%에 육박한다. ( 2)

 

 

 

 

 

 

 

2015년 기준 대한민국 성인인구는 약 4000만 명이다. 그중 20대 비중은 16.4% 수준이다. ( 3) 경기도 주민등록 인구 중에서 20대 비중은 16.9%로 전국 평균과 큰 차이가 없다. 성인인구 중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을 볼 때 커피전문점에서 20대 매출비중은 압도적이다. 무엇이 20대를 커피전문점 매출의 40∼50%를 좌우하는 소비그룹으로 만들었을까?

 

 

 

 

 

 

복층과 와이파이

 

 

<지도 3>을 함께 볼까요? 이 한 장의 지도 속에 커피전문점은 무려 257개나 됩니다. 깨알처럼 흑색점으로 표시된 커피전문점의 위치가 듬성듬성 보일 수 있습니다. 빌딩 한 개에도 여러 개 커피전문점이 있어 점 1개가 그냥 커피점 1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양대 안산캠퍼스 주변에 영업 중인 커피점 중에 GIS분석팀은 노란색을 칠한 점포들을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왜냐고요? 20대 고객의 재방문율이 아주 높았기 때문입니다. 대학가에 20대 비중이 높은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재방문율이 높다면 20대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가정한 것입니다.”

 

 

 

 

 

 

20대 재방문율이 높은 커피전문점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림 1>에 대표적인 특징을 사진모음으로 구성해봤다. 왼쪽 상단의 그림은 샌드위치를 반쪽으로 자른 단면이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A커피점에서 판매하는 주 메뉴다. 이 가게의 아메리카노는 1500원으로 저렴하다. 커피와 한 끼 식사를 간단하게 해결하고 싶을 때 찾게 된다. 직접 손글씨로 리포트를 쓰는 학생은 거의 없다. 자료조사도 노트북으로 진행한다. 발표 준비, 데이터 분석, 이미지 작업 모두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야 한다. 파일을 주고받고 수정하기 위해서는 전원 콘센트와 무선인터넷이 필수적이다.

 

 

 

 

 

 

한 학기에 6∼7과목을 듣는 대학생들이 허다하다. 각종 공모전에도 참여해야 하고 인턴이나 취업 관련 활동도 많다. 전화도 수시로 해야 하고, 팀원들과 만나서 몇 시간씩 토론하고, 방향을 수정하고, 작업을 분담해야 한다. 도서관에서는 쉽지 않다. 모이기 쉽고 작업하기 쉬운 커피전문점은 집과 강의실의 중간에 위치한 제3의 학습공간이다. 지식을 쌓고 소통하고 발전시키는 공간활용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동시에 정보의 수집, 편집, 재창조의 방식이 온라인과 모바일 컴퓨팅 기기에 근본적으로 연결되는 우리 시대 대학공부의 풍경이다.

 

 

“왜 커피전문점은 복층이 더 큰 인기를 끌까요? 2∼3층은 전망을 내다보기 좋아서 그런가요? 계산대의 주문하는 소리와 음료를 만들 때 들리는 소음이 적기 때문인가요?”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눈치 때문입니다.” “눈치요?” “, 장시간 자리를 잡고 작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가게주인이 눈에 띄지 않는 프랜차이즈, 그중에서 2층이나 3층에 자리를 잡을 때 마음이 편합니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림 1>에서 계단이 보이는 B커피점은 실제 복층 구조다. B커피점은 동행하는 사람의 수에 따라 공간 활용도가 높다. 1인석, 2인석, 4인석, 6∼8명이 한꺼번에 둘러 앉을 수 있는 자리 등 다양하다.

 

 

대한민국의 20대 중에서 대학생의 비율은 70∼75%에 달한다. 고등학교 졸업 기준 대학진학률을 따져보면 짐작할 수 있다. 20대 전체 세대에서대학생이라는 신분은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20대 매출이 차지하는 높은 비율을대학생이라는 단일 요소로 모두 설명하는 것은 위험하다. 여기에는 음주문화가 변한 것도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20대와대학생을 빼놓고 커피전문점 시장을 분석하는 것도 너무 위험하다.

 

 

 

 

같은 빌딩 안에 커피점이 15, 우와

 

 

GIS분석팀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이터가 전자지도 위에 떴다. 빌딩 하나에 커피전문점이 15개나 등록됐기 때문이다. 15개 중에서 30대 직장인 재방문율이 경기도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가게가 함께 있었다. 팀원들을 모두 데리고 현장방문에 나섰다. 성남시 판교역에서 북쪽으로 1㎞ 거리에 도시블록마다 벤처빌딩들이 펼쳐진다. 다양한 IT 기업들이 가득하다. 직장인들의 커피 수요가 가장 많이 몰리는 점심 직후를 일부러 피해 오후 3∼4시경 문제의 빌딩에 도착했다.

 

 

‘알레그리아’는 생각보다 아주 작았다. 출입구에 ‘Specialty Coffee Bar’라고 흰색 글씨를 새겨놓았다. 이 커피가게에는 4인용 테이블 3, 6인용 테이블 1, 출입구에 3명이 따로 앉을 수 있는 1인석 좁다란 테이블이 전부다. 바로 옆에 나란히 자리잡은스타벅스매장면적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직접 세어본 고객 수는 스타벅스와 비슷하다. 주중 서로 다른 시간대에 3번 더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도 4>에서 ‘A블록을 찾아보자. ‘알레그리아 ‘NHN NEXT’ ‘엔씨소프트 R&D센터’ ‘안랩’ ‘미래에셋 벤처타워’ ‘SK케미칼 EcoLab’ ‘한글과컴퓨터가 둘러 싸고 있는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공원을 끼고 풍부한 유동객의 동선이 동서남북으로 교차하는 길목에 위치했다. 입지 선정도 훌륭하다. 하지만 스타벅스를 포함해서 14개의 경쟁점이 같은 빌딩에 있는데도알레그리아 30대 직장인 재방문율은 기록적으로 높았다. 사무실로 돌아와알레그리아’에 대해 검색을 하고 자료를 찾아보았다.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의 분기점

 

 

“만약 여러분의 가족 중에서 커피전문점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응원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말릴 건가요? 말리고 싶다, 손 좀 들어주세요.”

 

4분의 3가량이 손을 들었다. 판교테크노벨리 현장에서 찍어온알레그리아빌딩의 안내데스크 상호사진을 보여주었다. “스타벅스를 포함해서 15개 커피점이 있는 이 빌딩에 커피가게를 열겠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일단 무조건 말릴 건가요?”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럼, 이런 빌딩에 커피전문점을 열어서 아주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는 유기용 사장님의 음성을 직접 들어볼까요?” 인터넷으로 인터뷰 내용과 동영상을 연결했다.1

 

 

“저는 언제나 한 가지만 생각해왔어요. ‘무얼 하면 내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하고요. 기존 모든 시장이 레드오션이더라고요. 그렇다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시장에 뛰어드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죠. 이미 10년 전부터 한국 커피시장은 포화상태라고들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성장했거든요. 커피를 하겠다고 하면 카페를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만 커피산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무궁무진해요. 승산이 있다고 본 거죠.”

 

 

믿는 구석이 따로 있어서 창업한 것은 아니었단다. 커피시장은 포화상태였지만 높은 성장률 하나만 보고 뛰어들었다. “사실 틈새시장이라는 건 애초부터 없는 것 같아요.” 시장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야 틈새영역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주목한성공한 사람들은 기존 시장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통해 독자적인 길을 개척한 사람들이었다. 유기용 대표는 사업계획을 세우기 전에 비전부터 세웠다. “비전을 세울 때 중요한 건 평생에 걸쳐도 다 이룰 수 없는 꿈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만 직업이 바뀌더라도 큰 지향점을 바라보면서 그것에 맞게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거든요.”

 

 

유 대표가 커피시장의 성장률 너머로 읽은 것은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커피는 미식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농작물을 활용한 요리라는 개념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때문에공간을 소비한다는 말로 포장해서 정작 커피의 본질인 맛의 중요성을 등한시한 거예요. 앞으로는 커피의 맛에 초점을 둔 새로운 사업모델들이 다양하게 선보일 거예요. 여전히 기회가 많은 시장이죠.”

 

 

상권분석의 3요소

 

 

상권의 소비특징을 분석할 때 약 30가지 요인을 점검한다. 가장 중요한 고객분석에는 주거민, 직장인, 유동객을 구분해 구성비를 본다. 성별 연령대와 소득 수준을 고려한다. 상권의 영향력에 따라 광역형, 일반형, 근접형으로 나눈다. 업종과 업소 수를 교차시켜 상권특징을 잡아낸다. 인구 유발 요인을 짚어내 유통점이 주도하는 곳인지, 유흥주점들이 주도하는 곳인지 따져보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상권에서 소비되는 지출액의 변화를 추적해 성장, 유지, 퇴보의 추이를 살피기도 한다. 도시의 맥락을 고려해서 메트로, ··소도시로 구분한다. 여러 요인들을 서로 교차시키면 수많은 복합적인 고려사항이 검토된다.

 

 

 

 

하지만 애초 경기도청이 요청한 것은 경기도 소상공인들이 장사를 잘하도록 성공요인을 알기 쉽게 제시하는 것이었다. 경기도 전역의 상권을 가장 단순한 3가지 요소로 분류했다. < 4>에는 경쟁, 고객, 시간 3가지만 적용해 도시블록의 특징을 표현했다. 우선 경기도 전체를 6227개의 블록으로 쪼갰다. 도로망, 주거단지, 자연지형을 고려했다. < 4>의 첫 번째 항목을 살펴보면 1개의 블록 안에 커피전문점 몇 개가 영업 중인지 강(S), (M), (W)으로 표현했다. 분석할 당시 경기도에 커피전문점이 1개라도 장사를 하는 블록은 총 4697개로 전체 블록의 75%가 해당된다.

 

 

 

 

 

 

<지도 5>는 성남시 판교지역을 담은 지도다.

<지도 4>와 똑같은 지역이다. <지도 4>에는 각종 지리정보가 다양하게 표시됐다. 빌딩 이름, 회사 위치, 아파트 동별 번호, 거리 이름, 초등학교처럼 두루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범용적으로 만든 지도다. 거기에 커피전문점의 위치를 추가했을 뿐이다. <지도 5>는 성남시 판교지역을 오직3가지 기준으로 단순화했다. 블록의 바탕색이 진할수록 커피 경쟁점의 점포 수가 많다. X-레이와 MRI처럼 복잡한 실체를 단순화해 진단과 처방의 성과를 높이려는 시도다. 커피전문점이 드문드문 보인다고 느낄 수 있지만 <지도 4> <지도 5>에는 모두 103개의 커피전문점이 영업 중이다.

 

 

 

 

 

 

<지도 5>에서 A∼B블록의 위치를 찾아보자. 블록 한가운데 ‘SBD’라는 코드가 적혀 있다. < 4>의 코드설명을 참고해보자. ‘SBD’ 9개 이상의 커피전문점이 강도 높은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의미다. A블록에만 30개의 커피전문점이 영업 중이다. A블록의 핵심 고객은 20∼30대 남성이며 커피장사가 활성화되는 시간대는 주중주말 늦은 저녁시간대까지 카드 결제가 활발하다. IT기업 임직원의 라이프 스타일이 반영된 소비특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판교역에서 1시 방향에 위치한 B블록은 경쟁강도가 A블록보다는 낮다. 주 이용 고객은 40∼50대 남성이며 주중과 주말 점심부터 저녁 9시까지 활성화되는 블록이다. 블록과 블록을 나누는 도로를 중심으로 상권의 소비특징은 뚜렷하게 바뀐다.

 

 

노량진에서는 쓴 커피가 잘 팔린다

 

 

커피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커피 마스터클래스>의 저자 신기욱 로스터는 커피의 맛과 손님의 취향을 연결하는 데 주목한다. 그래서 손님에게 맞춘 커피가 좋은 커피라고 강조한다. 심지어 손님에 따라 의도적으로 맛없는 커피를 만들기도 한다. 그는 학원가에서 큰 잔에 맛없이 진하고 쓴 커피를 파는 이유를 설명했다. 커피를 마셨을 때 확연하게 쓰고 괴로워야 열심히 공부할 의지를 품는다는 해석이다. 노량진에서는 커피가 부드러우면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이다. 신기욱 로스터에게는 노량진의 거래처가 있었다. 처음에는 부드러운 커피를 주문했다. 매출이 잘 나오지 않자 거래처에서 커피를 태워 달라고 요구했다. 맛이 없어졌음에도 이 거래처의 매출은 두 달 만에 4배 높아졌다. 맛있는 커피보다 고객의 취향에 맞는 커피가 더 중요하다.2

 

 

 

 

 

 

“한양대 안산캠퍼스에서 시작한 커피전문점 이야기는 판교테크노벨리를 들러 서울의 노량진 학원가 이야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쯤, 한번 짚어볼까요? 커피전문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화이트보트 위에 답변을 하나씩 받아 적었다. 커피 맛, 가격, 공간적 매력, 상권 특징으로 압축됐다. 상권 특징은 결국 사람이 만들어낸다. 그 상권을 찾는 사람에게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커피전문점은 희망이 있다. 방금 마셨지만 한 잔 더 마시고 싶은 커피가 좋은 커피라면, 다시 찾고 싶은 커피점이 좋은 가게다. 결국 고객이 결정한다. 하지만 고객의 취향도 변해갈 것이다. 10년 전, 경기도에만 14000여 커피전문점이 생길지 누가 알았겠는가?

 

 

“제가 커피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어서 좀 찾아봤습니다. 커피가 체리열매에서 시작되는 것도 이번에 알았어요. <그림 4>를 한번 볼까요? 여러 생산공정을 여섯 장의 사진으로 압축해봤는데요. 첫 번째 사진이 바로 커피 열매입니다. 체리인데요. 물을 부어가며 껍질을 벗깁니다. 살색 커피콩이 분리되는데 뜨거운 태양볕에 건조시킵니다. 잘 마르면 품질에 따라 콩을 분류합니다. 커다란 기계가 보이죠? 로스팅 기계에서 커피를 볶아냅니다. 마지막 사진은 커피농장 경영자들이 커피의 맛을 점검하는 사진입니다.”

 

 

 

 

 

 

커피 원산지의 생산공정을 일부러 찾아봤다. 앞으로 이러한 생산공정에 대한 이해가 한국 커피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일본 스페셜티커피협회 호리구치 도시히데 이사의 예측이다. 1980년 후반 16만 개였던 일본의커피하우스 1990년대 불황기를 거쳐 절반으로 줄었다. 2000년대 들어 식사 위주의카페가 유행했다. 동시에빈숍이라는 로스팅 원두 판매점이 약 4000개로 늘어나 가정용 커피원두의 공급처가 늘었다.3 그는 한국에서도 커피시장이 발전하면 점점 원산지와 생두 품질을 따지고 가정에서 자신만의 커피를 즐기는 애호가들이 늘어날 거라고 전망했다. 우리가 농수산물이나 와인에 대해 원산지와 브랜드를 따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당신은 어떤 유형의 전문가입니까?

 

 

‘전문가(專門家)’를 한자사전으로 찾아봤다. ()오로지라는 뜻이다. ‘마음과 힘을 모아 오직 한 곳에만 쓰다라는 풀이가 붙었다. ()과목(科目)’이나부문(部門)’을 말한다. 그래서전문가오직 한 분야에서 매진해서 역량을 확보한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어떻게 내려 커피를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바리스타의 힘이 부각되는 지점입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추구하는 일은 곧 바리스타들이 전문직이라는 걸 어필하는 일이죠. ‘커피 전문점 = 알바란 인식을 깨기 위해 우리 바리스타들은 늘 공부하고 연습합니다.” 알레그리아의 유기용 대표가 생각하는전문가의 모습이다.

 

 

탁월한 전문가를 꿈꾸지만 드문 이유는 뭘까? 전문지식을 대하는 3가지 학습유형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① 피상적 학습자(Surface Learner)수박 겉핥기유형이다. 최소한의 조건만 달성하려 한다. 목적의식이나 전략적 고려는 찾기 어렵다. 주로 단편적인 사실과 과정 습득에 머문다. 새로운 지식이나 의미의 창조에는 무관심하다. ② 전략적 학습자(Strategic Learner)벼락치기 시험공부로 상징된다. 가능한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 최고의 성적이나 성과를 추구한다. 시간관리와 효율성을 중시하다보니 단기적 기억과 점수 획득에 집중한다. 근본적이고 장기적 지식, 통찰력, 창조적 역량으로 전환되기 어렵다.

 

 

③ 심층적 학습자(Deep Learner)는 마치 보물찾기에 나선 탐험가처럼 열정적인 호기심을 갖고 있다. 자신만의 분석, 종합, 평가, 이론화 같은 기술들을 터득한다. 이들은 근본적인 의미를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한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통합하고 맥락과 배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패턴을 인식하고 원리를 추적한다.4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한다. 대신 오래 걸리고 더뎌 보인다. 하지만 자신만의 창조적 매장량을 쌓아 지속적인 성과를 만들어낸다.

 

 

 

 

 

송규봉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송규봉대표는 ㈜GIS United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연세대 생활환경과학대학원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와튼경영대학원과 하버드대에서 GIS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비즈니스 GIS>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등이 있다.

 

  • 송규봉 송규봉 | - (주)GIS United 대표
    -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
    - 와튼경영대학원, 하버드대 GIS연구원
    mapinsite@gisut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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