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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a & Business

소비자의 말과 행동은 다르다 고객의 ‘민낯’을 알려면 행동을 관찰하라

이응철,이용숙 | 158호 (2014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사람들은 어떤 질문에 대해실제로 한 일보다는그래야 하는 일을 말하곤 한다. 또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실제를 마치 진짜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소비자의 말만 듣고는 그들의 행동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는 이유다. 침대와 주얼리를 구입하는 소비자를 직접 따라다니며 관찰하고 여러 차례 면담을 실시한 결과 소비자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기준과 실제 매장에 가서 적용한 기준 사이에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그 차이는 구입하는 아이템에 따라, 성별에 따라, 매장 직원의 설명이나 태도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소비자의민낯을 알고 싶은 기업들이 염두에 둬야 할 점이다.

 

필자주

이 글은 2014년 갤럽 학술논문상 우수상을 수상한 필자들의 논문소비자 행동에 대한 인식과 실제 행동은 어떻게 다른가? - 심층면담과 동반쇼핑 참여관찰 결과 비교연구”(마케팅연구 28 1, pp181∼210)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소비자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얘기하는 내용이 실제 행동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예컨대 필자들이 실시한 한 연구에서 조사자가 연구 참여자의 일상생활을 관찰한 후 면담한 결과, 참여자인 20대 남자는 관찰된 것에 비해 긴 시간을 공부에, 짧은 시간을 컴퓨터 게임에 사용했다고 답했다. 1시간 정도 텔레비전을 시청했지만 이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휴식시간(컴퓨터, 운동 준비 등)이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비생산적이고 쾌락적인 활동(게임, 검색 등)에 대해서는 실제 소비한 시간보다 적게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반면 생산적인 활동(공부, 운동 등)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오래 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의식적인 왜곡이 아니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1934 La Piere가 실행한 연구1 관념행위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 연구에서는 중국인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편견을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사를 했다. 우선 미국 서부에 있는 276명의 호텔, 모텔, 식당 관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226(81.9%)이 중국인은 손님으로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다음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멋진 옷차림의 젊은 중국인 부부(즉 중국인에 대한 당시 미국인들의 고정관념과 다른 모습)와 함께 같은 숙박 및 요식업체 251개를 방문했다. 그들이 거절당한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특히 사람들은 특정 질문에 대해실제로 그들이 하는 일보다는 그래야 한다는 당위 또는 상상된 실제(imagined reality)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화장실에 다녀온 뒤 손을 씻느냐는 질문에그렇다는 응답이 95%에 달했다. 그러나 미국미생물협회(American Society of Microbiology)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다섯 개 도시의 붐비는 화장실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실제로는 여성의 67%, 남성의 58%만 손을 씻었다.

 

위와 같은 결과들은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업이 아무리 심층적으로 면담을 진행한다고 해도 소비자 행동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응답자의 답변에만 의존하는 조사 결과의 타당성에도 의구심을 가져볼 만하다.

 

어떤 의미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에 언제나 차이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현실은 복잡하고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으며 이 때문에 수없이 많은 애매모호함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 연구자들은 동일한 개인과 시기를 달리 하며 나눈 여러 차례의 대화를 통해 그의 의식과 실제 행위의 정합성을 체크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그에 대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한 내용과 대조해보거나 실제 상황 속에서 보여준 행위와 비교하기도 한다. 즉 의식적 차원과 실제 행위적 차원을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필자들이 수행한 다음의 연구는 행동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이 실제 행동과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소비자 면담과 참여관찰(participant observation) 결과를 비교해서 파악했다. 참여관찰을 통한 정성적 조사방법이 소비자를 이해하는 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침대, 주얼리를 사려고 매장에 방문하는 소비자 37명을 각각 조사자가 두 곳 이상 따라다니며 참여관찰을 하고, 첫 번째 매장과 두 번째 매장을 방문하는 사이와 두 번째 매장을 방문한 후에 각각 면담을 가졌다. 이처럼 조사자가 소비자의 쇼핑에 동행하면서 소비자의 구매의도, 구매과정, 매장 직원과의 상호작용 등을 관찰하고 면담하는 방법은 참여관찰의 한 종류로 동반쇼핑 또는 동행구매라고 한다.

 

동반쇼핑을 떠나기 전에는 사전면담을 가졌는데 이 과정에서는내가 침대/ 주얼리를 구입할 때 고려하는 것은 ____이다라는 문장을 소비자에게 제시하고 빈 칸에 들어갈 수 있는 단어들을 포스트잇에 하나씩 적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단어가 적힌 포스트잇(구매 시 고려사항들)을 중요한 순서대로 늘어 놓아 달라고 요청한 후 분석표에 그 순서의 번호를 적었다. 동반쇼핑 후에는 매장에서 실제로 중요하게 고려한 순위 또는 등급을 사전면담에서의 결과와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

 

사전면담→ 참여관찰 우선순위 확연히 달라져

우선 주얼리 구매에 고려하는 우선순위를 쇼핑 전후로 비교해본 결과는 < 1> 같다. 사전 면담에서 주얼리 구매 시 중요하게 여기는 점을 물어본 결과 거의 모든 소비자들이디자인가격을 언급했다. 그 밖에도브랜드’ ‘매치도’ ‘소재등을 절반 이상의 소비자들이 중요 요소로 꼽았다. 중요한 순서대로 늘어놓은 결과를 보면 16명 중 11명의 소비자가 디자인을, 10명의 소비자가 가격을 1∼3위에 배치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사전면담 분석결과만 놓고 보면 소비자들이 주얼리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은디자인이다. ‘디자인 3위 안에 들어가는 빈도수는가격과 큰 차이가 없지만 1순위로 언급한 소비자는 두 배나 많았다. 특히 20∼30대 여성은 7명 중 4명이디자인 1순위를 부여했다. 소비자들이 주얼리를 구입할 때는 자신이 디자인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실제로 쇼핑에 동반해서 관찰한 결과를 보자. 동반쇼핑을 하면서 고려사항의 우선순위까지 관찰할 수 있었던 소비자 8명의 1, 2순위를 보면 < 2>와 같다.

 

8명의 소비자 중에 1, 2순위가 모두 변하지 않은 사람은 C 한 명뿐이었다. 나머지 7명의 소비자는 1, 2순위 중 하나 또는 모두 달라졌다. 디자인이 하위에 있다가 1순위로 올라간 사람도 3(E, F, G)이나 됐다. 이들은 모두 여성 소비자로 사전면담에서는 2순위였던 디자인이 매장에 갔을 때는 모두 1순위로 바뀌었다. 이처럼 실제 매장에 갔을 때 디자인의 중요도가 더 올라간 것은 예쁜 디자인을 보면 구매의욕이 더 생긴다는 것과 매장을 선택했을 때 이미 가격이나 브랜드는 어느 정도 알고 가기 때문에 일단 매장에 들어간 이후에는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사전면담과 동반 쇼핑을 비교했을 때 상위권과 하위권이 뒤바뀐 경우도 상당히 있었다. 이를 정리하면 < 3>과 같다. ‘알레르기 여부옷과의 어울림을 각각 1순위로 언급했던 소비자F G(모두 여성)는 실제 매장에서디자인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이들은 하위권에 뒀던 독특함과 화려함을 3순위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런 결과는 여성 소비자들이 실제 매장에서 디자인을 더욱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난 < 2>의 결과와 일치한다.

 

주얼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눈여겨볼 점은 직원과의 감성적 교감이다. 소비자들은 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구매를 확인하고 확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서실제 구매 시 고려할 것 같은 순서를 구분할 정도로 자신의 구매패턴에 분석적으로 접근한 소비자 H의 응답결과를 통해 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1주얼리 구매 시 고려사항 중 우선순위 등급질문 결과

 

2사전면담과 동반쇼핑 관찰 시 중시하는 고려사항의 변화

 

3사전면담과 동반쇼핑에서의 순위 바뀜

 

23세 여성 소비자인 H는 귀걸이 한 쌍 중에 한 쪽을 잃어버려 나머지 한 쪽을 다시 구입하려는 중이었다. 귀걸이 한 쪽을 구매하기 전에 그는 매장 A B를 차례로 둘러봤는데 A는 가격이 비싸서 그저 둘러보기 위해 들렀고 B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방문해 직원과 친분이 있는 상태였다. H A매장과 B매장을 둘러본 후 B매장에서 새로운 귀걸이 한 쌍을 구매했다.

 

< 4>에서 알 수 있듯 사전면담에서 소비자 H디자인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가격을 두 번째 요소로 꼽았다. 자신이 매장에 갔을 때 실제 중요하게 고려할 것 같은 요소로도디자인가격을 들었다. H가 매장 A에서 고려한 순서에서도디자인가격 1,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실제 소비가 일어난 매장 B에서는디자인이 여전히 1위였던 반면충동구매가 그 다음으로 치고 올라왔다. 매장 B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참여관찰 결과를 참고하면 소비자 B의 실제 행동이 어떤 과정을 거친 것인지 추정할 수 있다.

 

주얼리는 기본적으로 디자인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품목이다. 그런데 매장에 들어가서는 디자인의 중요도가 구매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아졌다. 또 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추가 구매를 하는 등 다른 사람의 의견이 중요하게 반영됐다.

 

(앞부분 생략) 계산을 끝낸 직원은 30∼40대 여성으로 화장이 짙은 편이고 착용한 주얼리도 화려했다. 이국적인 가게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해줬고 리액션이 컸다. 우리에게 친근하게 접근했으며 몇 번 왔던 친구 H의 얼굴을 기억하고 서로 반갑게 이야기를 나눴다. 직원은 H에게 장미 모양 귀걸이를 권했다. H는 시선을 장미 귀걸이에 고정하더니 유심히 살펴봤다. 이때 직원은 민트색 귀걸이를 추천했으며 H도 마음에 들었는지 만져봤다. 직원이 착용을 권해서 양쪽 귀에 민트 색 귀걸이를 해보고는 전신 거울에 귀를 살펴봤다. 아래는 직원과 H 사이의 대화 내용이다.

 

 

직원: 머리 묶고 다니면 더 예쁘겠다. 이런 거 민트 색 황정음이 찼었잖아.

H: 황정음? (웃음)

직원: ?

H: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좋아서요, 하하.

직원: 그 친구 때문에 빼주는 거야. (가격 할인)

H: 여기 어차피 또 올 거예요.

직원: 자주 와. 이것(원래 사려던 한 쪽)도 아쉬운 김에 다음에. 위에 하나 뚫을 때 해도 되고, 민트  색이 예뻐.

 

 

(매장에서 나온 후 관찰자와 H의 대화)

 

 

H: 디자인을 중시한다는 첫 번째 기준을 만족했지? 마음에 드는 특이한 것을 사서 좋다.

관찰자: 특이한 디자인이라서 산거야?

H: . 봄에 잘 어울리는 색이라서 더 마음에 들고.

관찰자: 기분 좋아 보이는데?

            (H의 얼굴에 미소가 계속되고 있음)

H: 기분 좋아. 뭔가 새로워진 기분?

관찰자: 달라져 보이긴 한다.

H: 그렇지?

관찰자: 원래 한 쪽만 사기로 한 거 아니었어?

H: ! 그러고 보니 그렇네?

관찰자: 어떻게 사게 된 거야?

H: 잘 모르겠네. 그냥 큰 게 예뻐 보이는 거야. 충동적인 건가?

관찰자: 직원은 어때?

H: 친절하고 재미있어. 여기서 피어싱 처음 하는 거여서 그 직원이 골라준 거였는데.

관찰자: 저 사람이 추천해 준거야?

H: . 요 근래 친구랑 몇 번 갔더니 알아보더라.

관찰자: 그럼 오늘 사기로 한 쪽은?

H: 다음에 사야 할 것 같은데.

관찰자: 필요성이나 실용적인 부분은 생각하고 산거야?

H: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 있나? 진짜 살 때는 생각 못하는 것 같아.

 

이제 소비자 한 사람당 1개만 소유하며 한 번 구매하면 최소 몇 년을 사용할뿐더러 가격도 상당히 비싼 침대를 살펴보자. 침대 구매 시 고려하는 사항을 묻는 질문에 21명의 소비자 중 절반 이상이매트리스’ ‘브랜드’ ‘가격’ ‘디자인 4가지를 꼽았다.( 5)

 

4소비자 H의 사전면담 등급질문 결과

 

5침대 구매 시 고려사항 중 우선순위 등급질문 결과

 

 

주얼리에서의디자인처럼 압도적으로 많은 소비자가 중시하는 항목은 없지만 가장 중시하는 고려사항은매트리스인 것으로 보인다. 동반쇼핑을 통해 확인한 우선순위는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 6>에 나타나 있다.

 

사전 면담에서매트리스의 품질 또는 성능 1순위로 고려했던 소비자’ ‘’ ‘’ ‘중에서 소비자만 동반쇼핑에서도 매트리스 성능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고 나머지는선호 브랜드또는유명 브랜드 여부 1순위가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는매트리스의 품질을 실제 매장에서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과 소비자들이 가진유명 브랜드의 매트리스 품질은 이미 보장됐다는 생각이 매장 직원의 설명을 통해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매장 직원이 우리 브랜드의 매트리스 품질은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을 한두 번만 언급해도 소비자들은매트리스의 품질유명 브랜드 이름으로 치환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으로는 매트리스의 품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명 브랜드를 찾는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전면담에서는 중시되는 경향이 있었던가격이 매장에서는디자인보다 훨씬 덜 고려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사전면담 시 소비자’ ‘’ ‘에게가격 1순위 또는 2순위였으나 매장에서는 6순위 또는 7순위로 밀려났다. 매장을 방문했을 때 가격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이유는 우선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는 회사의 매장에 막상 가보면 진열상품 대부분의 가격이 예상보다 비싸다. 이에 더해 매트리스가 좋으면 가격이 비싸진다는 직원의 설명을 듣다보면가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려던 소비자의 마음이 약해진다. 일부 소비자의 경우 이미 브랜드별 순위에 따른 가격 차이를 인식하고 있으므로 일단 매장에 가고나면 가격은 더 이상 볼 필요가 없어진다. 즉 매트리스의 품질이 보장되는 것으로 인식되는 유명 브랜드의 침대를 구입하기 위해가격이라는 고려요소는 쉽게 포기하게 된다.

 

6침대 사전면담과 동반쇼핑 참여관찰 시 중시하는 고려사항의 변화

 

소비자들의 고려사항이 매장에서 더 늘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 7>에는 사전면담에서 7가지 기준만 언급했던 20대 남성 소비자가 고려하는 사항이 두 군데의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21개로 늘어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사전면담 시에는가격을 가장 중시했고브랜드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매트리스와 관련해서는쿠션만 언급했다. 하지만 첫 번째 매장을 방문해 직원의 설명을 듣거나 본인이 관찰을 하면서브랜드수명을 고려하게 됐다. ‘프레임에 대해서는 좋아하는 취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아직재질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디자인에 대해서는 색상만 주로 고려했다. 두 번째 매장에 갔을 때는 이미 인식했던 고려요소들을 더 세분화된 요소들로 나눠서 상세히 살펴봤다. 쿠션과 재질 정도만 봤던 매트리스를 6가지 요소로 나눴고포켓스프링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올라섰다. 처음에 중시했던 요소들은 순위가 모두 내려갔다. 2순위였던쿠션은 하위권인 15위로 내려갔고 3순위였던사이즈는 현실적으로만 선택할 수 있음을 알게 되자 중요도가 14위로 떨어졌다. 4순위였던디자인프레임을 새로 중시하게 되면서프레임의 디자인에 대한 고려로 전환됐고 순위가 11위로 내려갔다. 1순위였던가격의 순위는 내려가면서 전시 금액(5), 할인 가능성(6)으로 분할됐다.

 

연구대상 소비자들 중 가격에 가장 민감했고 실제 동원 가능한 자금도 가장 제한적이었던 소비자의 고려사항들이 이처럼 크게 변화한 데는 매장 직원의 영향이 컸다. 매장 직원은 제품에 대해 상당히 박식했고 친절해서 처음부터 탄탄한 이미지에 기초한 제품 설명에 주력했으며 이 제품의 특징인 포켓스프링의 실물을 직접 보여주면서 체험하게 했다. 이로 인해 처음에는 가격이 비싸면 절대 고려하지 않겠다던 의지가 꺾여 포켓스프링이 포함된 매트리스라면 처음 예산보다 20만 원이나 차이가 나는 고가라도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고, 직원이 깎아주자 처음 예산보다 17만 원 비싼 제품을 구매했다. 이렇게 전문성 있는 매장 직원의 적극적인 태도와 체험 기회 제공은제품설명(10)’직원 호감도(7)’ 등을 새로운 요소로 등장하게 했다.

 

사전면담에서의 우선순위와 관찰조사에서의 우선순위가 뒤바뀌는 일은 침대 구매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8)

 

침대 구매 시 주얼리보다 극적인 변화가 덜 나타나는 것은 침대가 상당한 고가이며 10여 년씩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즉 침대 소비자들이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려사항들은 매트리스 품질이나 사용감, 프레임의 튼튼함 등 기능적인 요인들이 많은데 이런 요소들은 실제 매장에서 디자인 등 다른 요소들이 더 중요해지면서 순위가 조금씩 내려갈 수는 있어도 가장 뒤로 돌리기는 어려운 핵심 요소들이다. 다만 주목할 점은 사전면담에서 하위 순위였던디자인이 상위 순위로 올라간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여자 소비자들은 일단 매장에 가면 디자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침대에서도 나타난 결과다. 또한합리적 가격이 상위권에서 하위권으로 내려간 것 역시 가격의 중요성이 매장에서는 떨어지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7침대 소비자의 매장 방문 시 고려사항이 증가하는 과정

 

8사전면담과 동반 쇼핑에서의 순위 바뀜

 

소비자 파악, 인식과 행동을 모두 봐야

이상의 연구 결과에서 가장 먼저 주목할 점은 어떤 제품이든 일단 매장을 방문한 후에는 소비자들이 사전에 인식한 것보다디자인이 훨씬 많이 고려된다는 점이다. 반대로가격에 대한 고려는 사전면담에서 밝힌 것보다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사전에 인식한 것보다 매장을 방문했을 때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은 여성 소비자에게 더 강하게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한 후디자인을 더 중시하고가격을 덜 중시하는 이유로는 다음의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매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봐야만 생각나거나 부각되는 것들이 있는데 특히 디자인 같은 감성적 요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감성적 측면의 중요성이 매장에서 커진다는 것은 이성적 판단을 요구하는가격같은 요소의 중요성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아무리 구매가격의 상한선을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간다고 해도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예쁜 디자인을 보면 생각이 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는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주얼리를 발견하자 원래 구매하려고 계획했던 것을 아예 잊어버리고 전혀 계획에 없던 제품을 구입하기도 할 정도로 매장에서는 디자인이 중요했다.

 

둘째, 매장에 가기 전에 이미 브랜드별 가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가는 소비자가 상당수였다. 브랜드별 매장을 선택하는 순간 이미 가격은 어느 정도 고려된 것이라서 매장 내에서 고려사항으로서의 중요성이 떨어졌다. 즉 가격이나 브랜드는 주로 매장 선택 단계에서 고려되고 디자인은 주로 매장 선택 이후 단계에서 고려되는, 2단계에 걸친 선택이 이뤄졌다.

 

셋째, 매장에서는 직원들이 제품의 디자인적 우수성을 내세우면서 구매의욕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는 디자인보다 기능이 중요한 침대 같은 제품에서도 직원들은 기능보다 디자인을 자주 언급해서 소비자의 시선을 디자인으로 돌렸다.

 

넷째, 매장 직원들은 관심이 가는 상품을 발견했지만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소비자를 여러 방법으로 설득해 이들이 생각하던 가격의 상한선을 없애거나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관심 제품의 품질을 생각하면 비싼 가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절대적인 가격에 대한 관심을 품질에 따른 상대적인 가격에 대한 관심으로 돌렸다. 이와 함께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으로는 저렴하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면 소비자들의 관심이 절대적인 측면에서 상대적인 측면으로 쉽게 전환됐다. 절대적인 가격에 특히 민감한 소비자들에게는 한정된 기간의 세일이나 직원 재량의 할인을 해주는 방법으로 가격 상한선에 대한 의지를 꺾는 모습을 발견했다.

 

사전면담에서는 기능이 중요하다고 인식했던 침대 역시 매장에서는 기능에 대해 별로 시간을 보내지 않는 소비자가 많았다. 따라서 기능에 대한 고려를브랜드 이름으로 대체하거나모든 브랜드가 기능은 비슷할 것이라는 식으로 아예 포기하기도 했다. 매장에서 기능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제품의 기능을 매장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다. 매트리스 성능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침대에 편하게 누워보는 식의 체험이 가능한 경우도 드물었다. 둘째, 매장 직원들이 기능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지 않았다. 이들은 어려운 단어를 나열하고 소비자가 질문을 해도 잘 모른다며 넘어가기도 했다. 기능보다는 디자인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능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소비자로서는 쉽게 질리게 되고 기능을 충분히 알아보는 것을 포기하게 됐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기능을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감성적인 요소나 즉각 확인이 가능한 요소를 중시하며 직원의 설명에 꽤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실망하는 일이 많은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본다면 마케팅 전략도 이에 맞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능이 중요한 제품이라면 기능적 장점의 중요 포인트를 잘 볼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를 해둔다든지, 소비자들이 마음 편하게 바로 확인 및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매장 직원들이 소비자의 구매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는 점에도 주목해아 한다. 이 연구에 참여한 소비자 대다수는 직원의 능력과 태도에 따라 구매하려는 제품에 대한 인식이나 고려사항의 우선순위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또는 직원의 설명에 불만을 표명하기도 했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호감과 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매장 직원들의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전문용어가 아닌 쉬운 말을 사용해서 기능적 이해 수준이 낮은 소비자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하기’ ‘소비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쉽게 대답하기’ ‘여성과 남성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법의 차이등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백화점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2 에 따르면 소비자의 62.1%가 직원의태도를 가장 중시했고전문지식을 가장 중시한 경우는 5.2%에 불과했다. 매장 직원의 전문지식은 소비자에게 전달 가능한 지식이라야 하며눈높이 지식의 전달을 얼마나 성심껏 하느냐’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소비자를 파악하고 통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식과 실제 행동을 모두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 연구는 보여준다. 매장에서의 소비자 행동만 보고 소비자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한다면디자인이 압도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파악될 것이다. 설문지나 면담을 통해서만 조사한다면 소비자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가격’ ‘디자인’ ‘기능’ ‘브랜드중 두세 가지인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 중 어느 한 가지 자료만 사용한다면 소비자 니즈에 대한 이해는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두 자료가 함께 사용돼야 하며 그 연결점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소비자 행동을 설문이나 면담만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굉장히 제한적이고 부정확할 수 있다. 소비자는 의도하지 않게 사실과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으며 자신이 선호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실제 구매 상황에 얼마든지 잊히거나 바뀔 수 있다. 소비자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려는 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점이다.

 

이용숙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yslee@duksung.ac.kr

이용숙 교수는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인류학 석사를 거쳐 미국 노스웨스턴대 (Northwestern University)에서 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교육개발원 책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교육인류학과 마케팅 인류학, 새로운 연구방법 개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와 한국열린교육학회 회장, 실천인류학연구회 회장, 한국마케팅학회 이사, 한국소비자학회 이사를 역임하고 뉴욕대 Fulbright 방문교수 등을 지냈다.

 

이응철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ungchel@gmail.com

이응철 교수는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거쳐 현재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상하이, 타이베이 등 중화권 젊은이들의 사회문화적 특성과 소비문화 등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으며 덕성여대에서 베스트 티칭상을, 한국소비문화학회에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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