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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란

가치창출 틀 플랫폼, 다원화 혁명 이끈다

최병삼 | 103호 (2012년 4월 Issue 2)




역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로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구글, 애플, 아마존, 그리고 페이스북을 구글의 회장 에릭 슈밋은 인터넷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4인방(Gang of Four)’이라고 불렀다. 이들의 성공 비결은, 에릭 슈밋이 지적한 바와 같이 자기만의 강력한 플랫폼을 만들어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IT업계의 4인방이라고 하면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시스코, 델을 떠올렸지만 10여 년 만에 주인공이 모두 바꼈다. 특히 과거 ‘윈텔(Windows + Intel)’로 불리면서 PC 시대를 주름잡았던 MS와 인텔은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는 플랫폼 경쟁력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도 2007년 49%에 달했던 시장점유율이 2011년에는 17%로 급락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얼마 전 CEO인 스티븐 엘롭이 “우리의 플랫폼은 지금 불타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플랫폼이 기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등장하면서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외 언론에는 플랫폼 사업에 진출한다거나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는 기업들의 선언이 자주 보도되고 있고 ‘플랫폼 전략’ ‘플랫폼 전쟁’ ‘플랫폼 리더십’ 등 플랫폼과 관련된 다양한 서적이 출판되고 있다. 일례로 구글 트렌즈(Google Trends)에서 ‘platform’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언론에 기사화된 빈도가 2007년 후반부터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그림1)
 

하지만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논의도 많아지는 것에 비해 플랫폼에 대한 명쾌한 정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인터넷 사전에서도 IT 분야의 용어로 설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1
 플랫폼의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는데 IT 분야의 플랫폼에 대해서만 설명한다거나 어려운 기술 용어를 사용해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플랫폼이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보편적인 개념이고 그 본질은 단순하다는 관점에서 최대한 일반적이고 간단한 정의를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플랫폼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플랫폼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어떤 요소로 구성되는지, 어떤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주고 기업 경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과 같은 플랫폼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다양한 이슈에 대한 답의 실마리를 일반적이고 간단한 정의로부터 얻을 수 있음을 설명하고자 한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위협에 대응하고 새로운 플랫폼 사업을 발굴하는 등 플랫폼 전략의 각론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다시 한번 플랫폼에 대한 총론을 점검하는 것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1) 플랫폼의 개념
플랫폼이라는 말은 16세기에 처음 사용된 후 일상생활이나 비즈니스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돼 왔다.2
 구글 검색엔진에서 ‘platform’의 검색결과가 ‘strategy’(약 9억 건)나 ‘leadership’(약 6억 건)보다 월등히 많은 약 12억 건에 이른다는 사실이 플랫폼이 얼마나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지를 대변한다. 플랫폼은 기차를 승·하차하는 공간이나 강사, 음악 지휘자, 역도 선수, 다이빙 선수 등이 사용하는 대()처럼 ‘반복되는 활동을 하는 공간이나 구조물’을 말한다. 원유를 시추하거나 우주선을 발사하기 위해 만든 구조물도 같은 이유로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또 정당의 강령이나 공약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적인 구조물’을 뜻하기도 한다.
 
비즈니스에서 플랫폼이라는 개념이 처음 사용된 것은 1920년대 자동차 산업이다. 1923년 GM의 CEO가 된 앨프리드 슬론은 당시 업계 1위였던 포드를 따라잡기 위해 모델 다양화와 함께 플랫폼 전략을 구사했다. 시보레, 폰티악, 올즈모빌, 뷰익, 캐딜락 등 5개 신모델을 도입하면서 차체의 기본 골격, 즉 플랫폼을 하나로 통일했다. 1980년대 소니 워크맨은 3개의 플랫폼을 가지고 250종 이상의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3  이처럼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의 제조업에서 플랫폼은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기본 골격’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최근 에릭 슈밋이 말한 ‘4인방’을 탄생시키고 MS와 인텔을 고전하게 하고 노키아를 위기에 빠뜨린 바로 그 플랫폼은 전통적인 제조업에서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검색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매개로 광고주와 사용자를 중개하는 알고리즘(구글의 플랫폼), 앱 개발자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운영체제(iOS)와 앱스토어(애플의 플랫폼), 외부 판매자에게 서비스로 제공되는 물류센터와 IT시스템(아마존의 플랫폼), 회원 간 중개 알고리즘과 앱 개발자 지원 도구(페이스북의 플랫폼) 등은 반복되는 활동을 위한 구조물이라는 점에서는 일상생활이나 제조업에서의 플랫폼과 동일하다. 하지만 개발자와 사용자, 또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만나게 하고 거래와 같은 상호작용을 중개함으로써 네트워크 효과를 만든다는 점이 다르다. 네트워크 효과는 플랫폼의 한쪽 참여자(개발자나 판매자)가 플랫폼에서 얻는 가치가 다른 쪽 참여자(사용자나 구매자)의 수에 따라 증가하고 그 반대도 성립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플랫폼을 경제학에서는 양면 또는 다면 플랫폼(two- or multi-sided platform)이라고 부른다.4  이런 형태의 플랫폼들은 최근 학계의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사실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재래시장이나 백화점 같은 물리적인 거래공간, 이베이, G마켓 등의 온라인 쇼핑몰, 증권시장, 신용카드 등은 모두 서로 다른 집단(판매자와 구매자)을 중개하는 양면 플랫폼이다.5
 
앱 마켓과 자동차 골격을 모두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가?
최근 플랫폼이라고 하면 앱스토어와 같은 것만을 떠올리고 자동차 골격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앱스토어와 자동차 골격은 우연히 플랫폼이라는 명칭만 같은 것이 아니라 사용 대상과 범위가 다를 뿐 본질적인 속성과 경제적인 원리를 공유한다.
먼저 앱스토어(+ iOS)는 MS 윈도와 마찬가지로 프로그램 개발자와 사용자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다. 다음으로 MS 윈도는 인텔 CPU와 함께 PC의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MS 윈도는 소프트웨어지만 인텔 CPU는 하드웨어라는 점, MS 윈도는 B2C이지만 인텔 CPU는 B2B라는 점이 다르지만 다양한 업체들에 토대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마지막으로 인텔 CPU가 PC라는 제품의 핵심 골격이라면 자동차 플랫폼은 차의 핵심 골격이므로 이 또한 플랫폼이다. 전기자동차의 플랫폼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미국의 트렉사(Trexa), 일본의 심드라이브(SIM drive) 등이 ‘전기자동차의 인텔’을 표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플랫폼의 정의 및 속성
플랫폼이 다양한 대상을 지칭하는 데 사용돼온 만큼 기존 연구의 정의도 다양하다. 전통적인 제조 관점과 최근 IT산업의 거래 관점 간의 본격적인 통합을 시도한 대표적인 문헌으로 <Gawer, ed. (2009)>가 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주요 연구의 플랫폼 정의를 소개하면 <표 2>와 같다.
 

기존 플랫폼 정의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플랫폼의 특징을 형태나 기능, 활용 주체 등의 측면에서 고찰해 보자. 먼저 플랫폼의 형태적인 측면을 보면 component, module, part, asset, subsystem, interface, structure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product, service, technology, firm, institution 등과 같은 대상이 언급되기도 한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어떤 대상물도 플랫폼이 될 수 있으므로 플랫폼은 구체적인 형태로 정의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플랫폼의 형태에 따라 결과물의 형태도 달라지기 때문에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결과물에 대해 구체적인 형태로 정의할 수 없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common, standard, foundation 등의 단어와 derivative, shared, coordinate, mediate, two or more groups, ecosystem 등의 단어로부터 알 수 있듯이 공통되고 표준화된 토대로부터 다양한 파생 제품을 만들거나 두 개 이상의 집단을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플랫폼을 누가 활용하는가에 대해서는 제조 관점의 문헌들은 주로 한 기업이 내부적으로 활용하는 상황을 가정하는 반면 거래 관점의 문헌들은 기업 내·외부의 다수 집단이 활용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플랫폼의 활용 주체는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므로 플랫폼의 본질적인 개념이라기보다는 전략적인 선택사항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볼 때 플랫폼은 ‘다양한 종류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기반 모듈’, 보다 간단하게는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토대’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정의는 플랫폼의 핵심 속성을 몇 가지 포함하고 있다. 첫째, 플랫폼은 시스템(제품이나 서비스)이 모듈화돼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모듈화돼 있지 않은 시스템에서는 특정 모듈을 반복적으로 재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플랫폼이 나타날 수 없다. 둘째, 시스템이 모듈화된다는 것은 다양한 모듈 간 결합을 위한 것이며 여기서 다양한 종류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모듈이 바로 플랫폼이며 한 가지 시스템에 전용되는 모듈은 플랫폼이라고 볼 수 없다. 셋째, 플랫폼은 토대이므로 시스템의 다른 모듈의 설계를 통제한다. 즉, 플랫폼이 기타 모듈을 통제하고 그 반대 방향은 성립하지 않는다. 요약하면 플랫폼은 모듈화를 전제로 하며 범용성과 통제력을 그 핵심 속성으로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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