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지가 선정하는 500대 기업의 평균수명이 40년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요즘 글로벌 기업들의 지각변동을 지켜보고 있자면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다. 1989년 세계 10대 정보기술(IT) 기업 중 일본의 기업이 8개였으나 1999년에는 소니(SONY)만이 남았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9년에는 일본 기업들은 10위 권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더불어 한국의 삼성전자가 상위권에 진입했다. 세계 최고의 휴대폰 업체로 17년간 수위를 달려온 노키아(NOKIA)가 불과 5년 사이에 시가총액이 10분의 1로 줄어들며 새로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기술혁신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경영의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예측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미래예측(foresight)이란 체계적이며 합리적인 방법론을 동원해 객관적으로 미래를 조망하는 미래학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퓨처스 스터디(Futures Studies) 또는 futurology라고 한다. 눈여겨볼 것은 futures라고 복수형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가능한 미래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이며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우리가 어떻게 통제해 가는가에 따라 미래의 방향이 달라 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수만 년 동안 지구상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300ppm을 넘지 않았으나 현재는 380ppm에 이른다. 그리고 전 지구적인 공동의 감축노력이 없다면 20년 내에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400∼500ppm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지구의 기후변화는 인류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기상 이변으로 피해를 볼 확률이 높아지고 온실효과로 기온이 상승하면 인류의 생활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그러나 전 지구적인 협력을 통해 모두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기후변화의 폭이 그리 크지 않도록 만들 수도 있다.
미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하지만 미래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러한 다양한 시나리오 중 가장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 의사결정을 하고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들을 좋은 방향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즉, 흔히 생각하듯이 미래학은 미래를 확정적으로 보여주거나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제일 큰 주안점은 미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 있다.
기업 경영 측면에서도 미래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기술적인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기업전략을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미래에 닥칠 위험요인과 기회요인을 파악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져오는 비결이 될 것이다.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발생하게 되면 미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와일드카드’나 중요한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되지만 아직은 미성숙한 사안을 일컫는 ‘위크 시그널’들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미래학의 도움을 크게 받을 수 있었다. 바로 미래학의 태두라 할 수 있는 허만 칸(Herman Kahn) 박사가 1960∼1970년대에 박정희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한국의 미래청사진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허만 칸 박사가 1970년대에 예측한 것처럼 한국이 21세기를 맞아 선진국으로 진입하며 일본을 능가하는 산업경쟁력을 나타내게 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 기업에서도 이러한 미래학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남식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총장
이남식 총장은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산업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디자인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전주대 총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국제미래학회장이며 기술인문융합창작소 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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