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통신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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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웨스턴대 켈로그(Kellogg) MBA
이 스쿨은 1908년에 설립됐다. 1970년대 중반부터 도널드 제이콥스(Donald Jacobs) 전 학장의 주도로 여러 가지 혁신적 교육제도를 도입하며 세계적인 명문 경영대학원으로 도약했다. 교과 과정에 팀 활동(Group project)과 동료 평가(Peer evaluation)를 최초로 도입한 경영대학원이기도 하다. 특히 1980, 1990년대에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교수를 필두로 마케팅 분야에서 독보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금융, 회계, 인사, 조직 등을 포괄하는 General Management School로 성장하고 있다. 정규 MBA 과정에는 매년 약 650명의 학생이 입학한다.
샐리 블론트의 ‘소통하기’
지난 학기부터 샐리 블론트 켈로그 경영대학원 학장은 2주에 한번씩 ‘Conversation with Dean(학장과의 대화)’이라는 시간을 갖고 있다. 학생들과 샐리 블론트 학장이 한 공간에 모여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시간이다. 지난 학기에 한 학기 동안 중국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었던 나는 이번 겨울 학기에 처음으로 가게 됐다. 샐리 학장은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여러분 저한테 궁금한 게 있으면 먼저 질문하세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아무리 질문하기를 좋아하는 미국 학생들이지만 학장이 대화를 질문으로 시작하자 선뜻 말문을 열지 못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러면 제가 먼저 지난 한 달 동안 제가 한 일들에 대해서 설명해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옆자리에 앉은 미국 친구가 지난번 학장과의 대화 시간에는 10명 남짓 정도의 학생들밖에 오지 않았다고 말해줬다. 이번 세션에는 약 100명 정도의 학생들이 왔다. 샐리 학장은 10명이 오든지, 100명이 오든지 계속 이 대화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했다. 내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는 총장님이나 학장님과의 대화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설령 간혹 그런 시간이 있다고 해도 그런 자리를 마련하는 주최 측에서는 ‘사람이 조금 오면 어떻게 하나’를 가장 고민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샐리 학장이 한 명이 오든지, 10명이 오든지, 아니면 100명이 오든지 계속해서 끊임없이 꾸준한 대화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에 대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내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샐리 블론트 학장(이하 샐리)은 최근에
한 시간이 조금 넘게 진행된 세션에서 샐리는 수많은 질문을 받았다. 학생들은 날카롭게 질문했고 샐리는 솔직히 대답했다. 세션이 끝날 즈음에 샐리는 거꾸로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최근에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중에서 마음에 들고, 좋은 것들은 무엇인지 말해달라고 말이다. 이 세션에 오기 전에 머릿속에 갖고 있던 많은 의문들이 해소돼서였을까? 아니면 그녀의 열린 소통의 자세 때문에 학생들도 마음이 열려서였을까? 아무튼 학생들은 최근에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들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긍정적으로 코멘트하기 시작했다.
최고의 마케팅 스쿨은 어디인가?
Top MBA 학장 중에서 유일한 여성, 바로 켈로그 MBA의 샐리 블론트 학장이다. 그녀는 NYU 학부의 경영대학 학장을 지내다가 2010년 켈로그에 부임했다. 그녀가 부임한 후로 켈로그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Northwestern University에 있는 Kellogg School of Management는 70년대부터 9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 최고의 MBA 스쿨로 자리매김했고 그 과정에는 수많은 졸업생들의 공헌도 있었지만 도날드 제이콥스 학장의 리더십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그의 갑작스런 건강악화로 90년대 후반 이후로는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와중에 경쟁 학교였던 MIT 슬론(Sloan), 시카고 부스(Booth) 등의 MBA들이 빠른 속도로 켈로그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최고의 마케팅 스쿨은 어디냐고 물으면 켈로그를 꼽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반면에 최고의 파이낸스 스쿨은 어디냐고 묻는다면 와튼, 시카고, 컬럼비아 등 모두 제각각의 대답을 내놓는다. 한때는 ‘마케팅 스쿨’로만 기억되는 것이 General Management로 나아가야 하는 켈로그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면서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지양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샐리가 부임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샐리는 마케팅과 오퍼레이션, 경제학 등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산을 최대한 이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의 마케팅 스쿨’이라는 표현은 우리만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강점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파이낸스 분야는 Private Equity, Derivatives, Public Economics 분야 등 다른 학교 대비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들을 발굴해서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향으로 우선순위를 정했다.
브랜딩에 대한 이슈도 있었다. 켈로그는 미국 내에서는 최고의 MBA지만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인지도가 경쟁학교에 비해서 떨어지는 편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른 학교의 경우에는 학부도 함께 유명하지만 켈로그가 속해 있는 노스웨스턴대는 미국 내에서는 top 10 정도의 순위를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국제적으로는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MIT 슬론(Sloan), UC 버클리 하스(Haas), 시카고 부스(Booth) 등은 모두 학부의 이름과 MBA의 이름을 함께 병기한다. 졸업생들도 자신들의 학교를 전체 대학의 이름으로 말하는 반면 켈로그 졸업생들은 ‘Kellogg’라는 MBA 스쿨의 이름만을 사용해 왔다. 학부보다 MBA가 훨씬 강한 것이 그 이유다. 다른 학교들이 학부의 브랜드 덕을 많이 보는 것에 비해 켈로그는 그러한 혜택을 보지 못한 채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졸업생들은 약 20개의 기업에 80%의 졸업생이 취업을 하지만 켈로그는 약 200개의 기업에 80%의 졸업생이 진출한다. 어느 쪽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하버드는 몇몇 기업에 집중하는 반면 켈로그는 훨씬 다양한 방면으로 진출하고 있다. 학생들은 투자은행, 컨설팅, 인터넷 기업 등에도 진출한다. 2011년의 경우 베인앤컴퍼니, 맥킨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략 컨설팅 회사에서 가장 많은 학생을 리크루팅한 MBA 스쿨이 켈로그였다. 하지만 그외에도 학생들은 농업, 유통, 건설, 제약 등 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다. 다른 학교의 한국인 졸업생들이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가는 커리어를 택하는 것에 비해 켈로그의 한국인 학생들은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현지 취업을 하는 것 또한 이런 이유에서다. 켈로그는 앞으로도 이러한 다양한 커리어 패스로의 연결을 강점으로 부각시키려고 한다. 학교 내 커리어 센터의 역량을 강화하고 기업들과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2011년 미국 내 최고의 커리어센터의 디렉터로 뽑혔던 록샌 호리라는 담당자를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담당으로 임명했다.
70년대 만들어진 MBA 커리큘럼을 다시 생각할 때
샐리 학장과의 대화시간에 참여한 지 정확하게 한 달이 지났을 때 학생회(Kellogg Student Affairs)에서 연락이 왔다. 최근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니셔티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히는 커리큘럼 리뷰(Curriculum Review)의 학생 워크숍에 참석할 자원자를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자원했고 운이 좋게 제비뽑기에서 뽑혀서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커리큘럼 리뷰라는 것은 무엇인가? MBA라는 시스템이 미국에서 정착된 것은 70년대이다. 마케팅, 재무관리, 생산관리, 회계, 국제경영, 경영전략같이 기업의 직무나 부서 구분 등에 따라서 과목들이 편성됐고 학생들은 이 중에 몇 가지 분야를 골라서 전공(major) 혹은 집중분야(focus)라는 것을 정한 다음 졸업하면 관련 분야로 진출했다. 이렇게 정해진 MBA의 커리큘럼은 지난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크게 바뀌지 않았다. 아마도 한국 대부분의 경영대학도 유사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미국 대부분의 MBA에서도 1학년 초에는 경제학, 통계학, 심리학, 리더십 등 경영학 기초학문을 배우고 학기가 진행됨에 따라서 앞서 언급한 자신만의 특별 분야에 집중하면서 관심 있는 다른 분야 수업도 듣게 된다. 물론 남미, 아프리카, 중동, 인도, 극동 등 다른 국가들을 돌아다니면서 그 국가의 주요 기업들을 탐방할 기회, 경제/정치 분야의 인사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 오지를 탐험하면서 팀워크와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기회, 관심 분야나 인근 커뮤니티에 있는 기업과 연계해 컨설팅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기회 등이 가미돼 지금의 MBA 커리큘럼을 이루게 됐다.
하지만 최근의 켈로그에서는 이렇게 30년 이상 지속된 커리큘럼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과연 ‘마케팅, 파이낸스, 생산관리 등의 전공 중심의 커리큘럼이 지금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가치가 있는가’라는 것이 근본적 질문이다. 학생들은 어쩌면 ‘창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목적 지향적 경영(Purpose Driven Management)’, 실리콘밸리가 아닌 농업, 소비재와 같이 ‘이미 정착된 산업 분야에서의 이노베이션(Innovation in established industries)’과 같은 분야에 더 관심을 가질지도 모른다. 기업의 리크루팅 담당자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마케팅, 재무/회계, 생산관리 등 한 분야에 전문지식을 가진 매니저보다는 보다 통섭적 시각을 가진 경영자를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MBA의 커리큘럼도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위에 언급했듯이 켈로그는 이번 커리큘럼 리뷰를 통해서 앞으로 MBA 커리큘럼을 어떠한 방향으로 재수정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 이를 위해서 학생, 교수, 졸업생(alumni), 기업(employers)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내가 참여한 워크숍은 학생들의 의견을 묻기 위한 자리였다.
맺으며
이 지면을 통해서 최근에 켈로그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샐리 학장의 변혁의 이니셔티브들에 대해서 모든 세부적 내용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학교의 움직임에 큰 기대를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변혁의 주체에 학생과 교수가 함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워크숍을 조직해서 커리큘럼 리뷰에 의견을 제시하고 앞으로 이 피드백들이 어떻게 반영될지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뭉클했다. 참고로 앞으로 5년간 샐리의 마스터 플랜과 켈로그의 변화 이니셔티브를 과감하게 생각하라(‘Think Bravely’)는 내용은 켈로그의 웹사이트와 envisionkellogg.com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년간의 MBA 생활을 돌이켜보면 정말 꿈만 같았던 느낌이 종종 든다. 학교의 상징인 보랏빛 꽃들로 물든 캠퍼스를 걷다 보면 영원히 이 캠퍼스 타운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에 켈로그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도 무척 궁금해진다. 졸업생으로서 내가 사회에서 활동하면서 켈로그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김태경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Class of 2012 tkim2012@kellogg.northwestern.edu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P&G에서 프링글스, 페브리즈, 오랄-비, 브라운 등의 브랜드 마케팅과 글로벌 인터넷 마케팅을 담당했다. MBA의 시각으로 본 사회 현상에 대한 해석을 담은 블로그 ‘mbablogger.net’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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