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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정보 공유

가족 같은 병원, 불만 ‘0’

이창호 | 10호 (2008년 6월 Issue 1)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라젠드라 시소디어 미국 벤틀리대 교수는 저서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에서 홀푸드, 구글, 사우스웨스트항공, 아마존, 혼다 같은 기업은 고객의 지갑을 뺏는 게 아니라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알고 있었기에 ‘사랑받는 기업’이 됐다고 말한다.

영업의 고수(高手)들도 영업 비결을 꼽을 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상품을 쉽게 판매할 수 있었다고 언급한다. 많은 최고경영자(CEO)들도 항상 고객과 직원,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고, 신뢰를 얻기 위해 고민한다.
 
그렇다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첫걸음은 고객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기업들은 온갖 첨단 경영 기법을 도입해 고객의 잠재된 욕구까지 파악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고객의 취향과 선호도, 니즈 등과 같은 고객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병원은 고객인 환자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병의원이 환자의 과거 병력에서부터 기대하는 진료 수준, 고객의 취향과 성격, 라이프스타일, 고객의 불만사항 등 고객에 대한 모든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병원은 환자들이 접수카드나 진료 설문지에 작성한 정보 또는 의료진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환자의 정보를 파악하고 환자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렇게 얻은 단편적인 환자 정보조차 병원 직원들이 모두 공유하는 사례는 드물다.

필자가 컨설팅을 맡은 A병원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병원은 환자들의 정보를 파악하고, 병원 직원들이 환자정보 공유를 위해 인터넷 카페를 별도로 만들었다. 병원 직원들은 비공개로 개설된 이 카페에 환자의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환자와 나눈 대화, 첫인상까지 구체적으로 올렸다.
 
병원 원장부터 일반 직원까지, 그 환자를 대한 직원들은 모두 환자에 대한 정보나 느낌을 한 줄이라도 남겼다. 이후 환자가 다시 병원을 찾으면 직원들은 인터넷 카페에 저장된 환자 정보를 읽고 환자를 대했으며, 그날 환자에 대한 느낌이나 정보를 카페에 새롭게 업그레이드했다.
 
잘못 전달되는 정보를 방지하기 위해 전 직원에게는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작은 수첩과 필기도구도 지급했다. 직원들은 환자들의 특이사항 중 진료 차트에 적을 수 없는 내용은 모두 수첩에 적었다가 환자정보 공유 카페에 올렸다.
 
또 수술이나 치료 때문에 바빠서 카페에 올라온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직원들을 위해서는 간호부장들이 식사 시간에 별도로 카페의 신규 업데이트 내용을 챙겨줬다.
이후 A병원에서는 치료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 환자가 급속히 줄어들었다. 환자들은 “다른 병원과 달리 A병원 의료진들은 나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으며,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는 칭찬을 쏟아냈다. 자신을 잘 아는 의료진을 깊이 신뢰하게 된 것이다. 이후 이들이 소개한 고객들이 늘면서 병원 매출도 크게 늘었다.
 
의료 스태프들도 환자 정보를 공유하고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미리 파악하다 보니 진료할 때 집중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뿐만 아니라 환자의 취미나 관심거리를 미리 알다 보니 환자들과 대화거리도 많아지고, 친밀도가 높아져 근무 시간이 과거보다 한층 즐거워졌다고 평가했다. 환자 정보 공유를 통해 고객과 병원 직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은 것이다.
   

환자 정보를 파악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요즘 접수카드 이외에 환자의 과거 병력이나 가족력, 생활 습관, 직업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진료 설문지를 사용하는 병원들이 많다. 이는 환자 정보 공유를 위해 꼭 필요한 프로세스다. 이때 환자의 소득이나 소비 행태, 취미생활 등에 대해 좀더 많은 질문을 하는 게 좋다.
또 진료 설문지를 담당하는 간호사는 진료 전에 진료설문지 내용을 요약해 담당 의사에게 간단하게 브리핑해 주는 게 좋다. 그러면 진료 상담이 한결 편안해지고 친밀해질 것이다. 담당 의사도 마찬가지로 환자와 나눈 사소한 대화들을 요약해 직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앞서 설명한 A병원의 사례처럼 환자 정보 공유 카페를 따로 만들고자 한다면 먼저 병원 직원들에게 환자 정보 공유에 대한 보호각서를 써두는 것이 좋다.

이후 환자에 대한 사소한 정보에서부터 불만이 많은 환자의 불평 처리 방법까지 공유하도록 한다. ‘A환자는 진료 시에 엄살이 심하다’, ‘B환자는 00을 질문했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C환자는 직업이 00이고, 퇴근이 늦기 때문에 야간 진료에 주로 온다’ 등과 같이 사소한 내용까지 기입하는 게 좋다.
 
또 환자의 불만불평을 공유할 때는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은지 서로 의견을 달고 평가하도록 한다. 이런 식으로 몇 달을 하다 보면 환자 성향을 파악하는 노하우는 물론 환자 대처 방안도 쌓여간다.
 
일정 규모의 병의원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벗어나 환자 정보 공유 프로그램들을 별도로 만들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유비쿼터스 같은 시스템을 도입해 환자 정보를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시스템을 갖출 수도 있다.
 
이렇게 쌓인 정보로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의 생일이나 입학, 졸업, 여행 등에 대한 안부를 묻는다면 작은 관심으로도 환자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누군가가 내 가족의 안부를 물어봐주고, 내가 기뻐하는 일에 함께 기뻐해주고, 힘들어하는 것에 공감하며 함께 해결방법을 찾아주려고 애쓴다면 그 사람을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로 생각하지 않을까.
 
환자 정보 공유를 위해서는 먼저 전 직원이 메모 습관을 들여야 한다. 환자를 관찰하고, 환자와 대화를 나눈 뒤 이를 정확히 메모해둬야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또 형식적인 틀에 매이거나 잘못된 정보 관리로 인해 환자들이 사생활 침해나 쓸데없는 간섭처럼 느끼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병원에서 환자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정보 업데이트를 많이 하는 직원에게 인사고과에 혜택을 주고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환자의 정보뿐만 아니라 병원의 정보까지 쌍방향으로 공유되도록 한다면 환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은 훨씬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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