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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브랜드 전략 제안

국가 슬로건 ‘Dynamic Korea’ 원점서 재검토하라

홍성태 | 140호 (2013년 11월 Issue 1)

 

 

똑같은 재료와 똑같은 디자인으로 만든 볼펜이라도 ‘Made in Germany’라고 쓰인 제품과 ‘Made in Brazil’이라고 쓴 제품은 느낌이 다르다. 말하자면 국가의 이미지는 제품에 투영된다. 국가 이미지가 좋은 나라의 제품은 그 덕분에 더 비싼 가격에 더 많이 팔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프리미엄 효과가 생긴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 롤렉스는 스위스를 정밀하고 고급스러운 장인정신이 살아 있는 나라로 인식하게 한다. 이탈리아라면 아르마니를 비롯한 멋진 패션 브랜드들이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이와 같이 스위스의 시계나 프랑스의 와인, 이탈리아의 패션처럼 거꾸로 제품의 명성이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삼성 핸드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국은 IT 강국이고 K-POP에 매혹된 적이 있다면 한국은 재미있는 나라로 인식된다. 국가 이미지가 원산지 효과를 발휘하든, 기업 브랜드가 국가 이미지를 만들어주든, 국가 이미지와 기업 경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삼성의 휴대전화나 현대의 자동차 덕분에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이 예전과는 천지차이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우리가 안에서 기대하는 만큼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에겐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그냥 아시아의 한 국가이거나 남북이 아직도 대치하고 있는 작은 분단국가일 뿐이다.

 

올림픽, 월드컵, 한국 경제와 상품의 약진, 한국 영화와 드라마, K-POP에 대한 세계인들의 열광 등에 힘입어 Korea는 존재감을 확실히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는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Korea에 관심이 없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대단히 많다. 우리는 실상 다른 나라 사람들이 과연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는지, 어떤 오해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대한민국을 하나의 브랜드로 보고, 어떤 이미지를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좋을지 알아내기 위해 먼저 한국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호감과 거북함, 이해와 오해 등 그들의 인식을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한국무역협회 소속 국제무역연구원과 2013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공동으로 조사한 내용 일부를 DBR에 공개한다.

 

탐색 조사

 

조사의 1단계로서 우선은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FGI(Focus Group Interview·표적 집단 면접)를 시행했다. FGI의 목적은 사실을 밝히는 것(fact finding)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idiosyncratic idea)를 광범위하게 발굴하는 데 있다. 여기서 나온 의견들은 어디까지나 가설들(assumptions)로서 설문조사를 통해 점검할 자료가 되는 셈이다.

 

각 그룹당 10∼12명씩 5개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다. 5개 그룹은 루브르 문화 대학에서 사용하는 카테고리(Post Colonial Cultural Preference Sampling Grid)를 활용해 분류했다. 첫째는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남을 지배해본 적이 있는 나라로서 현재 1인당 GDP 2만 달러 이상인 나라, 둘째는 러시아나 터키처럼 남을 지배해본 적이 있으나 현재는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나라들이다. 셋째는 다른 나라의 식민 지배를 받아본 나라 중 지금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1인당 GDP 2만 달러 이상을 달성한 싱가포르, 홍콩 및 아랍 국가들, 넷째는 식민 지배를 벗어났으나 1인당 GDP가 아직 2만 달러에 못 미치는 인도, 베트남 등의 국가들이다. 다섯째는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과 같이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신생국들이다. 루브르 문화 대학의 분류는 남을 지배해 본 나라와 지배를 당해본 나라, 이를 극복한 나라와 아닌 나라 국민들 간의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데 기초했다. 본 조사에서는 상기 분류법을 차용하되 두 번째 카테고리의 국가들이 경제적인 면에서 교역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빼고 우리나라 입장에서 더 중요한 중국을 따로 추가해 조사했다. 각 지역별로 나온 의견 중 특기할 만한 것을 나열하듯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제국주의 국가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의 국민들은 우리가 이들에 대해 알고 호감을 갖는 만큼에 비해 한국에 대한 지식이나 호감도가 낮다. 심지어 이들은 북한과 남한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이들은 독일이 통일되기 전까지 Made in West Germany로서 좋은 품질의 상징을 삼았듯이 Made in South Korea라는 원산지명으로 발전된 한국산() 이미지로 차별화하면 어떠냐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들은 한국에 와서한국인은 손재주가 뛰어나다. 쇠 젓가락을 사용하는 유일한 나라며, 그 결과 양궁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잘하고, LPGA에서 한국 여성들의 뛰어난 성적도 한국인의 정밀함을 보여준다. 또한 한국인의 머리가 우수해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그런데 이들은민족적 우생학(Eugenics)을 아직도 들먹이는가? 그것은 이미 독일의 히틀러로 충분하다. 시대에 뒤진 주장을 하지 마라. 각 나라 국민은 나름대로 자기가 다 우수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증거도 충분하다라는 반박을 내세웠다. 이들은 예전부터 비교적 잘사는 나라들이다 보니 전통, 의식, 체면 때문에 변화가 어렵고 그 점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한국의 유연성을 높이 평가했다.

 

2. 신대륙 국가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인들은 자기 나라에 온 한국인들에게서우리는 아직 덜 알려졌을 뿐 크리에이티브한 민족이다.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을 만들어 쓰고 있고, 인류 역사를 바꾼 활판 인쇄를 제일 먼저 발명한 것이 사실은 한국인이며, 거북선이란 반잠수 배도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들은 신대륙 국가 사람인들의 의견은 이랬다. “한국 글자가 우수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태국도, 아랍도 자기들 언어 구조에 맞는 고유의 글자를 만들어 쓰고 있다. 중국의 한자도 마찬가지다. 너희만 글자를 만든 유일한 나라가 아니다. 활판 인쇄를 처음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한국의 인쇄술이 세상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다. 반잠수함을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그것이 지금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잠수함을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가.”

 

그들은 한국을 대체로 강요받는 사회로 인식하고 있었다. 아이돌 그룹은 너무 말끔해 인위적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현대화란 각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은 현대화에 대해 사람들이 획일화된 생각을 갖고 있더라는 지적도 했다. 한마디로 뭐든지너무 열심히(trying too hard)” 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라는 것이다. 공부도, 일도, 노는 것도 심지어 술 마시는 것조차 죽도록 열심히 하는 풍조가 좋은 점도 있지만 조금 여유를 보이면 더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다.

 

신대륙 국가의 사람들은한국하면 여전히 한국전쟁이 생각난다고 한다. 북한이 도발하거나 일본과의 갈등이 있을 때 이슈가 돼 외신에 보도가 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해 태극기의 태극 문양처럼 화합과 화목의 이미지를 보여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3. 식민역사의 국가/고소득

 

싱가포르, 홍콩, 타이완 등 동남아의 잘사는 나라들은 경제개발에 대해 한국과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자기들도빨리빨리 문화면서 일의 원칙을 잘 지키지만 한국은 원칙을 덜 지키는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그들은 한국인의 국수주의에 거북함을 드러냈다. ‘신토불이라는 말을 많이 내세우는데 농산물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자제품까지도 신토불이를 내세우는 느낌을 받아 사회 자체가 폐쇄적이라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좋은 스포츠 스타에 대해서도 개인이 이긴 것인데 나라 전체가 이겼다고 생각하며 들뜨는 것은 자신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그들은 한국 생활의 좋은 점으로서 쇼핑이 편하다고 했고 전반적으로 한국 음식을 꽤 좋아했다. 심지어 싱가포르에서 온 한 남성은 한국을 떠나기 싫은 이유가 바로 먹을거리들 때문이라고 실토했다.

 

4. 식민역사의 국가/저소득

 

요르단이나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인들에게는 한국이 롤모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요르단인의 경우, “한국이 일본에서 해방한 후 부상했다며 이스라엘의 억압을 받는 아랍인들에게희망의 롤모델이라는 생각을 자기 국민들이 많이 한다는 얘기도 전해줬다. 대부분의 경제 선진국들이 식민지 정복자로서 가해자의 이미지가 있는 반면 한국은 가해자적 이미지가 없음도 그들에게는 플러스 요인이었다.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한류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이었다.

 

5. 중국

 

중국인들은 한국인의 매너, 시스템, 수돗물, 공기, 서비스 등 모두를 긍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받은 교육 때문인지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고 남북관계나 역사에 대한 견해는 우리의 것과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한국은 미국의 원조로 빨리 큰 나라이며 미국의 사상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빨리빨리정신에 대해서도빨리빨리 하는 사람들이 정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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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태hongst@hanyang.ac.kr

    - (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 (전) 영남대 상격대학 교수
    - 미국 미주리대 마케팅학과 교수
    - 한국경영학회, 한국소비자학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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