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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rketing

자동차 엔진소리 피아니스트, 작곡가와 함께 만든다

박동철 | 132호 (2013년 7월 Issue 1)

 

소리는 청각심상(Auditory Imagery)이라는 매우 강력한 기억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처음 음만 들어도 다음 음을 기대하게 된다. 영화음악을 들으면서 해당 영화의 장면을 연상하고 광고의 로고송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해당 브랜드를 떠올린다. (인텔 사운드, SK텔레콤 로고송) 인간은 소리의 절대 크기뿐만 아니라 소리에 담긴 정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계곡에서 물 흐르는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면 편안하게 느낀다. 반면 여름밤에 아주 작은 모깃소리라도 들으면 잠을 설칠 수 있다. 모깃소리는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음압으로 30데시벨(dB) 이하이다. 계곡의 물소리(70dB)는 오히려 모깃소리보다 더 시끄럽다. 새소리는 다른 맹수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계곡에서 물을 만나면 생존에 어려움이 없다는 것을 떠올리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반면 모깃소리는 인간을 괴롭히는 환경이라는 것을 오랜 세대를 통해 몸에 각인돼 온 것이다. 이런 특징을 가지는 청각적 요소가 자동차 개발에서는 어떻게 반영될까. 현대자동차가 2007년 실시한 오감의 중요도에 대한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시각적 요소(40.4%) 다음으로 청각적 요소(23.5%)를 중요한 것으로 뽑고 있다.(그림1) 

운전자는 운전 중에 전방을 주시해야 하기 때문에 소리로 정보를 많이 받아 들인다. 가속 엔진음은 타고 있는 차량이 잘 달린다는 느낌을 소리로 전달하는 것이다. 내비게이션의 안내음은 주행을 위한 중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차를 구입할 때 차량의 디자인을 시각적으로 판단하면서 차문을 닫아보고 들리는 소리(Door Slam)로 품질을 미리 판단한다. 진동소음을 담당하는 자동차 엔지니어들도 엔진음과 타이어의 노면소음, 잡소리 등 소비자를 성가시게 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추세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듣기 좋은 엔진음과 경고음, 작동음을 디자인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자동차 제작회사들은 소비자가 좋아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음도 브랜드다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크게 주행음과 작동음, 알림·경고음 등으로 나뉜다. 주행음은 엔진음과 노면소음 등이고 작동음은 선루프와 파워윈도, 파워시트, 차문, 에어컨 등이다. 시트벨트 경고음과 주차보조시스템 경고음 등 차량과 상태를 알려주는 것은 알림·경고음에 해당된다. 최근에는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Lane Departure Warning System)과 사각지대 감지시스템(BSD·Blind Spot Detection) 등의 전자안전장치가 증가하면서 경고음이 늘고 있다. 이처럼 차량의 소리는 품질(Quality)과 기계의 상태(Acoustic Feed back)를 표현한다. 내비게이션 등은 운전자에게 정보를 전달한다(Auditory User Interface). 이런 모든 차량의 소리는 결과적으로 해당 브랜드의 특성을 소리로 표현하는 것이다(Brand Identity).

 

좋은 소리의 기본은 듣기 싫은 소리를 줄이는 것에서 시작해서 궁극적으로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드는 작업으로 발전한다. 그래서 자동차 개발에서 소리와 관련된 기술은 큰 소음을 줄이거나 잡소리를 없애는 사운드클리닝(Sound Cleaning)과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내는 사운드디자이닝(Sound Designing)으로 나눌 수 있다. 소비자에게 차량에서 발생하는 소리의 중요도를 조사해보면 좋아하는 실내에서 듣는 엔진음과 턴시그널, 알림음, 차 문 여닫는 소리(Door Slam), 파워윈도, 실외에서 들리는 엔진음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싫어하는 소리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소음과 창문소음, 에어컨 팬소음, 알림음 등의 순이었다. 알림음은 긍정과 부정의 모든 측면에서 중요도가 높았다. 자동차를 개발할 때는 이 같은 소비자의 감정을 고려해서 개발한다.

 

호랑이의 울음소리와 비슷한 엔진음을 만들다

엔진음은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리다. 엔진음은 엔진과 흡·배기계, 차대, 차체 구조물, 내장재 등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종합적으로 어울려서 나오기 때문에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된다. 차량 주행음을 개발하기 위한 과정으로는 새로운 차종의 기본 형태와 제원, 엔진사양 등을 고려하고 경쟁차와 이전모델(Mother Car)에 대한 분석작업이 진행된다. 먼저 소리에 대한 감성적인 평가와 계측적인 평가가 이뤄지고 차량을 팔 지역의 소비자 선호도 파악을 통해서 취약점을 분석하고 목표음을 설정한다. 목표음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먼저 실내음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소음원을 분리해서 각 부품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기여 정도를 파악한다. 이후 목표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소음원별 목표량이 설정된다. 특히 차량이 속도를 낼 때 엔진음에서는 흡기계와 배기계의 소음이 매우 중요하다. 차량을 개발할 때 이 소음량을 고려해서 차량을 설계한다. 이후 시험차와 평가를 거치고 여러 보완작업을 통해서 최종적인 목표음을 달성하게 된다. 좋은 차량의 주행음을 만들기 위해선 엔진음이 좋아야 한다. 엔진의 회전 수(RPM)가 증가할 때 엔진음이 크게 변화하면 운전자는 이를 소음으로 인식할 수 있다. 가속할 때 적절하게 엔진음이 증가해야 운전자는 만족감을 느낀다. 엔진음은 다수의 실린더의 폭발로 발생하기 때문에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다. 실린더의 폭발 과정에서 화음의 요소는 살리고 불협화음의 요소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은 엔진음을 만드는 방법이다. 또 차량소리의 주파수적인 요소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 저주파수와 고주파수가 조화를 이룰 때 편안한 엔진음이 만들어진다.

 

좋은 엔진음을 만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동물 울음소리의 음향학적인 특징(포르만트)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엔진음을 개발하는 것이 있다. 호랑이의 울음소리를 분석해서 포르만트 필터를 설계하고 이를 이용해서 기존 엔진 가속음에 백호의 울음소리가 반영된 엔진음을 설계한다. 음악 이론을 이용한 가속음 개발 기술에는 엔진음을 어울림 음정과 안 어울림 음정으로 분리하고 완전음정으로 재배열해서 좋은 화음으로 구성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방법으로 설정한 목표음을 차량에 구현하는 기술로는 차량음 구현기술(ASD·Active Sound Design)이 있다. 차량음 구현기술은 차량의 오디오시스템을 이용해서 엔진 회전 수를 고려한 소리를 스피커에 발생시켜서 기존 차량의 엔진음을 보강하거나 부밍(우는 것처럼 떨림이 발생하는 현상, 저음이 서로 간섭될 때 발생) 등의 소음에는 반대 파동의 주파수를 흘려서 소음을 제거하는 기술(ANC·Active Noise Control)이다. 엔진과 흡배기계 등의 설계를 바꿔 목표음을 만들어 내는 기술과 비교하면 더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특정 브랜드에 부합하는 소리를 개발할 수 있다.

 

세계 자동차 제작회사들이 좋은 엔진음을 개발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다음과 같다. BMW는 따로 음향연구실을 만들어서 BMW만의 색채를 가진 소리를 제작하고 있다. 차종별로 엔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리를 사전에 설정하고 실제 주행상황과 똑같은 시뮬레이션 시설에서 비교 작업을 반복한다. 그래서 차종에 부합하는 엔진음을 만들어 낸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스포츠 GTS는 차량을 개발할 때 피아니스트와 작곡가의 자문을 받는다. 특히 저·고속의 주행상태에서 차량이 공기를 빨아들이고 내쉬는 소리를 악보에 그렸고 이를 종합해서 최적의 엔진 배기음을 만들었다. 운전자가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평소와는 전혀 다른 우렁차고 특이한 배기음이 나온다. 중독성이 있는 소리다. 포르셰의 엔진 배기음은 음악처럼 감미롭다고 해서포르셰 노트라고 불린다. 노트(음표 또는 악보)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엔진음과 배기음을 단순 소음이 아니라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요소로 승화시켰다. 포르셰는 모든 차종이 전체적으로 비슷한 음색을 가지면서도 차량의 콘셉트에 따라 일부 음량은 조율했다. Panamera S의 배기음은 부드러운 발라드 가수와 같은 음색이라면 911은 로커와 같은 음색을 가졌다. 911 GT3는 좀 더 강해서 하드 로커의 울부짖는 소리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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