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Marketing Classics-2

무한 구매 가능한 패션시장,브랜드 전환 매트릭스를 주목하라

103호 (2012년 4월 Issue 2)




편집자주

패션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패션의 세계는 무한합니다. 어느 누구도 패션을 벗어나 살아갈 수 없을 만큼 패션은 인간 삶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패션은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됩니다. 정인희 교수가 Fashion Marketing Classics을 통해 흥미로운 패션 마케팅을 소개합니다.

 

가까운 경쟁자들 간에 어떤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브랜드 전환 매트릭스(brand switching matrix). 이를 통해 신규 유입 고객과 이탈 고객의 비율을 파악해 고객이 우리 브랜드와 어떤 브랜드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브랜드 전환 매트릭스를 응용해 새로운 관점에서 패션 시장을 분석할 수 있다. 첫째, 브랜드 콘셉트나 가격 등을 기준으로 여러 브랜드를 몇 개의 유형으로 묶을 수 있다. 둘째, 브랜드 전환이 일어난 패션 브랜드들끼리는 상호 보완적 품목을 주력 상품으로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가령 바지는 리바이스에서 구매하지만 티셔츠는 폴로에서 구매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낼 때 한발 앞선 패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오늘날의 사회를 특징짓는 단어 중 하나는경쟁(競爭·competition)’이다. 특히 기업 환경에서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경쟁은 똑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더욱 뜨거워진다. 기업의 목표란 고객의 마음에 드는 상품을 만들어 지갑을 열게 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결국의 경쟁자란 같은 소비자 집단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기업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소비 생활을 한다. , 전체 소득에서 세금을 제하고 거기서 다시 관리비나 공공요금, 적금, 통신비, 교육비, 식비 등의 기본 지출을 빼고 나면 재량껏 쓸 수 있는 얼마간의 금액이 남는다. 많은 기업들은 이 한정된 금액을 놓고 경쟁적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패션 기업도 이에 속한다.

 

이런 의미에서 패션 기업의 경쟁자는 그 한계를 두기 어려울 만큼 많다. 만약 10만 원의 여유가 생긴 직장인 M씨가 있다면 그는 과연 무엇을 구매할까? 문화생활을 즐기는 그는 어쩌면 콘서트 티켓을 구매할지도 모르고, 책을 읽어 지식을 쌓자고 생각하며 서점을 방문할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삼겹살에 소주 한두 잔 나누는 자리를 갖고 싶을 수도 있고 여자친구에게 자그마한 액세서리라도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추가로 통장을 하나 더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저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다가 주말 등산모임에 입고 갈 등산복을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도 한다.

 

한편 어떤 경우에는 돈이 있건 없건 무작정 사고 싶거나 꼭 필요한 물건이 생길 때가 있다. 이처럼 잠재돼 있던 구매 욕구를 자극해 활성화시키는 것이 바로 광고가 수행하는 주요 기능 중 하나다. 또한 윈도 디스플레이나 전단지, SMS, MMS 같은 안내문도 모두 구매를 충동하거나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N 브랜드에서 일주일 동안 봄 원피스를 59000원에 특가 판매한다는 SMS를 받은 직장인 F씨는 즉각적으로 봄 원피스의 구매를 고려해 볼 것이다.

 

그러나 현명한 소비자들은 예산에 기초해 구매를 계획할 때는 물론이고 외부의 자극에 의해 충동적으로 구매의 필요성을 지각할 때도 어떤 패션 상품을 유일한 구매 대안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구매 시점에 선 소비자들은 언제나 최종 구매 결정에 앞서 자연스럽게 위험(risk)을 느끼게 되고정말로 이것이 최선인가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같은 품목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경쟁의 범위를 한정해 좁게 보는 것을마케팅 근시(marketing myopia)’라고 부르면서좁은 시야를 경계해야 한다는 마케팅 전문가들의 조언을 충분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마지막 구매 결정을 앞두고는 같은 품목 간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는 현실 또한 인식해야 한다. 큰 범위에서의 경쟁자는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무수히 많지만 좁은 범위에서의 경쟁자는 내가 알고 있는바로 그들인 셈이다.

 

가까운 경쟁자들 간에 어떤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브랜드 전환 매트릭스(brand switching matrix). 브랜드 전환 매트릭스는 두 번의, 대체로는 연속적으로 구매한 브랜드를 조합해 정리한 사각형 표를 말한다. 브랜드 전환 매트릭스로 알 수 있는 정보는 다양하다. 먼저 신규로 유입된 고객과 이탈한 고객의 비율을 통해 소비자들이 우리 브랜드와 어떤 브랜드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연속적으로 우리 브랜드를 구매하는 재구매 고객의 비율을 통해 우리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를 가늠할 수도 있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브랜드 전환 매트릭스를 구성해 봄으로써 앞으로 우리 시장의 성장률과 크기를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만약 A 브랜드를 구매했던 고객 100명 중 40명이 다음 구매에서도 A를 선택했다면 A 브랜드의 재구매율은 40%. 나머지 60%는 다른 브랜드를 구매했을 터이므로 브랜드 전환율은 60%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전환해 간 브랜드가 무엇인가를 밝힐 때 A 브랜드의 경쟁자는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품질의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하고 가격 할인 행사가 잦은, 이를 테면 세제 같은 상품은 많은 소비자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제품의 브랜드가 무엇인지 정확히 기억하지도 못할 정도로 브랜드 전환이 흔히 일어날 것이다. 반면 브랜드 자체로 차별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품목의 경우에는 동일 브랜드에 대한 재구매율이 50% 내외를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화장품, 패션 상품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자동차 같은 경우에는 글로벌 시장의 여러 브랜드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그 브랜드 수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지만 패션 상품의 경우에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경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소비자가 동시에 여러 브랜드에서 다양한 품목을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정교한 브랜드 전환 매트릭스를 그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신사복, 캐릭터 캐주얼, 아웃도어 웨어 등으로 시장을 나누어 분석한다고 하더라도 브랜드 전환 매트릭스라는 매우 유용하고 흥미로운 개념이 패션 마케팅 영역에 그대로 접목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바로 패션상품이 갖는 이러한 속성들 때문에 브랜드 전환 매트릭스를 응용한 또 다른 관점으로 패션 시장을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 브랜드 콘셉트나 가격 같은 것을 기준으로 삼아 여러 브랜드들을 몇 개의 유형으로 묶어 브랜드 전환 매트릭스를 그려보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유행 동향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어느 방향에서 어느 방향으로 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폴로나 빈폴을 구매하던 다수의 소비자들이 나이키나 아디다스로 구매 브랜드를 전환하고 있다면트래디셔널하던 패션 분위기가스포티로 옮겨가는 것이다.

 

둘째, 브랜드 전환이 일어난 패션 브랜드들끼리는 상호 보완적인 품목을 주력 상품으로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어떤 소비자가 A 브랜드에서 옷을 구입한 후 그 옷과 코디네이션해서 입을 만한 옷을 B 브랜드에서 구매했다면 비록 브랜드 전환 매트릭스상에서는 브랜드 전환이 일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그 소비자는 A 브랜드에서 상의를, B 브랜드에서 하의를 구매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바지는 리바이스에서 구매하지만 티셔츠는 폴로에서 구매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패션은 여타 상품과 다른 차별적인 특성을 많이 가진다. 그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특징 하나는 한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개수가 무한정하다는 것이다. 금방 배불리 식사를 했다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앞에 놓여 있더라도 또 식욕을 느끼기는 어렵다. 엄청난 자동차 마니아라고 하더라도 물리적인 여건상 여러 대의 자동차를 소유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패션을 대표하는 옷은 아침에 구매하고 점심에 구매하고 저녁에 또 구매하는 일이 가능하다. 한번에 여러 벌을 사서 하루에도 이것저것 갈아입으며 자신을 연출하는 도구로 삼을 수도 있다.

 

따라서 수없이 많은 상품과 브랜드가 존재하는 패션 시장에서는 마케팅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발전해온 전략을 수용하되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창의적인 발상을 덧붙여야 한다.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낼 때 한발 앞선 패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인희 금오공과대학교 교수 ihnhee@kumoh.ac.kr

필자는 서울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러 대학과 기업에서 강의와 실무를 병행하며 일하다 2000 3월부터 금오공대에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패션 시장을 지배하라> <이탈리아, 패션과 문화를 말하다> 등이, 역서로 <재키 스타일> <오드리 헵번: 스타일과 인생> <서양 패션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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