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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식품 연두

소비심리 꿰뚫고 새롭게 포지셔닝 ‘요리 에센스’ 신(新)시장 열었다

최한나 | 143호 (2013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허태영(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Magic sauce in Spain

 

전 세계 내로라하는 셰프들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여기저기 아무데나 뿌려도 맛있는 소스라는 의미에서매직 소스라는 별명도 얻었다. 지금의 연두가 완성되기까지 보낸 시간과 노력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지난 1, 올해로 11회를 맞은마드리드 퓨전에서의 일이다. 마드리드 퓨전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매년 1월 열리는 세계 최고의 요리 축제다. 세계 최정상의 셰프들과 미식가, 저널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신 요리기법과 트렌드, 문화 등을 공유한다. 이 행사에 참여한 셰프들은 한국의 발효기술과 그 맛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특히 발효를 활용해 식재료의 참맛을 끌어올리는 연두의 효과에 감탄했다.

 

연두가 해외시장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다. 처음부터 유럽, 그중에서도 스페인을 타깃으로 삼았다. 스페인은 미식의 나라로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식문화로 유명한 곳이다. 새로운 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실험정신도 강하다. 프랑스도 후보지였으나 자신들의 요리에 자부심이 강하고 배타적인 성향을 지녔다는 점에서 뒤로 밀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와 손을 잡았다. 한국의 전통 장을 유럽 음식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로 했다. 샘표의 연구원들이 파견됐고 현지 연구원들과 협업해 현지 진출 전략과 가능성을 실험하는 시도가 시작됐다. 6개월에 걸친 테스트를 통해 장을 활용한 다양한 레서피를 발굴해냈고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맛들이 마드리드 퓨전에서 전 세계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중에서도 연두는음식의 맛을 한층 풍부하게 만드는 매직 소스로 인기를 끌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신감을 토대로 스페인을 거점 삼아 유럽 시장에 한발 더 깊숙이 내딛을 계획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는연두의 개발과 마케팅의 전 과정을 DBR이 집중 분석했다.

 

간장 시장의 절대 강자, 그러나

 

간장이나 된장 등 발효를 이용한 장류(醬類)가 우리 밥상에 오르기 시작한 건 삼국시대부터라고 전해진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본기(新羅本紀)> 등 이 시대 문헌들에서 재래식 장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있다.1  일본식 된장을 이르는미소도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건너가 일본식으로 변형된 것이다. 우리나라 된장과 간장을 전수받은 일본은 기온과 습도가 높은 섬나라 특성을 반영해 훨씬 달고 덜 짠 일본식 장으로 정착시켰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장()은 본래 대표적인 가내수공업 아이템이었다. 집집마다 때를 정해 메주를 쑤고 띄워 장을 만들었다. 발효라는 과정 자체가 본질적으로 자연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을 담글 때의 온도와 습도, 담그는 사람의 손맛 등 변수가 다양하다. 이 때문에 이 집과 저 집의 장맛이 다르고 올해와 내년의 맛이 또 다를 수밖에 없었다.

 

‘간장’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오늘날 우리가 반사적으로 떠올리는 까만 액체는 개화기(19세기) 이후 확산된 대량 생산의 산물이다. 집집마다 맛과 향이 달랐던 재래식 방식이 아니라 균일한 맛과 향을 위해 공장을 돌려 만든 결과물이다. 당시 식민 통치를 위해 우리나라에 거주했던 일본인에게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우후죽순 들어섰던 간장, 된장 공장들이 산업적 생산의 시초였다. 전국에 세워진 간장 공장만 100곳이 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공장들은 일본식 제조 방식을 도입해 적용했고 맛과 향이 균일한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미생물의 자의적 활동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해방 이후 일본인이 남기고 간 공장들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수해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한국의 장 산업이 첫발을 내디뎠다. 샘표가 태동한 것도 이때부터다. 일본인이 운영하던 간장 공장을 인수해 샘표의 전신인 삼시장유를 설립한 것. 샘표라는 상호는 1954년부터 사용된 것으로 샘표가 현존하는 국내 상표 중에 가장 역사가 길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샘표의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지금도 간장 시장의 절반을 샘표가 점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간장 제품은 샘표 간장과 샘표가 아닌 간장으로 나눌 수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간장이 그다지 비싼 제품군에 속하는 아이템이 아닌데도 이 시장에서만 매년 1000억 원대 매출을 올려왔다고 한다면 간장 시장에서 샘표가 차지하는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간장 시장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 이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서구식 요리 방법이 확산되면서 간장을 넣지 않고 조리하는 경우의 수가 늘어난 탓이다. 외식 문화가 활성화되고 1인 가구 등이 늘면서 가정에서의 요리 횟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 또한 간장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간장 시장은 연평균 1%씩 축소되고 있다. 최근 10년 새 14%나 감소했다.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더 문제다. 오랜 기간 간장이라는 한 우물만 파왔고 이 분야에서 매출의 절대 비중을 얻고 있는 샘표에 위협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아이템 발굴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보다 궁극적인 요인도 있다. 한식 간장의 복원이다. 일본에 의해 변형되고 왜곡된 장맛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앞서 서술했듯 본래 간장은 우리나라 고유의 산물이지만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원래의 맛에서 멀어졌다. 해방 이후 일본식 간장이 퍼지면서 한식 간장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간장 맛은 산업화 이후 보급된 일본식이다. 샘표는 옛날 우리 선조가 고수하던 장맛을 복원해 진짜 우리 간장을 찾겠다는 열망을 오랜 기간 품고 있었다. 연두보다 앞서 출시된참숯으로 두 번 거른 간장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이 간장은 간장을 거를 때 숯을 사용하던 전통적인 방식을 활용해 주목을 받았다.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한식 간장을 제대로 복원해보고 싶다는 오랜 열망이 만났다. 그 결과물이 바로연두.

 

 

더 좋은 감칠맛을 찾아라

 

간장은 콩을 발효해 얻는다. 60년 샘표가 가진 노하우는 콩, 그리고 발효를 빼놓고는 논할 수 없다. 콩을 발효해 무언가를 얻어내는 것, 이것이 샘표가 가진 핵심 경쟁력이다. 새로운 아이템의 발굴과 한식 간장의 복원이라는 두 가지 명제를 놓고 고민하던 샘표가 콩 발효를 더욱 파고들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콩 발효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정당성을 지녔다. 첫째, 발효 음식이 지닌 막강한 잠재력이다. 옛날 궁중 요리가 일반 가정식보다 훨씬 깊고 풍부한 맛을 냈던 근본 원인은 발효 장류를 적재적소에 기가 막히게 활용했기 때문이다. 샘표는 콩 발효 원리를 잘 활용하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는 무언가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서구식 소스가 쉽고 빠른 조리를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중에 이에 맞설 수 있으려면 맛에서 승부를 봐야 했다. 활용도가 높으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소스를 개발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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