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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사이먼 안홀트 이스트 앵글리어대 교수

강남스타일? 그 이후가 중요하다 홍보 집착 말고 감명 줄 방법 찾아라

이유종 | 140호 (2013년 11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최윤영(태국 어썸션대 국제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사이먼 안홀트(Simon Anholt) 영국 이스트앵글리어대 교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선정한국가 및 기업 브랜드 컨설팅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1998년 국가브랜드(Nation Brand)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었다. 그는 2005년부터는 매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와 함께 50개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과 관광, 문화, 국민 등의 6개 항목을 분석해 종합적으로 순위를 매기는 국가브랜드지수(NBI)와 도시브랜드지수(CBI)를 발표하고 있다. 2007년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브랜드인코리아, 스파클링(Korea, Spakling)’을 만들어 한국과 인연을 맺었으며 뉴질랜드의 국가관광브랜드인 ‘100% 퓨어 뉴질랜드(100% Pure New Zealand)’도 그의 작품이다. 안홀트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영국 공공외교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홀트 교수와 e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왜 국가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야 하나.

 

내가 1998년 처음으로국가브랜드라는 용어를 만든 이유는 국제사회에서의 평판이 해당 국가의 능력과는 관계 없이 무역과 국제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강력하고 긍정적인 평판을 가진 국가는 외국인 투자와 유능한 인재, 국제행사, 관광객 등을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쉽게 유치할 수 있었다. 긍정적인 특정 국가의 평판은 제품과 서비스, 문화 등을 수출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다. 반면 약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국가들은 외국인 투자 등을 유치할 때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또 유치하기도 더 어려웠다. 국가브랜드가 수출과 투자 등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증명이 가능하다. Anholt-GFK Roper 국가브랜드 지수에 따르면 국가의 브랜드 지수가 한 단계 올라가면 해외직접투자는 27%, 수출은 2%가 늘었다.

 

국가브랜드 이미지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그 어떤 지름길도 존재하지 않다. 지난 9년간 국가브랜드 지수를 조사해봤더니 국가브랜드 지수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국가의 명성은 연도별로 환율의 변동폭만큼도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가브랜딩 전략을 세울 때는 인내심과 일관성, 창의성, 시간 등이 필요하다. 정부와 재계,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의 협력도 필요하다. 또 만일 정부가 정말 진지하게 국제적인 평판을 좋게 만들기를 원한다면 메시지와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마케팅은 관광객 유치와 무역, 외국인 투자 등의 분야에서는 필요하다. 하지만 마케팅이 국가의 이미지를 바꾸려는 데 쓰였다면 돈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국가브랜딩을 위해서 마케팅을 시도했다면 이는 선전밖에 될 수 없기 때문에 효용성이 떨어진다. 국민들은우리가 이만큼 성공했다. 우리 국가는 이만큼 멋지다등의 포장된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것은 떠벌리기에 불과하다. 이런 비효율적인 일에 세금을 사용했다면 국민들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또 어떤 국가의 경제적인 성공은 해당 국가의 국민과 기업에만 이익을 안겨 줄 뿐이다. 다른 국가의 국민들에게는 그 어떤 이익도 돌아가지 않는다. 어떤 국가의 국민들이 다른 국가의 번영과 성장에 대해 축하할 그 어떤 이유도 없다. , 한국의 경제적 성공이 케냐와 과테말라, 아일랜드, 싱가포르의 국민에게는 무의미할 뿐이다. 그런데 어떤 국가들은 외국인들이 느끼기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 국가들은 국제사회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믿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그래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생긴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의 국가가 아름답다거나 현대적이거나 행복하다는 것을 반복해서 선전하는 것은 외국인들이 당신의 국가를 존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화나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

 

국가브랜드의 실체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비판은 수긍이 간다. 정부가 국가의 본질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기보다 단순하게 외양만을 더 멋지게 보이려고 포장하는 데에만 노력한다면 명백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 바로 이런 점이 내가 국제사회에서 국가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홍보와 메시지 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다. 과장은 마케팅과 홍보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정부는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정부가 진실된 행동을 할 때만이 국제사회에서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외부에 어떻게 비쳐지느냐는 핵심이 아니다.

 

국가브랜딩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국가의 사례를 제시해 달라.

 

칠레는 국가브랜딩 전략을 아주 잘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칠레는 ‘the Fundación Imagen País’이라고 불리는 국가브랜딩 전략을 위한 전담기구를 만들어서 국가의 장기적인 명성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한국 국가브랜드위원회와의 차이점을 들자면 칠레의 이 기구는 국민들이 함께 동참해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이다. 오스트리아도 현재 이런 기구를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가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노력을 할 때 세금과 기부자의 돈으로 광고와 캠페인을 진행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돈만 낭비할 뿐이다. 별다른 소득이 없다.

 

 

한국 정부가 추진해야 할 국가브랜딩 전략의 방향은 무엇인가.

 

지난 9년간 국가브랜드 지수를 매겨본 결과 어떤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높게 평가를 받을 때는 해당 국가가 인류와 전 세계에 얼마나 공헌했느냐가 기준이었다. 한국 정부의 장기적인 국가브랜딩 전략도 이처럼 인류와 전 세계에 어떻게 공헌할 것인가에 대한 도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왜 사람들이 한국의 존재에 대해 기뻐해야 하는가에 구체적으로 대답할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해법이 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하게 어떤 국가의브랜드 전략이라기보다는 보다 큰 차원의 거시적인대전략이 될 것이다. 국가가 좋은 명성을 얻는 것은 홍보 등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잘 세워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정부와 비즈니스 리더들이 만들어서 될 성질의 계획이 아니라 국민적인 합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국가의 장기적인 목표와 국제사회에서의 평판은 단순하게 정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책임에 달려 있다.

 

국가 슬로건 ‘Dynamic Korea’와 관광 슬로건 ‘Korea, Sparkling’에 대해 평가해 달라.

 

Dynamic Korea’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업을 유치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슬로건이다. 보통 이런 슬로건들은 대체로 성공해 왔다. 하지만 이번 슬로건도 성공적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나는 관광 슬로건인 ‘Korea, Sparkling’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이 슬로건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조사를 했는데 이 슬로건은 한국의 관광산업에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관광산업의 슬로건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장수의 여부다. 아무리 훌륭한 관광 슬로건도 1∼2년 정도라면 거의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는 허술해 보이는 슬로건이라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충분하게 친숙해 질 수 있다면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결국 슬로건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필요하다. ‘Incredible India’ ‘100% Pure New Zealand ’ ‘Malaysia Truly Asia’ 등의 관광 슬로건은 객관적으로 말해서 너무 간단하고 독창적이지 못하다. 이들 슬로건은 인도인과 뉴질랜드인, 말레이시아인들에게 아주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슬로건들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오랫동안 해당 국가들을 홍보할 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브랜드 지수는 경제적인 역량을 고려할 때 낮다.

 

경제적인 성공과 해당 국가에 대한 평판은 동일하지 않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로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냈고 삶의 질도 크게 높아졌다. 한국인들 스스로 과거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윤택해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살지 않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경제 성장으로 얻은 혜택은 없다. 한국은 다른 나라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을 했나. 문제는 해당 국가가 얼마나 경제적인 성공을 거뒀다든가 이를 얼마나 잘 홍보했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성공에 대해 생각하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여성 대통령의 패션과 태도 등의 이미지가 국가브랜드에 영향을 끼치나.

 

카리스마가 있고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진 리더는 해당 국가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유명 인사를 통해서 해당 국가를 평가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국가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과 같은 사람을 리더로 가진다면 해당 국가의 이미지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이 국가의 정상에 오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것 자체가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행동이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입지를 다지고 리더십의 공백을 메운다면 그녀의 명성은 빠르게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한국의 명성 또한 높아질 것이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한국의 국가브랜드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나.

 

그렇다. 가수 싸이는 한국의 이미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 물론 이런 현상 하나가 국가 전체의 이미지를 바꿀 수는 없다. 강남스타일의 사례가 한국이 국가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커다란 과정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새로운 전환점의 시작으로도 볼 수 있다. 운 좋게도 한국의 대중문화는 많은 내용을 가지고 있다. 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강남스타일은 한국에 생기가 넘치는 현대 대중문화를 갖췄다는 이미지를 갖게 하는 데 도움을 줬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강남스타일은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다음을 잇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 이후를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문화가 중요한 것은 해당 국가의 모습을 다른 국가에 쉽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다른 국가를 생각할 때 해당 국가의 역사와 교육, 경치, 제품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한국의 약점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아시아가 아닌 다른 대륙의 사람들은 한국인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가수 싸이와 같은 연예인은 그 빈틈을 메우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삼성과 현대, LG가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제고시켰다고 보나.

 

그렇다. 유명 브랜드의 제품은 어떤 국가의 이미지를 형성할 때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어떤 제품이 특정 국가에서 생산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해당 국가를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성공한 브랜드는 해당 국가의 강력한 홍보 대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기업의 브랜드를 통해서 국가의 스타일과 품질, 창의성 등을 홍보할 수도 있다. 일본과 독일이 품질 좋은 제품을 전 세계로 수출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까지도 일본과 독일은 다른 국가들로부터 버림받은 외톨이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참고로 내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앙아시아에서는 한국과 대만, 중국, 일본의 기업 브랜드를 구분할 때 혼란을 겪고 있었다.

 

국가브랜딩 전략과 관련해서 한국 정부에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무엇인가.

 

한국 정부는 국가브랜딩 전략을 세울 때 객관적이고 침착해야 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해서 메시지 전달과 이미지 홍보 등에 집착한다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국가브랜딩은 마케팅보다 교육에 더 부합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한국은 외국인들이 진짜 대한민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할 수 있도록 감명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가브랜딩 전략을 해외에 물건을 파는 방법처럼 세운다면 한국은 더 잘못된 길로 들어설 것이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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