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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전 세계는 싸이 열풍에 휩싸였다. 싸이가 유튜브를 통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처음 소개한 건 7월15일. 그 후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유투브 조회 건수가 역대 최단기간에 1억 건을 돌파했으며 9월20일 기준으로 2억 건도 넘어섰다. 심지어 9월26일(미국 현지시간) 기준으로 빌보드 ‘핫 100(HOT 100)’차트 2위에까지 올랐다. 현재 유튜브 조회 건수 세계 1위는 캐나다 출신의 아이돌 가수인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뮤직 비디오 베이비(9월 20일 기준 7억8000만 번 이상 조회)가 가지고 있는데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이 기록을 능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금과 같은 기세라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미국 등 18개 국 아이튠즈(iTunes) 차트에서 1위에 오르면서 아이튠즈 월드와이드 차트 1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며 9월6일에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MTV VMA(비디오 뮤직 어워드)에 초청되기도 했다. 9월15일에는 NBC Today Show를 통해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 맨해튼도 접수했다. 라이브로 생중계된 록펠러 플라자에서의 공연에 뉴욕시민 1500여 명이 모여 강남스타일을 따라 부르는 장관을 연출할 정도였다.
그의 춤과 노래에 열광하는 전 세계인들을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CNN, NBC, 타임, LA 타임스, 허핑턴포스트(Huffington Post), 프랑스 민영방송 M6 TV 등 세계 유수의 매스컴들이 싸이의 성공을 앞다퉈 보도했다. 급기야 싸이는 저스틴 비버를 발굴한 유명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Scooter Braun)과 계약을 체결, 미국시장으로의 본격적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필자가 원고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뉴스가 인터넷을 장식할 정도로 싸이의 글로벌 행보는 현재진행형이다. 요즘 싸이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다 보니 그를 섭외할 수 있는가가 기업의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회자될 정도다.
2001년 ‘Psy from the Psycho World’라는 앨범으로 혜성과 같이 나타난 가수 싸이. ‘나 한 순간에 새됐어,’ ‘당신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운 거야, 이 10원짜리야’ 등의 직설적인 가사, 그에 걸맞은 쇼킹한 춤, 그리고 연예인답지 않은(?) 외모로 기획사에서조차 방송에 출연시킬 계획이 없었다는 그였지만 데뷔 후 만 11년이 지난 지금, 싸이는 그야말로 ‘초대박’이다. 도대체 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을까? 본고에서는 싸이의 성공을 마케팅적 시각에서 분석해 봄으로써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마케팅의 모습을 예상해 보고자 한다.
대중의 마음을 얻은 매력적인 콘텐츠
싸이는 강남스타일을 만들면서 내용과 형식 면에서 모두 과거의 관행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특히 역설과 반전의 아름다움을 강남스타일에 섬세하게 불어넣었다. 또한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일상적인 단면을 통해 반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세련되고 화려하며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일반적인 뮤직 비디오와는 전혀 다른 시도였다. 야누스의 얼굴처럼 밤과 낮이 완전히 다른 강남스타일의 남녀, 정작 강남스타일과는 전혀 매칭되지 않는 가수 싸이, 고급스러운 의상에 심각한 표정으로 몸을 움직이지만 정작 엽기적이고 싸구려스럽게 보이는 춤, 그리고 놀이터에서 선탠하고, 진짜 말이 아니라 회전목마를 타며, 흩날리는 쓰레기를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거들먹거리는 모습, 이 모든 것이 역설적인 강남스타일의 콘셉트와 더불어 데뷔 때부터 일관되게 유지해 온 ‘싸이스러움’을 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강남스타일을 싸이가 노래하지 않고 잘 생기고 훤칠한 뭇 아이돌 가수가 불렀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과 같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마케팅의 커뮤니케이션 기법 중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이 있는데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갈등과 대조를 통해 메시지를 또렷이 전달하는 역설과 반전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야말로 스토리텔링의 진수를 보여주는 걸작이다. ‘웃기되, 우습지 말자’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강남스타일에는 많은 문화평론가들의 말처럼 단지 저급하지만은 않은 그만의 반전 메시지가 숨어 있다.
한편, 그의 콘텐츠는 지금의 시대정신(zeitgeist)과 대중문화(pop culture)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여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디자인됐다.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높아지는 불황의 시대에는 역설적으로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 아름다웠던 과거에 대한 추억을 상기하는 복고풍, 그리고 원초적이고 자극적인 문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고 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인들이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시대적 상황에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우스꽝스러운 말춤, ‘오빤 강남스타일’과 같은 강렬한 후크(짧고 매력적인 반복 후렴구), 1분에 120회가 반복돼 가벼운 운동을 할 때의 심장 박동수와 비슷한 리듬을 제공하는 비트, 강력한 전자음을 활용한 테크토닉(techno + electronic) 등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는 보편적인 코드를 사용해 전 세계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이러한 점에서 싸이의 성공은 다소 정형화된 콘텐츠와 형식으로 아직까지 일부 마니아 층 위주로 펴져나가고 있는 K-POP 열풍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여진다. 마케팅 전략의 핵심개념 중 차별화(differentiation)라는 것이 있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특유한(unique)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경쟁 우위를 점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마케팅에서는 차별화를 넘어 소비자의 공감(resonance)을 이끌어 내는 게 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최근 문화 브랜딩(cultural branding)이 조명을 받는 것도 소비자들의 문화, 트렌드, 시대정신을 잘 이해하고 활용함으로써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2012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와 트렌드, 그리고 시대정신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에 일반 대중의 엄청난 호응을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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