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철 박사의 마케팅 코칭
편집자주
마케팅은 이론과 실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통찰력 분야를 연구해 온 신병철 스핑클그룹 대표가 마케팅, 소비자행동, 인지심리학 분야의 주요 연구 80편을 기초로 이론과 실무 간 단절 고리(broken linkage)를 찾아내 양자를 이어주는 마케팅 코칭을 시작합니다. 복잡하고 때론 이해하기 힘든 학문적 연구들을 실제 마케팅 상황에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최근 한 중소기업의 대표를 만났다. 그는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장 힘든 것은 직원들의 열정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했다. 나름의 연구로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는데 정작 내부 직원의 열정이 높지 않아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열정을 2배 높일 수 있을까?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크게 세 가지 관점으로 직원들의 열정을 2배 높이는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외적동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내적동기를 강화하라.
사람이 무언가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동기가 필요하다. 동기 없이는 행동에 에너지가 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기에는 내적동기와 외적동기가 있다. 직원들에게 어떤 동기를 불어 넣어야 할까? 당연히 내적동기다.
톰 소여 효과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마크 트웨인이 창조해 낸 가공의 인물인 톰 소여와 관련된 소설 속 에피소드에서 나온 말이다. 톰 소여가 어느 날 말썽을 피워 어머니로부터 집 밖의 울타리에 페인트를 칠하라는 벌을 받고 있을 때였다. 마침 친구들이 지나갔다. 톰 소여는 친구들에게 페인트칠하는 벌을 넘기려고 한 가지 꾀를 부렸다. 바로 페인트칠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다고 한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친구들은 톰 소여가 벌을 받는 것도 모른 채 자신들이 갖고 있던 과일까지 넘겨주면서 서로 페인트칠을 하겠다고 나섰다. 톰 소여 효과란 이처럼 스스로 재미있다고 느끼면 벌 받는 일이라도 더없이 재미있어진다는 효과를 말한다.
동기유발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연구 한 가지를 살펴보겠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심리학과 교수인 마크 레퍼는 유아원생을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누고 그림을 그리는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1 A 그룹에는 그림 과제를 잘 완성하면 상을 줄 것이라고 했다. 반면 B 그룹에는 아무런 보상을 얘기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작은 선물을 제공했다. 그리고 2주일 후 다시 학생들을 불러 모은 뒤 크레파스와 도화지를 주고 놀게 했다. 흥미롭게도 A그룹(상을 받기로 약속하고 그림을 그렸던 학생들)은 그림에 대한 호기심이 줄어들었고 실제 그림을 그리는 시간도 더 짧게 나타났다. 반면에 B그룹(아무런 얘기가 없었지만 나중에 작은 선물을 받은 학생들)은 그림에 대한 호기심도 더 많았고 그림 그리는 시간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사전에 약속하는 조건은 외적동기를 강화시킨다. 그런데 이처럼 외적동기가 발현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일 자체를 재미없게 인식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래서 단기적인 효과는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효과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반면에 B그룹에서는 내적동기가 발현돼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그림 그리는 활동이 증가한 것이다.
아이들과 회사의 직원들이 다를까? 마찬가지다. 직원들의 열정을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외적동기를 사용하지 말고 내적동기를 활용해야 한다. 직원들의 내적동기를 어떻게 하면 강화시킬 수 있을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이름을 명시하는 일은 내적동기를 강화시키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다. 프로젝트 진행 시 담당자의 사진과 이름을 표시하고 업무 종결 시 그 사람의 사진과 이름에 축하메시지를 다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이것은 노드스트롬이라는 백화점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해오는 내적동기 강화방법이다.
2. ‘우리 vs. 그들’ 효과를 활용하라.
사람이 가장 잘 사용하는 생각의 방법이 범주화다. 어떤 범주화가 가장 손쉬울까? 바로 ‘우리 vs. 그들’로 집단을 구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가위바위보를 시켜서 두 그룹으로 나눴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두 그룹으로 나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이 분리되면 그 순간 같은 그룹의 사람들에 대한 친근성은 증가하고 다른 그룹에 대한 친근성은 떨어진다. 왜 그럴까? 사람이 기본적으로 특정한 집단에 소속하려는 기본적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집단 소속감’이라고 한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우리 vs. 그들’ 효과라고 부르겠다.
‘우리 vs. 그들’ 효과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우리 그룹에 소속된 사람들의 충성심을 더 높이고 경쟁사와 더 강력하게 대응하려는 에너지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성공하는 신생 기업들은 거의 100% ‘우리 vs. 그들’이라는 이분법적 관념을 주입하고 시작한다. 다른 말로 하면 적(敵)개념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대한민국에 유기농식품만 판매하는 한살림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한살림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역시 ‘우리 vs. 그들’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한살림은 유기농을 판매하는 곳이고 다른 매장에선 아무거나 판매하고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한살림에 대한 매우 높은 충성도를 갖고 있다. 직원뿐이겠는가? 한살림을 사용하는 소비자 역시 거의 팬클럽에 가까운 충성도를 보인다. 한살림 제품을 사용하는 것 자체에 사회적 운동이라는 자부심마저 느낄 정도다. 이처럼 ‘우리 vs. 그들’로 구분되면 그 효과는 매우 강력해진다.직원들로 하여금 우리라는 개념을 강화시키는 방법을 탐색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라는 개념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우리 기업과 브랜드에 충성도가 높아진다.
3. 처음부터 열정적인 직원을 선발하라.
기업은 스스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발전시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기업을 발전시킬까? 처음부터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동력원이 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가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모 음료회사에서 에너지 드링크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의 일이다. 열정에 가득 찬 영업사원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서 에너지 드링크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자비로 신제품 에너지 드링크를 구입해 마시고는 빈 캔을 이곳저곳에 의도적으로 뿌려놓았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 신제품이 실제로 엄청 많이 팔리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들기 위해서였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들이 알아서 한 것이다.
기업에서 직원을 선발할 때 무엇이 중요시 될까? 보통 학력, 근무이력, 성과물과 같은 객관적인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그들이 얼마만큼의 열정을 갖고 있는지다. 그렇다면 그들이 열정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매드포갈릭(Mad for Garlic)이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다. 이 업체는 채용과 관련해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는데 바로 ‘말 빠른 직원을 뽑는다’는 것이다. (DBR 59호 ‘말 빠른 열정사원들만 뽑았다?’ 참조.) 이유는 무엇일까? 말이 느린 사람치고 열정적인 사람은 없다는 논리에서다. 열정이 넘치는 사람은 대개 급하다. 열정이 많아서 말이 빠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드포갈릭은 말이 빠른 사람을 선발한다. 열정이 넘치는 직원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문제를 해결한다. 예를 들어보자. 건물 2층에 있었던 매드포갈릭의 한 매장은 주변의 나무들에 뒤덮여 간판이 보이지 않아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이 매장의 열정적인 직원은 당시 1층에 있던 편의점과 공동프로모션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편의점 고객들에게 삼각김밥을 사면 매드포갈릭 무료 쿠폰을 준다고 하면서 그들에게 매드포갈릭 매장이 바로 위층에 있다고만 말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편의점 입장에서는 유통기한을 넘기지 않고 삼각김밥을 더 많이 팔 수 있어서 좋았고 매드포갈릭은 손님을 유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사소한 아이디어는 대단한 성공을 불러왔다. 가장 낮은 매출을 보이던 이 매장은 쉽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한다. 기업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일화다. 기업들이 열정적인 직원을 선발하기 위해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수익성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는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없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개선 대상은 무엇일까? 바로 직원들의 열정을 두 배 이상 높이는 일일 것이다. 내부 직원들의 열정이 없으면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내적동기를 갖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람의 행동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내적동기를 갖고 있어야 스스로 만족하고 장기적인 과제를 수행할 힘을 얻는다. 직원의 충성도를 높이는 부가적인 방법으로 ‘우리 vs. 그들’ 효과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모두 특정 집단에 소속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우리의 개념을 강화시켜면 우기 그룹에 대한 소속감이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처음부터 열정적인 직원을 선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식은 전달하기 쉽지만 열정을 전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신병철 스핑클그룹 총괄 대표 bcshin03@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경영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마케팅) 학위를 받았다. 저명 학술지인에 브랜드 시너지 전략과 관련한 논문을 싣고 브랜드와 통찰에 대한 연구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CJ그룹 마케팅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저서로 <통찰의 기술> <브랜드 인사이트> <통찰모형 스핑클> 등이 있다.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