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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ification

게임화:일, 재미를 만나다

김상균 | 107호 (2012년 6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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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지인들이 올린 근황에 대한 글을 살펴보면 몇 개의 유형화가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괴로움이다. 반복되는 야근,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 인간관계의 트러블, 비효율적인 프로세스 등이 직장인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먹고 살려면 별 수 있나’ ‘눈치 보면서 적당히 일해라’ ‘직장생활이 다 그렇다등의 답글이 붙지만 별로 위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활동 가능한 시간 중 우리가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의 절반이 넘는다. 원시시대 인류가 수렵과 채집을 위해 하루에 2∼3시간을 소모했다고 하니 그들보다 서너 배는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우리가 소모하는 물질의 질과 양을 원시시대 인류의 그것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직장에서 받는 급여와 혜택이 일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과하다고 여기는 직장인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직장을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가정하면 개인은 직장이라는 시스템에 개인의 시간을 투자(인풋)해 급여라는 보상(아웃풋)을 받는다.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개인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인풋을 줄이거나 아웃풋을 높이면 된다. 인풋을 줄이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근무시간이나 노동에 소요되는 노력의 크기를 줄이면 되고 아웃풋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적 보상을 높이거나 다른 형태의 만족도를 늘려주면 된다. 본고에서 다루는 내용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인풋을 줄이고 아웃풋을 높이기 위해 게임이라는 수단을 업무에 적용하는 방법을 다루려고 한다. 절대적인 근무 시간을 줄이지는 못해도 시간을 투자하면서 개인이 경험하는 느낌이 고통이 아닌 즐거움이라면 어떨까? 급여가 높아지지는 않더라도 처리한 업무 결과가 본인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면 어떨까? 이에 대한 해답을 게임화(Gamification)에서 찾을 수 있다.

 

게임화는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요소들을 게임이 아닌 영역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Grove, 2011). 이를 통해 재미없는 일, 지루한 작업을 게임처럼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게임화는 직장 내의 업무 관여도(Engagement)를 높이기 위한 수단(Reeves & Read, 2009)이나 다자참여 협력(Mass Collaboration)을 촉진(McGonigal, 2011)하기 위해 많이 활용된다 .1)

 

일은 왜 재미가 없을까?

 

업무에서 재미를 충분히 느낀다면 게임화는 필요 없다. 완전한 관여 상태에 도달한 경우에는 재미라는 추가적 요소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며 워크홀릭의 경우에도 재미가 아닌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 여기에서는 완전한 관여상태도, 워크홀릭도 아닌 대다수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일이 재미없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게임이 게임답고 재미있게 느껴지도록 해주는 게임 설계의 기본원칙을 활용해서 우리의 업무가 왜 게임과 달리 재미없게 돌아가는지 살펴보자.

 

게임의 특징은 크게 목표(Goal), 규칙(Rule), 피드백(Feedback System), 자발적 참여(Voluntary Participation)의 네 가지로 분류된다(McGonigal, 2011). 우리가 즐기는 게임은 장르를 불문하고 이와 같은 특징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특징을 바탕으로 게임과 직장 속 상황을 비교해보면 < 1>과 같다.

 

< 1>에서 게임의 특징을 통해 설명한 직장 속 상황은 직무탈진(Job Burnout) 증후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직무탈진을 발생시키는 여섯 개의 요인으로 부적절한 업무 부하, 비효율적인 통제, 경제적/사회적 보상의 부족, 타인과의 긍정적 교감 결여, 공정성 부족, 직무에 대한 사회적/윤리적 가치 인식 부재를 들고 있다(Maslach & Leiter, 1997). 이러한 요소들은 <그림 1>과 같이 게임 속 특징들이 직장 내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 직장의 상황은 마치 플레이어들에게 외면당하는 재미없는 게임과 같으며 이는 결국 아무도 선택하지 않거나 억지로 하게 되는 게임으로 전락하게 된다.

 

업무를 어떻게 게임화할까?

 

큰 틀에서는 < 1>에서 설명한 직장 속 상황을 게임 속 상황처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인간이 갈망하는 긍정적 감정, 즐거움, 재미를 업무 속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간이 느끼는 즐거움, 재미에 대해서는 철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의 인문학에서 연구된 바 있다. 특히 게임을 통해 인간이 느끼는 즐거움에 대해서도 여러 프레임이 존재하는데 대표적 프레임 중 하나인 PLEX(Playful User Experience)를 소개한다. PLEX는 기존에 존재하던 10여 개 이상의 프레임을 조합해 완성한 것으로 매혹, 도전, 경쟁, 완성, 통제, 발견, 에로티시즘, 탐험, 표현, 판타지, 동료의식, 육성, 휴식, 가학, 감각, 시뮬레이션, 전복, 고난, 공감, 전율의 20개 항목을 제시한다(Korhonen et al., 2009). , 사용자가 게임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 이 20가지 감정의 조합으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게임화를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감정들을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 PLEX 20개 요소를 업무 환경에 모두 반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은 게임 속에서나 존재한다는 주장도 잘못됐다. 일례로 판타지를 생각해보자. 놀이공원에 가면 동화 속 캐릭터를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어른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캐릭터 탈을 뒤집어 쓴 사람일 뿐이야라고 생각하며 별 흥미를 못 느끼고 피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어린 아이들처럼 함께 즐거워하고 사진을 찍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구글을 필두로 다수의 기업들이 업무 공간을 판타지화하는 현상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게임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게임의 오감적 효과를 주로 사용하는 기술적 게임화, 게임의 메커니즘적 구성요소를 사용하는 요소적 게임화, 게임의 설계 방법을 사용하는 절차적 게임화로 나뉜다(Bree, 2011).

 

①기술적 게임화

 

게임에서 사용하는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조직의 정보시스템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업 내부의 직원용 포털사이트, 기업 외부의 고객용 홍보사이트 등에서 게임 같은 아기자기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장 기초적 형태의 게임화에 해당한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게임화에서 추구하는 목적의 범위와 수준 면에서 만족도가 매우 제한적이다.

 

②요소적 게임화

 

Reeves & Read는 게임화에 적용할 수 있는 10가지 요소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아바타, 3차원 환경, 서사적 이야기 구조2), 피드백, 평판/랭크/레벨, 시장과 경제, 경쟁 규칙, 팀 구성, 의사소통 시스템, 시간 제약이 그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연구에서 게임의 주요 메커니즘적 요소를 적게는 6개 정도, 많게는 50개 정도로 분류하고 있다. 요소적 게임화는 이러한 게임의 메커니즘적 요소의 일부를 조직의 기존 업무 환경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번치볼3)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여섯 개로 분류하고 각각의 욕망이 게임의 일반적 메커니즘과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는지 < 2>와 같이 제시한다(Bunchball, 2010). 즉 번치볼의 모델은 기본적 게임 메커니즘 6개를 활용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전반적으로 다뤄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단일 메커니즘이 여러 욕구를 만족시키는 부분도 주의해서 볼 만하다. 예를 들어 프로그레스바(Progress Bar)의 경우는 개인의 진척도를 타인이 볼 수 있도록 해 개인의 과시욕을 만족시킴과 동시에 본인이 전체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현재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알려주는 효과적인 피드백 장치로도 작용한다(Singer & Schneider, 2012).

 

유사해 보이는 메커니즘이 구체적 적용 방식과 효과에서 차이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보너스와 포인트 메커니즘을 보면 정해진 과업을 완수했을 때 보상(Payoff)을 준다는 방식은 유사하지만 구체적인 면에서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보너스 메커니즘은 일련의 과업을 모두 완수했을 때 부여되는 보상이고 포인트 메커니즘은 단일 과업의 완수에 대한 보상을 의미한다. 보너스 메커니즘은 연속된 과업에 대한 성취와 경쟁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 포인트 메커니즘은 구성원이 단일 과업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 작게나마 만족할 수 있게 해준다. 보너스나 포인트 메커니즘이 경제/가상화폐와 연동돼 사용될 경우 포인트 메커니즘은 경제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1) 이외에도 기능성게임(Serious Game·교육, 훈련 과정에 게임을 적용하는 것)을 게임화의 일부로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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