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전략

인내심 갖고 발품 팔아라 중소기업에 꼭 맞는 틈새시장이 있다

104호 (2012년 5월 Issue 1)



1. 주목해야 할 인도시장

인도가 거대한 시장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여기저기서 시장으로서의 인도를 정의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인도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어렵다고 말한다. 인도시장의 모습이 천의 얼굴로 이야기되기 때문이다. 분석하는 시각마다 주장하는 바가 다른 것이 현실이다.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인도시장 진출 전략을 듣자면 거대한 시장이니 진출하라는 것인지, 인도 자국산이나 중국제가 휩쓸고 있는 싸구려 시장인지, 아니면 세계의 명품 브랜드가 진입한 구매력 있는 시장인지조차 헷갈린다. 뿐만 아니라 인도 기업인을 믿을 수 없으니 직접 진출해 시장을 확보하라는 것인지, 직접 진출하기엔 장애요소가 많으니 인도 기업인과 제휴하는 전략으로 고려하라는 것인지도 때마다 다르고 제안 연구자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도시장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고 기업들의 관심 역시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인도시장의 소비통계가 여러 분야에서 대단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인도시장은 글로벌 진출을 목말라하는 한국 기업들에는 꼭 진출해야 할 당연 시장임은 분명하다.

 

실제로 미디어들은 인도시장에서의 성공신화를 인도에 대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보도하고 있다. 이들 미디어가 보도하는 내용은 바로 인도시장에서의 한국 기업의 성공신화다. 그런데 이 모든 성공사례들의 원천은 유독 대기업이다. LG와 삼성,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엮어내는 인도 성공 스토리들과 이들과 연관돼 인도시장에 진출한 동반성장의 사례가 많다. 그조차도 때마다 거의 내용에 변화가 없을 정도로 세 기업을 중심으로 한 반복 보도가 많다. 일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성공사례를 접해도 느끼는 공감지수가 급격히 떨어진다. 대기업들이 취한 인도시장 진출 단계와 방법론은 일반 중견, 중소기업들이 취하기엔 부담스럽고 현실적으로도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2. 빈약한 한국 중소기업의 인도 진출

실제 인도에서 성공한 한국 중소기업의 사례연구와 발표는 매우 미진하다. 의외로 이유는 간단하다. 분석하고 검토할 실제 중소기업의 사례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집계하고 있는 인도 진출 한국 기업 현황은 2011 12월 말 기준으로 총 531개다. 531개 기업 가운데 실제로 현지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하고 있는 수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진출 기업의 경영현황을 전수조사하기 위해 실시한 현황조사에서 이들 500여 기업 가운데 실재로 소재가 확인된 것은 387개라고 한다. 나머지 144개 기업은 연락이 되지 않거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다. 크든 작든 간에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인도 진출 한국 기업 387개 가운데 제조업으로 존재하는 기업의 수는 333개고 나머지 54개 기업은 영업, 서비스, R&D 등의 활동을 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아직 보고서 전체내용이 발간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가운데 대기업 및 대기업에 직간접으로 연관돼 진출한 기업의 경우를 70%로 추정한다면 중소기업의 직접진출은 그 규모가 90여 개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90여 개 기업이라고 해도 이들 전체가 중소기업의 대인도시장 진출 사례로 유효한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 인도 내 몇몇 핵심거점별 기업의 비즈니스 내용을 살펴보면 그중 절반 정도는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 내지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숙박업이나 음식점, 여행사, 무역알선과 같은 서비스 업종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인도시장 진출 동향분석을 해봐도 중소기업의 독자적인 인도시장 진출 사례가 드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중소기업의 인도시장 진출이 부진한 이유

2011 2월 인도와 일본이 공식서명하고 같은 해 7월 발효된 자유무역협정(EPA)은 한국과 인도가 같은 협정(CEPA)으로 2010 1월부터 시작한 것과는 16개월의 격차가 있다. 이를 비교해 보면 당초 한국 정부가 인도와 자유무역협정을 이끌어가면서 목적했던 거대시장 인도선점은 이룬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낙관만 할 수 없다.

 

일본의 인도 진출은 예상보다 한국을 크게 앞지른다. 당장의 교역규모에서는 한국이 앞서고 있으나 향후 전망에서는 이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일본 기업의 진출이 지난 2, 3년 사이에 한국 기업의 규모를 크게 앞서고 있어 가시적 효과가 나타날 2012년 이후 교역규모에서 한국이 일본에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은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도시장진출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에 비해 일본은 분야, 지역, 규모에서도 고르게 진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도 경제 개방 이후 초기 여건이 열악했음에도 불구하고 발 빠르게 진출하면서 성공신화를 쏘아올린 한국 기업이 오히려 인도시장이 성숙되고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지금, 일본이나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특히 중소기업의 진출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① 브레인이 없는 대()인도정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인도는 한국의 대외교역에서 독일을 제치고 7번째 수출대상국이다. 양국교역의 흐름을 지금의 성장세로 봐도 수년 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를 넘어서서 한국의 5위 권 수출대상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요한 시장임에도 한국 정부 내에 인도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 예가 2010 1월부터 발효된 CEPA 협정이다. 발효 이후 2년 동안 기업들은 CEPA의 긍정적 효과를 현장에서 잘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CEPA 협정이 3년 차에 들어서는 지금이라도 일본과 인도가 발효한 EPA에 대응하기 위해서, 또 인도가 추진 중인 기타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에 선점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협정안의 개선과 강화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문제를 다루는 현 정부조직에 인도 전담창구는 물론 브레인조차 빈약하다.

 

정작 지원이 필요한 일반 중견중소기업에는 실효가 없는 정부의 즉흥적 대인도 정책은 오히려 짐이 될 수 있다. 사증발급 간소화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이는 정부 안에 인도정책을 검토하고 추진할 핵심 인력이 없는 탓이다.

 

② 왜곡된 인도시장 인식

거대한 시장이라고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인도시장만큼 실제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해외시장도 없다. 상세정보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왜곡된 인도시장에 대한 인식이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글로벌시장을 개척함에 있어 비교적 손쉽게 진출한 배경에는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베트남 등지에 오랜 역사적 관계에서 축적된 능숙한 가이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에 대해 오랫동안 거듭해 온 연구로 축적된 전문가와 쌍방교역을 통해 배출된 기업인의 폭넓은 저변도 큰 힘이 됐다.

 

그러나 인도의 경우에는 이 모두가 부족하다. 그런 이유로 인도시장에 대한 분명하고 상세한 지식전달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카더라 통신이 인도시장에 대한 기업인들의 인식을 왜곡시키고 있다. 2006년에 실시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인도 진출 한국 기업의 경영실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기업의 66.4%가 직접 또는 전문가에 의한 개별기업 맞춤형 시장조사를 거치지 않았다. 진출 기업들의 현황이 이 정도라면 진출 이전 단계의 기업들은 이보다 더 열악한 형편으로 시장정보를 접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시장구조에 대한 왜곡된 인식의 대표적 사례는 수요자(소비자)에 대한 공급구조에 관한 것으로 시장이 원하는 제품(서비스)의 수준이나 형태에 대해서 한국 중소기업이 자기중심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시장은 이미 개방된 지 오래됐으며 다양한 수준의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이 활동 중인 경쟁시장이다. 경쟁관계에서 이기려면 인도 환경에 근거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값싼 제품만을 사용해야 하는 낮은 단계의 시장 그룹에 높은 사양의 고가제품을 들이밀어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간혹 인도시장 전부를 저가 싸구려 시장으로 보고 진출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충분한 구매력을 지닌 수요자 그룹이 분명히 있는 지금의 인도시장이다. 이에 접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정보가 부족한 탓이다.

 

경제활동 인프라에 대한 왜곡된 인식의 대표적 사례는 인도의 산업용 부지와 세금제도에 대한 이해다. 산업용 부지는 중앙정부 및 주정부의 정책과 부동산 시장에 따라 조금씩 내용을 달리하고 있지만 명확한 원칙과 규정 속에서 공급되고 있다.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말하는 세금제도 역시 그렇다.

 

비즈니스 환경이 선진화된 국가에서는 세금체계가 단일체계로 돼 있는 데 반해 개도국인 인도에서는 주별로 세금체계가 다르고 용어를 임의로 줄여서 사용하다 보니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아주 난해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인도 세무전문가의 의견이다.

 

이런 까닭에 거대시장 인도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섣불리 잘 다가가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매년 30∼40회 정도 행해지는 인도시장 개척단이 있지만 그 결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4. 성공적인 인도시장 진출사례

인도시장 진출은 한국 중소기업에는 피해갈 수 없는 도전과제로 다가온다. 미국과 유럽의 시장 위축은 물론 중국시장마저도 경쟁으로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눈앞에 펼쳐진 거대시장 인도를 힘들다고 외면할 수 없다. 시장구매력 세계 3위의 인도를 외면하고는 글로벌 시대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도시장에 대한 인식전환과 진출 전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이 글에서는 한국 중소기업의 세 가지 사례를 통해 3대 전략 포인트를 벤치마킹하고자 한다. 언급되는 개별 사례를 통해서 전략 포인트가 가리키는 방향을 봐야지 가리키는 손끝만을 쳐다봐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중소기업으로서 인도시장에 대기업과 연계 없이 독자 진출해 나름의 성과를 내는 기업이 흔하지는 않지만 아주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 이러한 사례가 정확히 소개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해외시장에서 모방 후발업체에 의한 우리끼리의 진흙탕 싸움을 우려하는 기업들이 자신에 대한 벤치마킹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확실하게 입소문을 통하지 않고 지면으로 공개할 수 있는 사례는 겨우 손꼽을 정도다.2)

 

Case 1 우리가 선구자! 새로 부상하는 수요 선점

이미 많은 경우를 통해 인도시장의 생성과 팽창은 검증이 됐다. 2001년 인도 이동통신 가입자는 불과 500만여 명이었지만 4년 후 2005년에 5000만 명을 돌파하고 이듬해에는 1억 명, 2012 9억 명에 이르는 등 세계시장에서 유례없는 폭발적 성장을 기록했다. 이러한 거대 인도 통신시장에 많은 해외 통신기업들은 직접 서비스에 참여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이동통신 천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통신서비스기업은 찾을 수 없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런 결과는 초기 인도 이동통신시장 부상시기에 시장을 과소평가해 충분한 기회와 경쟁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서비스는 물론 부가서비스 시장조차도 진출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분명 이동통신시장은 기술력이나 비즈니스 모델 경험에서 한국 기업이 선구자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시장 자체를 경시한 것이 실책이었다. 시장도약기 즈음에 투자유치를 위해 찾아온 인도 제1통신사 대표를 문전박대한 곳은 한국 대기업이다. 돈 들이지 않고도 상당지분을 거머쥘 수 있는 조건으로 비즈니스 모델제휴를 원하던 인도 제1의 부가서비스 업체를 외면한 곳도 한국 중소기업이다. 지금은 땅을 치고 후회해도 남의 잔치가 되고 말았다. 지금에서야 진출할 방법은 제갈공명이라도 만들어 낼 수 없다.지나간 것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이제 달려오는 것을 바라봐야 한다. 지난 성장시대를 지내오면서 선행학습으로 갖춘 경쟁력과 다듬어진 비즈니스 모델, 이것이 첫 번째 인도 진출 전략 포인트다. 여기서 소개할 어린이치과병원 CDC리서치의 인도 진출은 부상하는 키즈(Kids)마켓을 노린 선점전략의 사례다.

 

개인의 가처분소득이 급성장하는 인도에서 15세 이하의 인구는 전체 123000만 명 중 30%에 해당한다. 단지 거대인구, 그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구비율에서만 인도 아동(Kids)시장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가구당 구성단위가 점점 핵가족화돼가는 가족구성의 변화와 생활터전의 도시화 진행이 아동시장의 도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시화와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성인(成人) 가장(家長)에 집중된 소비구조가 붕괴되고 소수 자녀를 둔 도시가정에서 아동양육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상하는 인도 키즈시장에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발을 내디딘 한국의 병원 기업이 바로 어린이치과병원 ㈜CDC(Children's Dental Center)리서치다. 서울시 청담동에 본원과 한국 내 14개 분원을 보유한 ㈜CDC리서치는 2011 5월 델리 인근 신도시 구르가온의 중심가 쇼핑몰에 인도분원 1호를 개원했다. 당초 CDC리서치는 구르가온 1호 이후 2년의 경과를 두고 델리, 뭄바이, 벵갈루루 등 대도시에 추가 분원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1호 개원을 전후로 일고 있는 뜨거운 관심으로 인해 제2 인도분원 개원을 앞당길 계획이다. CDC리서치가 직접 투자하고 인도전문의를 참여시킨 구르가온 분원 이외 2, 3의 분원 확대는 CDC리서치의 지적재산인 소아치과 진료시스템과 교육시스템을 토대로 현지 소아치과 의료인이라는 인적자본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병원네트워크를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는 인도에 부상하는 키즈시장과 새롭게 등장한 프랜차이즈 산업이 있기에 가능한 진출이다.

 

인도분원 1호는 아시아 소아치과학회를 통해서 소개된 한국 CDC어린이치과에 주목하던 인도의 한 치과의사가 e메일로 오랫동안 문의를 하다가 직접 한국을 찾아와 치과를 방문해본 뒤 사업을 제의함으로써 시작됐다. 인도분원 개원에 대한 소식이 인도소아학회에 알려지면서 이재천 대표원장은 2011 4, 인도 럭나우 치과대학에서 특강을 했고 그해 11월엔 암리차르에서 열린 인도소아치과 학회에 초청돼 어린이치과진료시스템을 발표했다. 3000여 명의 학회 회원 중 무려 2500명이 참석한 발표장에서 CDC어린이치과는 큰 관심을 받았다. 첫 인도분원 개원 이후 이러한 관심은 그저 호기심이 아니라 제2, 3의 분원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 표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매년 인도에서는 2만여 명의 치과의사가 배출되고 있다.

 

최근 한국 기업의 인도시장 진출은 대기업 연계 진출 위주에서 벗어나 점차 영역이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 범위도 제조업에 머물지 않고 전문 서비스산업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CDC어린이치과의 인도 분원 역시 상징적인 사례다. 특히 한-인도 포괄적 경제협력협정에서 의도한 전문 인력을 활용한 의료서비스산업의 교류가 한국 측에 의해서 처음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불과 한두 명의 자녀를 둔 도시가정에서 아동 양육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데서 키즈시장의 급성장 배경을 찾을 수 있다. CDC리서치는 부모의 관심은 높아지는 데 반해 아직 낙후된 인도의 의료서비스 현실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어린이치과진료 서비스 진출을 결정한 것이다. 이는 CDC리서치의 설립자인 이재천 대표원장이 어린이전용 치과병원을 한국에서 최초로 시작해 10개가 넘는 분원을 내면서 체득한 앞선 경험이 있기에 가능했다.

 

CDC리서치와 같이 인도에서 부상하는 새로운 수요를 점령하기 위해 한국 기업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진출한 또 다른 사례로 최근 인도 라자스탄주 코타라는 도시에 인도 공과대학입학전문 입시학원을 연 이투스아카데미가 있다. 앞으로의 성과가 주목된다.

 

Case 2 시간이 약이다! 시장을 확신한다면 인내

1년에 30∼40회 정도 있는 인도방문 시장개척단(무역사절단)에 참여한 한국 중소기업들은 단 한번의 상담으로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십, 수백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는 보도 자료를 귀국도 하기 전 현지 소식으로 전하고 있다. 그런 기업들에 수년이 지나서 결과 확인을 수소문하면 대부분 실현된 흔적이 없다. 그렇다면 당초 발표된 상담 실적이 가공된 것인가? 그렇지도 않다. 상담 이후 인도 비즈니스를 구현시켜 나가야 하는 한국 중소기업의 뒷심 부족이 대부분의 이유이다.

 

시장개척단에는 나갔으나 아직 영문 매뉴얼이나 인터페이스조차 완성되지 않은 경우부터 견본 주문 MOQ(주문 단위당 최소 생산량)에 대한 과도한 요구, 인도 바이어에 대한 신용문제를 의심 삼아 50% 이상 선불 지급조건 요구 등 때문에 인도 바이어가 한국 기업에 신뢰를 갖지 못해 상담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영어로 이뤄지는 대응에 중소기업 내부에서 회피하며 미루다가 유실되는 비즈니스 기회도 적지 않다. 어느 정도 조직력과 인적구성을 갖춘 중견기업 이상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잘 이해되지 않겠지만 지금의 일반적인 한국 중소기업에서는 흔한 경우다.

 

특히 비즈니스 협상과정이 길고 시장의 반응이 더디게 이뤄지는 인도에서 중소기업의 비즈니스 현안에 대한 인내심의 한계는 매우 짧다. 이번 달 안이거나 늦어도 분기 안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승산 확률 비즈니스로 여기고 후속 출장이나 소비자 요구에 맞춘 승인견본제작 투자조차 포기하기도 한다. 하나의 일을 길게 집중해 이끌고 갈 수 없는 한국 중소기업의 형편과 한국인 특유의 성급함이 제법 시간이 걸리는 인도 비즈니스의 특성과 대치되기도 한다.

 

인도 기업의 조직은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수직적 관계로 의사결정이 더디다. 바이어(수입업자) 입장에서도 시장의 반응을 재확인하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한국의 중소기업은 아직 인도시장에 제품의 인지도가 전혀 없으므로 이를 검증하는 데 필요한 절차와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인도시장에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한국 중소기업이 꾸준한 노력으로 시장의 본 괘도에 진입한 사례로 이화글로텍이 있다. 이 회사는 섬유 원단 후() 가공에 필요한 건조기와 텐터기(tenter)를 생산하고 있다. 원면, , 가죽 등 천연소재는 물론 화학섬유 등 인조섬유 원자재와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거대한 내수시장을 배경에 둔 오랜 역사의 인도 섬유산업은 그 역사만큼이나 낙후한 산업설비가 섬유산업성장과 더불어 교체 및 증설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도는 세계 섬유기계의 타깃 시장으로 일찍이 주목받아 왔다. 점차 시장으로서의 매력을 상실하고 있는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타깃을 찾는 이화글로텍으로서는 이러한 타깃을 놓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쉽게 열리는 인도시장이 아니므로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이화글로텍은 2005년 하이데라바드 인도봉제기업과 첫 계약을 맺기 전에도 그랬고 이후로도 2년 동안 불과 1∼2대의 설비를 수출하면서도 인도시장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2010년에 15건 오더 수주, 금액으로는 300만 달러를 수출할 수 있었다. 공들인 시간에 비해 100%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독일 등 유럽 제품의 오랜 텃밭에서 인도 로컬기업은 물론 해외합작 인도 현지 생산기업까지 시장에 뛰어든 상황에서 인도시장 초년생인 이화글로텍으로서는 이러한 단계적 상승조차 저절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이화글로텍은 인도 마케팅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1년 만에 첫 오더를 수주하면서 인도인 전문 기술 인력을 채용해 제품수준과 가격동향을 분석했다. 조사 끝에 인도시장은 하위품질 1∼2단계가 저가제품으로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고 차상위 품질수준과 중급가격은 40%, 최상위 품질과 고가구성이 10%를 이루고 있음을 자체적으로 분석했다. 이들 가운데 이화글로텍의 제품수준과 가격정책에 맞는 타깃을 정하고 해당 고객을 찾아 나선 것이다.

 

시장개척 3년 동안 비록 매년 몇 대에 지나지 않는 수출을 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얻어진 정보를 토대로 시장타깃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됐다. 공략대상이 되는 섬유기업 정보를 뭄바이에 구축한 연락사무소를 통해 수집하면서 끊임없이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테스트 구매가 가능한 소비재와 달리 면밀한 검토 끝에야 이뤄지는 설비마케팅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인도전문가를 통해 채용한 현지 인력을 활용해 저비용으로 꾸준히 접촉을 이어가며 시장에서 기업 인지도를 만들어갔다.

 

이화가 타깃으로 하는 수준의 설비로 시설현대화를 꾀하는 고객을 찾아 계획단계서부터 제품에 대한 이해를 전달하면서 인도 방식대로 기다리며 하나씩 신뢰를 쌓은 끝에 2008년 비로소 수출 100만 달러를 넘기고 2010 300만 달러의 고지에 올랐다.

 

인도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한국 기업들은 기업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화글로텍은 우리와 다른 인도 기업문화에 불만을 품거나 문제해결을 회피하는 대신 긍정적 자세로 인도 문화를 이해하고 인내로 접근했다.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뭄바이 연락사무소를 두고 전략지역인 수라트와 델리에 각각 서비스센터를 구축해 직접 마케팅을 펼쳤다. 이는 까다로운 인도 소비자와 직접 부딪히는 것을 회피하고자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이 선호하는 인도 에이전트를 통한 영업방식이 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할 인도시장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장을 경험하지 못한 인도 에이전트로서는 당연히 단기실적 위주의 영업을 하고 또 사후고객관리에 대해 투자가 인색한 경우가 많다. 인도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진 이화글로텍은 현지 에이전트를 영업 보조수단으로만 두고 직접 마케팅하는 방식을 택했다.

 

 

1) 인도의 회계연도는 매년 41일부터 익년 331일까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2010-11’ 201041일부터 2011331일까지를 말한다.

2) 이 글에서 소개하는 세 개의 사례는 포스코경영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월간지친디아 저널에 필자가 2011 11월호부터 연재한 내용을 첨삭해 재구성한 것이다.

 

 

또 고객교육이나 설치공장의 인프라 점검 등 납품 전 서비스 및 부품조달과 트러블 대처 등 납품 후 서비스를 직접 펼치면서 B2B마케팅에서 기업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단기간에 이뤄지거나 일회성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내심을 갖고 열린 마음을 가지자 비로소 인도시장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인도 소비자와의 교감도 형성됐다. 이러한 노력을 거친 후에야 기업 브랜드가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화글로텍 외에도 인도 농가에 바이오농약을 공급하고 있는 한국 중소기업 고려바이오 역시 초기 결과를 토대로 꾸준히 마케팅에 재투자를 함으로써 인도시장을 열고 있다. 이 회사는 2009년 실험실 테스트를 거치면서 그해 85000달러 규모의 농장테스트용 주문을 받았다. 이 테스트 오더는 그 다음해 무려 100만 달러 수출의 성과로 돌아왔다. 이 결과가 저절로 나온 것은 아니었다. 첫해 견본수출로 거둔 매출의 60% 5만 달러를 바로 마케팅에 재투자해 시장접근을 하면서 맺은 결실이다. 지속적으로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고려바이오는 최근 인도 마케팅파트너사로부터 한국 본사에 지분투자를 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Case 3 발품을 팔아라! 다층구조의 복합시장을 알아야 성공

면적으로도 남한의 33배이고 상당히 독립적인 경제시스템을 운영하는 주 단위 지방정부가 28개인 국가가 바로 인도다. 게다가 지역 단위 직접인구가 100만 명 이상인 도시가 63개나 되고 남북 거리는 3214, 동서로는 2993㎞나 돼 소비거점지역으로도 그 분포가 대단히 넓다. 국내에서도 이동하려면 항공 이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인도시장의 물리적인 다층구조라면 내용에서도 인도시장은 복합적이다. 우선 소비수준은 개개인의 가처분소득 수준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산업 구조에서도 발견된다. 아직 낮은 단계의 산업과 하이엔드의 산업이 공존해 진행 중이어서 제품사양의 요구가 복합적으로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인도를 저가의 낮은 사양 시장으로만 본다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중국제 싸구려 기계설비가 팔리는 동시에 가격에서 무려 4, 5배 이상 차이가 나는 유럽의 고가장비 역시 잘 팔리는 곳이 바로 인도다.

 

이는 동일산업에서도 내수지향과 수출시장지향으로 나뉘면서 설비수준에 차이가 나고 같은 내수시장에서도 품질요구가 다른 소비구조가 병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를 인종의 수만큼 다양한 다층구조의 복합시장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까닭에 시장분석이 적절치 못하면 장님 코끼리 만지듯 인도의 일부만을 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중소기업 CEO 중 불과 몇 년 동안에 20회 이상 인도 출장을 다닌 기업의 으뜸 영업사원이 있다. 매출 3000억 원 규모의 기업을 대표하는 이 CEO는 수시로 인도를 찾을 뿐만 아니라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지역딜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같이한다. 이 사람은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절삭공구를 생산하는 와이지원(YG-1)의 송호근 대표이사다.

 

와이지원의 현장 중심 영업 방식은 복잡한 소비자 구조를 가진 인도에서 대표이사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인도시장을 석권해 성공신화로 불리는 LG전자 인디아도 초창기 가전시장 개척을 이렇게 했다. 컨테이너를 개조해 생산제품을 싣고 중소도시 곳곳을 누비면서 직접 제품을 시연하면서 소비자와 접촉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도 소비자의 구조를 이해했고 이를 통해 제품생산에 현지 소비자 요구를 반영하면서 시장을 석권하기에 이른 것이다. 누구는 신화라고 하지만 사실은 부단한 노력과 땀의 결과다.

 

와이지원 인도법인 역시 현지 법인대표를 포함해 현장중심 영업조직을 가동시키고 있다. 사무직 30명 직원 중 24명이 거점에 주재하면서 영업 중이고 인도법인장 역시 사무실을 지키는 것은 잠시이고 늘지금은 출장 중()’이다. 교통사정도 안 좋은 지방산업도시에서 하루 4차례 이상 고객을 방문하면서 시장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 여름이면 45도를 넘어서는 폭염 속에서도 인도 곳곳을 누비는 현장 행보의 땀방울은 매출로 돌아왔다.

 

이 회사는 2002년에 진출해 2003년 매출 50만 달러에서 2010 500만 달러, 2011 800만 달러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와이지원의 인도 질주는 대부분이 그렇듯이 순조롭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인도시장이 황금을 품은 것은 사실이지만 누구에게나 쉽게 속살 광맥을 드러내지 않는다. 전량 오더를 계기로 시작한 인도시장에서 많은 한국 기업이 그랬듯이 처음에는 인도인에게 위탁영업을 시켰더니 성장하기는커녕 있던 고객마저도 끊기고 말았다. 당시 회사에 인도에 대한 이해가 있는 인력이 없었기에 까다로운 인도 비즈니스 환경과 정면 상대하기보다는 현지인을 경유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지만 한국과 한국 기업을 잘 모르는 인도 현지인 역시 인도시장에서는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인도 전문가를 통해 현황에 대한 문제인식을 하고 회사의 핵심인력들을 인도로 보내 회사의 현장 영업 개념을 인도법인에도 접목시키면서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1급 시장에는 특급 인력이 필요하다. 내부 유후 인력 활용이나 좌천 인사 또는 은퇴 인력 재활용 차원으로 인도 근무를 시키는 인적 관리로는 인도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

 

우수한 한국의 중소기업이 인도시장에서 제대로 실적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에는 인도시장 시스템의 문제보다는 진출 기업 내부의 문제가 더 크다. 매력적인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업은 시장에 대한 이해와 전문 인력 부족으로 임시방편으로 대응하는 탓에 진출이 좌절되곤 한다.

 

횡으로 종으로 다층구조를 가진 인도의 산업구조에서도 절삭공구를 필요로 하는 인도수요층, 즉 전방산업인 자동차, 전기전자, 조선, 항공, 휴대폰 제조업 등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인도제조업 성장은 자체시장 수요증가라는 직접적인 환경 외에 외부 간접환경의 변화가 더해지고 있다. 외부환경의 변화란 세계 공장인 중국은 곧 성장한계에 이를 것이고 이에 해외자본은 중국을 대신할 투자처를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인도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인도에 유입된 해외자본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275억 달러에 달한다. 더구나 이들 자본은 한두 국가에 편중된 특정 지역, 특정 산업, 대규모 프로젝트 유입이 아니라 싱가포르, 미국, 영국, 네덜란드, 일본, 독일, UAE 등 여러 국가에서 인도 곳곳으로 각종 산업에 유입되고 있어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이렇게 유입된 해외 자본으로 각종 제조업 성장에 가속도가 가해지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의 중소기업들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5. 인도시장 진출에 대한 제언

인도시장에 진입하려던 한국 중소기업이 실패한 이유를 정리해 보면 다양한 답이 나오겠지만 가장 공통적인 실패요인 3가지를 ‘3 C-less’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가 Careless이다. 인도시장에 대한 접근이 철저한 계획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우연에 따르거나 경솔하고 즉흥적인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Cashless이다. 본의는 아니겠지만 고비용의 인도 마케팅에 비해 중소기업의 마케팅 비용부담 능력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는 Characterless이다. 하이엔드 마켓이든 로엔드 마켓이든 시장의 어느 한편에서도 제대로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므로 실패요인이 발견된다. 품질이면 품질, 가격이면 가격, 보다 명확한 타깃 설정과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인도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목적을 세웠다면 우선 시장에 대한 상세한 사전 조사를 거쳐서 진출단계를 계획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재정형편으로는 쉬운 일이 아닐 수 있겠지만 인도 진출을 꿈꾼다면 인도 마케팅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부담은 각오해야 한다. 국내 매출의 일정비율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듯이 해외 마케팅을 위한 투자 역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수출시장지원 사업에 적극 참여하면 해외 마케팅 비용에 대한 부담을 일부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중소기업에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도 같은 경쟁시장에서는 제품과 서비스의 특징이 차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의 인도시장에서 기업인지도가 전무한 한국 중소기업으로서는 시장조사를 통해 얻게 된 정보를 바탕으로 적합한 타깃 시장과 진출 전략을 세우고 이에 부합하는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인도시장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이 아니고 비즈니스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김응기 ㈜비티엔 대표이사 gate@gate4india.com

필자는 1991년부터 인도 관련 컨설팅업체인 ㈜비티엔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부산 외국어대 러시아·인도 통상학부 겸임교수를 지냈고 현재 중소기업진흥공단 및 경기도 중소기업지원센터 인도수출자문위원과 Cyber SERI 인도포럼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인도는 지금> <인도진출 20인의 도전> 등이 있다


까다로운 인도시장, 경험이 다는 아니다

 

국내 기업이 인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지 20년이 다 돼 간다. 하지만 중국은 고사하고 베트남보다 더 적은 기업이 인도에 진출해 있다. 인도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국내 기업의 진출이 미비한 실정이다. 왜 국내 기업이 인도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일까? 인도 시장을 위한 진출 성공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필자는 2004년부터 POSCO의 인도 오리사(Orissa) 프로젝트 연구를 수행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인도에 대한 정보는 거시적인 환경에 대해서만 파악이 가능했다. 물론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가 인도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정보는 외부에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당시 정보는 피상적인 수준에 그쳤다. POSCO의 실무부서와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한 비즈니스 전략을 통해 다각도로 인도의 시장 리스크 등을 파악했지만 인도의 내부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POSCO의 인도 진출에 여러 어려움이 알려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보다 수준 높은 정보가 필요했으며 이를 위해 정부기관이나 민간기관에서 노력을 거듭해 현재는 과거에 비해 인도에 대해 보다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가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한 정보는 거시적인 수준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내용과 구체적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1. 지역별로 특성을 파악해 진출 전략을 짜라

과거에는 인도 진출을 위해서인도의 특징은 어떠하다는 식의 접근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지역별 접근을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진출한 지역은 델리(Delhi) 인근의 노이다(Noida) 공단지역, 구루가온(Gurgaon) 지역, 뭄바이(Mumbai), 푸네(Pune), 첸나이(Chennai), 벵갈루루(Bangalore) 정도에 불과하다. 인도 전체로 보면 아마도 100분의 1 정도의 지역에만 국내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적인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성공적인 인도 진출을 위해서는 현재 진출하지 않은 지역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정보 파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인도 남부에는 카르나타카주(Karnataka)의 벵갈루루와 타밀나두(Tamil Nadu)의 첸나이만이 국내 기업에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안드라푸라데쉬(Andhra Pradesh)의 하이데라바드(Hyderabad) 지역도 각광을 받고 있다. 대웅제약의 연구소와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연구소 등이 설립되면서부터 새로운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2006년부터 하이데라바드에 2명의 한국 연구원을 상주시키고 인도의 BT(Bio Technology) 산업을 연구 중이다. 인도의 BT 인재들이 이 지역에 많이 있고 인도의 제약회사 및 외국계 회사들이 다수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우수한 인력을 선별해 국내의 연구원으로 채용하는 일도 병행했다. 이 같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09년 본격적으로 연구소를 가동할 수 있었다. 초창기 두세 명의 직원이 전부였던 대웅제약의 하이데라바드 사무실은 연구소를 열면서 직원 수가 20여 명으로 늘어났고 대웅제약의 24시간 연구 가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인도의 하이데라바드 연구소가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는 대웅제약이 인도의 하이데라바드 지역의 특성을 잘 알고 적절히 활용한 사례다.

 

남부 권역에서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다른 곳이 있다면 바로 케랄라(Kerala)주다. 이곳의 경제 중심지인 코친(Cochin)에 국내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대표적 기업은 한국라텍스다. 한국라텍스는 인도에서 반제품을 생산해 한국에서 재조립해 판매하는 형식으로 인도에 진출했다. 인도 진출 초기에는 인도의 케랄라 지역이 콘돔과 의료용 장갑의 원료인 고무나무가 많다는 정보를 가지고 막연하게 진출했지만 CEO의 지역 밀착적 사업 마인드로 2∼3년 만에 공장을 완공하고 생산을 개시할 수 있었다. 물론 사업이 일사천리로 잘 진행된 것만은 아니었다. 케랄라 지역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력이 많다는 장점이 있지만 노동조합의 활동도 활발한 지역이어서 초기엔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회사 대표가 직접 인도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케랄라의 지역적 특색을 배우며 기업을 지휘했기 때문에 난관을 비교적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

 

국내의 L사는 인도에 대형마트 진출을 위해서 5년 전부터 노력해 오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본격적인 진출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마트는 우선적으로 인도의 수도인 델리, 경제중심 도시인 뭄바이 등이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쪽으로만 눈을 돌릴 필요는 없다. 각 권역별 특징을 파악해 대도시 이외의 다른 지역도 동시에 시장 조사를 면밀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9년 월마트(Wal-mart)는 인도의 발티(Balti)그룹과의 합병을 통해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월마트가 델리도, 뭄바이도 아닌 펀잡주 지역에 1호점을 개설했다는 것이다. 월마트의 이러한 지역적 전략 접근에 국내 기업들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인도에서는 단순히 시장의 크기가 아니라 실수요자가 얼마나 있는지, 경쟁 기업이 얼마나 인근 상권에 존재하는지를 더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 , 대부분의 신흥지역은 수도나 그 이외의 경제중심도시들이 후보지역이 될지 모르지만 인도는 28개의 국가가 모여 있는 하나의 대륙으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
보이지 않는 숫자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라

인도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투자와 운용 비용에 대한 정확한 계산이 우선시돼야 한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신흥지역을 위한 투자 시 투자 비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전문가들과 같이한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인도 투자 시 이러한 비용을 계산하는 데 매우 취약하다. 인도는 지역별 편차가 심해 어느 지역으로 진출하느냐에 따라 초기 투자와 운용비용에 많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인도에서 계산하기 어려운 비용이 바로 세금과 절차에 따르는 시간적인 비용이다. 이러한 부분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서는 인도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인도에서 정확하게 계산해야 하는 대표적 세금으로는 중앙정부가 부과하는 직접세로 법인세(Corporate tax)와 개인소득세(Income tax)가 있다. 간접세로는 관세(custom duty), 소비세(Excise tax), 서비스세(Service tax), 중앙판매세(Central sales tax) 등이 대표적이다. 지방정부가 부과하는 세금으로는 주판매세(State sales tax), 진입세(Entry tax), 물품입시세(Octroi)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주에서 부과하는 세금인 지방세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이 점에 유의해 진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인도와 무역을 하는 수출 기업이나 수입 업체라면 인도에서의 수출입 통관 절차와 시간이 지역별로 편차가 심하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물론 국내의 대부분 화물이 첸나이와 뭄바이 항을 통해 거래되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물류지역도 다양화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국내에서 인도로 가는 물류 비용과 관세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한 국내 업체의 물류비용에 대한 실제 사례를 <1>에서 소개한다. 대기업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보다 정확한 분석을 하겠지만 중소기업들도 최소한 이 정도는 계산을 하고 투자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내의 P사는 인도 진출을 위해 물류비용의 정확한 계산, 관세에 대한 주재원의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인도시장 진출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 수출입의 통관 절차상 시간의 차이는 기업에는 상당한 비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 진출계획을 세워야 성공할 수 있다. 인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통관 절차의 시간과 실제로 각 지역의 항구나 관세지역에서의 통관 시간을 입수해 계산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3. 시장 매력도와 자사적합도를 계량화해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국가 등 신흥지역의 투자 시에는 경험이 중요하며 현지 사정에도 밝아야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인도는 신흥국이라고 하기에는 비즈니스 상대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단순한 경험만 가지고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최소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을 활용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의 한 기업은 인도시장 진출을 위해 와튼스쿨의 메리필드 교수가 고안한 BMO(Bruce Merrifield-Ohe) Test 등을 통한 계량적 검토를 실시했다. BMO Test는 시장 매력도와 자사적합도를 계량화해 신규 사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분석 방법이다.

 

이 기업은 우선 자사의 적합도를 알기 위해서 계열사 각 부분에 대한 심층 설문을 통해 자사의 역량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시장 매력도를 측정했다. 시장 매력도는 매출 및 이익가능성, 성장가능성, 경쟁상황, 리스크 분산도, 업계 재구축 가능성, 특별한 사회적 상황 등의 외부적 요인을 분석해 적용했다. 자사적합도는 자금 능력, 마케팅 능력, 제조 및 운영 능력, 기술 및 서비스 기획능력, 원재료/부품 정보 입수, 경영지원 등의 내부적 요인을 분석했다.

 

이 기업은 각각의 요인에 대한 계량화 작업을 통해 인도 사업 진출 여부를 따져본 뒤 적합한 비즈니스 전략을 세워 진출했다. 이처럼 유망한 사업을 발굴하는 단계에서부터 과학적인 접근 방법을 사용해 분석하는 기업들이야말로 인도에서의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라는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도 문화의 이해, 지역적 특색의 파악, 눈에 보이지 않는 숫자의 비용 계산, 이론과 경험의 접목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요소만을 가지고 인도 시장에 진출해도 100% 성공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이 정도는 고려해야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또 다른 시각에서 인도시장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 버려야 할 두 가지 자세를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인도는 신흥국이라는 관점에서 제외돼야 하며 전략적인 분석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시장 진출에 성공하기 어려운 국가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인도를 제2의 중국으로 인식하고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자 하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가령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생산 비용을 낮춰 공장을 가동한다면 인도는 좀 더 창의적인 인재들을 활용하는 비즈니스가 더 적합한 시장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김봉훈 맥스틴인도자문㈜ 대표이사 gators@maxtin.co.kr

필자는 미국 플로리다대 국제경제학 박사 취득 후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인도 프로젝트 비즈니스 전략 파트를 담당했다. 현재는 인도 및 신흥지역 연구를 하고 있는 맥스틴인도자문㈜의 대표를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