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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철 박사의 마케팅 코칭

“이번이 마지막 구매 기회” 선택권 제한하면 욕망은 강해진다

신병철 | 115호 (2012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마케팅은 이론과 실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통찰력 분야를 연구해 온 신병철 스핑클그룹 대표가 마케팅, 소비자행동, 인지심리학 분야의 주요 연구 80편을 기초로 이론과 실무 간 단절 고리(broken linkage)를 찾아내 양자를 이어주는 마케팅 코칭을 시작합니다. 복잡하고 때론 이해하기 힘든 학문적 연구들을 실제 마케팅 상황에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한 여성 소비자가 백화점에서 고가의 물건을 살펴보기 위해 이리저리 정보탐색을 하고 있었다. 이때 점원이 다가가 손님 옆에 잠깐 서있다가 따듯한 웃음과 함께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손님, 정말 안목이 좋으시군요. 그 물건은 품질도 좋고 가격도 괜찮습니다만 20분 전에 마지막 물건이 팔렸습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 말을 들은 손님은 매우 실망했다. 이제는 살 수 없다는 점이 부각돼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더 증가했다. 이 손님은 점원에게 이렇게 말한다. “, 난 이 제품 사고 싶어요. 혹시 재고가 있는지, 아니면 다른 매장에 있는지 알아봐 주실 수 있나요?”

 

조금 전까지는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었던 제품이었지만 이제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재고만 있다면 구매하고픈 마음이 든 것이다. 이처럼 더 이상 나의 의지대로 선택이 되지 않는 상황이 되면 소비자들은 그것을 회복하려는 욕망이 더 커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심리적 반향(Psychological reactance)’이라고 한다. 더 이상 나의 의지대로 되지 않을 때 원래대로 회복시키려는 성향은 생각보다 그 효과가 크다는 게 정설이다.

 

이때 판매원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손님, 이 제품은 아마 다른 대리점에도 없을 겁니다. 정말 이 물건이 사고 싶으시다면 본사에 연락해서 재고를 찾아봐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며칠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비자는 다시 이렇게 답한다. “괜찮아요. 찾아봐 주세요. 이 제품이 있기만 하면 살 겁니다. 어서 알아봐주세요.” 판매원은 알아보겠다고 하고 창고에 들어가서 일정 시간을 보내고 나온다. 그리고는 마침 다른 곳에 이 제품의 재고가 있음을 알려주고 손님에게 계산을 요청한다. 드디어 손님이 원하는 대로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 이제는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또다시 나타난다. 조금 전까지 반드시 구매하겠다고 하던 바로 그 손님이, 재고가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구매의향이 뚝 떨어지게 된다. “, 내가 지금 바쁜 일이 있어서 이 제품은 다음에 와서 볼게요. 미안해요.”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조금 전까지는 재고만 찾아주면 구매하겠다고 하던 그 손님이, 재고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사고 싶은 생각이 뚝 떨어지게 된다. 조금 전까지는 구매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부각돼 반드시 구매하고픈 욕구가 증가했지만 정작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욕구가 떨어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조금 전에는 자신의 의지대로 구매할 수 없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심리적 반향이 증가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의지대로 구매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했기 때문에 심리적 반향이 감소한 것이다.

 

지금 말한 에피소드는 우리 주변에서 자주 벌어지는 심리적 반향을 가상으로 꾸며본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다시 원래대로 돌리려는 심리적 반향 욕구가 매우 증가한다. 이런 심리적 반향을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심리적 반향 효과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들을 살펴보고 그 활용 방법을 다뤄보고자 한다.

 

 

 

마지막 초콜릿이 더 맛있다

 

에드 오브라이언과 피비 엘스워스는 2012년 초콜릿을 활용해 심리적 반향효과를 매우 창의적으로 증명했다. 이들은 모두 52명의 피험자를 모집했다. 이 중 28명이 남학생, 24명이 여학생이었다. 이들에게는 각각 5개씩의 초콜릿이 순차적으로 제공됐다. 제공된 초콜릿은 허쉬 키세스 초콜릿이었는데 각각 밀크, 다크, 크림, 캐러멜, 아몬드 초콜릿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불투명한 바구니에서 순차적으로 초콜릿 5개를 꺼내 연속적으로 초콜릿을 맛보게 했으며 초콜릿을 먹었을 때마다 방금 맛본 초콜릿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평가하게 했다.

 

실험은 두 집단으로 나누어 시행됐다. 한 집단에는이것은 당신에게 드리는다음 번초콜릿입니다(Next Condition)”라는 지시와 함께 5개의 초콜릿을 순차적으로 제공했다. 다른 집단에는 1∼4번째 초콜릿까지는이것은 당신에게 드리는 다음 초콜릿 입니다라고 똑같이 지시했지만 마지막 5번째 초콜릿에 대해서는이것이 당신에게 드리는마지막초콜릿입니다(Last Condition)”라며마지막 초콜릿이란 점을 강조했다. , 두 집단 모두 동일 지시문을 받았지만 한 집단의 5번째 초콜릿만이것이 당신에게 드리는 마지막 초콜릿입니다라고 메시지를 준 것이다. 그리고는 각각의 초콜릿에 대해 얼마나 맛있었는지 평가하게 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첫 번째부터 네 번째 초콜릿까지는다음 초콜릿(Next Condition)’ 조건의 집단과마지막 초콜릿(Last Condition)’ 조건의 집단 간 평가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통계적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다섯 번째 초콜릿에 대해서는마지막 초콜릿(Last Condition)’ 조건의 집단이 8.18, ‘다음 번 초콜릿(Next Condition)’ 조건의 집단은 6.26점으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월등한 차이를 보였다. , 똑같은 초콜릿이지만마지막이라는 개념이 활성화되자 맛과 선호도에서 월등히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바로 심리적 반향이 발생한 것이다. 방금 전까지는 초콜릿을 먹을지 말지가 자신의 선택사항이었지만 마지막이라는 메시지를 듣는 순간 더 이상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지막을 알게 된다는 건 사람에게 강력한 효과를 미치고 인지적 정서적 변화를 유도한다.

사람은 마지막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 도덕적인 일에 대해서는 더더욱 마지막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기 마련이다. “이 초콜릿이 마지막이에요라고 말하면 똑같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맛있는 초콜릿으로 기억된다. 그 이유는 더 이상 맛볼 수 없기에 손실된 지각이 더 커지게 되고 이를 회복하려는 심리적 반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우리의 삶에서 마지막이란 개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을 내 삶의 마지막 경험이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하루하루 똑같은 날을 보내는 것 같지만 어제의 하루와 오늘의 하루는 전혀 다르다. 날마다 새로운 날로 받아들이면 매일의 가치가 증가할 것이다.

 

분석연구

Ed O’Brien and Phoebe C. Ellsworth (2012). Saving the Last for Best: A Positivity Bias for End Expereineces, Psychological Science, 23(2), 163-165.

 

 

 

 

선택할 수 없는 레코드를 더 높게 평가한다.

 

낚시꾼들 사이에는 모두가 다 아는 거짓말이 있다. 엄청난 크기의 고기를 잡았는데 그만 놓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낚시꾼이 놓친 물고기는 정말 그렇게 컸을까? 그럴 리가 없다. 적당한 크기거나 아니면 송사리만한 크기였을지도 모른다.

 

2008년 호주에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하루는 바다 낚시를 가기로 했다. 멜버른의 바다는 한국보다 파도가 크고 더 광활한 느낌이었다. 바닷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같이 간 동료의 낚시에 입질이 왔다. 꽤 무거운 느낌이었다. 잠깐의 밀고 당기기 끝에 물고기는 물위로 올라왔다. 농어였다. 펄떡거리는 농어를 뜰채로 잡아 올리려는 순간, 농어가 낚시 바늘에서 빠져 물속으로 풍덩 들어가고 말았다. 1시간 기다린 끝에 겨우 한 마리를 잡았는데 놓치고야 말았다. 못내 아쉬웠다. 결국 그날은 한 마리도 못 잡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물고기를 놓친 그 동료가 계속 아쉬움을 쏟아낸다. “ 80㎝는 되는 건데 놓쳐 버렸네….” 내가 보기에 꽤 큰 고기였던 건 맞지만 80㎝는 아니었다. 30㎝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는 80㎝였다고 우기고 있다.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인 다더니 딱 그 상황이었다.

 

이런 일은 비단 낚시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소비자 구매의사 결정과정에서도 이런 일은 빈번히 일어난다. 1972년 미국 마이애미주 플로리다에서는 환경문제로 인()이 들어간 가루비누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했다. 반면 같은 주의 템파에서는 인()이 들어간 가루비누의 생산과 판매를 허용하고 있었다. 플로리다와 템파 모두에서 인이 들어간 가루비누를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었는데 어느 날 플로리다에서만 구매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시간이 지난 후 흥미로운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결과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이 인이 들어간 가루비누를 훨씬 더 좋은 제품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못 쓰게 되니까 훨씬 좋은 제품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지금까지 자신의 의지대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갑자기 자신의 의지대로 구매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지각된 상실감이 커졌고 해당 제품에 대한 가치가 실제보다 더 크게 인식된 것이다. 소비자 구매상황에서도 심리적 반향효과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된 잭 W. 브렘(Jack W. Brehm)의 연구를 살펴보자.

 

브렘은 레코드 회사의 시장조사를 가상으로 꾸며 심리적 반향효과를 실험 증명했다. 레코드 회사의 시장 조사에 참여할 피험자로 일련의 대학생들을 모집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음악적 취향을 조사하는 설문을 시행했다.

 

조사 첫날 브렘은 4종류의 포크송을 들려주고 각자의 취향에 따라 매력 정도를 평가해달라고 했다. 피험자들은 4종류의 포크송을 듣고 각자의 관점으로 1등부터 4등까지 순위를 매겼다. 실험자는 과업을 마친 피험자들에게 그 다음날 또 한 번의 설문이 있을 것이라 알려줬다. 이때 내일 설문이 끝나면 답례로 네 장의 레코드 가운데 한 장을 골라 가질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조사 둘째 날 실험에서는 크게 두 그룹으로 구분해 서로 다른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 그룹은 아무런 변화 없이 어제 논의한 대로 4개의 포크송을 모두 듣게 했다. 반면 다른 한 그룹은 노래를 듣기 전에 실험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사과의 말을 전달받았다. “미안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어제 여러분께 약속한 레코드가 오늘 아침에 도착했는데 중간에 착오가 생겨서 네 장 가운데 한 장이 누락됐습니다.” 누락된 레코드는 어제 대학생들이 3등으로 평가한 것이었다. 이후 실험자는 모든 피험자들에게 각각의 레코드에 대한 선호 정도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의 선호도 변화는 어떻게 나왔을까? 레코드가 4장 전부 도착한 것으로 알고 있는 집단과 3등으로 평가한 레코드가 빠진 것으로 알고 있는 집단의 평가에는 차이가 발생했다. 4장 모두 도착한 것으로 알고 있는 집단에서는 레코드에 대한 매력도 평가가 전날과 차이 없이 1등부터 4등까지 동일한 순위로 나타났다. 하지만 3등으로 평가한 레코드가 빠진 집단의 경우에는 이 레코드의 매력도가 전날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다시 말해 선택권이 없어져버린 제품에 대한 호의도가 순간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전형적인 심리적 반향효과가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브렘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심리적 반향효과는 자기가 무엇을 원하느냐에 상관없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무엇인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발생하면 이를 회복하려는 심리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분석연구

Jack W. Brehm(1966). A theory of psychological reactance. New York: Academic Press.

Jack W. Brehm(1972). Responses to loss of freedom: A theory of psychological reactance. Morristown, NJ: General Learning Press

 

 

마케팅 교훈: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게 하라.

 

그러면 가치가 증가한다.

 

이런 심리적 반향 효과를 어떻게 하면 임의로 극대화할 수 있을까? 핵심은 세 가지다. 마지막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하거나, 자율 선택권의 중요성을 지각하게 하거나, 희소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을 아쉬워하며 스스로의 선택을 제한받으면 더욱 욕망하게 되고 희소하면 갖고 싶어 한다. 지금이 아니면 이 제품을 구매하기 힘들다면 구매의향은 자연히 올라가게 된다. 물리적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 역시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점을 강화할 수 있다.

 

대인관계에서도 심리적 반향을 활용할 수 있다. 고객을 대할 때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걸 제한하는 순간 가치가 급속히 증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잘 팔리지 않는 물건에 비싼 값을 매기면 갑자기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된다. 그렇게 되면 심리적 반향이 갑자기 올라가게 된다. 한정판 출시는 대표적인 심리적 반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정판 주화, 한정판 모자, 한정판 특산물은 소수에게만 제품과 서비스의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기타 사람들의 심리적 반향을 유도하게 된다. 연인과 부부 사이에서도 심리적 반향효과는 큰 역할을 한다.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없을 수 있다는 점을 강화하면 가치가 증가한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신병철 스핑클그룹 대표 bcshin03@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경영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마케팅) 학위를 받았다. 저명 학술지인에 브랜드 시너지 전략과 관련한 논문을 싣고 브랜드와 통찰에 대한 연구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CJ그룹 마케팅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저서로 <통찰의 기술> <브랜드 인사이트> <통찰모형 스핑클> 등이 있다.

  • 신병철 | - (현) 브릿지컨설팅 대표 (Brand Consulting Agency)
    - 숭실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2005~현재)
    - 고려대 경영대/경영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원, 외국어대학교 경영대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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